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 :: 2008/04/01 21:21

학교에 가기 싫었고
그래서 일찍 눈을 떴는데도
미적미적대다 지각을 했고
수업시간에 계속 뛰쳐나가고 싶었고
순간순간 딴생각을 하다가
600쪽짜리 강의록 한 권이 거의 끝나가는 걸 보고
이걸 언제 다 복습하나 한숨 한 번 쉬어주고

수업이 끝나고 화실로 쪼르르 달려가서
저번에 못다 그린 수채화 하나 완성하고
그림 그리러 온 꼬맹이들이랑 놀아주고
"우와 누나 의사되는 거에요?"
"응 아마도 그럴 거 같아;;;"
"근데 누나 아니고 아줌마죠?"
"뭐?!@@"
"선생님 다그렸어요~"
"나 선생님 아닌데?!"
"선생님 그림 멋있어요"
"어 그래 고마워"
정밀묘사 하나를 새로 시작했다
사실 수채화를 마지막으로 그만둘 생각이었는데
선생님이 하나 더 하자 하시니 그만 유혹에;
그림그리는 거 너무 재밌다

집에 와서 후다닥 저녁을 먹고
수험생 모드로 돌아가서 렌즈 대신 안경을 쓰고
스쿠터 열쇠를 들고 하이바를 쓰고
신나게 질주를 하고 자학실에 왔다
요즘 스쿠터 소리가 좀 이상하다
오토바이 가게에 한 번 가봐야겠어
내 스쿠터는 어두워도 라이트가 자동으로 들어오지 않아서
맨날 밤에도 깜박 잊고 라이트를 켜지 않고 운전을 한다
그래놓구서 혼자서 왜이렇게 앞이 잘 안 보이는거야 이런다 바보같이;;

하지만 오늘 컨디션이 정말 엉망이라서
그래. 그러니까 아침부터 지각을 했지.
계속 자학실과 자학실 컴실을 드나들고
내 자리와 정원이 자리를 드나들고
신혜에게 궁금한 걸 질문하러 가고
질문하러 갔다가 커피까지 엎지르고
여튼 온갖 신변잡기는 다 해본 거 같다

결국 다시 스쿠터 몰고 집에 와버렸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일진이 좋지 않았어" 라는 한 마디로 표현하기엔 부족한,
괴로웠고, 힘들었고, 잠시 좋았고, 잠깐 남은 동안 힘들 거 같은 그런 날.

2008/04/01 21:21 2008/04/0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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