광화문 Starbucks :: 2007/06/02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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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스타벅스.
 
집에서 공부하기 싫을 때, 그렇다고 중도 가기도 싫을 때 자주 애용하는 곳. 여기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나를 알아볼 사람도 없으니 자유롭고, 예전에 광화문에서 영국문화원 다니던 기억이 떠올라서 행복하고, 2층 창가 자리에서 사람과 차들이 지나다니는 걸 구경하는 것도 좋다. 집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이지만 마치 여행을 떠난 기분.
첫번째 사진은 저녁에 창가에서 찍은 사진. 유리창에 비치는 그림자가 맘에 들었다.
두번째 사진은 약리학 공부하다가 찍었던. 이날 왜 디카를 가져갔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다가 곧 떠올랐다. 아빠가 일본 가신다기에 디카가 멀쩡한지 알아보려고 가지고 갔었다. (아무 이상 없이 잘 작동했지만 막상 일본에 가져가니 배터리가 오래된 거라서 오래 못 버티고 곧 꺼져버렸다는;;)

오늘도 아침에 갑자기 심란해져서;; Supernatural 1시즌 마지막회까지 봐주고(딘도 딘이지만 새미가 너무 귀엽다 +_+) 다섯시간정도 침대에 박혀 있다가 정신차리고 책 챙겨서 스타벅스로 향했다. 요즘 맛들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더블샷을 시키고 그 자리에 앉아서 책을 펼친다. 주말인데도 사람이 의외로 없더라.

항상 느끼지만, 시작하는 게 어렵지 한 번 시작하면 대부분 일은 쉽게 풀린다.
막상 겪는 동안에는 단순하게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지만
(어쩌면 본능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감각이 둔해지는건지도 모르겠다. 학기중에는 내 표정이 무표정;해진다던데)
시작하기 전까지 고민하는 이것저것들이 더 스트레스를 주는 듯.

그나저나. 내가 심란했던 이유는. 미루던 여행 계획을 어제 순식간에 해치웠는데.
(신기하게도 며칠 걸릴 줄 알았던 이게 금방 끝나 버렸다. 작년에 해 봐서 그런가...)
루트도 정하고 저렴한 항공권도 금방 찾고 예산도 짰는데... 그런데 travelmate가 없다 ㅠ_ㅠ
내 동기들은 다 3학년이라 실습 도느라 정신 없고, 2학년 인맥들은 대부분 극회 아니면 오케라 방학 때 다들 공연 선다 하고, 그렇다고 1학년이랑 가자니 아직 학교도 안 가서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나머지 학교 밖 인맥들은 고시공부하랴 혹은 취직했거나 아니면 어학연수가서 이미 외국에 있거나...
내 좁은 인맥을 오늘 아침에 새삼 느꼈다. 이건 내 탓이 아냐. 내 사회생활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계속 끊어져서 그런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하지만 어쩌면 이건 핑계일지도 몰라 -_-)
동호회 게시판에 일단 같이 갈 사람 구한다고 글 올리긴 했지만 울학교 방학기간이 워낙 특이해서 구해질라나;;

2007/06/02 22:40 2007/06/02 22:40
  • 선영 | 2007/06/03 07:40 | PERMALINK | EDIT/DEL | REPLY

    태국이랑 캄보디아~ 근데 같이 갈 사람 찾기가 넘 힘들다. 정말 여기저기 찾아서 구하는 중인데 될런지;;
    3학년되면 방학 짧아서 길게 여행 못가니까 그 전에 실컷 다닐테다 ㅋㅋ
    CSI 마지막 두 편 어제 봤는데... 그리섬아저씨 갈수록 이상해진다;; 불쌍한 새라 ㅜ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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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터에서 글 쓰다 날렸을때 임시저장본 이용법 :: 2007/06/01 10:45

이거 태터유저 게시판에 질문올렸는데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몰라서 안해준건지, 다들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그냥 무시한건지 나도 모르겠다 -_+
여하튼 방법은... 글을 날려먹은 다음엔 바로 관리페이지의 글->글쓰기를 눌러준다
그러면 "임시 저장본을 보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가 뜨는데,
이때 '확인'을 눌러주면 글쓰기 화면에 방금 전에 썼던 글이 다시 나타난다

단,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건, 날린 다음 바로 글쓰기를 눌러줘야 한다는 거.
컴터 껐다 켜거나 하면 이 기능이 작동 안하는 거 같다
임시 저장본이 서버의 데이터 어딘가에 제대로 저장되어 있어서 나중에라도 불러올 수 있는건지
아니면 캐시메모리 같은 데에 임시로 저장돼서 컴터 끄면 그대로 날아가는 건지는 나도 잘 모름.
그정도로 실력있는 유저는 아니므로...;;;

그래도 예전처럼 포기하고 그 긴 글을 다시 쓰는 것보다는 이 방법이 낫겠지?  ^-^

2007/06/01 10:45 2007/06/0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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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본 서울대공원. :: 2007/05/30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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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은(여기서 말하는 '남'이란 서울 혹은 경기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을 말한다) 롯데월드나 에버랜드나 63빌딩이나 서울대공원이나 한강유람선 등등을 지겹도록 가봤다고 말하지만, (혹자는 유치원때부터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소풍이나 현장학습 때마다 간다고 했었다) 시골(?)에서 개구리알 건져서 올챙이가 개구리 될 때까지 관찰하며 놀고 방학때마다 잠자리 여치 방아깨비 잡아 곤충표본 만드는 숙제하고 집에서 도로 하나 건너 바로 있는 논밭에 철마다 모내기 벼베기 하는 걸 보며 자란 나한테는 이번이 처음으로 가는 서울대공원이다. 아. 서론이 너무 길다. 문장 하나를 이렇게 길게 쓸 수도 있구나.

  서울랜드는 애초에 갈 생각이 없었고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가보고 싶었다. 영화를 보면 아빠 엄마가 풍선을 한 손에 든 꼬맹이를 데리고 귀엽게 생긴 호랑이 우리 앞에 서서 이것저것 설명해 주는게 가끔 나온다. 그래서인지 동물원에는 그런 가족들이 와야 할 것만 같은 고정관념이 있다. 이 나이 되도록 동물원 한 번 안 가봤다는 거(어쩌면 어릴 때 갔는데 기억 못하는 걸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내가 알기로 전라남도에, 광주에도, 동물원은 없다) 언젠가 에버랜드 사파리를 간 거 같기도 한데... 역시 기억이 가물가물. 여전히 우리 성격대로 느긋하게 집을 나서서 여유롭게 서울대공원에 도착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늦게 도착한 탓에 동물들을 많이 보지는 못했다. 다들 낮잠자는 시간인지 아니면 벌써 퇴근시간인지... 우리는 있는데 동물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기 전에 서울대공원 홈피를 좀 뒤져봤는데 뭐 할인쿠폰 같은 거도 없고 무슨 소린지도 잘 모르겠고 해서 일단 입구에서 패키지부터 끊었다. 코끼리열차+리프트+동물원 티켓. 코끼리열차를 내가 타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도 잠시, 대공원 입구에서 동물원 입구까지 가는 동안 경치도 구경하고 사람들도 구경하느라 재밌었다. 그리고 학교 입구에서 새병원 현관까지 다니는 전동차랑 비슷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나저나 이 거리를 걸어오려면 한참 걸릴 거 같다. 예전처럼 걷는 거 좋아하고 부지런했으면 걸어왔으련만.

  입구에 도착해서 리프트로 갈아타면 동물원 맨 꼭대기까지 데려다준다. 거기서부터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서 동물원을 둘러보게 되어 있다. 스키 리프트랑 똑같다. 밑에 그물망도 있고 타는 데랑 내리는 데서 알바생들이 도와주고. 다른 건 스키나 보드를 안 신었다는 거, 그리고 눈 대신 푸르른 나무들과 풀꽃들이 우거져 있다는 거. 5월이라 그런지 신록이 아름다웠다. 굳이 산림욕장까지 가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졌다. 대공원 리프트라기에 별거 아니겠지 무시했는데 이게 꽤나 길었다. 오히려 왠만한 스키장 리프트보다 더 오래 탄 거 같다. 무주리조트 실크로드 리프트 정도일까.

  캥거루 먹이주기, 물개 먹이주기, 아기동물과 사진찍기 등등의 이런저런 재밌는 행사가 많은데 우린 늦게 도착해서 볼 수 있는게 돌고래+물개쇼 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그거 보려고 리프트에서 내리자마자 마구마구 뛰어갔다. 시작하기 직전에 들어갔는데 마침 좋은 위치에 자리가 남아있어서 냉큼 차지했다. TV에서 자주 본 거라 별로 기대는 안 했고 동물원에 오면 으레 봐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기대 이상! 원채 동물을 안 좋아해서 물개도 징그럽다고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보는 내내 강아지보다 더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다 짜고치는; 프로그램이겠지만. 돌고래쇼 보는 동안은 엉뚱하게 수영 생각이 났다. 저렇게 완벽하게(?) 다이빙해서 접영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사실 프로그램 자체는 특별한 건 별로 없었지만, 모니터에서 보는 것과 실물로 보는 건 많이 달랐다. 다운 받아 보는 영화와 극장에서 스크린 통해 보는 영화가 다르듯이.

  천천히 다른 동물우리들을 돌아봤다. 대체로 두 가지였다. 그 동안 가져온 환상을 깨거나 혹은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았거나. 인공포육장에 가서 귀여운 아기동물들을 볼거라 기대했지만, 이미 어느정도 커버린 호랑이 두 마리가 우릴 반겼다. 그 앞에 설명에 붙어있는 예전의 귀여운 사진이 무색할 정도였다... 퓨마는 옷이나 신발에 그려진 그림과는 좀 다르게 생겼고, 독수리는 녹슨 철망 안에서 부시시한 깃털을 보이며 시들시들한 채 나뭇가지에 힘없이 앉아 있었다. 사슴은 여전히 귀여웠지만, 나라에서 본 것처럼 이미 먹을 걸 기대하며 사람을 반겼고, 예쁜 외모와는 달리 그리운 고향의 냄새가; 확 풍겨왔다. 티비에서 동물농장 볼 때에는 냄새에 대해서는 전혀 말해주지 않았는데... 이번에 새로 생겼다는, 몸값이 무지하게 비싸다는 개미핥기도 보고 싶었는데(요즘 대세인 개미퍼먹어와도 꽤 연관성이 깊다) 분명 우리 앞에 개미핥기라고 적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텅 비어 있었다. 귀하신 몸이라 퇴근 후에는 따로 보살펴 주는걸까?! 무척이나 아쉬웠다.

  리프트에서 오는 길에 산새장 그물을 봤었다. 새들이 하늘로 날아다니는 걸 보고 신기하다 생각했기에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장 밖에서 구경할 줄 알았는데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다. 열려고 했는데 안에서 잠겨 있었다. 5시가 넘어서 관람시간이 끝나버린거다. 안쪽에서 잠겨 있었는데 손을 넣어서 열려고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우리가 아니지... 동굴 보겠다고 관람시간 끝나서 관리인이 잠궈좋은 문 밑으로 기어들어가서 조명 다 꺼진 어두운 동굴도 (공짜로) 구경하고 왔는데;; 좀 기다리니 안에서 보던 다른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면서 문을 열었고, 그 틈을 타서 잽싸게 들어갔다. 내 바로 옆에서 공작새가 꼬리깃털을 쫙 펴고, 정말 옛날옛적 민화에 나올 법한 장닭이 공격적으로 날 노려보고 -_- 참새들 한 무리가 여기저기 날아다니고(좋겠다 여기서 먹을 거 실컷 먹고 편하게 살겠구나...) 새들이야 그림으로 사진으로 티비로 자주 보던 것들이지만, 그게 새장 안에 갇혀서 나랑 분리된 게 아니라 내 바로 옆을 지나가면서 걷고 날아다닌다는 느낌이 신기했다. 이런저런 예쁜 새들 사진도 많이 찍었지만, 올리기가 귀찮다;

  같은 술수로 산새장도 들어가려 했지만 거기는 이미 입구와 출구가 자물쇠로 닫혀 있었다. 아쉬비. 밖에서만 구경했다. 재두루미 학두루미 두루미들은 오백원짜리 동전에서 많이 봐서 그런지 별 감흥이 없었고(괜시리 민지시리즈 괴담이 생각났다) 오히려 백조를 실제로 보니 더 신기했다. 목이 정말 길더라. 그리고 동화책에 나오는 이미지처럼 우아했다. 며칠 뒤 혜갱네 집에 갔을 때 오리고기를 구워먹고 난 뒤 오리탕이 나왔는데, 혜갱이 나한테 목 부분을 줬다. 먹으면서 무심결에 말했다. 오리라 그런지 치킨에 있는 닭 목부분 보다는 길구나. 그리고 나서 생각했다. 아. 이게 백조라면 무지무지하게 길텐데... 백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다니. 다른 사람들도 그런 건지 내가 특이한 건지 정말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열대조류관을 갔었다. 처음에는 색색깔 알록달록한 앵무새들이 너무 귀여웠고 한마리 키울까 싶었다. 말도 가르치면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고 재밌겠지. 하지만 그 아리따운 이미지도 잠시, 자기들끼리 죽자사자 싸워대는 걸 보고 환상이 확 깨졌다. 새장에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면 새장 사이로 부리를 내밀면서 쪼으려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대공원 가이드맵을 가까이 댔는데, 종이 밑부분을 찢어서 가져가버렸다. 부리에 물면서 계속 삼키려고 하길래 그거 말리느라고 진땀 뺐다. 혹시라도 먹고 질식하면 어떡하나. 걔가 염소도 아니고... 부리에 물린 종이 빼내는 동안 쪼일까봐 무서웠다;;;; 설명에 의하면 어떤 앵무새는 철사도 자를 수 있단다(그러니 조심하라고 적혀 있다) 지금 옆에 가이드맵 보면서 글 쓰고 있는데 밑에 찢긴 흔적들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더 보고 싶었는데, 8시에 대학로에 연극을 예매해 뒀고, 우리는 아직 저녁도 안 먹은 상태였다. 열대조류관부터 동물원 입구까지 서둘러서 내려왔다. 아. 중간에 한 군데 들렀구나. 낙타 우리에서 먹이를 줬다. 사실 먹이 주면 안되는데,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나무잎사귀들을 주니까 잘 먹길래 나랑 혜경이도 해봤다. 앵무새들보다 훨씬 덜 무서웠고 더 사랑스러웠다. 사진도 많이 찍었다. 그날 본 동물들 중 제일 예뻤던 거 같다.(돌고래와 물개를 제외하고.)

  단순히 동물들 우리를 돌아보는 것보다는 곰 먹이주기 설명회, 아기동물과 사진찍기, 사자 먹이주기, 홍학쇼 같은 프로그램들이 훨씬 더 재미있을 거 같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이런 걸 해보려면 "일찍 와야 한다"는 거. 게으름 피우면 동물들 다 퇴근한 뒤의 빈 우리만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여기저기 걸으면서 구경하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아쉬움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다음엔 더 일찍 가봐야지. (근데 누구랑 가나 -_+)

다른 일에 치여 계속 미루다 결국 후기를 쓰고 나니 속 시원하다. 잘 시간은 훌쩍 넘겨버렸고, 배가 약간 고프다.
오래 차를 타야 하는 전날은 습관처럼 늦게 잔다. 어차피 내일 차에서 잘 거니까 하는 생각.
오늘은 이상하게 잠도 오지 않는다. 평소같으면 열두시면 침대로 빠져들었을텐데.
그리 나쁘지는 않은 하루였어.

2007/05/30 02:18 2007/05/30 02:18
  • 김정원 | 2007/06/03 14:55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나랑 가자 ㅋ
    난 동물원이 정말 좋아^^

  • 선영 | 2007/06/03 17:4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앗 그렇구나. 좋아 우리 담번에 시간내서 가자. 주말에 오르세도 기대된다 히히

  • Chihoon | 2007/06/06 19:08 | PERMALINK | EDIT/DEL | REPLY

    동물원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호랑이, 코끼리, 원숭이들의 각종 dung 향을 콧속 깊숙이 느끼면서....
    '아 내가 동물원에 왔구나' 하고 자각하게 되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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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해;; :: 2007/05/29 14:34

무덤에 들어가는 날까지 온갖 고상한 인용구만 읊어댈 거 같던 그리섬이
새라에게 그런 닭살스런 러브레터를 날리다니!!!!!!!
이제 CSI도 결국 멜로물로 변신하는건가;;;

귀엽고 어리버리한 그레그가 파충류로 변신한 모습도 충격적이야 -_+

2007/05/29 14:34 2007/05/29 14:34
  • 선영 | 2007/06/01 10:4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 그래? 후훗 마지막회 완전 기대되는걸 ㅅ_ㅅ
    그나저나 그리섬한테는 완전 실망이야. 그렇게 배신때리다니... 새라 말고도 더 괜찮은 여인네들도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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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왔다 :: 2007/05/28 18:51

정확히는 '서울집'에 왔다
아침에 혜경이 출근할때 같이 나간다는 계획은 역시나 허무맹랑한 것이었지...
오는 내내 기차에서 수면을 빙자한 혼수상태에 빠져버렸다

서울역에서 내려 좀 고민하다 집에 먹을 게 아무것도 없을 거란 생각에
롯데마트에 들려 장을 보고(집에 와 보니 역시 냉장고에는 반찬과 국과 물 뿐. 밥도 없었다.)
신촌으로 와서 일산에 가서 사물함에서 가방을 찾아 오고
다시 신촌으로 와서 집까지 걸어온 다음 현관문을 열었는데
설거지며 빨래며 집안일들이 눈에 막 보이기 시작했지만 애써 무시하고
일단 씻고 노트북을 켰는데 역시나 하나포스 큐빅 클럽 페이지는 오늘도 안 열린다
피곤해서 자고 싶은데 차일피일 미루면 정액제 신청한게 돈아깝다 싶어서 상담센터에 전화를 건다

하나포스에 전화해서 설전을 벌이는데 날 이런저런 부서로 계속 밀어 넘기고
결국 참다가 화나서 상담원이 전화 받자마자 그 사람 말할 틈도 안주고
내가 그 동안 밀려다녔던 과정(?)을 3분 정도 계속 말하면서 짜증냈더니
(솔직히 지금 쓰는 인터넷 회선들이랑 전화들 다  KT로 바꿔버릴 거라고 협박하고 싶었지만 그건 참았다)
바로 서비스기사 낼 보내준다더니 갑자기 전화와서 지금 온다며 바로 찾아왔다
역시 가끔은 예의 차리지 말고 그냥 세게 나가는게 효과적일 때도 있는거다
와서는 노트북을 막 만지더니 순식간에 효진이 노트북은 해결나고 내 거는 여전히 그 상태다
세상에 와서 5분이면 해결될 문제 때문에 지난 2주일 동안 계속계속 전화걸고 그 난리를 치다니.

하지만 아저씨가 내 노트북은 아무래도 다시 포맷을 해야 한다고 햇다. 산 지 3달밖에 안 됐는데. 너무한다.
아무래도 억울해서 필요없는 프로그램들 정리해주고 임시파일들 지워주고
어둠의 경로에서 받아쓰던 Kaspersky가 맘에 들어 2년짜리 등록키 구매하고 스캔 한번 돌렸더니
거짓말처럼 멀쩡하게 다시 그 하나포스 큐빅 페이지가 접속된다. 신기하네...

일단 좀 쉬고, 놀고, 한숨 자고 시작해야지.

2007/05/28 18:51 2007/05/2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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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호수공원 :: 2007/05/26 21:42

  이거 쓰는데 옆에서 혜갱이 "와 길다" 하고 놀랜다. 길게 쓸 생각 없었는데 쓰다 보니 길어졌네. 게으름이지. 요약해서 쓸 생각 안하고 그냥 머리에서 떠오르는 대로 끄적대는. 대구에 와서 혜갱 컴터 쓰는 것도 오랜만이다. 매스컴은 대구를 '사고 많이 나는 곳'으로 인식하지만 난 막상 자주 와서 그런지 편하고 서울보다 살기 좋은 거 같고 대구 지하철도 아무 생각 없이 잘 타고 다닌다. 울 아빠 말처럼 위성도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인내심이 많은 거 같다. 아빤 여수에서 순천으로 출퇴근하는데도 30분밖에 안 걸리는데 난 학교까지 걸어가면 30분 걸린다. 일산 가려먼 40분 걸리고 분당 가려면 2시간 걸린다. '길바닥에 시간을 버린다'는 표현이 뭔지 서울에 와서 정확히 깨달았다.

  어제 저녁에 오늘은 어딜 갈까 고민했는데 별 생각이 안났다. 사실 피곤해서 생각하기가 귀찮았다... 그냥 일단 자고 내일 생각해보자 이래놓고 아침에 일어나니 열한시다. 여전히 느긋하게 뭐할까? 이러다가 서울숲과 일산호수공원 둘 중에서 후자를 선택했다. 혜갱의 선택이다. 난 서울숲은 별로 안끌리고 호수공원은 가봐서 호기심이 없고 그냥 호수랑 공원이랑 햇빛 보러 가야겠다 이런 단순모드로 이끌렸다.

  결론적으로, 느긋하게 출발한 대가를 톡톡히 치뤘다.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버스는 생각도 안해보고 아무 생각 없이 지하철을 탔다. 금방 갈 줄 알았는데 한시간 넘게 걸렸다. (학교 앞에서 1000번 빨간버스 타면 30분만에 바로 공원 앞에서 내릴 수 있는데 왜 그땐 그 생각이 안났을까.) 정발산역에서 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공원이다. 기분이 묘했다. 저번에 왔을 때는 정원이랑 성연이랑 시루랑 등등 같이 왔었는데 그 때 가면서 탔던 버스가 사고나면서 뭐 버스회사에 보험사에 연락하고 어쩌고 하면서 좀 정신없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하게 난다. 아마 그 날 일단 밥먹고 논 다음에 그 다음날 느지막히 병원 가서 검사를 했었다. 어떻게 오셨냐는 질문에 "교통사고 나서요" 대답했더니 "언제 다치셨어요"라고 묻길래 아무 생각 없이 "어제 아침에요"라고 말했었다.  사람들이 당황해 했다. 그 때는 이상한 줄 몰랐는데 대답해 놓고 나니 내가 생각해도 좀 어이없더라; 여튼 그때 보상금 받아놓고는 좋아라했던 기억도 나네. 그나저나 그 때 버스 타고 갔으면서 왜 오늘 아침엔 기억을 못했지? 이 단순함은 나이가 들어도 사라지지 않는 건가요...

  저번에 왔던 호수공원의 호수는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려는지 꽤 크고 둘레가 길어서 걷느라 지쳤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혜갱에게 '호수는 그냥 호수야' 이런 마인드로 좀 설득을 해보려 했는데 그녀는 호수에 대한 로망이 매우 강했다. 그래서 이번엔 도착하자마자 바로 자전거를 빌렸다. 너무 오랜만에 타서 좀 걱정했는데 자전거나 수영이나 스키나 한 번 몸에 익히면 괜찮나보다. 육교 넘어서 호수 있는 쪽으로 넘어가서 호수 주위를 돌면서 즐겼다. 천천히 도는데 소방훈련(?) 나온 초딩들이 귀여운 형광노랑 소방자켓을 입고 물 뿌리는 것도 보고 한쪽에서 사생대회랑 글짓기대회 하는 걸 보면서 그래 나도 어릴 때 저런 걸 했었어 하면서 추억하고 호숫가에 앉아 맑은 물에 물고기 한 마리가 노니는 걸 보고 맛있겠다며 동의하고 난 민물고기에 있는 기생충에 대해서 잠깐 말해주고( + 기생충실습때 봤던 껍질 벗긴 뱀과 아나고의 내장에 있던 흰색의 꾸물꾸물거리는 귀여운 기생충들에 대해서도 말해줬다)...
 
  그러다 풀밭에서 돗자리 깔고 소풍나온 수많은 가족+연인들을 발견하고 순간적으로 충동이 일었다. 우리도 풀밭에 누워서 노닥거리자! 그러나 우리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돗자리도 없고 먹을것도 없고 있는건 생수 하나.  둘이서 의기투합해서 자전거 끌고 공원 밖 도로로 나갔다(지리도 전혀 모르면서;;). 가다가 마침 라페스타 발견해서 충무김밥 사들고 돗자리 대신 신문지 마련하고 다시 공원으로 돌아가서 나무 밑 그늘에 누워 먹고 놀았다.  김밥은 좀(많이) 매웠지만 맛있었고 자리는 공원 입구 반대쪽이라 사람도 별로 없어서 자전거 한쪽에 세워놓고 편하게 누워서 눈감고 어른거리는 햇빛을 보면서 폰에 담아온 음악 들으면서 바람이 지나가는 걸 느꼈다...

  그렇게 평화롭게 게으름피우며 행복하게 노닥노닥노닥거리는데, 시간이 지나가는 줄 몰랐다. 정신 놓고 수다떨다가 아무 생각 없이 손목에 찬 시계를 쳐다보고 앗 이러면서 아쉬움을 접고 3시 50분쯤 일어났다. 서울역에서 대구 가는 KTX가 5시 15분 출발이라서. 정리하고 다시 공원 입구로 자전거타고 나가야지. 여기서부터 그 평화로움은 다 사라졌다... 호수 둘레는 생각보다 너무 넓었고 설상가상으로 길도 잃어버렸다 ㅜ_ㅠ 정말 있는 힘껏 자전거타고 헤매면서 입구를 찾았는데, 처음 왔던 곳에 도착해서 자전거 반납하고 나니 4시 15분이었다. 1시간 안에 서울역사 3층 개찰구로 가야 했다. 동반석 끊어놨는데 표가 우리한테 있어서 우리가 늦으면 4명 다 기차를 못타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버스타는 곳으로 막 뛰어가서 1000번 버스를 타고 나니 4시 20분. 금방 서울역 가겠지 싶어서 마음 좀 놓는데, 순간 혜갱이 생각해냈다. 우리 아까 올 때 정발산역 물품보관함에 가방 하나 두고 왔는데 안가져왔다;;; 아 이젠 놀랍지도 않다. 우리가 이렇지 뭐. 역무실에 전화해서 보관함 관리하는 사람한테 전화해서 해결봤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내가 월욜에 다시 정발산역까지 가서 백원짜리 동전 24개 넣고 가방을 빼와서 택배로 부쳐줘야 한다는 거지. 그정도야 뭐.

  서울역에 도착한 버스. 역사 바로 앞에서 내려줄 거라 생각했는데, 역사를 지나쳐서 좌회전하더니 숭례문 쪽으로 간다. 맙소사. 남대문 시장 쪽에서 내려줬다. 5시 5분. 남대문시장에서 서울역사 3층까지 10분 안에 돌파하기. 태어나서 그렇게 미친듯이 뛴 적이 또 있을까. 내 생각엔 유럽 갔을 때 베니스에서 기차 놓칠까봐 뛴 적 빼고는 처음이다. 고등학교 때 오래달리기 할 때도 그정도는 안 뛰었다. 서울역 지하철역 지하가 그렇게 긴 줄 몰랐다. 1번 출구가 어찌나 멀던지;;; 개찰구 통과해서 기차 타고 1분도 안 지나서 기차가 출발했다. 아. 다시는 게으름피우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난  또 그럴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이젠 혜갱이나 나나 익숙해졌다. 어떻게든 해결될거야 하는 대책없는 믿음... 너무 뛰어서 처음엔 숨막힐 거 같더니 나중엔 목이 타는 거 같았다. 기차에서 내내 콜록거리니 혜갱이 옆에서 "노인들 기침하는 거 같아" 라고 했다. 너무하다. 그렇게 표현하다니. 정말 나이든 거 같잖아.

  평소같으면 기차 타자마자 습관처럼 잠들었을텐데 너무 뛰고 정신없고 흥분해서 그런지 1시간 40분 내내 눈뜨면서 음악 들으면서 왔다(그리고 가끔 콜록대면서). 동대구 도착해서 혜갱네 집에 가서 혜은이랑 어머니랑 오랜만에 보고 말로만 듣던 아저씨도 첨 만나고 맛있게 저녁먹고. 집에 와서 거실에 누워서 무한도전 보면서 정신없이 웃고. 고민 안하고 단순하게 사는 거 참 좋다. 문제는 단순함에서 깨어나는 순간 그동안 밀려뒀던 고민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한다는 거지만.

  내일은 외도 간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버스 안 놓치는게 관건이다. 나머지는 준비 끝. 일찍 자야지.

2007/05/26 21:42 2007/05/26 21:42
  • 혜갱 | 2007/06/02 18:50 | PERMALINK | EDIT/DEL | REPLY

    단순함에서 깨어나는 순간 그동안 밀려뒀던 고민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한다는 거지만.

    완전동감이야.
    어제 저녁 제정신이 들고나서 제일먼저 한일은
    책상 치우기!
    그동안 농땡이 친 흔적이 역력했어. ㅋ
    부디 순탄히 트레블 메이트를 찾을 수 있기를...

  • 선영 | 2007/06/02 22:20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나 아까 무심코 달력 보다가 깜짝 놀랬다. 벌써 6월 2일이라니 ㅜ_ㅠ
    남은 동안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건지, 아님 열심히 놀아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당
    아마 둘 다 해야 하는 거겠지?! <개강하기 전에 하고싶은거> 리스트 7개를 다 끝내고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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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 유쾌한 유령 :: 2007/05/2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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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 유쾌한 유령 >
2007. 5. 25 대학로 블랙박스 씨어터, 혜갱이랑.

  서울대공원에서 동물들이랑 천진난만한 시간을 보내다가;; 지하철 타고 혜화역으로 가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다. 저녁 8시 공연인데 대학로에 도착했더니 7시 45분이었고 소극장 찾느라 헤매다가 시간 좀 날리고 간신히 찾았더니 입장 5분전이었다. 그런데 배가 고팠다... 짧은 시간 동안 머리속으로 수많은 고민을 하다가 근처에 KFC로 뛰어가서 징거버거세트 시켜서 둘이서 5분만에 다 먹어치우고 다시 소극장으로 갔다. 그나마 다행히 소극장답지 않게 좌석이 지정석이었고 난 미리 예매해놔서 맨 첫줄 가운데에 앉을 수 있었다. (왜 이럴 때 괜시리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 확실히 난 사악한 면이 좀 있다...) 이상하게 대학로에 연극보러 올 때면 극장에 제 시간에 가는 법이 없다. 맨날 헐레벌떡 뛰면서 급하게 저녁먹고 극장 못찾아서 헤매고... 길치인가 -_-ㆀ

 희극 치고는 그렇게 많이 재밌는지는 모르겠는데, 계속 웃음을 자아내는 연극이었다. 순간순간 적절한 타이밍과 행동과 말대답으로 웃기게 만드는 면에서는 연극 라이어와 약간 닮았다. 특히 소설가 루스의 전 아내인 엘비라의 유령과 두번째 부인인 루스와 이렇게 셋이서 같이 있을 때 더욱 그랬다.

  그나저나 엘비라가 등장했을 때 놀랬다. 일단은 베란다의 커텐을 열면서 스르륵 등장하는데 순간적으로 "와 너무 예쁘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얼굴이 온통 하얘서 무섭긴 했지만... 사실 얼굴이 인형처럼 예쁘다기보단 분위기가 그랬다.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다. 동작 하나하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또렷하고 명확하게 들리면서 관객들에게 화살처럼 전달되는, 한마디로 '꽂히는' 기분. 울 극회에서 이런 사람은 내 기억에 딱 한명 있었는데 그 사람이랑도 이미지가 비슷했다. 반면에 이 연극에 등장하는 또다른 한 명은 비중이 꽤나 컸는데도 발음이 입 안에서 안나와서 내가 맨 앞줄에 앉아 있었는데도 말이 조금만 빨라지면 알아먹기가 힘들었다. 슬픈 일이야. 예전같으면 아무 생각없이 연습부족이라고 했을 텐데, 요즘은 이런 게 결국 타고난 거지 싶다. 그런 거지 뭐.

  강신술을 하던 아줌마(?)인 아르카티는 정말 특이한 캐릭터라서 그런 캐릭터를 지켜본다는 자체가 즐거웠다. 마치 영화배우들이 "이런 배역을 한번쯤 해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할 듯한 그런 느낌. 어떻게 강신술을 그런 식으로 해석해서 만들 생각을 했을까. 역시 연극이 가진 매력 중 하나는 상식을 깨는 즐거움이다.

  요즘은 영화보다 연극이 더 재밌다. 영화가 너무 볼 게 없어서인지도 모르지만. 캐리비안의 해적은 맨날 매진이고 슈렉은 아직 개봉을 안해서 아무래도 당분간은 연극에 매진해야 할 듯. 학교에 다시 끌려가기 전까지 미친듯이 제대로 놀거야... 연극 나무물고기도 재밌다던데. 요즘 마침 연극공동체 소극장 네트워크 페스티벌도 한다. (페스티벌이라는데 입장료가 그닥 싼 거 같지는 않다;;) 학교 안 가니 시간이 남고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해서 좋다. 먹고 살 길만 생기면 이대로 계속 학교 안 가도 좋을 거 같아.

2007/05/26 00:03 2007/05/2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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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늦었다;; :: 2007/05/23 22:29

미뤄뒀던 일들을 한두 가지씩 한다
그리고 결과를 보며 항상 깨닫는다

역시 좀 더 일찍 했어야 했어.....

하지만, 하기가 싫다는 거. 귀차니즘의 마력에 빠져버렸어.

2007/05/23 22:29 2007/05/23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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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a Mess :: 2007/05/22 23:09

생활 자체가 엉망이다 마음도 엉망이다
둘 중에 어느 게 먼저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둘 다 엉망이다

밤낮으로 열두시간 넘게 자는데 자는 내내 악몽에 시달린다
안 자려고 버텨도 결국 어느샌가 잠들고 만다
힘들다 못해 이젠 짜증까지 난다. 대체 언제쯤 이 악몽들이 끝날지...
아침에 도저히 일어날수가 없어서 계속 운동하러 안갔다 
수영강사랑 요가강사한테 전화까지 왔다 왜 안오냐고;
오늘은 화요일이라 서강대 성서모임에 갔어야 하는데 아예 잊어먹고 있다가
저녁에 도서관에서 돌아오면서 생각해 냈다
막상 도서관에 갔지만 심란한 마음에 아무것도 들어오질 않아서
감염학책이랑 족보 펼쳐놓고 삼십분 동안 앉아서 한 페이지를 계속 쳐다보다가
짜증나서 책 사물함에 박아놓고 집으로 와버렸다

고비 하나를 넘겨서 적응할만 하면 다른 게 또 찾아온다. 어쩌면 원래 사는 게 그런 건지도 모르지...
그래도 맘에 안 드는 건, 남들처럼 평범하고 일상적인 걸로 좀 고민해봤으면 하는 거.
누가 나한테 했던 말처럼, 나도 성적이나 동아리나 남자친구 문제 같은 걸로 좀 힘들어해봤으면 좋겠다 싶은데
막상 그런 건 내가 남들 상담 다 해주고 내 자신은 그런 거랑 상관없는 이상한 것들 때문에 속썩여야 하다니.
남들처럼 일상적인 고민들이 날 괴롭히면 선배나 친구들이 날 도와줄 수도 있을 거 아냐.
이런 건 어디가서 말할 수도 없고 참;;

원래 사는 건 그런 거라는, 영원히 죽을 때까지 그럴 거라는, 누군가의 대답.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미리 겁먹고 울고 걱정하지 말기.

본과 1학년을 세 번째 하는 건 별로 겁나지 않지만,
낯선 사람들과 함께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새로운 생활
그 동안 쌓아뒀던 인간관계가 모조리 사라지고 그래서 다시 새로 다 시작해야 하는 것도 이젠 지겹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 시험 전날 자판기 커피를 계속계속 마시면서 자학실에서 밤새 외우는 것도 무덤덤하지만
이혜연 선생님께 깨지면서 해부실습대 한켠 구석에 티슈를 쌓아 가며 하루 다섯시간 해부실습도 모자라
저녁까지 밤까지 이어지는 엑스트라에 그 다음날 아침 해부실습 쪽지시험 준비도 그러려니 하지만

그렇지만 제일 걱정되는 건, 나도 이젠 지쳐버렸다는 사실...
더 이상 생활이 열정적이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고, 그러기엔 너무나 지쳐버렸어.
'의무감'이 이끄는 생활은, '재미'만큼 큰 원동력을 주진 않는다

어쩌면 모든 생활을 '재미'로만 생각해 온 나에게 있어 원론적인 문제인지도 모르지.

2007/05/22 23:09 2007/05/2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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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저냥. :: 2007/05/20 15:39

제목을 써놓고 나니 이게 문법에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전라도 사투리인가? 아님 표준말이긴 한가?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

내 느낌으로는 잘 살고 있는 거 같은데 내 행동을 보면 또 아니다
요즘은 안 깨고 잘 자는 거 같은데 여전히 자는 동안 꿈 속에서 내내 시달린다
그게 싫어서 잠들기도 싫은데 또 하는 일도 없으면서 밤 열두시만 되면 잠이 쏟아진다
뭔가 바쁘긴 한데 따져보면 남는 건 하나도 없다. 실속없는 생활.

모르겠다. 하긴 자기 자신을 제일 잘 아는 사람도, 제일 잘 모르는 사람도 나니까.

익숙해진다는 건, 좋기도 하지만 때론 무섭기도 하다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행복하게 살고 싶다. 하지만 지금같이 불규칙적이고 엉망인 생활에 이미 익숙해져버렸다.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이 열심히 살고 있는 걸 보면 '예전엔 나도 저랬었는데...'하는 생각만 들 뿐.
현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과 현실 앞에서 지치고 포기하고 무너지는 것 사이의 차이점을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뭘 하든지 말든지 시계는 계속 움직인다

2007/05/20 15:39 2007/05/20 15:39
  • 학교를 탈출하고 싶은 이선생 | 2007/05/21 15:52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래도 교육부의 시계는 돌아간다" 는 말이 있지.
    아무리 독특하신 윗분들이 오셔도 참고 견디면 결국 지나간다는 뜻이었는데.

  • 선영 | 2007/05/21 23:0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참고 견디면 시간이 해결해준다... 정도인가.
    내 경우는 해야 할 일을 안하고 버티고 있다는 의미 정도?
    이성은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내 몸은 전혀 상관치 않고 시간만 흘려 보내는 중.
    오늘 뭔가 하나를 했는데 내일 나올 결과가 걱정스럽다... 좀 더 일찍 했어야 하는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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