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 2008/01/2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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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12. 18  아영언니로부터.

  처음에 책 제목만 보고는 소설인 줄 알았다. 내용은 단순하다. 한 문장으로 요약 가능하다.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 뭐 한국식으로 말하면 꿈★은 이루어진다 정도? 그래서 사실 홈피에 뭐라고 길게 쓸 이야기도 없다. 그런데, 읽는 내내 느낀 건, 이 간단하다고 생각한 내용을,  머리로는 그래 맞는거지 그런거야 하면서도 가슴으로는 부정하고 있었고 믿지 않았다는 거. 너무 사소한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렇지만 그 사소한 긍정적인 마인드가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미처 깨닫지 못하면서.
  난 이 책을 읽으면서 꽤 감동받았는데, 그건 아무래도 이 책을 읽는 동안 1학년 분기말고사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인 거 같다. 난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이러면서 이 책과 함께 내 스스로를 세뇌시키곤 했다. 족보를 한참 보다 힘들면 이 책을 조금씩 읽으면서 할 수 있다고, 내가 원했던 미래를 상상하면서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꿈꿔보곤 했다. 실제로 이뤄지기를 기원하면서. (아영언니. 언니는 정말 시기적절하게 좋은 책을 선물한거야. 언니 고마워...)

  내용이 단순한 만큼 중언부언 반복도 많고 때론 너무 개인적인 의견을 근거들로 내세우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래도 요즘 나오는 여러 자기계발서들의 핵심들 중 하나인 거 같다. 다 그 말이 그 말이다. 표현이 달라서 그렇지. 할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라. 앞서서 행동하는 자가 성공한다. 위험을 감수하는 자가 안전을 추구하는 자보다 낫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라. 등등. 결국 한 가지잖아? 실패와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이뤄낼 수 있다-* 이거.

  그 때는 원하면 이뤄낼 수 있다는 게 참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였는데 지금은 실패를 두려워하면 해낼 수 없다는 말이 또 와 닿는다. 요즘 많이 소심해져서 해내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몸을 웅크리고 있으니. 이렇게 자기계발서의 좋은 점은 그 때 그 때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도움들을 얻을 수 있다는 거다. 아. 나 이 소심함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난 원래 대범했는데...

  방학이라 책 실컷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막상 실용서만 읽는 거 같긴 하지만. 어쨌든. 그래도. 좋다.

2008/01/28 15:52 2008/01/2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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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동 왕순대 :: 2008/01/05 18:32

어느날 저녁, KBS 의 VJ club(특공대?) 를 보다가 어떤 순대국밥집이 나온 걸 발견했다.
정~~말로 맛있게 보였다. 보통 포장마차에서 파는 비닐 속에 담긴 검은 순대가 아니라
예전 방식 그대로 돼지의 창에 내용물과 양념들을 넣고 육수에 푹 삶아서 송송 썰어 나오는 순대.
거기에 곁들어진 깍두기 국물과 순대국밥 혹은 모듬고기. 으아아.

예전에 이런 전통 방식 '진짜' 순대를 딱 한 번 먹어 본 적 있다.
고3때 수능 끝난 다음날, 학교에서 집에 오던 길에 - 나주에서 순천까지 - 중간에 그 집을 발견했다
난 그 때는 처음 먹어봐서 이게 맛있는 건지 어떤지 잘 모르겠던데 부모님은 정말 맛있게 드셨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니 어느새 그 맛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나도 늙어가나...)
하지만 서울에 있는 순대들은 다 까만 비닐 순대일 뿐, 그거 먹으려면 시골로 가야 할거야 생각하던 중에
이 프로그램에서 그 순대가게를 발견하고 나니 얼마나 기뻤던지.

...그렇게 얼마나 기뻤던지 티비 보던 와중에 귀차니즘을 씩씩하게 극복하고
노트북을 켜고 방송국 홈페이지로 들어가서 어디 있는지 검색해서 알아냈다!
(참고로 방송에 'ㅁ 순대집' 이렇게 익명으로 나와도 방송국 홈피 게시판 들어가면 실명이 다 나온다)
그 때가 병리학 시험 기간이었는데, 순식간에 그걸 찾고서 지도까지 찾아 프린트해서 고이 모셔뒀었지.

그리고 분기말고사가 끝난 방학 첫 날, 엄마와 함께 그걸 먹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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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순대모둠에는 순대와 부속들이 와장창 섞여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단정하고 간소 깔끔해서 좀 놀랬다;; 아니 TV에서 볼 때는 김도 모락모락 나고 찜통에서 방금 뛰쳐나온 것처럼 보이더니... 뭐 그렇다고 이상하다는 건 아니고, 맛있었다 :-) 이런 게 진정한 순대 맛이지. 신촌 골목 포장마차 순대볶음과는 달라;;

사진은 안 찍었지만 순대국밥도 같이 시켰다. (사진을 찍었더니 뭐 별다를게 없더라. 그냥 검은 뚝배기에 국물 있다 정도로만 보였음;;;) 그렇지만 난 오히려 순대보다 국밥이 훨씬 맛있었다! 강추!! 평범한 순대국밥이 그렇게 맛있게 변신할수도 있다니... 겉으로 보기엔 한 20년쯤 되어보이는 꽤 허름한 가게였지만(문 열고 들어가도 자리도 비좁고 그렇다) 순대국밥은 정말 즐기면서 먹었다. 음식맛에 관해서는 절대 표정을 숨기지 못하시는 울 엄마도 맛있게 열심히 드셨다. 다음엔 국밥 먹으러 또 들러야지.

위치 - 왕십리역 2번출구 마장동 방면으로 400m 도선사거리

2008/01/05 18:32 2008/01/05 18:32
  • ck | 2008/01/12 14:1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오오오오오오오 맛있겠다... 오오오오오오오오
    이건 스크랩 기능 이런거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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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 2008/01/0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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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7. 21 교보문고에서.

 괜시리 놀러 가고 싶거나 기분이 우울하거나 하면 난 광화문 교보문고에 간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면 15분이면 도착하니까 편하기도 하고, 이거저거 책도 구경하고 옆에 핫트랙스에서 문구용품들도 기웃거리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문제는 이 때마다 '책지름신'이 내려오신다는 거.

 이 날은 여행책들이 있는 부분을 구경하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표지 사진이 맘에 들었다. 내용은 뭐... 카오산 로드가 어디에 있는 건지도 잘 모르는데, 제목 가지고 어떤 내용인지 짐작하기는 좀 힘들지 않겠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이 책을 살 때 내가 이 곳에 직접 가게 될 줄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태국 여행 계획을 짜면서 방콕 부분을 놓고 쳐다보는데, 이게 일명 방콕의 여행자들의 천국이라는 그 거리였다!

 모든 여행책의 공통점은, 읽는 동안 그 곳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가 보고 싶은 설레임이 일어난다는 거다. 그리고 또 하나 공통점은, 직접 가 보면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지만-그래서 실망할 수도 있고 오히려 생각보다 더 좋아서 행복할 수도 있겠지만- 책으로만 읽으면서 피상적으로 떠돌다 사라지던 감정들이, 뇌리에 쏙 박혀서 언제나 새록새록 떠오르게 된다는 점.

 결국 이 책은 세 번 읽었다. 처음 사서 그냥 호기심으로 한 번 읽고, 여행 가기 전 준비 차원에서 또 보고, 여행 다녀와서 어느 날 침대 머리맡에 있던 책이 보여서 그냥 노닥노닥 한 번 더 읽어줬다. 세 번 다 느낌이 꽤 달랐다. 물론, 다녀 온 다음에 읽으니 사진 하나하나가 낯익고 나오는 단어들 먹거리들 볼거리들이 다 피부에 와 닿게 친근하게 느껴지면서 여행의 즐거움이 다시 한 번 묻어났다. 나, 아무래도 이 책 여행 기념품처럼 고이 간직하게 될 것만 같다. 게으른 자를 위한, 다른 사람이 대신 써 준 여행 일기가 되려나.

 이 책은 전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태국의 방콕에 있을 때 주로 머물고 생활하는 카오산이라는 거리에서 만난 여행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여행자들이라 말하면 특별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읽고 있자면 다들 한국에 있을 때는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사업을 정리하고 부부가 함께 여행을 다니는 분, 부모님과 자신의 뜻한 바가 있어 남매와 사촌까지 같이 뭉쳐 다니는 아이들, 대학교를 나온 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여행 다니는 사람, 심지어 두 비구니 스님들까지...
 
 그래서, 여행이란 그런 거다. 특별한 게 아니라, '조금만' 더 특별하게 맘 먹으면 휙 떠날 수 있는 그런 거. 언제 어디서 출발해서 뭘 타고 어디에 도착해서 이거 저거 보고 잠은 어디서 자고... 이렇게 세세하게 계획 짜다 보면 한도 끝도 없다. 적당한 선에서 준비해서, 마음 가는 대로 휙 떠나버리는 거, 이게 여행이지. 이게 여행의 즐거움이야.

 시험 끝나고 나서 바로 쓴 글이라 뭔가 두서없는 거 같기도 한데, 독후감이 뭐 얼마나 잘 써야 하는 건가요? 그냥 저냥 괜찮을거야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 그리고 나니 생각나네. 이번 겨울에 또 태국에 여행 갈 예정이다! 이번에는 끄라비라는 섬으로-*  그곳은 방콕이라는 도시와는 또 다른 태국의 매력이 있을거라 기대하면서.

2008/01/05 12:48 2008/01/0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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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화가 - 모네전 :: 2007/06/1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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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6. 10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정원이랑.

  시립미술관에서는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처럼 크진 않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기획전시가 많다. 저번에는 르네 마그리트전을 했었고 이번엔 모네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피카소 or 고흐가 온다(기억이 잘 안난다;; 작년에 피카소가 왔으니 고흐인거 같기도 하고... 이번엔 꼭 가겠다 +_+)

  모네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화가였다. 난 원색의 강렬한 느낌이 좋은데 (그래서 고흐나 프리다 칼로의 그림이 좋다) 모네는 색채들이 대부분 부드럽다. 파스텔로 그린 듯한 느낌을 주는 그림도 있고, 대부분의 색채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그라데이션으로 점점 이어져간다. 신기하게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색깔들이 점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런게 화가의 능력인가... 색을 다루는 능숙함. 자신이 받은 순간적인 느낌을 마치 사진을 찍듯 포착해 캔버스에 옮겨담는 일. 그 느낌이 보는 사람들에게도 전달될 정도로 잘 표현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모네가 연꽃 그림만 계속 그렸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모네가 수련(waterlilies) 연작을 그리기 시작한 건 삶의 후반부였다. 처음에는 여느 사람들처럼 풍경과 건물과 초상화들을 그렸다. 자신의 두 아들과 아내의 초상화도 그렸다(지금 전시중인 그림들이다). 같은 사물이라도 빛에 따라 순간적으로 변하는 그 이미지들을 포착해 그리기 시작한 건 수련 연작이 아닌 그 전의 루앙 대성당 연작이다. 모네는 아예 대성당이 바라다보이는 곳에 방을 얻었고 시간에 따라 각각 달라지는 성당들을 그렸다. 새벽에. 아침 햇살에, 밝은 햇살 아래, 흐린 날... 풀밭 위의 점심이나 카미유를 그린 녹색 옷의 여인 그림을 보고 싶었는데 이번엔 안 왔다. 약간 실망했다. 계속 연꽃 그림들만 나오니 힘들었다~ 후반기에 그린 그림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었으니까. 계속 "이게 뭐야? 잘 모르겠어" 이런 말만 되풀이. 자세히 쳐다보면 대충 윤곽이 들어온다. 아. 모네의 그림을 볼 때의 팁 하나. 멀리서 모면 더 잘 보인다! 가까이에서는 별 특징이 없지만 조명이 비춰진 그림을 멀리서 바라보면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마치 영화관에서 스크린 바로 앞에서 보면 별 감흥 없지만 뒤쪽에서 시야 안에 잘 들어오는 스크린을 봤을 때 훨씬 더 좋은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너무 조악한 비유이긴 하다)

인생의 후반부에 모네는 지베르니의 정원에서 자신만의 수목들을 가꾸며 그림을 즐겼다. 외국의 식물을 포함한 여러가지 꽃과 나무들을 심었고, 무엇보다 아주 큰 연못?계곡?을 만들어 거기에 수련들을 옮겨놓았다. 계곡에는 다리가 놓여져 있고 나가서 관찰하며 다양한 이미지를 그릴 수 있었고, 때로는 배를 타고 가까이에서 보기도 했다. 초기의 수련 그림은 형태가 비교적 자세하게 나타나고 색감도 부드럽다. 하지만 뒤로 갈 수록 수련의 형태는 점점 알아보기 힘들어지고, 원색에 가까운 거친 붓터치만이 남아있다. 인상주의적 표현이 더 심오해져서 그런건지, 아니면 도슨트의 설명처럼 백내장으로 녹색을 보지 못해 상대적으로 빨간색의 표현이 더 강해져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여튼 그렇게 집 정원을 꾸미면서 여유롭게 살면 좋을 듯 싶다(물론 모네는 가난에 허덕이며 살았지만...)

그림들이 다양하지 않고 거의 후반부에 그린 수련들이 대부분이라서 좀 아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처음에 개인관람때에는 별로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도슨트가 출동(?)하자 사람들이 산더미처럼 몰려왔다. 그림도 잘 안 보이고 도슨트 설명도 듣기 힘들었다. 이럴 땐 그림 바로 앞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제대로 들기 위한 대충의 요령이 있다. 자리를 이동할 때 도슨트 옆에 바짝 붙어서 같이 가던지, 아니면 그 다음번 설명이 어떤 그림일지 대충 짐작해서 그 근처에서 기다리던지, 설명을 들을 때 진행방향 쪽으로 서서 들으면 진행방향 반대쪽에서 듣는 사람들보다 더 빨리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이런 방법들을 쓴다 해도, 역시 모네전은 아직 갈 때가 아니다. 좀 더 기다렸다가 가야 한다. 나는 방학 끝나기 전에 가려고 그 날 갔지만... 아쉽다.
 
마지막으로, 전시장에 이런 말이 있었다. '모네에게 물은 항상 움직이는 것이고 변환하는 것이며 세상의 만물을 비추는 창이고 세상의 모든 색깔을 끊임없이 창출하는 세상으로 열린 새로운 창이었다" 수많은 것들이 물 위에 비춰지고, 비춰지는 영상들은 원래의 색 대신 다양한 색감으로 다가오고, 이런 색깔을 계속 그려내고...

그나저나 후기 쓸거리는 엄청 많은데 쓰기가 싫다. 비보이를사랑한발레리나, 외도, 슈렉3 등등.
시험 끝나고 몰아서 쓸까.

2007/06/16 23:03 2007/06/1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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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번째 생일. :: 2007/06/09 00:19

오늘 하루를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았는데 많은 것들을 겪었다" 정도?!

오후에 밖에서 잘 놀고 있는데  갑자기 이모한테 전화가 왔다. 오늘 대영이 우리집에서 자고 간다고.
내가 대영이랑 수인이를 아끼는 줄 또 어떻게 알고...  그러나 아끼는 만큼 그냥 대충 재워줄 수가 없었다;;
사실 요즘 우리집 상태가 좀 엉망이다.
효진이는 학교 기말고사 기간이고(라지만 맨날 새벽까지 헤드폰끼고 서든어택중이고 흠;)
나는... 집에서 잠만 자고 밥은 관심없고 공부는 집 밖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하는 중이라.
게다가 둘 다 '깔끔'한 성격하고는 거리가 멀다. 적당히 살 수 있을 만큼만 치우자 정도? -_-

저녁에 집에 와서 난데없이 예정에도 없던 대청소를 해야 했다 흑. 생일인데. 집안 청소라니.
청소기로 온 집 청소하고 빨래바구니에 넘쳐나는 빨래 세탁기에 돌리고 설거지도 하고
음식물쓰레기 재활용쓰레기 그냥쓰레기 마구마구 가지고 나가서 다 버리고 오고
욕실 청소에(세상에 내가 이런 걸 다 한단 말야?! 많이 발전했구나 선영아;;) 냉장고 정리에...
그래. 냉장고 정리가 생각보다 난제였다.
나는 아예 집에서 밥을 안 먹은지 오래고 효진이도 아침에 국에 밥만 대충 말아먹고 다니니
오래된 반찬들도 오래된 국도 유통기한 지난 우유와 주스도 있고... 다 버리고 나니 먹을 게 없었다. 에휴.

그래서 집 정리 다 해놓고 국을 끓였다. 음식 참 오랜만에 하는구나.
음식 만드는 건 재밌다. 이것저것 넣어서 '맛'을 만드는 느낌. 하지만 먹는 건 좀; 남들 먹이는 게 좋다 ^^
미역국이랑 김치찌개 만들어서, 지금 미역국에 밥 먹으면서 글 쓰고 있다. 내가 만들었지만 맛있다 :-)
내 생일날 직접 미역국 끓여 먹다니, 재밌는걸?!

두 시간의 노력 끝에 집이 깔끔해지니 좋다. (그러나 난 알고 있다. 이 상태는 일주일을 넘기지 못한다는 걸.)

다시 오늘의 시작, 아침으로 돌아가서...
어제 5시에 자고(어제가 아니구나;;) 오늘 8시에 일어났다
이상하게 하나도 안 졸려서 스테들러 형광펜들이랑 다른 펜들 마구마구 늘어놓고 공부중이었다
진도가 잘 안 나간다. 그 이유를 알았다. 원서라서 그렇다. 영어가 부족해 ㅜ_ㅠ 한 다섯 장이나 나갔을까.

하나언니한테 문자가 왔다!  "선영아~ 바쁘니? 혹시 오늘 점심먹을 수 있나?  같이 먹자구~"
내 얇은 팔랑귀는 언니의 사랑 가득한 문자에 바로 넘어가버렸다---*
오늘은 열공해서 밀린 진도 따라잡으리라는 결심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그러고보니 치훈오빠는 내일 시험이었는데도 왔다. 오빠 고마워요. 물론 성식오빠두 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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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감동받은 치즈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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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안올릴수가 없었어요! 후후. 오빠 표정이 너무 순수하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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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익 자르면서 엄청 좋아하는 나-_- 먹을 거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진다. 거기다 치즈케익이라니!!!


우노에 갔다. 내가 워낙 우노를 좋아해서. 고구마스킨피자를 좋아한다. 샐러드도 맛있고.
먹으면서 넷이서 막 계속계속 수다 떨고 정말 너무 재밌었다. 항상 그렇지 ^-^
게다가 언니랑 오빠들이 치즈케익을 사왔다!!!!!
완전 감동했다 +_+ 치즈케익을 한 판으로 사먹는 게 항상 내 꿈이었는데...
(맨날 커피빈이나 자바에서 그 얇은 조각들을 사먹으면서 마음이 아팠다)
치즈케익에 생일초를 꽂아 볼 줄이야... 한 살 더 나이먹는 게 전혀 마음 아프지 않았다.
치훈오빠에게 선물로 받은 책도 좋았고. 내일 아침 분당 가면서 버스에서 읽을 게 생겼다. 기분 좋다.

2차로 노래방에 갔다(라고 말하니 꼭 저녁에 술자리 끝나고 간 거 같아. 사실 한낮이었다.)
난 내 노래실력이 별로인 거 같아서 (이렇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좀 화낸다; 하지만 난 정말 그렇게 느낀다고!)
노래방 가는 거 안 좋아하지만. 그래서 한 일년 만에 간 거 같다.
막상 가니까 재밌었다-* 그렇지 뭐. 일단 가면 신나게 잘 부른다. 레퍼토리가 맨날 비슷하다는 게 문제지만 ㅋㄷ
하나언니가 과외 때문에 먼저 갔다. (나도 그만 놀고 과외자리 좀 잡아야 하는데. 이 게으름...)

우스개소리로 성식 오빠가 선물 대신 오늘 하루 머슴을 해 주겠다며 뭐 해줄까? 이래서
처음에는 장난으로 이사갈래요~ 청소해줘요~ 음식도 만들어줘요~ 이러다가
마지막에 치훈오빠 마중하고 같이 영화보러 가기로 했다
메가박스 갔는데 막상 시간 맞는 게 슈렉3편밖에 없어서 그걸 봤다
하지만. 역시. 너무 재밌었다!!!  강추. 유치한 듯 하면서 은근 계속계속 재밌다.
슈렉은 그냥 스크린만 봐도 재밌다. (슈렉 2편을 비행기에서 자막 없이 엄청 힘들게 봤는데 그래도 재밌었다)

으아. 그렇게 재밌게 놀다 들어와서 집안청소하고 음식만들고 노트북을 켠 거다
허리아프다. 무릎도 아프다. 나이가 들었구나 ㅡ_-; 아님 살을 좀 더 빼야 하는 건가
저 한켠에 있는 책이 날 쳐다본다. 그래 알았어. 조금만 더 쉬었다가 다시 봐 줄게.

ps. 앤 수녀님한테 영어로 메일 답장하는데 30분이나 걸렸다.
사실 대충 썼으면 금방 해치웠을텐데, 마음을 담아 건내는 건, 힘든 일이다. 더군다나 영어로...
아... 오늘 뭔가 일이 잔뜩 쌓인 날이다. 학교 갈 때가 다가오니 마무리지을 일들이 늘어난다. 피곤해.

2007/06/09 00:19 2007/06/09 00:19
  • Chihoon | 2007/06/09 15:4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어제 선영이가 기를 불어넣어 준 덕분에 오늘 시험은 무사히 치렀어....
    지금은 다시 기가 빠져나가서 쓰러져 있다가, 잠시 방문...ㅋㅋ 슈렉3 강추란 말이지....? 흐음...
    셤 끝나면 보러 가................? 헐헐

  • 비밀방문자 | 2007/06/09 16:48 | PERMALINK | EDIT/DEL |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선영 | 2007/06/10 17:4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젠 제가 시험당할(?) 차례에요~ 아 왤케 학교가 가기 싫은지 ㅜ_ㅠ 노는게 더 좋아요.
    슈렉3도 좋았고~ 제 동생 말로는 황진이도 잘 만들어졌대요-*

  • 선영 | 2007/06/10 17:4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원래 어릴 땐 계속 얻어먹는 거샤. 그래야 나중에 내가 남들 사줘도 억울하지 않지ㅋㅋ
    담에 만나서 또 놀자. 한 달만 버티면 내 방학이 다가오니~
    한달이라는 시간, 정말 길게 느껴지지만 뭐 학교 다니면 빨리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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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청년 성서모임 :: 2007/06/0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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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모임 마지막 시간에. 케익이랑 빵이랑 탁자 위가 어지럽다;; 수녀님은 말 그대로 세상과 "끊어버린" 듯 항상 표정이 밝고 순수하시다. 저런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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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청년 성서모임.
예과 때 이게 있다는 말을 들어본 거 같기도 한데, 그냥 무심히 지나쳤었다
본과 와서 세례성사 받고 난 뒤 대모님 다니엘라의 권유로 시작.
처음엔 연세대에서 하는 모임만 갈 생각이었는데
서강대에서 하는 미사에 갔다가 주보에 나온 공지사항을 보고서는
외국인 수녀님이 하시는 영어 성서 모임도 시작했다.

이걸 하면 어떤 게 좋냐는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해 주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냥 막연하게 좋다고만 하고, 해 보면 알 거라는 대답들 뿐.
그래서 시작하기 전에는 혹시 이거 하면서 실망하진 않을까 생각도 했었는데
하면 할수록 좋았다. 다만 나 역시 그게 어떤 종류의 느낌과 감정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성서모임'이라는 같은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두 모임의 성격은 약간 다르다
연세대에서 하는 건 창세기였고 교재가 따로 있어서 거기에 나온 질문들을 가지고 대화하는 형식이지만
서강대에서는 성서의 한 부분을 계속 이어서 보는 게 아니라 그 날과 관련된 신약의 한 부분을 가지고 한다
그리고 일단 모임이 영어성서를 가지고 영어 대화로 진행되기 때문에 하다 보면 영어와 한국말이 막 뒤섞인다
영어로 질문하고 한국말로 대답하고, 그 반대일 때도 있고, 아니면 영어로 말하다 중간에 한국어 단어를 섞기도 하고... 처음엔 좀 부끄러웠는데 다들 똑같은 수준이라;;; 조금 지난 뒤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했다

성서모임의 특징 중 하나는, 신앙과 생활을 자연스럽게 이어준다는 거다
주일미사에 하루 갔다가 나머지 6일은 다 잊어버리고 비종교인처럼 살다가...
이런 1회용 신자의 생활에서 벗어나, 어느새 생활 속에서 하느님이 함께 계심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내 종교에 대해서, 그리고 내 신앙에 스스로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그렇게 깊게 고민해 본 적도 처음이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드러내고 말해본 적도 처음이었다
모임의 내용은 비밀이기에, 그리고 아는 사람이 아닌 오히려 모르는 사람들과(나중엔 가까워졌지만)
가식을 벗고 괜찮은 척 그만하고 힘들 땐 힘들다고, 행복할 땐 웃으면서 지낼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항상 좋은 쪽으로 흘러간 건 아니다.
생각할수록 오히려 회의가 들 때도 있었고(사실 하고 있다. 현재진행형...)
무지하고 맹목적인 믿음에서 조금 더 나아가 성서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오히려 환상(?)이 깨지기도 했고...

첫 모임이 생각난다. 학관에서 하나언니랑 성식오빠랑 만나서 이야기 할 때는 정말 어색했는데,
언제부터인지 가까워져서 같이 춘천에도 놀러가고 힘든 일 있으면 밤새면서 이야기하고
내가 힘들다고 투정부릴 수 있는 유일한 두 곳 중 하나도 그 모임이었고
그 투정들을 다 받아주고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했다
난, 내 생활은, 정말 제멋대로 흘러갔지만, 그래도 단 하나 인복만은 남들보다 많은 거 같다

두 모임 다 마쳤다. 서강대 모임은 완전히 끝났고 연세대 창세기 모임은 아직 연수가 남았다
그러고 보니 연수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다. 좋았다고만 할 뿐.
성서모임의 모든 대화가 비밀로 지켜지는 것처럼, 연수도 그렇다고 했다
이젠 예전처럼 내가 생각했던 거와 다르면 어떡하지 라는 그런 불안감 따위는 없다

내가 알게 모르게 받았던 그 사랑들을, 나와 비슷한 이들에게 다시 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

2007/06/06 11:56 2007/06/06 11:56
  • Chihoon | 2007/06/06 18:50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내 배가.....;;;;;;;;;; 선영아..... 어떻게 모자이크 처리 좀 안 되겠니..........? 쿨럭~~

  • 선영 | 2007/06/07 10:49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하하 그 대신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해 드릴까요??
    사실 오빠가 그 말 하기 전까지 아무도 몰랐다구요~ 그제서야 그쪽으로 눈길이 가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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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 유쾌한 유령 :: 2007/05/2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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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 유쾌한 유령 >
2007. 5. 25 대학로 블랙박스 씨어터, 혜갱이랑.

  서울대공원에서 동물들이랑 천진난만한 시간을 보내다가;; 지하철 타고 혜화역으로 가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다. 저녁 8시 공연인데 대학로에 도착했더니 7시 45분이었고 소극장 찾느라 헤매다가 시간 좀 날리고 간신히 찾았더니 입장 5분전이었다. 그런데 배가 고팠다... 짧은 시간 동안 머리속으로 수많은 고민을 하다가 근처에 KFC로 뛰어가서 징거버거세트 시켜서 둘이서 5분만에 다 먹어치우고 다시 소극장으로 갔다. 그나마 다행히 소극장답지 않게 좌석이 지정석이었고 난 미리 예매해놔서 맨 첫줄 가운데에 앉을 수 있었다. (왜 이럴 때 괜시리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 확실히 난 사악한 면이 좀 있다...) 이상하게 대학로에 연극보러 올 때면 극장에 제 시간에 가는 법이 없다. 맨날 헐레벌떡 뛰면서 급하게 저녁먹고 극장 못찾아서 헤매고... 길치인가 -_-ㆀ

 희극 치고는 그렇게 많이 재밌는지는 모르겠는데, 계속 웃음을 자아내는 연극이었다. 순간순간 적절한 타이밍과 행동과 말대답으로 웃기게 만드는 면에서는 연극 라이어와 약간 닮았다. 특히 소설가 루스의 전 아내인 엘비라의 유령과 두번째 부인인 루스와 이렇게 셋이서 같이 있을 때 더욱 그랬다.

  그나저나 엘비라가 등장했을 때 놀랬다. 일단은 베란다의 커텐을 열면서 스르륵 등장하는데 순간적으로 "와 너무 예쁘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얼굴이 온통 하얘서 무섭긴 했지만... 사실 얼굴이 인형처럼 예쁘다기보단 분위기가 그랬다.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다. 동작 하나하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또렷하고 명확하게 들리면서 관객들에게 화살처럼 전달되는, 한마디로 '꽂히는' 기분. 울 극회에서 이런 사람은 내 기억에 딱 한명 있었는데 그 사람이랑도 이미지가 비슷했다. 반면에 이 연극에 등장하는 또다른 한 명은 비중이 꽤나 컸는데도 발음이 입 안에서 안나와서 내가 맨 앞줄에 앉아 있었는데도 말이 조금만 빨라지면 알아먹기가 힘들었다. 슬픈 일이야. 예전같으면 아무 생각없이 연습부족이라고 했을 텐데, 요즘은 이런 게 결국 타고난 거지 싶다. 그런 거지 뭐.

  강신술을 하던 아줌마(?)인 아르카티는 정말 특이한 캐릭터라서 그런 캐릭터를 지켜본다는 자체가 즐거웠다. 마치 영화배우들이 "이런 배역을 한번쯤 해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할 듯한 그런 느낌. 어떻게 강신술을 그런 식으로 해석해서 만들 생각을 했을까. 역시 연극이 가진 매력 중 하나는 상식을 깨는 즐거움이다.

  요즘은 영화보다 연극이 더 재밌다. 영화가 너무 볼 게 없어서인지도 모르지만. 캐리비안의 해적은 맨날 매진이고 슈렉은 아직 개봉을 안해서 아무래도 당분간은 연극에 매진해야 할 듯. 학교에 다시 끌려가기 전까지 미친듯이 제대로 놀거야... 연극 나무물고기도 재밌다던데. 요즘 마침 연극공동체 소극장 네트워크 페스티벌도 한다. (페스티벌이라는데 입장료가 그닥 싼 거 같지는 않다;;) 학교 안 가니 시간이 남고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해서 좋다. 먹고 살 길만 생기면 이대로 계속 학교 안 가도 좋을 거 같아.

2007/05/26 00:03 2007/05/2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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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스파이더맨3 :: 2007/05/19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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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서 이 영화 별로라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봐서 그닥 기대도 안 했다. 오히려 영화 시작하기 전에 광고로 나오는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Pirates Of The Caribbean : At World's End)가 더 기대됐다. CSI 시리즈와 저번 겨울에 영화 데자뷰를 만들었던 제리 브룩하이머 사단이 만들었고 조니 뎁과 올랜도 블룸이 나온다는 그 영화. 이미 그거에 마음을 뺏겨버렸는데 아무리 거미가 빨갛고 파란 화려한 껍질을 쓰고 있어도 눈길이 가겠어...

  나한테는, 이 영화가 Supernatural과 Superman과 Prison Break와 HIT를 섞어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다. '더 보기' 클릭하면 나온다.

더 보기..


  뉴욕이 배경인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진다. 유럽의 도시들처럼 그곳도 과거와 현재의 문화가 잘 어우러져 있고 미래의 문화들이 태어나고 있는 게 느껴진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섞여 있는 곳. 모마(The Museum Of Modern Art)도 가보고 싶다. 현정이 홈피에서 보고 알았다. 게르니카와 수련 시리즈가 거기에 있었구나. 제은언니가 저번 여름에 갔다와서 좋았다고 하던데.

  그나저나. 피터가 살던 그 방, 체코 프라하에 있을 때 잤던 유스호스텔 방이랑 비슷한 이미지였다. 거기 예약할 때는 그렇게 심한 곳인줄 전혀 몰랐는데... 막상 도착해서 그 가방 끌고 헤매다 헤매다 도착했을 땐 너무 지쳐서 불평할 기운도 없었다. 우리보다 먼저 온 두 남녀는 낮이었는데 아주 기본적인 옷차림;으로 자고 있었고. 건물도 방도 창문들도 오래되고 낡았던 곳.

  스파이더맨4도 나올까? 확실한 건, 이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스토리는 탄탄해지기 힘들다는 거. 이번 편도 결국 스파이더맨이 계속계속 등장하는 다양한 특징들을 가진 악역들을 물리치는 걸로 이야기를 채워나갔는데( + 매리제인과의 관계도 좀 나오긴 하지만) 결국 다음 편도 좀 더 색다른 악역들을 등장시키는 거 말고는 다른 게 없을 거 같다. 아님 반대로 스파이더맨을 죽이고 새로 다른 거미를 만들어버려?!

2007/05/19 00:57 2007/05/19 00:57
  • 기묜종 | 2007/05/20 02:50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나도 거미맨3보고 약간 실망했는데... 재밌긴 했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어.
    토비가 조지랑 닮았다니!!! 토비가 오백배는 더 잘생기고 귀엽다구! 조지는 좀더 찐따같달까.. ㅋㅋ
    스파이더맨4도 나올거래. 토비가 주연할 지는 아직 모르고.. 줄거리 상의 문제는 만화가 원작인 만큼 어쩔 수 없는 듯... ㅠ 어쨌든 전체적으로 산만했던 3편은 나도 실망이었어.

  • 선영 | 2007/05/20 15:42 | PERMALINK | EDIT/DEL | REPLY

    흐흐 물론 조지보다야 토비가 백번 낫지! 조지네 커플은 둘 다 좀 너무 특이해서리;
    스파이더맨4가 나오면... 토비가 또 거미 하지 않을까? 123편 다 했는데 4편이라고 안할까...;;;
    사실 스파이더맨 덕분에 많이 유명해졌지 뭐. 나머지 TV 출연작 같은 건 대부분 잠깐 출연이던데.
    캐리비안이랑 슈렉 개봉하면 그거나 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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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 굿 닥터 : 행복한 수다 :: 2007/05/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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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 굿 닥터-행복한 수다
2007. 5. 17 대학로 낙산 씨어터, 정원과.


  역시 네이버 카페에서 행사중이라서 15000원으로 둘이서 봤다. 확실히 난 아줌마 기질이 있다. 할인이나 쿠폰 같은 걸 너무 좋아한다. 예전에 정표가 나보고 쿠폰의 달인이라고 했었는데. 칭찬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계속 정신없이 웃었다. 그렇다고 해서 잘 만들어진 연극이라는 느낌은 안 들었지만 그거랑 별개로 웃긴 건 웃긴거다. 아무 생각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보러가서 기분 좋게 나올 수 있는 타입의 연극이다. 하지만 눈물나고 마음이 벅차오르고 감동받는 걸 기대하기는 무리다.

 옴니버스식의 연극은 처음인데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7개 이야기가 전혀 연관성이 없다는 거. '행복한 수다'라는 거 빼고 공통점이 없는데 막상 난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 작가 닐 사이먼은 이름만 익숙하고 실제 대본을 읽어본적이 없는데, 이 사람이 안톤 체홉의 단편들에서 영감을 얻었다지. 안톤 체홉에 비하면야 훨씬 쉽고 재밌는 편이다.

  '늦은 행복' 에피소드에 나오는 배우가 지은 언니를 닮았었다. 게다가 역할도 할머니였다... 이반 역으로 나오는 남자 배우는 조주랑 정말 똑같았다. 연기까지도. 다만 말하는 내내 거의 똑같은 어조로 똑같은 크기로 단조롭게 말하는 게 좀 거슬렸다. 그 소중한 대사들을 그렇게 낭비하다니.

  암전때 나오는 배경음악이 너무도 익숙한데 막상 어떤 공연 때 썼던 건지 기억이 희미하다. 아마 윈부인거 같다. Brian Crain 음악도 가끔 흘러나왔다. 이런저런 연극 공연에서 막간음악이나 처음 시작때 많이 쓰이나보다. 요즘 MP3P에 넣어서 듣고 있는데 극회에서 연극하던 때가 생각나서 묘한 기분이 든다.

마지막에 작가 역할의 배우가 말한 것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현실에서는 성공과 거리가 먼 인생이 될지 몰라도, 내 자신은 진정으로 행복해질것만 같다. 어쩌면 무책임한 행동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 그랬었지.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이 겹쳐질 때 그 사람은 인생을 잘 살수 있을거라고.

행복을 느끼기엔 이제 늦어버렸어. 사랑을 찾기엔 너무나 지쳐버렸지... 연극을 시작하는 노래.
가슴에 와 닿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2007/05/18 00:01 2007/05/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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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클리닉 창립 10주년 기념행사 :: 2007/05/13 21:32

  라파엘의 기도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사시며
  가장 큰 사랑을 가르쳐주신 주님
  감사하나이다
  저희가 이기심과 일상 속에 파묻혀
  사랑을 잃어갈 때
  저희로 하여금 당신의 부르심을 듣게 하소서
  당신의 사랑에 답하게 하소서


  고통 받는 이의 모습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보게 하시며
  그들이 내민 속을 보듬으며
  당신의 미소를 보게 하소서
  베품보다는 늘 섬기는 법을 배우게 하시어
  자신을 낮추고 진정으로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오늘의 이 시간이
  저희 자신을 위한 가식이 되지 않게 하시며
  저희의 몸짓이 비록 보잘 것 없을지라도
  진정 주님을 위해 봉헌되어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될 수 있도록 축복해 주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 http://raphael.or.kr  라파엘클리닉 공식 홈페이지)



얼떨결에 자원봉사모집한다는 소현언니 문자에 간다고 답문을 보냈다
아마 호기심 절반, 의무감 절반 정도가 뒤섞였던 거 같다
10주년이 되는 동안 라파엘 클리닉에 한 번도 일하러 간 적이 없어서 궁금하기도 했고,
포도나무에서 간다는 사람이 너무 없어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남아도는-_- 내가 가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어쨌든 일하는 건 그저 그래도 포도알들을 만나는 건 기분 좋으니까 ^^

포도나무에서는 라파엘에 가는 사람이 그닥 많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왜 가지 않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난, 라파엘 클리닉이 뭔가 서울대 중심으로 돌아가서 연세대는 약간 outsider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반대로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니 그런 결과가 올 수도 있겠지만.)
가톨릭대가 참여하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가 아닌지 내 맘대로 추측해 본다
그리고, 예과 때부터 재활병원 봉사만 계속 해서 그런지
'봉사' 하면 재활병원이랑 꽃동네가 연상되고 거기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막상 본과 와서는 방학 때 꽃동네 간 거 빼고 전혀 하지도 못했지만.

막상 문제는 행사가 너무 일찍 시작한다는 거;;
저번주에 순천에 내려가서 막무가내로 일주일 놀다 온 대가로
서울 오자마자 쌓인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없었고
며칠 동안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고 하루종일 이것저것 하다 보니 너무 피곤했다
너무 피곤해서 밥 먹는 것도 귀찮고 그냥 자고 싶을 정도로...

아침에 알람과 전쟁하다 다섯시 반에 간신히 일어나서 씻으려고 거울을 보는데
토끼 저리가라 할 정도로 빨갛게 충혈된 눈에 무릎까지 내려온 듯한 다크서클. 이건 본1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하긴 잠자는 시간만 빼고 하루 18시간씩 렌즈를 끼니 눈이 충혈될수밖에;
그래도 안경보다 편하니까, 그 빨간 눈에 또 렌즈를 집어넣는다  
6시 15분에 출발해서 혜화동 동성고에 7시에 도착했다

이런 일들이 다 그렇듯, 인력은 정말 비효율적-_-^으로 돌아간다
한 쪽에서는 일손이 부족해서 바쁘게 움직이고, 다른 쪽에서는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뭘 해야할 지 모르고.
대부분의 일은 단순노동이다. 청소하고, 짐 옮기고, 정리하고, 사람들 안내하고.
그렇다고 그런 일들이 값어치가 없진 않으니까. 화려함의 뒷면엔 이런 게 결국 존재하는거다
운좋게 강당 출입문 안내요원으로 배치됐다. 별로 할 일이 없었다. 사람들이 다들 반대쪽 문을 사용해서;
하지만, 정말 당황스러웠던 건, 행사에 참석하러 오신 이주노동자 분들 다수가 한국어를 안쓰신다는 거;;;
영어로 안내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기겁했는데, 사실 몇 마디 할 게 없어서 금방 익숙해졌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오신 어떤 분과 이야기하면서 필리핀 어학연수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로 했다
처음에 듣고서 중국말인 줄 알았다 -_+ 아. 필리핀식 영어가 저런 거구나.

강당 밖에서 계속 자리를 지켜야 해서 공연을 못 본게 좀 아쉽지만
대신 김수환 추기경님이랑 교황 대사를 바로 눈앞에서 뵙게 되었다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 이미지였다. 어렵지 않고, 편안한 느낌.
공연이 끝나고는 그냥 강당에 들어가서 미사에 참여했다.
사실 무책임한 행동이지만; 추기경님이 집전하시는 미사는 예전에 성탄전야미사 이후 처음이라...

봉사를 할 때마다 항상 생각하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목적'이다. 남을 위한다고 생각하고 일하지만 막상 되돌아보면 '내 자신의 만족'을 원했던 게 아닐까.
어쩌면 자만심, 가식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인터뷰에 보면 봉사하느라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걸요"라고 답하는 사람들.
막상 생각해봐야 할 건 내가 아닌, 상대방이다. 받는 사람이 정말 필요로 하는 걸 줘야 한다.
이 생각이 어긋나면 봉사하는 일에 회의가 들지도 모르겠다
내 도움을 받은 상대방이 반응이 없거나 감사 표시를 하지 않으면,
내 노력에 대한 보답이 없다는 생각에, 내 도움을 알아주지 못한다는 느낌에 서운해할지도.
하지만 그건 결국 봉사를 통해 날 만족시키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잖아.

그리고 하나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이다
특히나 봉사단체나 NGO들에 처음 일하러 갈 때는 '이상'에 끌려 오는 경우가 있지만
막상 돌아가는 '현실'은 그것과는 많이 다른 거 같다.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
봉사 단체 안에서도 이런저런 갈등이 있고 세력다툼(?)도 있고
모두가 평등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강당 좌석은 VIP와 일반으로 따로 나눠지고, 출입문도 마찬가지고
여러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인종간 갈등을 초월해 의료혜택을 받지만
행사가 끝나고 선물을 나눠주는 동안 특정 국가 사람들이 두세개씩 받아갔다며 항의를 하고...

마지막 하나는 봉사단체들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존재한다는 거.
라파엘도 대진료 때에는 봉사자들이 엄청 많고 (그래서 잘못 가면 오히려 치인다는 말도 돌고;;)
꽃동네도, 소록도도 봉사 가려면 몇 달 전부터 미리 신청해야 하는데
막상 그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기관들은 잘 알려지지도 않고 봉사자들도 적어서 인력이 더 필요할거다
아예 사회복지단체의 도움을 못 받고 있는 개인들도 많을 거고.

행사 내내, 부러웠다. 학교와 병원과 가톨릭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준다는 사실이.
우린 정말 사람들 말대로 '박해받고 산다'
병원내 사목 활동도 눈치보며 하고(라고 수녀님이 말씀하셨고)
병원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고
그나마 매주 할 수도 없고 종강 개강 부활 성탄 미사 정도이다
모르긴 해도 서울 시내 대학병원들 중 주일미사 없는 곳은 아마 신촌과 영동 세브란스밖에 없을거다
CMF 밀어주는 거 반만 포도나무에 허락해줘도 정말 활동하기 편할 텐데.
난 개신교 자체를 싫어하진 않지만, 개신교가 가진 그 '배타성'이 싫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들었던 생각은, 역시 사람은 지치고 피곤하면 까칠해진다는 사실 -_+
나도 그렇고 주변사람들도 그렇고. 예민한 상태였다.  
뒷풀이 가고 싶긴 했는데 너무 피곤하고 먹고 싶지도 않고 술도 못마실테고
그냥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시체처럼 누웠는데 막상 잠도 안 들고 비몽사몽 하다가 저녁에 일어났다

아직도 Things to Do List는 절반이 지워지고 절반 정도 남아있다
내가 번 일이니, 결국 내가 할 일이지 뭐.

2007/05/13 21:32 2007/05/13 21:32
  • 혜갱 | 2007/05/15 01:32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나두 요새 좀 팍팍하다.
    확실히 짜증이 늘었고 여유는 줄었지.
    빠른 시간 내에 많은 것을 처리하도록 입력 되어진 기계쯤?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프린트은 필수고! 브리핑은 옵션!! 인.

    삽질 = 시행착오.
    에 관한 생각들이 떠올랐으나 시간관계상
    침대로 가도록 하겠다.

    참. 개미퍼먹어~ 본적 있냐?




  • 혜갱 | 2007/05/15 01:3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모티콘을 넣어서 인사 해야지.
    잘자 ~~ -_- 바이바이 ^*=*^
    ㅋㅋ
    ㅎㅎ
    ㅋㄷ

  • 선영 | 2007/05/15 14:55 | PERMALINK | EDIT/DEL | REPLY

    ㅋㅋ 너도 요즘 상태가 좀 힘든가보구나;; 역시 어느 정도는 자리가 사람을 만드나보다
    그게 웃찾사에서 나온 말인줄은 아는데 사실 실제로 티비 본 적은 없다는;
    난 한국티비프로보다 미드가 더 재밌어... 은근 중독성있다 =_= 생활의 활력소!
    아. 어제 하루가 정말 너무 비참하고 힘들었는데 이제 좀 살아났다
    뜯어보면 별 거 아닌 일들이 모이고 모이고 쌓이면 너무 무겁게 다가와. 그걸 알면서도. 힘겨워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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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 이름을 찾습니다 :: 2007/05/0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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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 이름을 찾습니다 >
  2007. 5. 1 대학로 소극장 축제, 경진과.

5월 1일은 노동절이라서 병원도 휴무이다. 경진이가 요즘 영동 실습 도는데 시간이 난다고 해서 같이 뭐하고 놀까 궁리하다가 이 연극을 발견했다. 네이버에 새로 가입한 카페에서 이 연극이 앵콜 연장 공연중인데 이벤트로 카페 회원들에게 1+1, 그러니까 한 사람 티켓만 사면 두 사람이 볼 수 있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그게 내가 이 연극을 선택한 유일한 이유였다;

난 처음 들어보는 연극인데 타이틀은 화려했다. 거창국제연극제 대상, 희곡상, 여자연기상 그리고 문예진흥원 신진연출가 지원금 대상작이라고 팜플렛에 적혀 있다. 기대되는 한편 걱정도 됐다. 난 상 받은 작품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영화는 그랬다. 특히 김기덕 감독 같은 사람들의 영화는 분명 좋은 작품이지만 보는 동안, 보고 나서도 개운치 않다.

어느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아늑한 소극장, 반전이 뒷받침한 탄탄한 시나리오, 배우들 셋 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연기력, 연출된 웃음이 아닌 캐릭터 자체에서 배어나오는 슬픔과 기쁨들, 무대와 음향... 배우는 단 세 명 뿐이지만, 극장 안의 공기는 연극 내음새로 꽉 채워진 듯 느껴졌다. 난 영화나 연극을 보면서 잘 울지 않는데 (그래서 한동안은 내 감정이 메마른 게 아닌가 생각했다;) 이번엔 보는 내내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했다. 행복함이 느껴지다가, 한순간 서럽다가, 다시 웃다가... 한시간 반 내내 완전히 몰입했다.

네이버 같은 곳에서 영화평, 연극평 남길 때 사람들이 강추,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제일 좋았어요, 감동적이었어요 이런 말 남기면 정말 상투적이라 생각했고 알바생이 남기는 홍보용 멘트라고 넘겨버렸다. 하지만 이 연극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남겨도 부끄럽지 않을 거 같다. 꼭 한 번 볼만한 연극이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작품이라고. 최소한 나에게는...

연극이 펼쳐지는 동안 무대를 보면서 무대 위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오래된 추억인데, 망각이라는 안개에 가려 좋은 일들만 행복한 기억만 떠오른다... 막상 그 치열했던 여름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는데... 처음으로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도 마셨고 배우 대 배우간의 캐릭터 관계는 사람과 사람사이 연결로 이어지고... 암전이 오고 무대 이곳저곳에 야광스티커들이 달려있는 걸 보면 암전 때 이것저것 소품을 들고 위치를 옮겼던 생각이 나고, 파란색 박스조명이 밝아지며 두칠이가 혼잣말을 할 때면 사다리에 올라 바에 조명을 달고 공연때 조명키에게 큐사인을 줬던 기억들이 떠오르고... 내 원래 계획은 올해 여름에 무대에 서는 거였는데. 하지만 결국 난 올해 2학년이 되지 못했으니 그 계획은 잠시 접어야겠다. 그래. 원래 사는 건 항상 마음먹은 대로만 잘 흘러가는 건 아니잖아. 미련은 남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유난히 이런저런 생각과 여운을 남겨 준 연극이었다.

2007/05/01 23:04 2007/05/0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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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걸즈 :: 2007/03/09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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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3. 9
코엑스 메가박스, 정원과.

내가 알았던 이 영화의 사전 정보라고는 비욘세가 주연을 맡았다는 것. 뮤지컬 영화라는 것. 그 단 두개 뿐이었다. 예전엔 공연 보러 가기 전에 나름 사전조사(?)도 열심히 하고 갔었는데 요즘엔 많이 게을러졌다. 그냥 낼름 예매하고 보러 가버리니. 뮤지컬 영화라서 별로 기대는 안 했다. 스토리의 부실함을 음악으로 채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음악도 물론이려니와 스토리도 기대 그 이상이었다. 어떤 평론가들은 그래도 스토리의 부실함을 지적하지만, 그건 이 영화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비현실적이고 상투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해피엔딩으로 끝났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성공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해피엔딩이 되는 게 맞겠지만, 난 그런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현실적인 과정'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미녀는 괴로워'가 외모지상주의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나름 비슷한 틀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신데렐라가 되면서 쉽게 해결되었다면 이번엔 '성공'의 자리에 올라선 사람들이 바뀌고 또 뒤바뀐다. 오늘의 승자는 내일의 바닥이 될 수도 있다. 실력이 있다고 해도 외모가 없으면 안되고, 외모까지 받쳐줘도 권력과 돈이 없으면 또 앞자리로 나갈 수 없다. 지금 웃는 사람이 영원히 웃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실제 인생과 참 비슷하다.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 안 하고, 그냥 드림걸즈 네 명의 노래들만 들어도 기분좋을거 같은 영화. 비욘세야 뭐 가수라서 당연히 노래 잘 하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비욘세보다 에피 역의 제니퍼 허드슨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그 엄청난 성량과 풍부한 감성... 대체 이사람이 누구지 찾아봤더니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3에서 우승 후보였단다. 어쩐지.

뮤지컬 영화는 스토리를 떠나서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시카고도, 물랑루즈도, 드림걸즈도

2007/03/09 22:18 2007/03/09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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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al - Face off :: 2007/03/0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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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2. 28   8:00 PM
대학로 예술마당 3관

뮤지컬 루나틱을 만든 루나틱 컴퍼니의 두 번째 작품.
그리스랑 이거 중에 고민하다가 이걸로 택했다
작품성 배우들 이런 걸 따진 건 아니고
단지 뮤지컬 그리스의 스토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리고 우리의 창작 뮤지컬을 보고 싶다는 소망도 약간은 있었다

맘마미아, 아이다, 라이온킹 같은 지금까지 내가 봤던 대형 뮤지컬들은
워낙 거대 자본이 받쳐주고 기획력도 탄탄해서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작품성은 보장되지만
소극장 뮤지컬이 가지는 그 매력은 절대 가질 수 없다
대형 공연장에서 수많은 관객들이 멀리서 무대를 바라보는 그 구조에선
관객이 배우와 하나되는 느낌을 가지기는 어렵다
단지 맘마미아 혹은 올슉업 같이 뮤지컬 노래 자체가 이미 관객에게 익숙해져 있지 않은 이상...
그마저도, 관객과의 일치라기보다는
익숙한 대상에 대한 편안함이라 말해야 더 정확할 것 같다

이 미약한 문화 기반에서 연극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이런 관객과의 하나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거다
그리고 그건 또한 배우가 배우로서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대 위에서 내가 하는 몸짓, 대사 하나하에 관객들이 빠져들어 반응할 때
그 때의 느낌이란 정말 누군가의 표현대로 마약 같아서 절대 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편의 연극을 올리기 위해 겪어야 하는
수없이 많은 연습과 고뇌와 힘겨움도 다 잊어버릴 수 있나보다
무대에 서서 연기하는 그 순간만큼은, 아픈 과정은 다 잊혀지고 화려한 황홀함만이 남겨진다

뭐야. 어쩌다가 글이 이상한 곳으로 빠져버렸다

사실 나는 이게 루나틱 2라고만 알고 갔었다
그리고 루나틱은 정신병원이 배경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결국 공연장에 들어서기 전까지 Face off는 루나틱의 뒷이야기,
그러니까 정신병원이 또 배경인 줄로만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러일 줄이야.
원작은 'Double jeu', 그러니까 이중 오락?장난? 이라는데,
우리나라에서 '뛰는 놈 위의 나는 놈'으로도 공연됐었다고 한다
아. 나 그 연극 봤는데. 왜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거지?
그때의 연극은 '라이어'처럼 정신없이 진행되고 반전이 거듭됬다면
이번엔 수많은 복선이 깔리면서 손에 땀을 쥐며 긴장하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소극장에 들어서니 아늑함이 참 좋았다
관객석이 정원이라는 신선한 설정.
거기에 더해진 물뿌리개 이벤트는 관객을 순식간에 능동적인 존재로 만들어줬다
아. 그 자리에 배우가 물뿌리면서 말 걸줄 알았으면 거기 예매할걸
(이라고 말은 하지만 하루 전날 급하게 예매해서 선택의 여지도 별로 없었다;)
일단 눈에 확 들어오는 건 의상과 소품들... 누가 전직 의상분장팀 아니랄까봐;
의상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각 캐릭터들의 성격을 잘 나타내주는.
넘치는 재산에 마음 씀씀이도 좋지만 좋은 남편이라는 복은 없었던 윤서에게는
우아하고 고상한 드레스, 하지만 그 하얀색 드레스는 약간은 슬퍼보였다.
폭력과 협박까지 일삼으며 아내의 돈에 기생해 사는 남편 태준에게는
약간은 거만한 듯한, 스티치가 뚜렷한 양복과 화려한 와이셔츠, 그리고 넥타이를.
기회주의적 이미지의 변호사 다니 홍에게는
선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주황색 톤의 의상을.
그리고 순식간에 캐릭터가 돌변하는 가정부 소영에게는
검은색 바탕에 하얀색 레이스의 메이드복을...
그 검은색조차 결국은 복선이었음을 뒤늦게야 알았다

일단 스토리가 탄탄해서 보는 내내 푹 빠져들었고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1인 2역이었던 장동일씨는 개인적으론 지킬앤하이드의 조승우보다도 나았다
뚜렷하게 살아있는, 두 명의 캐릭터.

연기력... 예전엔 연극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 생각했는데,
요즘은 또 잘 모르겠다.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걸까.
이젠 음향이나 무대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위치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런 부수적은 요소들이 아무리 좋아도
연기가 부족하면 극이 살아나지 않는 건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이번에 반장역을 맡았던 배우는 중간에 들어왔다는데
확실히 연습시간이 부족해서인지 자신의 캐릭터가 극중에서 살아나지 않았다
마치 어정쩡하게 피우다 만 꽃처럼, 단지 대사만이 의미없이 흘러갈 뿐이었다
극을 살아나게 만들 수 있는 소중한 대사들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본 연기 중 가장 인상깊었던 건 뮤지컬 렌트이다
그때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이 내한해서 공연했었는데
공연 내내 자막을 봐야 해서 막상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얼굴표정과 팔짓, 손동작이 표현의 거의 절반 이상인 이전의 뮤지컬들과 달리
그 수많은 배우들의 연기들이 하나같이 엄청난 실력이라서 놀랐었다
마치 말하는 것 만큼이나 몸의 표현이 자연스럽고 자유로워서
원래 저들은 몸으로도 말할 수 있는 사람들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태어날 때부터 말이 아닌 몸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대학로에서도 그런 공연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지.

2007/03/01 22:01 2007/03/0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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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RENT :: 2006/01/2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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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팅이라 그래서 당장 예약했었던.
10주년 기념 순회공연인데, 한국 공연은 급하게 결정된거라서 대관하는데 애먹었다고 했다.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이 이미 대관된 상태라서 어쩔수 없이 올림픽홀(=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공연했다고...

시설은 정말 열악했다.
일단 처음부터 공연을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이 아니다 보니 관객석에 경사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VIP석 중간에 앉은 사람들은 앞사람 머리에 가려서 공연 보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게시판이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게시판의 대세는, 그 악조건들에도 불구하고 공연은 정말 감동적이었다는 것.
사실 나는 공연장 환경이 어쩌고 하면서 불평할 처지가 정말 못되는게...
나랑 혜갱이랑 예술의전당에서 바비스토리 보다가 공연에 늦어버렸다.
택시를 타고 88을 질주;하며 날았으나 결국 공연장에 5분 늦게 도착.
못들어가게 할까봐 엄청 걱정했는데 막상 들여보내주긴 했다.
근데 다른 사람들 관람에 방해될수 있어 원래 우리 자리는 못간다고 했다.
일단 가장자리쪽 빈좌석에 앉았다가 인터미션때 자리를 찾아가라고 했고, 우리는 좀 화를 냈다;

막상 들어갔더니, 맨 앞줄 R석의 가장자리가 비어 있는게 아닌가!
우리가 예약한 자리는 R석의 가운데 쪽이었지만, 어쨌든 일단 앉았다.
그리고 인터미션때 슬쩍 봤더니 맨앞줄 맨가운데 VIP석 두자리가 비었더라. 그래서 슬쩍 앉았지 뭐.
2막부터는 아주 제대로 공연 관람했다. 이렇게 운이 좋을수가 ^^
배우들하고 거리 10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았다. 으아. 너무 좋았다.

렌트 보고나니 사람들이 왜그렇게 브로드웨이 하는지 알겠다.
연기는 저렇게 하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정말 계속계속 들었다.
사실 렌트라는 뮤지컬자체가 주연과 조연의 비중차이가 그리 크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연들까지도 정말 완벽하게 생생하게 살아움직이는 캐릭터들이었다.
엄청나게 풍부한 성량을 자랑하는 목소리와, 자유로운 몸짓과, 말보다도 더 호소력있는 표정들.

아. 여주인공인 미미 역할에는 도미니끄와 막문위로 더블캐스팅이었는데,
난 아이다의 옥주현을 보고 난 뒤 아무 망설임 없이 브로드웨이에서 원래 미미 역이었던 도미니끄걸로 신청했었다.
근데, 공연 전날에 우연히 게시판 들여다보다 알았는데, 도미니끄가 어깨 탈골로 공연을 못한다는거다!
그래서 대신 막문위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했다.(사실 부상이 진짜 이유가 아니라 뭔가 기획사쪽하고 문제가 있는듯도 싶다)
엄청 기대하고 있었던 거라 갑자기 취소하기도 힘들어서 찝찝한 마음에도 일단 보긴 봤는데...
아아... 정말 엄청났다. 본업이 가수 겸 영화배우임에도 불구하고
갈라지는 목소리, 낮은 성량, 마치 뮤직비디오를 찍는듯한 엉성한 움직임... 계속 몸을 비틀고;
정말 극의 흐름을 확 깼다;
막문위가 홍콩에서 유명한 배우라던데(난 잘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집에 와서 게시판 보니 나만 그렇게 생각한건 아니었나보다. 내 친구는 환불 안해주냐고 했을 정도 ㅎㅎ

마지막에 캐스트들 인사할때 슬쩍 사진찍었다. 원래 안되는줄 알지만 아쉬워서 ^^;

2006/01/26 21:35 2006/01/2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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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 2005/12/07 18:41

이 책은 스테디셀러나 추천도서목록에 심심찮게 오르는 녀석이지만,
그러면서도 아직까지도 읽을 생각을 안 해 보고 있었다.
뭐랄까. 별로 손이 가질 않았다. 제목이 너무 평범해서일까.
무라카미 하루키를 한참 좋아하던 시절, 상실의 시대를 읽다가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이상 읽은 사람과는 친구가 되어도 좋다"
라는 구절을 보면서 언제 읽어보긴 해야겠네... 이랬던 게 몇년 전.
인연이 되려는지, 중도에서 다른 책 열심히 고르다가 마침 책트럭 위에 정리되려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게 눈에 띄어 냉큼 집어왔다.

읽으면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듣던 소문만큼 지루하지는 않았다는 것.
얼마 전에 어떤 분이 이 책이 좋다고 해서 읽었는데
정말 재미없었다고 그래서 약간 겁났었는데...
막상 이 책 바로 전에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읽다가 너무 힘겨워서 덮었기 때문에, 그 책에 비하면야 뭐.
말이 나와서 하는 소리인데 그 인상주의 책, 정말 나하고는 안 맞는 듯 싶다.
나도 왠만큼 자의식 강하고 공상 몽상 망상 잘하는 사람인데 울프 여사는 못따라가겠더라.
여튼. 개츠비 이야기는 술술 잘 읽혔다.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하루키의 책과 약간 통하는 면이 있다.
아마 두 사람이 살았던 시대가 조금 시간적으로 차이가 나서 그렇지,
둘 다 그들이 겪었던 시대의 현실을 한 개인을 들여다보며 있는 그대로 풀어냈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다만 하루키의 경우에는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시대이므로 조금 더 크게 현실적으로 다가온다는 점이 약간 다를 뿐.

"아버지의 조언을 받아들여 내가 판단을 유보하는 행동은 결국 인간이 저마다 다른 기질을 가지고 태어나 다른 환경에서 살기 때문에 생각이나 행동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어느 누구든 너와 똑같은 생각과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네가 누구를 비난하고 싶을 때엔 네가 누리고 있는 특권을 다른 사람들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떠올리거라."
"그렇게 우리는 물살에 휩쓸려 가면서도 계속 노를 저어 과거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번역도서는 원작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번역자의 솜씨도 무시할 수 없다. 같은 원작이라도 어떻게 옮겼느냐에 따라 분위기도 느낌도 확 달라지기 때문. 그래서 베르나르 베르베르 같은 아저씨도 번역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그토록 중요시 여겼나보다. 그러니까 난 댈러웨이 부인에서 손을 뗀 게 어쩌면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 원래의 느낌을 많이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은거다. 아니면 영어로 쓰였을 땐 운율과 라임 등등이 맞아떨어지던 작품이 한국어로 바뀌면서 그 장점을 다 잃어버렸다던가(반지의 제왕 같은 책과 같은 운명으로...) 내 능력이 아직은 부족했다는게 더 맞는 이야기 같지만서도.

여기서부터는 책 뒤편의 해설.
1920년대는 미국 역사에서 대변화의 시기였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서 미국은 유례 없는 번영을 누리게 되었고,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사람들은 정신적인 가치보다는 순간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쪽으로 흐르게 되었다. 전쟁으로 인한 전통적 가치의 붕괴와 기존 질서의 파괴, 그리고 물질적인 풍요는 청교도적인 삶에 젖어 있던 미국의 젊은이들을 정신적, 도덕적으로 타락시켰다. 작은 시골에서 대도시로의 대규모적인 이주 현상이 일어났고, 젊은이들은 성(性)의 해방을 부르짖었으며, 1920년 1월에 통과된 금주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개되는 등 한마디로 시대적 전환기를 맞이하여 부를 추구하는 물질주의와 술, 섹스, 재즈로 대변되는 쾌락주의가 사람들의 정신과 영혼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미국은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아직도 식민지 국가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으며, 문학의 경우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유럽적인 경험과 유럽의 작가들에 의해서만 훌륭한 문학 작품이 탄생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이러한 문학 풍토에서 1920년대를 전후하여 등장한 작가들은 미국적 경험에서도 위대한 문학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낙관적인 태도를 지녔다. 그들은 헤밍웨이, 포크너, 도스 페서스, 피츠제럴드 등이었다. 이른바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이라 불리오는 작가들이었다.

그들은 유럽 문학의 영향에서 벗어나 정열과 자아의식을 가지고 각각 독특한 기법과 문체를 실험하며, 미국적인 문학을 구축하고자 노력했다. 그들 작가들을 '잃어버린 세대'라고 부른 것은 그들이 과거의 전통을 거부함으로써 그 근원이 상실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1900년 전후에 출생, 제1차 세계대전 때 군에 입대하여 전쟁을 체험하고, 전쟁의 파괴성, 폐허성, 무의미성, 무자비성 등을 통하여 인생의 방향을 잃게 된 젊은이들이었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피츠제럴드는 당시의 방탕하고 무질서한 생활 뒤에 깔려 있는 미국인의 이상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미국인의 정신적 기조(基調)가 되어 온 이상(理想)은 미국이란 나라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하나의 꿈이었다. 1620년, 청교도인들은 메이 플라워(May Flower)호를 타고 신세계에 도착하면서 새로운 땅에 그들의 낙원을 건설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 미국은 정신과 물질의 행복을 약속해 주는 희망의 나라였다. 신세계의 이주민들에게 미국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땅이었으며, 그들은 새로운 자유를 얻게 되었다. 구속과 압박이 없으며 무한한 가능성을 약속하는 신세계에서 초기 미국인들은 그들의 이상과 물질의 조화를 이룬 이상향을 건설하려 했는데, 이것이 바로 '아메리카의 꿈'이다. 아메리카의 꿈이란 모든 사람에게 충족된 생활을 줄 수 있는 약속의 땅에 대한 꿈이며, 인간성을 억압하는 제반질곡에서 벗어나서 인간으로서의 최대의 성장과 행복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꿈이다.
그러나 미국이 산업 시대로 접어들면서 아메리카의 꿈은 이상주의적인 성공보다는 물질적인 성공으로 기울어졌고, 이런 변화는 20세기 미국의 물질 문명의 발달로 가속화되었다.

개츠비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가운데 정신적 빈곤과 도덕적 타락으로 가득 찬 시대 속에서 '데이지'라는 하나의 이상을 갖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열정을 다하는 이상주의적인 인물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당시 미국 사회의 현실과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으로서, 1920년대의 황폐한 현대 물질문명 속에서 아메리칸 드림이 어떻게 무너져 가는지를 매우 통렬한 비극성으로 보여주고 있다.

개츠비는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정신적 빈곤과 도덕적 타락으로 가득한 시대풍조 속에서 데이지라는 하나의 이상을 갖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이상주의적인 인물이며, 그의 꿈은 톰과 데이지가 대표하는 물질주의에 의해 좌절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좌절은 곧 '미국의 꿈'의 상실로 이어지는 것이다.

2005/12/07 18:41 2005/12/0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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