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2008/08/02 19:38

요즘 내 일상은 미드, 침대, 책, 극회, 먹을거리 정도?!

이번 여름 내 휴가 대체물은 단연 미드 Bones였다
NCIS 다음으로 제일 재밌게 본 드라마. CSI나 프뷁 따위는 저리가라 정도.
방황하던 그 동안 현실도피하며 시즌 1-3까지 30편이 넘는 드라마를 몰두해서 봤다
온갖 상태의 body, skeleton들을 다양한 상태로 엽기적으로 만나보고 싶다면 적극 추천이다
CSI나 Dexter에 비할 수 없는 극사실적 영상들을 접할 수 있다... 왜 난 이런 게 좋을까. 현실적이라 그런가.

덤으로 미소년과 미중년의 사이를 한창 달려가고 있는 멋진 FBI 요원을 접할 수 있고
아름다운 사내 닭살 커플을 보면서 치를 떨어줄 수 도 있으며 -_-
길 그리섬의 찬양 독주 일색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캐릭터들의 특징을 지켜 볼 수 있다
맨 마지막 편에서 뒤통수에 망치를 맞으면서 배신감을 느껴볼 수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 편은 안 볼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해부학 용어들이 매우매우 난무해서 그게 좀 당황스럽다
인간의 뼈에 저렇게 많은 이름들이 붙어 있구나 생각도 들고...
뼈를 가지고 이런저런 단서들을 찾아내는 걸 보면 아 해부학이 저렇게 쓰이는구나 싶어서
저런 걸 좀 알았더라면 해부학 공부할 때 흥미라도 좀 생겼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내가 해부학 배울 때 가졌던 동기는 단 두 가지, 이혜연샘께 까이지 않으리라는 것과 학점 잘 받아야지 뿐.

그리고 시은언니가 재밌다고 해서 Lost를 보려고 왕창 다운받았는데 뭔가 내 취향이 아닌 듯.
왜 난 평범한 미드는 재미가 없지? 조금 더 시도해 볼까.
미드를 보면서 든 의문 하나. 에어컨 시원한 바람 옆에 병맥과 안주를 두고 노트북으로 미드를 보는데
병맥 뚜껑을 보면 옆으로 돌려서 열라고 되어 있는데 잘 안 돌려진다
결국 병따개로 땄다. 그거 어떻게 돌려서 여는거지? 손만 아프던데...

한동안 외면하며 난 OB라고. 하며 애써 합리화하던 극회원은 결국 철훈오빠에 의해 음향팀으로 끌려갔고
방학하고 2주만에 스텝회의에 염치없이 처음으로 나가서 리허설을 봤다
음향을 찾아서 올려야 하는데 침대에 밑도끝도 없이 처박혀 있다가 데드라인을 열두시간 넘겨서 올리고
그나마 다행으로 그 중 두 곡이 채택되어 그나마 체면은 건졌다;;

원래 극회의 트렌드이던 뉴에이지를 좋아해 자주 듣기에 어떻게든 대충 잘 넘기리라 생각했지만
이번 연출 이세진의 독특한 음악취향으로 인해 졸지에 평소에 듣지도 않던 곡들을 찾아 헤매며
내 하드에 있는 수많은 음악들을 다 들어보고 '잎사귀에 떨어지는 듯한 빗소리'를 찾기 위해 구글을 뒤지고..
이젠 '신들이 등장하는 듯한 분위기의, 그러나 하수구 분위기는 나지 않는 음악'을 찾는데
그게 어떤 건지 찾으면서도 나도 잘 모르겠다. 뭐 다른 사람들이 찾아주겠지 -_+
그나마 학번이 있어서 키나 큐는 후배들이 해 주기에 편하겠다.

어찌된게 극회는 뭔가 회비도 그렇고 돈도 많이 들어가는 거 같다 흠;; 알바도 안하는 대딩한테.
이번에 엠티도 5만5천원이래고. 캐스트도 아니고 3박 4일동안 뒹굴 의욕이 없어서 안 갔지만.
이렇게 적어놓으니 불만제로 고발하는 극회원같지만 사실 불만은 없다. 오케에 비하면야...;;;

그동안 온갖 폐인짓하면서 집안일은 착한 동생한테 다 맡겨두고 있다가
오늘 처음으로 방청소하고 밥 지어놓고 정신차리고 교보문고에 갔다
정원이가 추천해준 공지영의 책과 인도 가이드북을 샀다
오랜만에 간 광화문 교보문고는, 약간 리모델링을 했는데
곳곳에 똑같은 모양의 베스트셀러 가판대가 계속 세워져 있다
인기있는 책만을 상업적으로 팔려는 것만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뭐, 그런거지.

어제 밤에 혜갱이와 전화를 하면서 인도 갈 날짜를 대충 정했다
집에 와 거실의 새로 산 소파에서 뒹굴거리며 가이드북을 읽으니 기분이 한껏 솟는다
그래 가고 싶은 도시를 정하고 루트를 찍고 항공권을 사고 숙소를 예약하고 방학하면 날아가는 거야-*
예산이 지금보다 조금 더 넉넉해지면 스탑오버를 해서 싱가포르 정도 더 돌다 와도 좋겠다

책을 읽다 문득 베란다를 내다보니 화분의 식물들이 다 말라 비틀어져 있다
아차. 엄마 아시면 큰일나겠다... 얼른 나가서 호스를 틀고 물을 준다. 이거 지금 물 준다고 복구되려나...;
내 한 몸 엉망인 것만 알면서 괜찮아 괜찮아 이랬지 식물들까지 그런 줄은 모르고 있었다
이러니 내가 무슨 강아지를 키우겠어. 연애를 하겠어. 결혼은 할 수 있으려나 몰라 -_-;;;;;

비가 온다. 빗소리가 듣기 좋다는 건 내가 나로 느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2008/08/02 19:38 2008/08/0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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