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바닥에서 굴러다니기 :: 2005/11/15 22:05

2004. 1. 12.

설날이지만, 올해는 큰집에 못가게 된 덕분에
오히려 여유로운 설날을 가족들과 즐길 수 있었다.
아침에 세배드리고 차례 지내고 나서 오후엔 한가로움을 만끽.

누군가 "방바닥에서 엑스레이 찍기"라고 표현했던
바닥에 붙어서 살기-너무 행복했다 ^-^
저녁 내내 안방과 거실을 오가며 데굴데굴데굴데굴...
누워서 엄마랑 수다떨다가, 아빠랑 장난치다가
좀 심심하다 싶으면 몸을 쭉 펴고 팔을 위로 길게 뻗고
옆으로 몸을 비틀며 돌돌돌 굴러간다. 기분 좋아!

편한 옷-주로 내가 아끼는 잠옷-을 입고 구르고 다니면
몸 여기저기가 바닥에 닿는 느낌도 새롭고
시야가 계속 뒤집히는 거도 신기하고
무엇보다 일어나지 않고도 이동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지
더불어 엄마는 바닥청소해준다고 아주 조금; 좋아하신다.

내 마음의 가식을 뜯어내고 조금 깊이 들어가면.
사실 무엇보다 좋은 건 구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겠지.
마음껏 굴러다닐 수 있을 만큼의 넓은 공간에서 살고 있다는 것.
고시원 좁은 방에선, 기숙사에선 구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좁은 공간에서 살면, 마음도 좁아지는 것 같다. 답답해.
확실히 사람은 1평 반 짜리 좁은 고시원 방에서도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그건 필요조건일 뿐. 적어도 난 싫어. 특히 창문없는 방은 더욱.

사람이나 식물이나 역시 적당한 공간과 햇빛은
사람다운(식물다운) 삶의 필수적 요소이다.

2005/11/15 22:05 2005/11/1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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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틀 짜기 :: 2005/11/15 22:02

2004. 1. 5.

... 글을 거의 다 써가는 도중
실수로 컴터를 재부팅시키는 바람에 날.렸.다.

캠프 다녀와서 다시 써야지.

낼 일찍 일어나려면 자야 하는데, 언니랑 노는게 좋아서 자기 싫다.
잠도 안온다. 와라. 와라. 와라...

언니가 밤 새고 가는게 어떠냐고 하신다. 솔깃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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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올해 계획은 어떻게 세웠느냐고 물었다. 그 순간 뜨끔했다.
새해 계획을 안 세우고 산 게 벌써 몇 년 째지?
어느 순간부터 "새해"라는게 나한테는 별 의미 없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과연 12월 31일과 1월 1일은 많이 다른 날일까? 난 둘 다 그냥 똑같은 날들 중 하나일 뿐인데. 사실 하루하루가 다 소중하잖아.

그렇지만 내가 이렇게 무계획적으로 살아왔다니 하는 생각이 들어 나도 계획이란 걸 세워보기로 했다.
막상 생각해 보니 난 나름대로 계획을 대충 짜 놓은 상태였다 - 하고 싶은 거 다 나열하면 그게 계획이지 머! ^-^
다만 난 일년치 장기적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운 건 아니고 항상 수첩에 하고 싶은 걸 적어놓고 시간날 때 하니까.
방법과 이름이 좀 다를 뿐이였던 거야 ㅋ

<2004년 무엇보다 가장 크고 중요한 목표>
- 2005년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본과생이 된다!
전공과목 잘 들어서 F 안뜨도록 해야지.
나이먹어 머리 나빠지기 전에 빨리 공부 끝내야 한다.. ㅠㅠ
의사되는 길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좁아지는 거 같으니 -_-
<2004년 조금 중요한 할 일>
- 여름배낭여행을 간다. 해외자원봉사를 해본다. 뭔가를 배운다.
<2004년 하면 좋겠지 싶은 일>
- 겨울방학때 일어와 플룻을 배운다. 테니스 레슨 듣는다.
2학기때 좀 한가해지면 재즈댄스 다니고 싶다.
<2004년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지만 하고 싶은 일>
-컴터 공부 좀 더해야지. 경주랑 대구랑 부산이랑 여행가고 싶음.
과외 많이 해서 은행 잔고 채워야 이 모든 일들이 가능해질 테지만, 과연 과외 잡을 수 있을까 의심스러움.
테디베어 만들어보고 싶다. 수영도 좀 더 다녀서 고급반하고 교정반 들어가야지.

써놓고 보니 참 많구나. 저거 중 절반만 해내도 성공이겠다.
거창한 계획. 원대한 소망. 과연 그 실천은 가능할까?

내 귀차니즘의 극복 여부가 성공의 관건이지 머...
어느 순간부터 애들이 날 보면 "동선고려"를 떠올린다. 이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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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는 계획이라도 짰는데 2005년에는 짤 이유가 없었다.
『광혜 새 교육과정 - 2005학년도 1학년 학사편람』이라는 책자까지 친절히 제공하시는데
굳이 내가 짠다고 해서 시간표가 달라지겠느냐구 emoticon_00
결과적으로는 그 시간표를 제대로 바꿔버린 셈이 됬지만;

2005/11/15 22:02 2005/11/1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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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있는 내 집 :: 2005/11/15 22:00

2003. 12. 7.

요즘 현정이 홈피를 들락거린다.
현정이네 집은 참 좋다.
예쁘다는 말보다는 좋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내가 만들고 싶은 내 방이랑 많이 닮았다.

방학때 게으름 피우지 말고 노력 좀 해서
나도 집 하나 장만하고프다.
싸이월드 미니홈은 내 맘대로 디자인을 바꿀 수 없어서 싫다.
비슷비슷한 건 싫어 -*
뭐 스킨을 바꿀 순 있겠지만, 돈이 들잖아;;
스킨을 바꿔서 디자인을 바꾸는 것 조차도
결국 비스무레한 일이지 않던가.

ps - 결국 이 글 쓴지 2년여만에 현실로 이루다!
아... 인터넷 말고 현실에서 정말로 집 하나 만들어냈으면 더 좋았으련만 +_+

많이 들어와서 힛이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가까운 지인들이 찾아오는 게 좋다.
사람들하고 교류의 장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난, 남을 의식하면서 일기를 써야 할 것이기에
그러면 진솔된 이야기를 못할 거 같아서.

미니홈피를 특별히 홍보하지 않는 이유이다.

빨리 방학했으면!  

2005/11/15 22:00 2005/11/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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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의 이사 : 싸이월드에서 새로운 집으로... :: 2005/11/15 21:56

싸이월드 미니홈을 전세내어 산 지 벌써 3년이 다 되어간다
벼르고 벼르다가 드디어 따로 내 홈피를 완성했다. 정말 감개무량할 따름.....
예전에 첫번째 홈피는 만들어놓고 그리 뿌듯하지도 않았는데.... 그땐 고생 안하고 뚝딱 만들어내서;;
만들어 놓고 나니 그리 화려하지도 멋지지도 않아보이는데 이번 건 하느라 무려 5일이나 걸렸다
( CSI 다운받아 보는 걸 제외하고 가장 오래 컴퓨터에 매달려야 했다 )
무엇보다 제로보드가 이렇게 날 애먹일 줄은 몰랐다. 이건 일단 설치하면 관리하기는 편한데 문제는 설치가! 매우 까다롭다
계속 해독불능인 프로그래밍 언어로 에러뜨고 ㅜㅠ 나보고 어쩌라고;

싸이미니홈에 있는 글들을 프로그램을 다 긁어서 한꺼번에 옮길까 하다가
읽어보면서 간직하고픈 것만 하나하나 옮기기로 했다
다시 읽어보니까 재밌는 글, 유치한 글, 가슴이 아련해지는 글, 정말 다양하다.
지금 이렇게 쓰는 글도 몇 년 지나서 보면 유치뽕짝일지도;;
그만큼 내가 성장했다는 걸 보여주나보다.

옮기다 보니 싸이월드에 쓸데없는 걸 참 많이 올렸다는 생각도 든다.
스크랩 기능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조금만 신기하면 막 퍼왔었다. 막상 자세히 느끼지도 못하면서.
이제는 그럴 일이 별로 없겠지...

난 현실에서나 사이버상에서나 이사를 참 많이 다닌다.
집주소는 당연하고 홈페이지도 그렇고 메일주소까지도;
뉘 말처럼 여행복을 타고났나

2005/11/15 21:56 2005/11/1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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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2005/11/15 20:56

2004. 12. 5

시루와 성화가 강추했던 영화.

난 영화는 영화관보다 방에서 노트북으로 편하게 보는게 좋다.
헤드폰 끼고 볼륨 무지 키워놓고 무아지경으로 보는 거.
거기다 어두운 밤에 불을 끄고 노트북만 켜놓고 있음 더 좋구ㅎㅎ
LCD 액정이라 그런지 화질도 깨끗하고 ...
뭐. 그래서. 이거도 역시 다운받아서 봤다는 말.

처음엔 제목이 왜 저럴까 많이 궁금해했었는데
정말 순서대로 조제하고 호랑이하고 물고기들이 등장했다ㅋ
그 수족관. 여행갔을 때 나도 너무 가고 싶었는데.
유니버셜 스튜디오 가느라고 포기했었지 ^^;;
조제가... 호랑이 보면서 했던 말.
순간 찔렸다;

둘이서 잘 어울려 지내다가 결국 결혼에 성공해서 끝까지 잘 사는,
그런 말도 안되는 뻔한 러브스토리였다면 분명 실망했을테다.
너무나 현실적이라서, 한편으론 가슴 한구석이 아릴지라도
소설 속 뜬구름 이야기가 아닌 내 주변의 일로 느껴지는 게 나아
그런 점에서 조제의 결말은 참 마음에 든다

사실 그런 게 정말 현실적인 모습이잖아?
내가 살아가는, 내가 존재하는 이 사회의 모습 말야.

2005/11/15 20:56 2005/11/1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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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 삼류배우 :: 2005/11/15 20:53

2004. 11. 4

극회인들과 함께 간 관극.
오랜만에 극회 나가서 낯설기까지 했던ㅋ
대학로도 오랜만. 연극도 정말 오랜만. 무대가 낯설 정도로.

글쎄, 극회인들 아닌 사람이 보면 별로였을지 모르지만
난 보는 내내 대리만족이랄까-카타르시스까지 느꼈다.
으아... 뭔가 싸이코드라마 같아---*
그 지난 지난 여름의 느낌도 생생히 생각나고...
정말 똑같다. 츄리닝 입고 바닥에서 뒹굴며 연습하는 캐스트들.
절대적인 지존의 위치에 있는 연출.
"연극이 애들 장난인 줄 알아! 요즘 애들은 도대체 심각할 줄을 몰라... 때가 어느땐데 연습이 이 모양이야! "
...사실 대사가 정확히 기억 안난다. 대충 이 정도 내용임.
끝나고 술마시는 것- 뒷풀이. 막상 뒷풀이가 그렇게 나쁜건 아닌데;
극중에선 완전 가정에 신경 안쓰는 삼류배우로 만들어버렸어...

극 중에서 또다시 연극을 한다는 것, 쉬운 일이 아닌 듯.
특히나 캐릭터가 완성되고 연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건
그리고 그걸 또다시 '연극'으로 보여주는 일은
간단하게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야.

사실 마지막에 햄릿 열연하는 부분에서는 대충 봤다.
대사가 너무 빠르고 발음도 잘 못알아먹겠어서...
그 대사들이 하나하나 곱씹어야 겨우 알아먹는 의미들인데 -.-
그만큼, 열정이 넘쳐난다는 걸 캐릭터에 빠져들었다는 걸
평생의 배우인생 동안 열망했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였겠지.

좋았다. 정말로.
하지만, 보는 동안 마음 편치 않은 연극,
한 번 더 보고 싶진 않다 ^^;

2005/11/15 20:53 2005/11/1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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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란극회 제 34회 정기공연『윈더미어 부인의 부채』 :: 2005/11/15 18:05

< 8월 18일 수요일, 첫째날 공연 >

윈더미어 부인 분장 고치는 거 관찰하려고 맨 앞줄에서 봤다.
나는 아무리 말로 설명을 들어도 한 번 직접 봐줘야 이해가 간단 말야... 희진언니가 열심히 이야기해주셨는데 짐작이 안 가서...;; 하여간 결론은, 다음부턴 뒷자리에서 봐야겠다! 맨 앞줄에서 연극을 보니 정말 계속 긴장 초조해서 마치 유기 기말시험을 보는 것 같은 스릴-_-이 느껴진다. 옷자락에 커피잔이 쓸려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 부채살이 또 부러진 걸 발견했을 때, 벽난로하고 책상 그림이 반쪽만 그려진 걸 봤을 때, 얼린 부인 옷자락이 탁자에서 빠져나오는 순간까지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ㅠ_ㅠ (이런거 대외비라서 말하면 안되는 건지도 모르지만... ㅋㄷ)

연습하는 걸 방학 내내-는 아니고 4일 동안-봐서 대사들이 익숙하기에 별로 안 웃기고 지루할 줄 알았다. (실제로 그저께 포켓 속에 있었을 땐 정말 좀 졸렸다...) 근데 이상하게 오늘은 너무너무 재밌었다. 긴장한 가운데서도 계속 웃고, 즐거워했다. 이상하게 사람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신기하게 웃는단 말야... (같이 웃은 난 뭐지?) 캐스트들이 하나하나 다들 너무 잘하는 거 같아서 안심되기도 하고, 마지막에 어린 마가렛이 울먹일 때 눈물 찡하고... 게다가 관객들 사이에 무언의 공감대가 형성된 걸까. 얼린부인이 옷자락 걸린 거 무사히 빠져나왔을 때 모두들 이제 안심했다는 듯 긴 숨을 내쉬는 게 사방에서 들렸다ㅋ

연극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대충이나마 알게 된 다음부터, 연극을 볼 때 맘 편히 본 적이 별로 없는 거 같다. 혹시나 배우들이 실수하지 않을까, 소품이 망가지진 않을까, 괜시리 걱정된다. 게다가 내 눈에 익숙한 것만 보인다 ;; 오늘은 얼린 부인 옷자락이, 각종 악세사리들이, 캐스트들 분장이, 부채 두 개 남자 캐스트들 나비리본 머리장식들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뭐야뭐야...

내일은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서 맘 편하게 봐야지.

< 8월 19일 목요일, 둘째날 공연 >

... 지금 너무 졸려서, 머리가 띵하다. 오늘은 중간쯤에서 봤다. 뭔가 소극장하고 느낌이 다르다. 무대가 한눈에 확 들어오면서 무대 좌우 잡동사니들하고 앞에 관객들이 다 한눈에 들어오는 게 연극이 아니라 무슨 영화 스크린 같다. 배우들과 같이 호흡하는 게 아니라 제 3자가 되어 관찰하는 느낌이랄까. 집중하기가 꽤 힘들다. 배우들 표정도 거의 안 보인다. 어젠 그렇게 잘 보이더니. 이래서 무악극장이 더 좋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그런가? 오늘은 꽤나 지루했다. 관객들 분위기도 좀 이상했고. 자리가 바뀌어서 그런건지 극 자체가 별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제하고는 많이 달랐다.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건, 처음에 조명이 너무 일찍 꺼지고 음악이 안나오는... 잘 기억 안나지만 하여튼 뭔가 암전 중에 이상했던 때가 한 번 있었는데, 극 초반에 그런 일이 생기니까 분위기가 영 암울해졌다는 사실.

그러나 저러나 소품이 떨어지거나 깨지거나 드레스 옷자락이 밟히거나 부채가 망가지거나 컵이 깨지거나 배우들이 미끄러지거나 하는 일들이 하나도 안 일어나서 다행이다. 음음...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 대사를 버벅대서 감이 확 깨진 적은 있었구나. 그정도야 뭐 (난 그보다 훨씬 더 연기를 못할테니 -_-)

좋은 일만 생각해야지. 마지막에 그 숨막히는 분위기는 잊겠어. 분장 처음엔 정말 힘들더니 요즘은 드디어 조금 감이 잡힌다. 난 차라리 턱 깎고 코 높이고 주름 그리는 게 더 쉽다. 아이라인하고 눈썹 그리는 거 만큼 세상에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ㅠ_ㅠ 평소에 화장을 하고 다녔더라면 잘 할 텐데, 아직 화장을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는 아니고, 게을러서 안하고 다니니 정말 낯설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리는 거지?

마지막날 내가 포켓에 들어가서 분장 고친다. 잘해야지.

< 8월 20일 금요일, 셋째날 공연 >

민경이랑 같이 분장 고침.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많이 긴장했는데, 막상 마지막에 얼린 부인 머리 올린거 풀고 모자 씌워줄 때 빼곤 할만했음... 이게 탈 때는 쫄쫄 타다가 (시간 내에 못끝낼까봐;;) 막상 할 일 없을 때는 무지무지하게 지루하다. 희진언니가 심심할 때 먹으라고 음료수 사주셔서 고마웠다. ^-^ 런스루 비슷한 리허설부터 어제 그제 공연까지 계속 봐 와서 이젠 대사를 다 외울 지경이다. 지금쯤 어떤 배우가 무대의 어느 부분에서 어떤 동작을 하고 있겠구나... 어 이 대사에선 사람들이 웃어야 하는데 왜 안 웃지? 등등 . 계속 배우들 대사를 바꿔서 웅얼거리면서 지루함을 달래본다. "이 세상에는 오직 두가지 종류의 사람만이 존재하네. 첫째는 포켓 밖에서 연극을 관람하는 사람들이지. 둘째는 첫째보다 더 큰 비극인데, 포켓 안에서 분장을 고치는 사람들이야. 이게 진짜 비극이라구." --:

대사 가지고 장난치면 안 되는데... 말해놓고 보니 분장이 꽤나 안 좋은 일 같이 들리는군... 아냐아냐. 얼마나 재밌는데 *^^* 다만 똑같은 걸 계속 보는 게 지루하다는 거다... 그거야 내 사정이고, 공연 자체는 정말 재밌었다. 관객들도 계속 웃으면서 재밌게 즐겼고, 배우들도 행복해 보여서 좋았고...

공연 끝나고 꾸물대다가 대현오빠에게 디렉션 받을 타이밍을 놓쳐서 배우들 디렉션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하여튼 게을러가지구 -0- 그치만 덕분에 스텝들 뒷풀이에 말려서 재밌게 놀았다 ^0^ 좋은 병맥집을 동률오빠 덕분에 발굴해냈고, 처음 시도해봤던 바카디 오렌지도 맛있었고, 노래방에서 인수의 노래를 듣는 것도 역시 오랜만이었다. 하하. 사진 올려야 하는데 벌써 일 가야 할 시간이네...

< 8월 21일 토요일, 넷째날 공연 >

나라하고 나라 남친이 공연 보러 왔다. 예상치 못한 방문이어서 더 안타까웠다. 같이 볼 수 있었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반가웠다. 근데 공연 시작 전엔 내가 포켓 들어가느라 5분도 못 만나고, 공연 끝나서는 나라가 바빠서 얼굴도 못 봤다. 이게 머야 -_-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얼린 부인 머리 올리려고 보니 머리핀이 하나 없는거다!!! 왕 당황했다;; 급한대로 실핀으로 고정을 시켰으나 고정력이 약해 계속 빠져버린다는... 아주 쫄쫄 타면서 세번째만에 성공시켰다. 후아아. 그 머리 올릴 때 쓰는 곱슬머리 가발, 처음에는 예뻤지만 공연을 거듭하면서 점점 부시시해졌다. 그거 진주핀으로 다듬는거도 어제보다 어렵고... 아주 활활 타서 재만 남는 거 같은 느낌이었다. 얼린부인 나가서 연기하는 동안 난 그 머리가 풀리지나 않을까 머리에 꽃은 꽃이 떨어지진 않을까 아주 노심초사해서 죽는 줄 알았다. 보이지도 않고 목소리만 들리니 원; 포켓 안에서도 하나도 안 지루하더라 -0- 정작 포켓 나와서 물어보니 이 날 머리가 공연 중에 젤 괜찮았다고 했다. 다행다행다행. 아아. 이렇게 쫄쫄 탈 바엔 실시간 스텝과 다를 게 뭐냔 말이다.

나중에 머리 내리고 모자 씌우면서도 시간이 빠듯해서 가발 고정시킨 실핀 하나하나 뺄 사이도 없이 그냥 막 가발 잡아당겨서 빼서 바닥에 내팽개치고- 난 아플까봐 차마 못하고 있었는데 민정언니가 해주셨다. 언니 고맙습니다 ^-^ - 급하게 모자를 씌우고 얼굴을 조금 고치고 나서 얼린부인 무대에 등장. 역시 난 포켓에서 쫄쫄 탐. "미안하다 얘야,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라고 하면서 고개 숙이는데 모자가 탁 떨어지면 어쩌겠어. 누구 말처럼 어린 마가렛이 "어 아줌마 이것도 선물로 주시는 거에요?" 하면서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수 밖에 -_-;;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항상 마지막 공연이 젤 좋은 거 같다. 아쉬움도 크고. 끝나고 나서 캐스트들 울면서 서로 껴안는 거 보는 거도 좋고... 비록 배우는 아니었지만, 포켓 안에 있으니 작년 여름 이 곳에서 느꼈던 기분을 약간은 떠올릴 수 있었다. 다들 죄수복 입고, 한 줄로 서서 음악에 맞춰 걸어나가면서 군무를 추고... 짐보퉁이를 껴안고... 끝날 때 내가 울기 시작해서 포켓 안에서 다들 울고, 여름언니도 울고. ^^; 실시간 스텝들은 그런 걸 더 많이 느꼈나보다. 키 큐들이랑 이야기하는데 다들 담에 캐스트를 할까 말까 고민중이라고. 나도 고민중.

뒷풀이. 스텝 선물을 두 개나 받아서 기분 좋아짐 ^0^ 첨에 하나 받았었는데 익현선배가 하나 더 주셨다. 게다가 누군가가-주환이던가 창익이던가-자기 선물을 나에게 주는 바람에 핸드폰 인형이 무려 세 개! 난 인형같은거 좋아해서 절대 사양 안하지 ^-^

아아. 이번 공연이 벌써 세란극회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져버리다니. 도저히 실감할 수 없어.

2005/11/15 18:05 2005/11/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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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ost In the Shell - Innocence :: 2005/11/15 18:00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4. 12. 7

인형이 기분 나쁜 이유가 뭐냐고 한다면

그건 인형이 인간의 닮은꼴이며

결국 인간 자신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간단한 물질과 장치로

환원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

결국 인간이라는 형상은 본래

허무에 속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



생명이라는 현상을 밝혀내려 했던 과학도

결국 이 공포에 한몫을 더하게 되었다

자연이 계산 가능하다는 신념은

인간 역시 단순한 기관부품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내지...


‘인체는 스스로 태엽을 감는 기계이며

영구운동의 살아 있는 견본이다‘



하지만... 하지만...

나는 인형이 되고 싶지 않았는걸!



..‘새의 피에는 슬퍼하지만 물고기의 피에는 슬퍼하지 않는다’

인형들에게도 목소리가 있다면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았다’고 외쳤겠지


================================================


극장판답게 빠른 속도로 스토리가 전개되고

엄청난 배경지식을 요구해서

처음엔 계속 헤매게 만들지만...

사실 처음에 봤을 땐 보다가 졸기도 했다 ㅋㄷ

그치만 두번째 볼 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음.

갠적으로 공각기동대보다 훨 더 났다. 스토리도 영상도.

그리고 애니 보는 동안 계속  흐르는 그 멜로디,

뭔가 아스라한 저 기억 너머로 날 데려갈 것만 같은 느낌.

여러 번 볼수록 점점 더 빠져드는 애니.

한 번 두 번 볼 때마다 느낌과 생각들이 달라진다.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2005/11/15 18:00 2005/11/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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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예술연구회 제 91회 정기공연 『시련』 :: 2005/11/15 17:36

2004. 3. 12

극연에 대한 환상을 가져와서...
공연을 한번쯤 보고 싶었다. 저번 워크샵은 어쩌다 놓치고.
하얀샘에서 간식먹다가 창문 밖 게시판에 붙여진 포스터 발견.
처음엔 "시련"이길래 어느 극회가 하는지도 모르면서
일단 봐야겠다 생각했다. 본2 본3 선배들이 시련이야기 하는거 많이 들어서 너무너무 궁금했으므로. 극연의 작품이란 걸 알고 나서 더 많이 보고싶어졌다. 고로 시루와 성화와 정원이와 같이 나섬.

무악극장 리모델링하고 처음 들어가봤다.
지난 여름의 그 낡고 지저분함은 다 사라지고 깨끗한 무대.
무대 바로 앞에 관객의 의자가 있고...
정말 소극장 같았다. 의대강당과는 또 다른 느낌이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연 내내 하품했다.
성화랑 지루하다고 속닥거리면서 -0-
아아 첫 막은 뭔가 좋았는데...
잘 하는 사람들이 무대 위에서 흐름을 만들어낼 때는 시간 지나는 줄 모르고 극에 빨려들어갔었다. 무대라는 그 텅 빈 공간은 배우가 만들어내는 색깔있는 공기로 채워지면서 관객이 그 색깔에 공감하도록 이끌어내나보다. 공연 내내 한번도 흐트러짐 없던 에비게일이나 이성적이고 강직해 보이는 존 프록터, 마치 실재하는 인물처럼 입체적인 캐릭터를 잘 만들어낸 엘리자베스, 이름 기억 안나는 감옥의 할머니...
그렇지만 두 목사분들 으으 보는 내내 답답하고. 치버라는 사람은 마치 책을 읽는 것 같고. 극은 처음엔 갈등이 시작되나 하다가 재판과정이 반복되면서 점점 집중력을 잃어 마지막에 끝 같지 않게 끝나니까 참 허무하던데. 속도감 있게 전개했다면 훨씬 재밌었을 대본이라 생각했다. 다들 한마디 하고 한참 있다가 한마디 하고... 게다가 대사를 자꾸 틀려서 불안했다. 또 틀리면 어떡하지 당황해서 더 실수하지는 않아야 할텐데 하면서. 대사를 버벅대면 흐름이 확 깨져버린다. 나만 그런가.

소품이 너무 예뻤다. 그 벽난로는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정말 멋있어서 내 방에 놓고싶을 정도였다. 벽난로 옆에 걸려있는 빗자루도 마치 마법배달부 키키가 타고다니던 마법빗자루 같고, 메리가 만든 인형도 귀여웠다. 다들 소품이 예쁘다고 했다. 나도 동감.

연극이 끝나니 열 시가 다 된 시각이다.
아아 마치 강의를 들은 것처럼 피곤했다. 졸려.
노트에 쓰고 싶었는데, 졸리니까 일단 여기에...  

2005/11/15 17:36 2005/11/15 17:36
  • In 1887 kwam op Bismarcks aandringen het Herverzekeringsverdrag met
    Rusland tot stand, dat voor een periode van drie jaar wederzijdse neutraliteit in een eventuele Europese oorlog garandeerde.
    Volgens Ynet was dit bijna $26 miljo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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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드러낸다는 것 :: 2005/11/15 17:33

2004. 3. 4

현사심 시간에 교수님이 그러셨다.
자아정체성 발달 과정 중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남에게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평가에 민감해진다고
내가 남에게 보이는 부분들에 대해 신경쓰게 된다고.
싸이월드 같은 블로그에 일기를 쓰고 생각을 늘어놓고
이런 것들도 타인에게 자신을 내보이기 위함일수도 있다고.

근데 말이지.
난 내가 아는 사람에게, 나와 안면이 있는 사람들에게
날 좀 더 잘 이해시키기 위해 이걸 만지작거린다.
물론 내 생각들을 발산하려는 욕구도 있지만...
그래서 난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내 홈피에 왔다가면
그것 참. 기분이 굉장히 묘해진다.
랜덤홈피 설정도 비공개인데 어떻게들 찾아오는지 원.
싸이 미니홈의 헛점이다.
그래서 요즘은 왠만한 건 다 1촌공개로 해놓지만...
분명 캠프에서도 강의실에서도 그 어느 모임에서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오는지. 참 궁금하다.
전혀 모르는 사람의 미니홈을 보면 재밌나? -_-;;
아아 나같이 귀차니즘에 빠진 이는 이해가 안 가 ㅎㅎ

이벤트에 두번째로 모르는 사람이 당첨되서
(그리고 말도 없이 사라져버려서;; 방명록이라도 남겨주면 안되나)
묘한 기분에 주저리주저리.

2005/11/15 17:33 2005/11/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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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에 대하여 :: 2005/11/15 17:29

세란극회 윤태호 선배님이 쓰신 글.

어떠한 연극일지라도 연기의 중요성을 배제하긴 힘들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보통 연극을 볼 때에도 우린 연기에 대해서만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연극을 구성하는 것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들 중 하나이고 누가 무엇을 연극으로 생각하건 간에 연기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가 가장 큰 관건이 될 수 있을 거다.

연기라는 녀석은 정말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오묘한 예술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연기에 대해 함부로 말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며 그렇다고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붙이며 연기를 마치 아주 고귀하고 성스러운 것으로 여겨도 아니될 것이다.

연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내가 처음 연기를 하게 된 얘기를 해볼 수 있겠다. 신입생 시절 세미나를 하는 데 셰익스피어의 햄릿이었고 내가 맡은 역은 클로디어스였다. 나는 무대위로 올려졌고 아니 그전에 캐릭터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히스토리라는 걸 썼었다. 나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캐릭터에 몰입하라는 연출형의 주문과 대사를 쳐야하는 것, 말투, 그리고 캐릭터 그자체...이모든 것이 어떻게 같이 할 수 있는 것인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몰입을 하게 되면 그건 바로 내가 그 상황에 빠졌다고 가정하고 그 감정을 느끼며 반응이 나오는 대로 표현하는 게 아닌가...그런데 이런 이상한 말투를 쓰면서 목소리도 크게 내면서 동작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걸 어떻게 해낸단 말인가?...어쨋든 혼란 속에 세미나는 올라가고 난 대사도 제대로 외우지 못한채 애드립으로 겨우 겨우 버티다 내려왔다.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게 그래도 즐거웠다. ^^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한부분이긴 하지만 난 거기서 먼가 힌트를 받은 건지도 모르겠다. 나의 대사중에 "폴로니어스는 어딨느냐?" 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폴로니어스를 살해하고 은폐한 햄릿을 추궁하는 대사였다. 아주 순간이었지만 난 화나는 감정과 말투와 발성과 버럭 소리지를 때의 관객들의 조용해짐을 기억한다. 그 모든것이 동시에 일어난 것인지 순서를 두고 일어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연기를 하는 순간에 우린 수없이 많은 일들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 그리고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그것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잘 해낸다. 하지만 물론 이러한 연기의 원리와 진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재능이상의 아무것도 해낼 수 없을 것이다.

피터 브룩이 연기에 대해 설명하면서 사용한 예를 나도 즐겨 사용하게 되었다. 줄타기를 하며 곡예를 부리는 곡예사가 있다. 이 곡예사는 절대 줄에서 떨어져서는 안된다. 그리고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 줄위에서 멋진 곡예를 부리고 포즈를 취해야 한다. 능숙하지 못한 곡예사는 가끔 줄에서 떨어지거나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 못한다. 하지만 능숙한 곡예사는 언제나 줄에서 떨어지지도 않고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흔히들 생각하기를 연기는 크게 감정과 표현 두 흐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구분은 연기를 넘 단순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이며 두가지중 한가지에 치중한다느니 두가지를 동시에 추구한다느니 모두 맞지 않는 말같다.

물론 연기를 말로 표현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게 말이라는 표현도구의 한계땜인지도 몰겠다. 하지만 중요한건 그렇게 연기를 나누어서 인식하는 것은 분명히 좋지 않다는 것이다.

연기에 있어서 단한가지의 진실은 연기는 무대행위라는 것이다. 모든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한다고 가정했을 때 관객앞에 무대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면 그것은 연극의 연기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돗자리 하나를 펴놨다 하더라도 관객이 그걸 무대로 받아들이고 배우도 그것을 자신의 공간으로 인식했을 때 비로소 연기는 시작되고 연극도 성립한다.

연기라는 건 무대위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의 대상은 물론 관객이고...관객의 감정을 움직이고 이성을 움직이고 만족감을 주는 것이 바로 연기이다. 그러기 위해 배우는 캐릭터를 표현하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를 하기도 한다.

그럼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 흔히 생각하는 연기가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아직도 멀었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에도 우리가 연기라고 부를만한 것이 아닌 많은 것이 존재한다. 감정의 절대적 몰입이라면 영화나 티비에서 볼 수 있고 서커스의 광대나 감정이 없는 인체 오브제나 서사극이나 부조리극의 연기등이 있겠다.

이런걸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작품이 주어졌을 때 연기에 선입견없이 그에 맞는 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배우는 언제나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하며 자신의 몸을 가장 적절한 위치에 둘 줄 알아야 하고 겉보기만으로 무엇을 표현하는줄 알아야 하며 자신의 연극과 거기서 자신이 해야할 역할을 이해할 수 있는 지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 감정과 표현이 중요하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단지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배우는 무대에 올라 내려오는 그 모든 순간이 연기이다. 쉽게 말하면 연출이 하라고 하는 것을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게 되면 그것이 연기이다.


연극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혹은 경험있는 배우들을 보면 그들이 한계와 막닥뜨리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요즘 연습하는데를 가보면 언제나 연출과 배우, 기획의 분위기는 험악하다. 연출은 항상 배우들에게 왜 변한게 없느냐고 하고 기획은 타고 있고 배우는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고 있다.

내가 예과 1학년때도 그런 기분을 맛보았다. 잘 안되고 있는데 먼가는 해야겠고 하지만 멀해야 좋을 지 모르겠고 그럴 때 주위사람들이 힘들어 하는게 보기 안쓰러웠다. 그래서 연극이 끝난 후 난 연극을 보러다니고 책을 읽고 하면서 날 갈고 닦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다시는 늪에 빠지고 싶지 않았으니깐....

그래서 연출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어쨋든 이 얘기는 난중에 하기로 하고...

배우의 연기가 정체되어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음...근데 사실 난 내 배우들을 보면서 정체되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자세히 보면 미세한 변화가 언제나 있고 난 그거라도 즐기며 연출을 할 수 있었다. 다만 퇴보는 있다. -.-;

일단 배우의 기본기가 늘어야 한다. 대배우는 무대에 서있는 것만 봐도 딱 알 수 있고 아무리 넓은 광장에 홀로 서 있다 해도 빛을 낸다. 그것은 엄청난 집중력과 사심을 비우는 것. 그리고 자신의 몸을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최고 경지에 이르렀다는 걸 말한다.

그리고 동작하나하나 손짓, 눈짓이 아주 정확하고 감정을 가장 적절히 표현해 낸다. 그리고 동작이 경쾌하고 템포가 있으며 크다...귀를 막고 봐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지저분한 의미없는 움직임과 필요없는 데 두는 시선, 꿈틀댐, 발을 땅에 가만히 붙이고 있지 못하는 것등이 초보의 연기다.

발을, 다음 발을 옮길 타이밍까지 참고 있지 못하고 뗏다 붙였다 하고 있는 것은 감정을 자신이 주체하고 있지 못하다는 걸 말해준다. 집중이 흐트러 지고 있는 것이다. 감정이 상황에 몰입되면 될수록 잔동작은 없어지고 관객은 그 배우에 집중하게 된다.

물론 발성과 음색과 화법 역시 말할 것도 없다.

연출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늘어야 한다. 자기의 캐릭터에 대한 의견 차이는 없는지, 장면에서의 역할에 대한 오해는 없는지. 상황을 완전히 이해했는지, 동선을 완전히 이해했는지... 연기를 하다보면 처음엔 몰랐는데 자신의 동선이 연기하기에 엄청 불편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것은 자신의 캐릭터가 변하고 있다거나 동선이 잘못되었거나 둘 중 하나겠다. 연출은 배우에게 연기하기에 불편한 데는 없는지를 항상 물어봐야 할 거고 배우도 그런 야그를 연출에게 야그해야 할 거다....

대사가 다 똑같이 들린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그것은 자신의 연기를 만들어 나갈때 상황속에 캐릭터를 집어넣을라구 하면서 미세한 감정의 흐름을 캣취한게 아니라 기술적으로 연기를 만들어 나갔기 때문이다. 대사를 여기선 어떻게 치고 여기의 감정은 어떻구 하는 식으로 연기를 맹들어 봐야 대사는 같게 들리는 수가 많다.

상황을 좀더 느낄라구 해야 한다. 그러면 무대에 올라가 있는 동안 1초도 아쉬워서 열심히 연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마음을 비워야 한다. 절대 다음 대사나 연기를 생각하지 마라...대신 상대방의 말을 듣던지 관객의 반응에 반응해라...상대방의 말이 들리면 비로소 대사가 똑같이 들린다는 말은 듣지 않을 것이다.

2005/11/15 17:29 2005/11/1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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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아다니는 생활 :: 2005/11/15 17:27

2004. 3. 10

고등학교때부터 항상 기숙사의 내 방에는 짐이 많다.
나보다 짐 많은 사람을 본 적이 별로 없다.
(성화가 나만큼이나 짐이 많아서 깜짝 놀랬다ㅋ)

어디에서 어디로 옮겨가든, 항상 맨 처음 이사했을때 드는 생각은
사람이 얼마나 쓸데없는 걸 많이 가지고 사는가 하는 것.
이부자리와 옷 몇개와 세면도구만 있어도 되는데 말야.
특히 어디로 며칠 여행을 떠날라치면
물론 깔끔을 떨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잘 때 입을 편한옷 하나-아예 첨부터 편한옷을 입고가도 되지 뭐
작은 세면도구세트 하나. 핸드폰과 충전기. 끝.
아 렌즈 끼면서부터는 렌즈케이스와 세척액도 챙겼다.
뭐 이정도면 작은 가방 하나에 충분히 들어간다.

그렇지만 새로 발붙인 곳에서 한참 살아가다 보면
이런저런 걸로 내 방같이 꾸며보고 싶어진다.
낯선곳에 정붙이기 과정이랄까. 이것저것 포스터를 붙이거나,
예쁜 식기류나 인형이나 기타 잡다한 것들을 산다.
내 방 같다는 아늑함이 늘어남과 동시에 짐도 늘어난다.

그래서 들어올 때 딱 세 박스이던 집이 나갈 땐 두 배로 느는거다.

늘어난 짐들은 대부분 있으면 편하지만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은 것들이다.
청소기라던가, 토스터기, 커피포트, 겨울에 컴터할때 편한 무릎담요, 전기장판 등등...
(역시 대부분은 전열기구이다. 우리방 검열 들어오면 나랑 성화랑 벌점 나눠 가져도 둘 다 퇴사일거다 -_-)
내가 조금만 부지런하거나 덜 편하게 살면
없어도 되는 이런 "사치스런" 물건들.
내가 게으르다는 증거일까...

그래도 있으니까 좋긴 하다ㅋ 

2005/11/15 17:27 2005/11/1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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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태스킹 :: 2005/11/15 17:22

2004. 2. 27

...이 불가능한 사람, 나.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없다. never!
남들 다 하는 티비보면서 전화받기도 나한테는 무리.
티비를 보면 상대방이 하는 말이 하나도 안들어오고
통화에 신경쓰면 티비드라마 스토리는 저만치 앞서나간다.
엠에센도 동시에 두 개 이상은 뛸 수 없다. 헷갈려 -_-;;
아빠는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신다. 그게 뭐 그리 어렵냐고.
나도 이해할 수 없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평소 생활에서도 여러가지 일에 동시에 신경쓰지 못하는 편.
하루에 해야 할 일이 서너개 이상이면 정말 머리아프다
완벽주의자의 폐해일까...
바쁘게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난 하루에 신경쓸 일이 두 개 이하인 여유있는 날이 좋다
기숙사에서 뒹굴거리는 건 폐인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지만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수록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난 내 방내 침대에서 책보면서 십자수하면서 음악들으면서
여유를 즐기는 게 정말정말 좋다
수업이 끝날 때 쯤이면 기숙사 내 방이 그리워진다

난 아날로그 인간인가 보다
그렇지만 그래도, 좋다.

2005/11/15 17:22 2005/11/1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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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인정한다는 것 :: 2005/11/15 17:21

2005. 1. 12

그게, 어른이 되어가는 첫걸음이래.
어디선가 이 말을 듣고 그처럼 동감할 수가 없었어.
노력하면 된다는 그런 순진무구한 말에 점점 지쳐갈 때였거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처럼
내가 할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것,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 그게 어른이 되는 거래.
응. 맞아. 이젠 조금은 알 거 같아,
세상엔 아무리 땀흘리며 노력해도 내가 얻을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처음엔 슬펐지. 억울했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조금만 더 멀리 바라보면...
결국 똑같잖아?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얻을 수 없는 게 있을 테니.
내가 힘들여서 이뤄낸 걸 다른이들이 쉽게쉽게 해내는 걸 보면서
그동안 그저 속으로 마음 아파하기만 했다면,
지금은 이런 생각도 들어.
나도 때론 남들보단 쉽게 얻는 게 있잖아?

그리고 말이지,
진실된 노력은, 다른 건 몰라도, 사람의 마음만큼은 바꿀 수 있어.
응. 난 그냥 그렇게 믿고 싶어.
뭐 해도해도 학점 안나오고, 일도 뜻대로 잘 안풀리고,
정말 노력과 결과가 털끝만큼도 상관 없다는 생각에
내 자신이 너무 무력하게 느껴져도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만큼은 간절히 바라면 이을 수 있다고 믿을래.

풋. 알을 깨고 나온다지만, 가끔은 그러고 싶지 않을 때도 있어.

2005/11/15 17:21 2005/11/1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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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없음 :: 2005/11/15 17:13

 

2004. 8. 20

제목 붙이기 싫어서. 번호 붙이려구.
제목이란 건 내 생각에 경계선을 그어버리거든.

잠이 오는데 그냥 자기가 싫다. 계속 싸이질중.

여행 다니면서 "사람"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정확히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나 어렸을 때 참 순진했던 거 같다. 한편으론 바보같았지만.
국민학교 때 나랑 제일 친했던 친구네 집에서 놀다가
그 친구가 해준 말 한마디에 엄청나게 큰 충격을 먹고
마음의 상처에서 무려 6년간이나 벗어나지 못했었다.
근데 그거, 지금 들으면 "흥 그래?"라고 지나쳐버릴 거 같다.
별 거 아니다, 요즘의 나에겐. 웃어 넘겨버릴걸?
사람의 선함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상처도 받을대로 받아서...
인간이 얼마나 악할 수 있는지, 난 그 극한을 이미 봐버린 거 같다. 그리고 나도 엄청나게 사악해졌다.
뭔가 보복심리 때문인지 아님 방어하려는 건지 난 오히려 상처를 입히는 쪽이 되어버렸어.

근데 말야.
정작 지금 나랑 가장 마음이 가까운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그 순진했던 시절에 처음 만났었다.
오래 만나서 정이 깊어졌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어설프게 자주 못만나면서 시간이 흘러가는 거 만큼
어색한 친구 사이도 또 없지...
그 때 만난 사람들은, 지금도 그 순진무구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다, 전혀 어색하지 않게.

근데 요즘 사람들에게 그렇게 다가가면
왠지 상처받을까봐 두려웠다. 웃기다고, 어리석다고.
혹시라도 다시 그런 걸 겪긴 싫었다. 그래서 안 하고 있었다.
뭐랄까. 기회비용이 너무 컸다. 음. 잘 표현이 안 되는군. 답답해.

하지만 나. 여행 다녀와서, 나도 모르게 다시 그렇게 하고 있다.
결과는? 대부분은 괜찮았고 안 괜찮은 경우도 물론 있었다.
그리고 또 상처를 입었지만 그때보단 더 수월하게 아물 거 같다.

그렇지만 아직도 난 "남"이야기를 듣는 게 참 싫다.
특히 그게 좋은 내용이 아닐 경우는 더더욱.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은 분명 다른 사람한테 가서 나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할 거라는 걸 잘 아니까.
그리고 그런 내용의 대부분은 오해에서 비롯되니까. 말도 안되는 엄청난 오해...
나, 남들이 볼 땐 내 주위 사람들에 대해서 정말 관심 없는 사람 같을지도 모른다.
그치만 내가 사랑하는 아니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에 대한 험담을 듣느니 차라리 그냥 귀를 막아버리겠어.

그냥 주절대고 있다.
오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뭔가 안 좋은 이야기를 들었거든.
문제는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 판단을 못하겠다는 것.
판단이고 뭐고, 아예 못 들은 걸로 쳤으면 좋겠는데,
쓸데없는 거에는 기억력이 좋아서...

이젠 정말 자야지.
일기장에 생각을 쏟아버리고, 마음을 비운 채로.

2005/11/15 17:13 2005/11/1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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