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쓰기 :: 2007/09/21 03:02

오랜만이다. 작년엔 순환기 한 번 쓰고 끝이었나?
이번에도 안데르센님의 내분비 생리인데 한시간짜리라서 아주 날로 먹겠구나 좋아했었다
그런데... 아까 열시에 시작했는데 이제사 끝났다. 거의 한시간짜리 랩을 번역한 느낌...
피피티랑 설명 달라서 둘 다 번역하고 듣고 적어내고 ㅜㅠ 해부족보 쓸 걸 그랬나;

호르몬에 에너지 대사라서 온갖 도표와 그래프와 그림들이 난무하고,
플러스 하이퍼 하이포 프라이머리 세컨더리 콘제니털 등등의 질병까지 더해주시니 아주 제대로다.
예시로 껴들어간 거라 생각하고 가볍게 넘겨주려고 했는데 문족 보니 꼭 그런 건 시험문제에 나오더라.

어떤 사람이 치과에 갔다가 잇몸이 착색된 걸 발견하고 병원에 왔는데 그건 왜 그럴까요?
누가 갑상선제거수술을 한 뒤에 갑자기 테타니를 일으켰다. 왜 그럴까요?
어제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하루종일 굶었더니 식은땀이 나고 현기증을 느꼈다.
지금 체내에서 어떤 내분비계가 돌아가고 있어서 이런 반응이 나타날까요?
관여하는 호르몬들을 말하고 플로우차트로 설명해볼까요?

어쨌든, 땡시도 끝났고 족보도 끝났고 내일 자리 맡으면 추석 동안은 쉴 수 있다
추석 끝나자마자 시험이라지만, 이제 그 정도로는 타지 않아. 아직 방학이 많이 남은 듯 느껴진다
날 괴롭히는 그거 하나만 좀 해결되면 좋겠는데. 하루종일 내 일의 효율을 긁어먹고 있다
고민 망설임 걱정 후회 두려움 모든 감정들이 뒤얽혀서.
스트레스. 메스꺼움. 입덧 하는 애처럼 음식 냄새조차 싫다.

그냥 자기 억울해서 더 놀다 잘래.

호필님은 여전히 멋있다. 저런 남자 있으면 당장 달려갈텐데; 드디어 내 삶의 즐거움 하나가 시작이다!

2007/09/21 03:02 2007/09/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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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립할 수 없는. :: 2007/09/20 16:20

덕분에 어제 오후부터 지금까지 내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땡시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내내 머릿속엔 딴 생각들
플라스틱 판들은 그렇다 치고 바륨 조영한 사진들을 들이대면 어쩌라는 거야
하필 첫 문제가 조영제로 허옇게 채워진 막창자 사진이 걸려서 순간 당황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위아래 아무것도 없고 달랑 들문부터 날문까지 보이는 위 사진이 있질 않나
처음엔 그냥 하얀 덩어리 하나가 보여서 대체 이게 뭔가 한참 생각했다
오죽하면 초음파 사진에서 fetus가 보이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25초 중 23초 동안 생각해서 위라는 걸 알아내고 나니 종이 울렸다
그래도 어쨌든 답 썼다.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도무지 양립시킬 수 없는 사탕발림과 현실론 사이에서 사실이 뭔지 제대로 알아야겠고
내가 뭘 하고 싶은건지 이 상황에서 무얼 선택해야 그나마 차선책이 될 건지 생각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필요한 건 그걸 실행할 수 있는 용기. 결단력. 무모함.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대신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올해 들어 두 번째로 기분 더러운 나날들이다
안 그래도 힘든데 이젠 날 종일 메스꺼움에 시달리게 만들었군요
하긴 어차피 요즘 별로 먹는 것도 없어서 그렇다고 그닥 달라질 건 없다
물론 앞뒤 맞지 않는 말을 한 사람이 또 있긴 하지만 이런식으로 달려든 건 아니었지.

날 도와주고 있다는 착각. 그 속에는 당신의 생각, 당신의 가치관을 칼날처럼 품고 있다는 거.
결론이 어떻게 되던지 간에, 당신은 날 원점으로 되돌려놨어. 아니, 그 이하로.

2007/09/20 16:20 2007/09/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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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 땡시 전날 :: 2007/09/20 02:11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사는데 - 그러니까 하루하루 주어지는 시간에 감사하며 지내는데
오늘같이 누군가에게 나에 대해 설명하고 나면 내가 참 비참(?)하다는 생각이 든다
말하는 동안 내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쳐다봐서 그런 거 같고,
무엇보다 듣는 사람이 보여주는 반응들이 참... 그렇다.
물론 나쁜 의도가 아니라는 거 알지만, 염려해주는 그 몸짓 하나하나가, 말 한마디가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그만큼 내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는 걸 의미하니까.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시각으로 날 도와주려 하지만, 혼란스럽다
결국은 내가 원하는 결과가 무엇인지에 달려있고, 결정은 내가 해야 한다는 거.
아무도 내 삶에 대해서는 책임져주지는 못하니까.

그나저나 학교에서 나 좀 내버려뒀으면 좋겠다. 어차피 별로 도움받을 것도 없는데.
필요한 게 있다면 진작에 내 발로 알아서 찾아갔을테니.
요 몇년간의 경험상, 우리 학교는 말로는 도와주겠다고 하면서 막상 현실적으로는 그닥 도움 안된다
상담해준다 도와준다 찾아와라 엄청나게 강조하고 도와줄것처럼 그러면서,
막상 가면 나도 의대 다녔으니 다 안다 뭐 별거 아니니까 괜찮다 이런 식이었지...
지금 난 오히려 다른 곳에서 훨씬 많은 도움과 격려를 받고 있으니. 그냥 나 알아서 살게 해줘요.

하필이면 해부 땡시 전날에 날 이렇게 혼란스럽게 만들어놓다니.
그래 내 마음도 마구마구 헤집어라.

2007/09/20 02:11 2007/09/20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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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othyroidism :: 2007/09/18 17:27

아까 내분비 수업시간에 하이포사이로이디즘을 배웠는데 그 순간 어 이거 나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살찌고. 피곤하고. 귀차니즘. 그래. 나랑 딱 맞잖아.

수업 끝나고 예원이랑 그 이야기 했는데,
작년에 그래서 누군가가 이거 아닌가 싶어서 병원에 가서
이러이러해서 제가 그거인거 같아요 검사하고 싶어요~ 이랬는데
막상 결과 나온 담에 의사샘이 운동 열심히 하고 군것질 하지 말고 먹는 거 줄이세요 하고 말했다지; 안습;;

아 그런데 조금은 심각하게 이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번에 잠깐 수치가 내려가서 약 줄인 다음에 괜찮아지기도 했었고
괜찮아져서 이번에 다시 약 늘리면서 증상들이 나타난 거라서 더 그렇기도 하고...
정말 나 어쩌면 drug induced hypothyroidism 이 아닐까?

사실 의대생의 약점인 hypochondriasis 일지도 모르고
맨날 수업듣고 시험보고 (음주가무하고) 졸려하는 전형적인 본1 신드롬일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TH 결핍인지도 모르겠다 으으

어차피 외래 가려면 보름도 더 남았고 그렇다고 다른 데까지 가서 검사하는 것조차 너무 귀찮다
내가 직접 샘플링해서 택배기사가 받아갔다가 결과 메일로 보내주는 그런 서비스는 없으려나.

오늘도 피곤에 쩔어서 사람들이랑 말 거의 안하고 계속 잠만 잤다
쉬는시간에 자고 점심시간에 자고 현미경보다 자고 수업끝나고 자학실에서 또 엎드려 자고...
이러다가 사회생활 다 망가지겠어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업 끝나고 해부 오픈랩 (대략 10분정도 날림으로) 보고 난 뒤 마치 감기약이라도 먹은 듯 졸면서 동방으로 가 소파에 누워 자려던 순간에 동방에 들어온 김준휘와 왜 너는 맨날 동방에 박혀 있냐고 서로 까대다가 금새 잠들어 일어나보니 창밖은 어둡고 폰을 봤더니 8시어서 꽤나 우울한 마음으로 자학실로 돌아와 해부 아틀라스를 뒤적거리는데...
... 현정씨가 이 쿠키를 줬다! 아 너무 예뻐서 아까워서 못먹겠어
숙사에서 이런 걸 만들 수 있다니, 역시 현정씨다 ^-^

결국 집에 들고와서 책상 위에 두고 보며 흐뭇해하는중 ㅋㅋ

2007/09/18 17:27 2007/09/18 17:27
  • 선영 | 2007/09/19 20:3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 아직도 쳐다보고만 있어 히히 게다가 저 초콜릿 칩들을 보고 완전 반해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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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 2007/09/17 19:31

좀 자고 일어났더니 살 것만 같아. 하지만 내일 해부 오픈랩이라 또 오늘밤 뭔가 좀 집어넣고 가야 한다;
목요일 해부 땡시면 전날에 밤 새서 바를테고, 목요일에 땡시치고 나면 밤새서 족보쓰고 금욜 아침에 넘기고,
금욜에 수업듣고 나면 금욜 밤에 밤새서 자학실 자리 맡고... 이번주 정말 산넘어 산이다 흑흑

제목이 뭔가 맘에 안 들지만 더 이상은 생각해 낼 수가 없다.

여튼. 예전부터 이 생각을 가끔 했었는데.
학생이 학교 병원에 가면 치료받은 내용들이 원래 룰대로 -_-; 비밀이 보장될까?

이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건 예전에 세브란스에서 며칠 살았을 때.
별 생각 없이 들어갔는데(는 아니고 만나는 인턴 레지 교수님까지 맨날 퇴원시켜 달라고 왕왕 졸랐지만;;)
이게 아침에 회진 돌 때는 동문 선배가 같이 왔고, 검사 하러 가다가 담임반 선배 마주치고,
병실에 있기 넘 답답해서 잠깐 나갔다가 친구들 만날 뻔해서 막 숨고.
에이비지 하면서 네 번 안되고서 다섯 번 만에 성공한 인턴 선배, 내가 후배인 걸 알기에 화 못내고 헐헐
그렇게 살면서 어 이런 거야? 이건 좀 아냐; 라고 생각하다가 곧 잊어버림.

좀 지나서 피비엘 모듈 하면서 또 그 생각.
물론 케이스에 나온 사진들 보면 얼굴은 꼭 눈 부분에 까만 테이프가 붙어서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EKG나 sono 같은 거 한쪽 구석을 보면 작은 글씨로 날짜, 환자번호, 이름, 나이 등등이 보인다.
가끔 그 사람의 이름이나 나이를, 날짜를 보면서 딴 생각을 했었다.
이름이 특이하네? 아 나이도 젊으신데 이런 걸; 등등.

얼마 전에, 정원이한테 그런 말을 했다.
동아리 선배가 실습돌다 아파서 입원했는데,
같이 실습 돌던 친구들이 언니 차트를 더 빠삭하게 알고 있더라고.
가끔 병문안 왔다가 너 검사 결과가 이렇대~ 와서 말해주고...
난 언니가 "내 씨티를 친구들이 봤는데 금니가 번쩍거리더래"라고 했던 말이 넘 웃기고 인상에 남았었다 ㅋㄷ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정원이한테 그 말을 했더니
정원이가 "어 그게 우리 이번 모듈같아~ 선생님이 이번 건 실제 의대생 케이스라고 했거든" 이라고 말하는거다!
헉. 이젠 의대생이 피비엘 모듈에도 등장했어. 뭐 물론 언니의 동의를 받았겠지만(그랬을까?!)...

사실 실습을 안돌아봐서 폴리 돌면 어느 정도 차트들을 볼 수 있는지 난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손으로 차트 쓰던 예전보다는 더 접근하기 쉽겠지?
(그러고보니 예전에 손으로 차트 쓰던 시절, 난 어떤 과에 다섯 번 정도 다니는 동안 차트가 두 번 사라졌다
나중엔 검사 결과가 사라져서 도리어 나한테 결과가 어땠냐고 물어보는 낭패스러운 일이...)

확실히 의대생이라고 하면 그 순간 외래 우선 예약부터 이런저런 푸시, 심지어 모모 선배의 말에 의하면
소아과 병동에라도 병실을 마련해줘서 입원할 수 있게 해주는 ㅎㅎ 온갖 편의가 보장되긴 하지만,
그래도 이혜연샘이 이번 여름에 뭘 하셨다더라 하는 것까지 애들이 대부분 다 알고 있는 걸 보면
난 아직까지는 아무리 아파도 학교 병원은 가기 싫다. ( 남들이 보면 호사스럽다 하려나;;)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들은, 현실적인 걸까 아님 괜시리 쓸데없는 걸까.

라고 적고 났더니 순간 지금 제일 현실적인 건 로헨을 쳐다보는 거야; 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오늘 점심 한 끼 먹었는데 계속 배부르고 뭔가 편하지 않다. 나 요즘 정말 이상해졌다.
가끔씩 아주 달작지근한 과자 말고는 별로 당기지 않는다. 식도락이 없어지니 뭔가 허전해.

2007/09/17 19:31 2007/09/1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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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걸음질 :: 2007/09/17 00:05

자학실이 점점 추워진다. 무릎 담요 가져온 담에 가운 도로 사물함에 갖다놨었는데
추워서 결국 도로 자학실로 되가져왔다. 가운 입고 담요 둘러도 너무 춥다. 마음이 추운건가;;
그래도 간만에 공부 잘 되니까 그냥 그거 하나로도 이젠 고맙다. (그러나 너무 늦게 시작했다는거 ㅡ_ㅡㆀ)

이미 밟아온 과정을 다시 되돌아가고 있는 건 왜 그런건지.
의미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맞아. 가슴이 머리를 따라가지 못하는거야.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음악 들으면서 공부한 적 없었는데.
내 맘대로 뛰어 넘어버린 감정들을 결국 뒤늦게 다시 겪고 있는거야?

내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거 같으면서도 알 수 없는 상실감이 느껴지는 이상야릇한 기분.

날 되돌려줘.


... 시험 끝났다. 점심 먹으면서 소연이가 이제 시험이 (분기말 빼고) 열네번밖에 안남았다고 말해줬다!!
셤 끝난 뒤 깜박 잊고 자학실에 가운 두고 수업 들어가서 수업시간 내내 웅크려서 수업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아 완전 치명적인 실수였다 ㅜㅠ 너무 추워서 교수님이 뭐라 하시는지 하나도 머리에 안들어오고;;

오후에 피비엘 수업만 아니면 일찍 집에 가서 놀았을텐데 피비엘 싫어. 우리 튜터님 오늘은 또 뭐라 하실지.
제발 두시간 안에만 끝내줬으면 좋겠다.
맨날 중간에 껴들어서 잔소리 하시면서 왜 우리조는 항상 늦게 끝나냐고 그러시는 거에요? -_+

2007/09/17 00:05 2007/09/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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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 2007/09/16 00:58

extreme fatigue
anorexia
dyspepsia
weight gain
amenorrhea

대체 결론은 뭐지...? 
나 미쳤나보다. 먹을걸 봐도 아무 느낌이 없다. 하루 한 끼도 안챙긴다. 정말 나답지 않다.
그런데 살이 찐다. 이해 안 가. 억울해. 더하기빼기의 법칙이 깨지기라도 한거야?
기초대사량이 줄어들지 않는 이상 이건 말도 안된다고...  
여전히 자도자도 피곤해서 이젠 사고정지... 모든 일에 무관심...

개발새발 발로 쓴 족보보다가 짜증나서 일기에 분풀이. 이런 이기적인 인간같으니;;
이럴거면 차라리 안 쓰고 조용히 사는 게 민폐를 줄이는 거지.
작년 족보들은 이런 분위기 아니었는데, 올해는 나오는 족보마다 꼭 한두명씩 이런 식이니 원.  

2007/09/16 00:58 2007/09/16 00:58
  • 비밀방문자 | 2007/09/16 01:56 | PERMALINK | EDIT/DEL |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비밀방문자 | 2007/09/16 02:08 | PERMALINK | EDIT/DEL |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선영 | 2007/09/16 12:5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 정말 이해안되는 족보 쳐다보려니 죽을맛;; 결국 맨날 작년 족보 쳐다보고...
    어서 와~ 나 결국 똑같은 부분 보다 보다 화나서 또 컴실에 들어오고 말았어; 내 옆자리에서 나 좀 붙잡아줘!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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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모드로. :: 2007/09/14 01:36

아침에 "아직도 원뷰를 못했어"라는 한 마디로 날 순식간에 버닝모드로 돌입하게 만들어준 ABC 감사.
다 치유된 다음 마지막에 완벽한 감기 바이러스를 내게 선사한 옆자리 태형이에게 감사.

오한 발열 두통 콧물 기침 가려움까지 겪었으니 이제 결막염 그리고 회복 과정만 남았나 아아아아아
비비면 안 되는걸 알면서도 눈이 너무 가려워서 참을수가 없다 코도 가려워
어제 결국 침대에서 뒹굴대다 아침을 맞이하는 바람에 아프고 피곤하고 졸린 상태에서
구내식당에서 플라스틱 식판에 담긴 점심을 먹으려니 괜시리 서러워져서. 정원이랑 푸드코드에서 점심 먹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으로 기분 업. 근데 이거 맞는 건가? 감기 걸렸는데... 먹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운으로도 모자라서 극회동방에 보관중이던 담요 가져와서 덮으면서 자학실에 상주.
그래도 춥긴 했지만 어쨌든 포근하니까 기분은 좋았다~ 정원. 옆자리에서 같이 있어줘서 고마웠어 :-)
아. 집에 오긴 왔는데 족보를 더 보다 자야 하는데 약간 졸리기도 하고... 고민고민.

추석 끝나고 여유 생기면 택트 하나 장만할래.

2007/09/14 01:36 2007/09/14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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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ichen :: 2007/09/12 22:54

아침에 해부실습 세시간만 하고 수업이 끝나버렸다. 간만에 느껴보는 여유로움.
정원이랑 벼르고 벼르던 더 키친에 가보기로 했다. 맨날 맛있다는 소문만 들었다.
제중학사 주변에 있다는 정보 하나만 믿고;; 무작정 제중쪽으로 갔다.
첨엔 제중 입구 맞은편에 어떤 카페 들어간 다음 어 여기가 아닌거 같아? 이러고 다시 나오고;
어학당까지 올라갔다가 아닌거같아~ 이러고 다시 내려오고.. 여튼 이런 삽질 끝에 드디어 도착.
난 왜 "국제학사 1층" 이라는 말을 "어학당 1층" 이라고 알아먹었을까.
제중학사도 기숙사. 국제학사도 기숙사인걸. 바보 -_+

초록빛이 우거진 오솔길 하나만 지나왔는데 분위기가 확 다르다
외국인들도 무지 많고(하긴 외국인들 사는 기숙사니 당연하지;) 메뉴도 다양하고.
커피 스무디 샌드위치 파니니 스파게티 피자 등등등.
여기 스파게티 맛있다는 소문 들어서 그걸 시켰다. 정원이는 샌드위치. 그리고 무한리필되는 소다.
(신선한 과일주스에 굶주린 두 자취생은 환타 파인맛과 포도맛을 맛있어하면서 즐겼다지...)

아는사람 우글우글대는 구내식당이나 병원푸드코트를 벗어나 여기 왔더니 꼭 여행온 기분이었다. 행복해.

...그런데 다 먹고 일어서는 순간 다음 사람이 우리 자리에 앉았는데, 얼핏 봤는데,
헉 짤튀님 닮았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눈이 마주쳤고 난 급히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뒤에서 자세히 관찰했는데 확실히 짤튀였다. 아내와 딸과 함께.
1. 아니 해부실습실의 기억을 잊으려 왔는데 여기서 하필 만난단 말야??
2. 아. 짤튀님에게도 가족이 있었구나. 신기하다...

이제 내일 실습하고 추도식 하면 우리 카데바랑도 안녕이다.
오늘은 반반의 확률로 온전한 하체(?) 혹은
허리에는 트랜스버스컷, 골반쪽은 정확히 정중으로 사지탈컷이 가해진 카데바가 걸리는데
우리조는 아주 고맙게도 두번째에 당첨되었다. 게다가 여자분이라서 별로 할 일이 없었다 후후
플러스 옆 조에서 구조가 좀 더 많은 부분을 가져가버려서(좋은건가?-_-) 정말 할 게 없더라.
우리꺼에는 자궁도 거의 안남아있고 방광만 보이고 뭐 각각의 터널;들은 다 저쪽으로 가버려서...

실습하는 동안 가끔 카데바에 이름을 지어주기도 한다. 주로 그 카데바의 외모나 특징을 살려서.
어차피 검사 안하는 정인혁샘 실습. 그냥 심심해서 속엉덩동맥 가지들 여기저기 파헤치다가 무심결에 물어봤다.
"혹시 우리 카데바에도 이름 있어?" "망고할머니요." 곧바로 대답이 돌아온다.
"왜?" 라고 묻는 순간 바로 깨달았다... 아. 정말 딱이다...

울 할머니는 사인이 동맥경화다. 예전에 이름만 들었을 때는 심장쪽 대동맥부터 딱딱해지는 건가? 하면서
별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심장부분 할때 보니 대동맥은 부들부들했다.
그런데 그 밑에 가슴대동맥부터 장난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경화"다. 장난 아니다. 두꺼운 플라스틱 빨대같다.
혈관을 좀 움직이고 들어내면서 가지들을 찾아야 하는게 이게 꿈쩍을 안한다. 에휴.
오늘도 동맥가지 찾는데 애먹으면서 에이 몰라 이러고 좀 하다가 던져버렸다. 넷이서 돌아가면서 그랬다.

내일도 오전수업밖에 없다. 어차피 결국 밤까지 자학실에 있을테니 별 차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좋아.

2007/09/12 22:54 2007/09/12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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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황. 딱 두가지. :: 2007/09/11 21:50

하나. 사람이 극도로 졸리고 피곤하면 까칠해진다. 바로 옆 사람과도 말 한마디 안한다.

둘. 일찍 자도 아침에 졸고 오후에는 피곤하다. 늦게 잠들어도 아침 온종일 졸고 있다. 수업시간 내내.
 .... 그러므로 오늘부터는 늦게 잘거다. 안그러면 도저히 공부할 수가 없다. 밤 아홉시에 겨우 잠이 깨는걸;;
 아홉시... 그때쯤이면 또다시 약 먹을 시간이다; 어쩌라고 -_+

안그래도 저번학기 순환기랑 이번에 소화기 중간평가 완전 말아먹어서 스트레스 받는 와중에
누가 오늘 나한테 "그래도 언니는 공부 잘하잖아요~"라는 말을 했다. 뭐?!
아 정말;; "공부를 잘했다"는 과거형이라면 또 모를까, 내 시험지를 보여줄수도 없고;;;

모든 사람들이 내가 학교를 잘 다닌다고 착각하고 있다
그래, 수업시간 내내 셋째줄에 앉아서 미친듯이 졸고 오후 내내 피곤해서 동방에서 잠들고
밥보다 자는게 좋아서 하루에 한 끼 챙겨먹기도 힘들고 밥을 먹는다는 것조차 낯설게 느껴지고
그러다 저녁에 유령처럼 자학실에 잠깐 붙어서 족보 몇 페이지 보다가 집에 와서 잠드는게 정상이라면야.

이렇게 비비 꼬인 말들을 일기에 적고 있지만, 사실 그렇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
그래도 오늘 하루는 평온하게 소중하게 살아갈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내일도 그랬으면.
어쨌든, 졸리던지 피곤하던지 간에, '내 자신'으로 살았으니까, 그거 하나로도 감사합니다.

2007/09/11 21:50 2007/09/1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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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하기, 외면하기. :: 2007/09/10 04:00

사람은 정말 간사해서 원하던 걸 이루고 나면 더 큰 소망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현실은 부정하고, 외면하고, 도망쳐버린다.
자기보다 낮은 위치를 내려다보면서 마음을 다잡다가도
어느새 높은 곳을 바라다보며 자기 자신을 비교하고 슬퍼한다.

결국 그 둘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

잘못된 연관성, 그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깨달아야 할 텐데...
내 의지로 입력된 게 아닌 만큼 내 의지로 쉽게 지울 수는 없다.

조용한 새벽, 내가 좋아하는 시간, 즐기고 있다. 현실은 어느새 잊어버리고.

2007/09/10 04:00 2007/09/1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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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논리 :: 2007/09/08 16:58

내 생활이 점점 모 아니면 도로 변해가서 싫다
내 생각이 점점 고정관념에 얽매이고 있어서 싫다

피곤하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반나절을 분당을 오가는데 써버려서. 삽질도 하고.
아프다. 아무래도 강의실의 누군가에게 감기를 옮겨받았나보다. 차라리 시험 전에 일찍 끝내는 게 낫지 뭐.
졸리다. 이엔티책 스캔해서 상만이한테 보내야 하는데 귀찮아서 어제부터 미루고 있다.
졸리면 정말 만사가 귀찮아진다. 주말이니까 실컷 자고 일어나서 좀 생각해 봐야겠다.
자고 일어나서 졸리면 또 자고 그러다 보면 주말 지나가고 결국 족보 하나도 안보고 다시 월요일인가?
역시 그래도 일단 자고 일어나서 생각해볼래. 데드라인이 다가오면 어떻게든 하겠지. 더 효율적일지도 몰라.

그래도 시험 없어서 맘 편한 주말. 아파도 괜찮고, 졸려도 괜찮아서 다행이야.

2007/09/08 16:58 2007/09/0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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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여버리다 :: 2007/09/07 21:52

내 맘대로 컨트롤할 수 없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는 건 어렵고 속터지고 짜증나는 일이다

머리굴리고 찾아가고 전화질하고 쌩난리를 쳤지만 역시 어떻게 해결할지 답이 안나온다
그거 아니라도 요즘 몸 상태 최악이라 결국 오늘 해부실습때 졸다가 짤튀한테 제대로 걸렸는데...

기분이 '많이' 나쁠 때 하는 대부분의 행동을을 논스탑으로 질주했다
집에 오는 길에 스무디킹에서 슬림엔슬림스트로베리를 샀고,
새로 생긴 QUZNOS SUB에 들러서 샌드위치를 사서 집에 들고와서
마녀배달부 키키 디브이디를 보면서 먹으면서 우울한 기분을 달랜 다음에
미용실에 가서 항상 내 머리 해주는 언니랑 수다떨면서 머리를 자르고
(파마도 해버리고 싶었는데 차마 그럴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참았다)
교보문고에 가서 책도 몇 권 사고 핫트랙스에 들러서 내 필통에서 사라져버린 펜 몇개를 샀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아사히 캔맥주와 안주거리를 샀는데 이건 마실까 말까 고민중이다
마지막으로는 맥주를 마시면서 넷서핑이나 미드를 봐야 하는데
망할 하나포스, 또 갑자기 내 노트북에 랜선 연결이 안되고 계속 에러뜬다
맨날 하나포스 해지하고 메가패스로 옮겨야지 생각하는데 학교 다니다 보면 바빠서 잊어버린다

정말, 오늘은 내 나쁜 습관들이 모조리 살아나버린 우울한 날이었다

2007/09/07 21:52 2007/09/0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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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목요일. :: 2007/09/06 12:14

별로 딱히 제목 붙일 게 없는. 그냥 비오고 피곤하고 졸린 하루.

어제 결국 12시를 못넘기고 잠들고 오늘 아침에 늦잠까지 자고 역시 아침밥 따위는 건너뛰고 학교로 달려왔는데
오늘 오전 이영호샘의 신장생리 4시간 연강 내내 자판기 커피를 홀짝거리면서 연신 졸기만 하고...
그냥 강의록에 줄그으면서 그래 난 이해한거야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고;
아직도 졸려서 색연필로 조직학 그림그리는 일 따위는 정말 하고 싶지 않지만 오늘이 데드라인이니 뭐.

잠이 안온다고 투덜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란 말이냐.

2007/09/06 12:14 2007/09/0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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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려 =_=ㆀ :: 2007/09/05 22:56

학교에서 수업시간 내내 졸다가(혹은 자다가) 집에 왔으면서
집에 와서도 또 침대로 들어가서 이제서야 나왔다

어떡해 어쩔거야 ㅜㅠ

차라리 계속 자고 새벽에 일어날까 아님 지금 할 일 하고 잘까 고민 약 30초.
내가 절대 새벽에 일어날 리 없다는 진리를 다시금 새기며 책상 앞에 앉았다.

아무리 자도자도 계속 피곤하기만 해. 가을이 오면 피곤한건가? (그런 법칙이라도 있는걸까??)
어서 빨리 주말이 와야 하는데... 금요일 저녁의 즐거움과 금요일 밤의 기다림을 지나가면 맘편한 주말!

2007/09/05 22:56 2007/09/05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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