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획 :: 2008/08/11 17:58

아하하하하하.
나도 예전에는 OCD로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고요.
(OCD; Obsessive Compulsive Disorder, 한마디로 흔히들 말하는 강박증)
무조건 계획세우고 정리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철두철미하게 관리하며 생활하던.
그대로 끝내놓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아 잠도 오지 않았더랬지-*
(뭐 그런데 소위 '서연의'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30% 정도는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정말 싫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렇게 살면서 그걸 '남한테 강요하는' 사람들이 너무너무 싫다
아니 세상에는 다양한 생활 방식이 있고, 다채로운 삶의 기준이 있는데
자신의 '완벽하고 높디 높은 기준'을 '일방적'으로 남에게 요구하다니. 그리고 거기에 안 맞으면 비난하지.
아마 왜 자기처럼 못 하는 건지 잘 이해가 안 가는 거긴 하겠지만.

대체로 에이스들과 교수님들이 이런 식인 거 같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내가 이렇게 막장 인생을 살게 된 건 인생이 도무지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무한 반복적으로 느끼게 된 뒤부터. 길게도 짧게도 하루하루 한달 두 달 한 학기 일 년 이 년.
뭐.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서 이거 저거 해봐야지~ 생각했으나 현실은 침대에 들러붙어 열두시까지 시체짓.

가끔은 경우에 따라서 무계획적으로 되는대로 그냥저냥 사는것도 좋을 경우가 있다는 걸 알았다
특히 정신건강에 참 좋은 거 같다. 단 각종 과제들의 데드라인을 잘 지켜야 하고,
갈수록 시험 전에 타지 않고 둔감해진다는 부작용을 빼면..
그리고 난 괜찮은데 주변사람들이 좀 불안해하긴 한다;;

방금 전에 동생이 세브란스 치과병원에서 카드로 엄청난 금액을 긁고 왔다
내가 엄마한테 역시 날 치대로 보냈어야 해! 하고 푸념했더니
(난 원래 치대를 가려고 했으나 집안의 무지막지한 반대로 의대로 전향했다)
엄마가 재국이(연대치대에 지금 인턴으로 있는 내 친구)는 맨날 새벽 한시에 들어오면서 고생한댄다~ 하신다

인턴이 매일 밤에 집에 들어온대...  집에서 잔댄다...

애들이 이제 졸업사진도 다 찍고 마이너 임종도 끝냈고 실습도 끝냈고 이젠 국시 보고 졸업할 일만 남았다.
시은언니는 대학원 졸업이 일 년 남았고 혜갱이는 유학 준비중이시고 나는 해도해도 안 끝나는 공부가 지겹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실습이 기대되는 것도 아니고. 난 "Doctor-Patient relationship" 이 싫다.
그래서 '환자 안 보는 과'로 가볼까 생각중이다. 만약 임상을 할 거라면.
그러나 성적이 별로라서 과를 고르지도 못하고 세브란스에 남기도 싫은데 사실 선택의 여지도 없다는...

으으 미래를 생각하면 암울하다. 그냥 오늘을 생각하며 즐기자.
어쨌든 의사 면허증 나오면 먹고 살 길은 생길테니 그걸로 감사해하면 될 거야;;;
아 오늘 일기 왜이렇게 이상한거야 ㅠㅠ 날씨도 흐리고 몸도 안좋아서 그럴거라고 위안을.

2008/08/11 17:58 2008/08/1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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