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in Japan :: 2007/08/18 22:53

이번 일본 여행길은 정말 험난했다...
(물론 일본에서 놀 때는 편했지만 들어오고 나가는 일이 복잡했다;)

일본 입국.
JAL에서 편하게 먹고 놀고 옆에 남자애랑 수다도 떨고 그러다가 나고야 공항에 내렸다
이미그레이션(입국심사대?)에서 여권이랑 입국출국신고서 냈는데 공항직원 표정이 영 이상하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한테 일본에 뭐하러 왔냐고 물어보는거다!
아무 생각 없이 지인-친구-만나러 왔다 그랬더니 친구 주소를 대란다
아. 그런데 카오리언니가 이번에 이사가서 새 집 주소를 모르는 상태였다;
전화번호만 안다고 했더니 이 아줌니 표정이 썩쏘로 변하면서
난 입국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하고 따로 끌려갔다 헉...
(괜시리 사서 고생한거다. 그냥 관광하러 왔다고 해야했는데...)

소파 몇 개만 있는 이상한 장소에 갔더니 나 말고 다른 한국인들 몇 명이 있었다
다들 어리둥절 황당한 표정; 그냥 서로 허허 웃고 말았다;;
다행히 언니가 공항에 마중나와서 전화 받아서 바로 통과.
언니랑 엄마랑 나랑 셋이서 서로 보자마자 막 웃어댔다 -_-+

그리고 일주일동안 열심히 먹고 놀고 돌아다니고 하다가 오늘 일본 출국.

엑스레이 잘 통과하시고 출국하고 바~로 면세점 들어가서 쇼핑 시작했다
남은 여행자금이 넉넉히 있었기에 지금 아니면 언제 사겠어 이러면서 화장품을 막 골랐다
이거 들여다보고 저거 발라보고 면세점 직원들 설명도 듣고...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걸 깨달았다. 짐!!!!
분명 세개였는데 나한테 짐이 두개밖에 없었다.
그것도 제일 중요한게 사라졌다. 여권, 지갑, 항공권, 핸드폰 두개가 들어있는 숄더백!!!!

순간 패닉상태에 빠졌다.
면세점 직원한테 가방 하나를 잃어버렸다-는게 정확하지만 도난당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잃어버렸다고 하면 온전히 내 책임이 된다. 일단 무조건 도난당했다고 말해야 한다)
난리났다...면세점의 모든 화장품 브랜드들을 돌아다니면서 가방 봤냐고 물었다. 없댄다.
나한테 면세점 말고 어디 갔었는지 물었다. 화장실도 안갔고 뭐 먹으러 가지도 않았고 바로 면세점만 갔다.
그것도 화장품들이 있는, 출국심사대 통과하고 바로 오른쪽에 있는거 매장 하나.

공항경찰에 연락하고 여기저기 둘러보고... 10시 비행기인데 출발시간은 다가오고...
JAL기 승무원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다. 안되는 영어로 계속 도와달라고 했는데 같이 찾아주고 연락해주고.
그나마 내가 쇼핑하면서 편하려고 여권이랑 항공권은 다른 가방에 넣어놔서 그건 갖고 있었다는게 생각났다.
그걸 가지고 내 신분확인(?)은 했다. 그런데 지갑이 없고 핸드폰도 없어서 전화도 걸 수 없다.
카오리언니 폰번호도 내 폰에 있었다. 다시 일본 입국해서 언니네 집에 며칠 있으면서 짐 찾을래요 하는데...
전화번호도 없는데 어떻게 연락해-_+... 라고 생각했지만
마침 항공권에 언니 폰번호를 적어서 포스트잇으로 붙여뒀던게 생각났다.
일단 직원한테 전화카드를 빌려서 -_- 아빠한테 전화해 내 신용카드들을 모조리 막아달라 전화하고
그 다음에 언니한테 전화해서 내 폰에 전화해서 누가 받는지 알아봐줘요 이랬다
그런데 아무도 안받는댄다. 정말 불안 초초 노심초사 ㅜㅠ

직원이 10시 비행기 타고 일단 가고, 만약에 짐 찾으면 집으로 부쳐줄까요
아님 특별히(!) 비용 추가 없이 오후 3시 45분 비행기로 탈 수 있게 해줄테니 그때까지 찾아볼래요 이래서
뭐 선택의 여지도 없이 다음 비행기 탄다고 했다.
사실 막막했다. 시간을 줘도 내가 공항을 다 뒤진다고 해서 도난당한 가방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일단 해봐야지 하는 생각.

10시 비행기 보딩 끝내고 나서 직원들이 같이 찾아줬다.
여기저기 전화해주고 날 데리고 돌아다니고... 한참 해메다가...
다시 출국심사대 엑스레이쪽으로 갔는데 갑자기 안쪽에서 직원 한명이 나왔다.
그리고 뭔가를 보여줬다. 내 가방!!!!!
(순간 너무 흥분해서 카오리 언니랑 전화하다가 갑자기 끊어버렸다)

돈은 다 사라져도 좋으니 지갑이랑 신분증이랑 핸드폰들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가방 찾는 내내 이거 잃어버렸으면 감당해야 할 비용이 얼마인지 계산하면서 좌절중이었다
내 폰, 로밍한 폰, 내 지갑과 신분증들, 막은 카드들 다시 재발급, 지갑 안에 있던 넉넉한! 여윳돈...
그런데 신기하게도 모든 것들이 그대로 다 있었다. 아무것도 없어지지 않은채로.

과정은 이랬다.
아침에 언니집 근처에서 배를 타고 나고야 공항으로 왔다.
그런데 차가 막힌 데다가 약간 헤매서 배 출발 시간 5분전에 도착해서 정신없이 배를 탔다.
그리고 체크인을 하는데 줄을 서 있다가 내가 체크인 하려고 카운터에 가려는 찰나에
왠 아줌니가 나한테 오더니 "내 짐이 무게가 많아서 그런데 대신 하나만 보내줄수 있어요?" 이랬다
순간 내 본성대로 -_- 네 그럴게요 이렇게 말하려다 순간 생각났다.
다른 사람들 짐 함부로 들어주면 안된다. 안에 뭐가 들어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집에 와서 뉴스를 봤더니 타이페이에서 한국사람들 둘이 마약 운반하다 무기징역 받았다는 소식...)
단호히 거절하고 체크인했다. 여유롭게 이 짐 깨지는거 들었으니 빨간 스티커 달아주세요! 복도쪽 자리 주세요!
이러고서 엑스레이로 들어갔는데... 갔는데...

배타기 전에 너무 목말라서 자판기에서 차를 사서 마셨다.
그리고 가방 세 개중 문제의 가방에 물병이 들어있었다. 난 새까맣게 잊어먹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엑스레이 통과 전에 페트병은 안된다! 이런 그림 밑에 쓰레기통이 있다. 나고야에는 없다.)
그래서 짐 세개 중 하나는 엑스레이에 걸렸다. 하지만 나는 몸에 금속에 없었으니 엑스레이 무사통과.
그 뒤 일단 난 통과한 짐 두개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유유히 사라졌다.
여권에 출국도장을 찍고.... 날 잡고 가방에 물병 있다! 이게 뭐냐!! 이랬어야 하는데.
난 나도 모르게 그렇게 도망(?)쳤고, 막상 그 가방엔 여권도 없고 항공권도 없었으니 누구껀지 확인도 안 된다.
그리고 난 내가 가방을 면세점에서 잃어버렸다고 착각한거다. 사실 가방을 들고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 해프닝이 끝나고 나랑 함께 있던 대략 다섯명의 승무원 그리고 나는 정말 어이없어했고,
승무원들과 내내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서 힘들게 의사소통하던 나는 마지막에 한 마디를 던졌다.
'아호...'  오사카 지방에서 쓰는 말, 바보... 다들 막 웃고 그렇게 일은 끝났다 :-)
마지막까지 친절하게 챙겨줬다.
새 티켓은 출발할 때 게이트에서 보딩 전에 다시 줄 거고, 짐도 그 비행기로 옮겨졌고,
스타벅스도 어디에 있고 뭐도 어디에 있으니 비행기 탈 때까지 잘 지내라고, 잘 가라고.
나도 계속 고맙다는 말을 거듭했다. (정말 고마웠다. 아무리 일본사람들의 직업정신이라지만, 그래도.)

아마 평생에 딱 한번 정도 겪을 기회이지 않을까?!
덕분에 면세점 쇼핑 정말 넉넉하게 오래오래오래오래 즐겼다 (다시 찾은 돈으로.)
보통 체크인 하고 나오면 한두 시간 여유가 있지만, 나는 대략 열한시부터 세시 반까지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공항에 있는 모든 면세점들을 다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다 샀고,
특히 화장품을 넉넉하게 사서 엄마께 드렸더니 매우매우 좋아하셨다
(처음에 가방 잃어버렸다고 전화했을때는 엄청 구박했었건만;;;;;)

바꿔 탄 비행기는 코드쉐어여서 JAL이 아닌 대한항공 비행기였다.
맨날 다른 국적 비행기만 타다가 (더 싸니까) 우리나라 비행기 처음 타는 거라서 정말 기대됐다
...그리고 완전 실망했다. 앞뒤 간격이 정말 좁고, 좌석이 거의 수직이라 기대서 자기도 힘들고,
치사하게 이코노미에는 허리 쪽에 쿠션도 없고(대만항공에는 이코노미까지 오리털 쿠션을 준단 말이다!)
게다가 담요도 안 주고... 담요 안 주는 비행기는 정말 처음 봤다...
기내식도 비빔밥 이런 한식을 기대했는데 생선초밥 유부초밥 달걀말이 이런 거.
(하긴 일본 출발행이니 일본식이 나오는 게 당연하긴 하다. 그리고 기내식은 원래 맛없다.)

마지막에 한국 들어와서 세관 통과할때도 또 붙잡혔다. 내가 그렇게 수상하게 생겼나??
마음껏 보라지 뭐. 걸릴 것도 없건만.

오가면서 너무 이상한 경험을 많이 해서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여행이 될 것 같다.

사실 일본에 있는 동안은 너무 좋았다.
고베의 지진 박물관에서 겪었던 고베 지진 당시의 영상들, 진도 7의 모의 체험(엄청났다)
고베는 지진 후 복구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리들이 매우 깨끗하고 정돈된 모습이다
그리고 내진 설계를 철저하게 해서 지상으로 전선(전신주), 가스선 같은 게 전혀 보이지 않고 다 지하에 있다
보이는 건 개끗하게 정돈된 건물과 도로와 신호등. 그래서 외국인 뿐 아니라 일본인들도 많이 찾아온다.

그리고 교토. 예전에도 갔었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도시.
이번엔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화에 나온 장면들의 배경이 된 숨은 곳들을 찾아갔다.
일본에서 이준기가 출연한 영화 "첫눈의 사랑"이라는데,
이준기는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찾아간 곳들은 아름다웠다.
사진을 찍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잘 찍어도 그 아름다움을 담을 수 없을 거 같아서.
그리고 좋아하는 차와 여러 먹거리-요깡(양갱), 화과자, 엄청 큰 슈크림빵, 만쥬-들도.

오사카.
우메다 스카이 빌딩 공중정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난 뒤 유리 에스컬레이터로 40층까지 간다.
오사카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풍경. 남산에서 보는 서울과 비슷하지만, 비슷하다. 즉 다르다.
밤에 봤으면 더 예쁠 거 같다. 빌딩들에 조명이 켜지면.
저녁에는 수많은 오사카 거리들을 누비면서 쇼핑, 쇼핑, 쇼핑!
리츠코 언니가 오사카를 잘 알고 있어서 헤매지 않고 재미있게 다녔다.
유명하다는 먹을거리는 다 먹어봤다. 제일 잘 한다는 음식점들.
치즈케익, 타코야키, 라멘, 집에 가는 JR 타기 직전에 또 막 나온 따뜻한 치즈케익을 한 판.
한 조각이 아닌 한 판인데 가격은 800엔 = 4천원. 감격했다...

그리고 온천.
두 군데를 갔었다. 하나는 에버랜드 케리비안베이 같은 시설과 함께 있는 온천. 하나는 집 근처의 큰 온천.
한국에서 온천을 가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발디딜 틈도 없고(그리고 노천탕은 별로 없다)
과연 이 물에서 내 몸을 씻을 수 있을지 좀 찝찝하고 그런데, 일본은 별로 그렇지 않다
워낙 온천이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그런지 곳곳에 온천들이 있고 시설도 좋다
특이한 건, 온천 입구에는 "몸에 문신이 있는 사람은 들어올 수 없다"라고 적혀있다는 것.
다른 사람들에게 무서운, 혐오감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하고 반대이다.
아마 우리나라는 몸에 문신한 아저씨들이 들어오면 목욕탕 주인이 아무말 못하고 그냥 들여보내지 않을까?!

무엇보다 가족들과 함께 있는 게 좋았다. 이젠 정말 가족같은.
언니랑 엄마랑 아빠랑 언니동생 유다이, 그리고 날 계속 무서워하는 푸딩 ㅜㅠ
얼마 전 결혼한 유키언니와 남편, 그리고 이번에 처음 만났지만 예전부터 알던 사이같은 리츠코 언니...
언니도 그런 느낌이라고 했다. 언니 공항까지 마중나와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

아주 긴, 일주일간의 일기.

이젠 다시 학교간다! 힘내서 한 학기를 잘 살아야지.

2007/08/18 22:53 2007/08/1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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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묜종 | 2007/08/19 14:30 | PERMALINK | EDIT/DEL | REPLY

    ㅋㅋ 너무 재밌다. 읽으면서 막 나까지 맘이 급해지네. 빅해프닝끝에 결국 찾았으니 정말 다행-
    아아 전에는 매력없다 생각했는데 일본도 참 가보고 싶다.
    근데 홈스테이 한 거야?

  • 선영 | 2007/08/19 21:3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예과 1학년 때 하숙했을 때, 거기 하숙집에 한국어학당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거든.
    거기서 언니 처음 만나구. 예과 때도 언니네 집에 한 번 갔었는데 이번에 다시 갔어^^
    일본, 처음 가면 한국이랑 비슷해~ 이런 생각인데 알면 알수록 한국과 또 다르고 매력있는 거 같아.
    개학하면 가끔 마주치겠다. 보고싶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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