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들 :: 2008/02/21 17:32

며칠간 일기를 안 썼더니 뭐부터 끄적거려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사실 며칠 동안 이거저거 막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다니고 나서
그 후유증으로 어제 오늘 거의 이불 속에 박혀서 못 빠져나오고 뻗어 있었다. 시체처럼;;

우선. 그저께 저녁엔 오랜만에 나라씨를 만났다. 대략 일 년 하고도 반 년 만에 처음이다.
너무 오랜만이라서 못 알아보면 어쩌지 살짝 걱정했는데 막상 우리 둘 다 그대로더라고.
우리 둘이서 처음 만났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이 넘게 흘러서
한 명은 거의 졸업 학기가 되어버렸고, 난 아직 졸업하려면 멀었지만;; 어쨌든 시간이 많이 지나갔다.
나라씨는 여전히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모습.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뭔가 살짝 그리움과 부러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나도 예전엔 저랬었는데... 하는 생각도 들면서 하지만 지금 당장은 저렇게 할 수가 없는 걸 하는 생각도 함께.
난 언제부턴가 앞을 향해, 내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기보다는
지금 당장 눈 앞에 닥친 현실을 해결하는 일에만 급급해져버린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어른이 된다는 건 원래 그런 걸까? 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잘 모르겠다. 본 1이라는 시기가 원래 그런 건지.
이제 본2가 되면 어떻게 달라질건지, 겪어 보면 또 알 수 있겠지.
마지막엔 나라씨 집에까지 가서 수다떨고 놀았다. 그리고 정원이를 만나서 우리 집으로 함께 고고.

정원이가 그 다음날 학교 OT라서 아침 일찍 가야 한다기에 우리 집에서 자기로 했었다.
아침 8시 30분이면 아침 일찍 맞겠지?! 나한테는 그렇다 -_-;
ID card에 붙일 CPR 스티커 때문에 교육받으러 간다고. 오오 그거 나름 멋있던데 +_+
더군다나 그 다음 날 고속버스를 타고 집에 내려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밤늦게까지 정원이랑 수다를 나눴다
이런저런... 밤에 자기전에 친구랑 수다를 떠는 건 언제든 재밌는 일이다.
그다지 특별한 이야기거리가 준비되어 있지 않더라도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문제는. 그 다음 날 고속버스를 탈 뿐만 아니라, 그 다음날 아침에 병원 외래도 있었다는 거였다
아침에 일어나는데 너무너무 힘들었다. 정원이가 옆에서 씻고 챙기는데도 정신없이 잤다.
내가 일어날 시간인데도 계속 정신 못차리다가 결국 병원에 늦고 말았다...
어차피 환자들 많아서 밀릴거니까 괜찮아 이런 생각으로 병원에 갔었는데
왠걸. 요즘 세브란스 예약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건지 접수하자마자 5분 안에 바로 진료 들어갔다.
아. 단말기에 진료카드 찍으니까 바로 접수가 됐다. 신기했다. 병원 좋아졌는걸??
수납창구도 각 과마다 따로따로 있어서 안 밀리고 바로바로 처리됐다. 음. 역시 좋아졌어.

그리고 나서 약국에서 과다한 친절을 받으며 쇼;를 겪고 난 후 부지런히 강남으로 뛰어갔다
결국 아침에 늦잠 잔 댓가로 약속시간에 15분 넘게 늦어버렸고
그래도 예진이 생일축하해 주고 선물도 주고 점심도 같이 먹고
정말 오랜만에 극회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 이런저런 표정 열심히 지어 가며 스티커사진도 찍고
결국 내 디카는 어디에 있는 건지 아직도 못 찾고... 다시 살 돈 같은 건 없는데... 어떡한담 ㅠㅠ
고속버스 시간에 쫓겨 다시 지하철 타고 고속터미널로 허겁지겁 달려와서 고속버스를 탔다
아. 아영언니 언니가 준 과자 정말 맛있게 먹었어. 울 엄마가 너무 좋아하셨어 ^-^

다시 시점은 엊그제 아침으로 돌아가서.
사실 내가 서울에 올라간 제일 중요한 이유는 효진이 ROTC 입단식 때문이었다.
이번 겨울에 훈련 갔다 온 뒤에 정식으로 ROTC에 입단하는데,
자기 말로는 아무도 안 와도 괜찮다는데 그래도 가족이 가야 하지 않겠어 하는 생각에.
그리고 가 봤더니 역시 다들 많이 왔더라고. 가족이 뱃지도 달아 주고.

조금 일찍 도착해서 예행연습 하는 것부터 구경했는데, 와... 제복 입으니 장난이 아니었다;;
다들 그렇고 내 동생도 그렇고 사람이 달라보였다 ^^;; 멋있긴 멋있더라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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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 -_-ㆀ

멋있는 만큼 그 이면에는 귀찮음도 숨겨져 있었다.
제복을 다려 입어야 한다는데 다림질 방법도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었다.
어디서 몇 cm 간격으로 줄을 내서 다리고... 몇 개 줄이 나야 하고... 등등등
내가 그냥 대충 다려입으면 안될까? 했더니 검사해서 틀리면 혼난다고 -_-+
게다가 3월 내내 한 달 동안 제복만 입고 그 무거운 가방 들고 모자 쓰고 학교에 다녀야 하고
방학 때마다 훈련 다녀야 하고 등등. 그래도 뭐. 군대 가서 힘든 거보다 낫지 않겠어? 하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난 서울에서 열심히 돌아다닌 후유증.. 인지 아니면 그냥 원래 그런건지
오늘 하루 내내 이불 속에 박혀서 아무것도 못하고 쓰러져 있다가 이제서야 침대 밖으로 나온거다.
얼마 남지 않은 방학. 열심히 지내야 할 텐데 말이지.

PS.  좀전에 익게에 들어가서 섭리가 올린 글을 봤는데
본1 동안 위기에 처했을 때 좋은 방법은? 이란 제목의 설문에서
'전우택 선생님께 면담한다'는 답을 보고 피식. 웃어버렸다
"선생님.... 휴학하고 싶은데요..."라는 말에 "그래, 휴학해라."고 답하셨다는 전설이 있는 그 분.
나에게도 잊지 못할 씁쓸한 추억을 남겨주셨던 분. 과연 본1 어려운 시기의 해답이 되려나?

2008/02/21 17:32 2008/02/2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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