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 2007/06/25 18:06

그래서 사는건 어려운가 보다

내가 너무 학교에서 멀쩡하게 웃고 떠들고 다녀서 그런지 애들이 내가 공부 좀(?) 하는 줄 안다
이런 압박스러운 상황이란... 계속 뭘 물으러 오는데 내가 알리가 없잖아 책을 펼쳐보지도 않았는데

요즘 컨디션이 바닥을 치고 있어서 지난 3일간 책 붙들고 있던 시간을 다 합해도 열손가락 안
필기족보 세권은 펴보지도 못했고 심장생리 강의록도 못만져봤고 문족도 못발랐다
그리고 오늘 아침 시험은 새하얀 A4지 대략 열다섯장에 앞에 두장만 객관식 나머지는 다 주관식
머릿속에 얼마 안되는 지식으로 아주 소설을 쓰고 왔다    '그저 망했다...' 이 생각 뿐.
조직학을 생리학에 생리학을 해부학에 해부학은 발생학에 이리저리 응용해가며 쓴 말 다시 바꿔 또 쓰고

그러나 시험을 끝내고 나온 아이들.
한마디로 "개탈족이었다"(고. 나는 문족을 펴보지도 못했으니 탈족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의대생이 아니라면 좀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은)
나같이 문족 못바르고 들어간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다행. 순환계통 패스는 하겠구나.
문족을 그대로 탔다면 정말 헤어나올 수 없는 점수를 받았을거다. 섬이 떴을지도 모르지 ㄷㄷㄷ


교보문고에 '책구경' 하러 갔다
언제나 구경만 하고 절대 사지 않으리라 다짐하지만 결국 오늘도 네 권이나 지르고 말았다
미술책, 여행책, 심리학책, 그리고 리더스 다이제스트.
글로벌라운지에서 가끔 리더스-를 읽었는데 은근 재밌었다
근데 이 쪼그만 책이 6천원이나 한다. 막상 영한대역판은 3천원 정도인데.
그래도 아시아판이 훨씬 재밌어 보여서 이걸 샀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읽으면 딱.

서점에서 서가에 기대고 바닥에 주저앉아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을 봤다
예전이 가현이가 족장했을때 족보 표지로 계속 등장하던 그림...
내용이 뭘까 궁금했었는데, 이 책, 두루뭉실(?)한 내용이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에게 각자 의미있는 결말을 보여줄 수 있나보다

"하지만 네가 그렇게 따스한 눈길로 날 쳐다보았을 때 난 확실히 알게 되었어.
 이런 삶은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는 걸 말이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너랑 손잡고 기어다니면서 풀을 뜯어 먹는 거야."

난 아직 손잡고 같이 다니는 정도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산 위를 올라가려 다른 사람(애벌레?)들을 짓밟고 올라가려는 힘도 없고,
그저 내 옆의 잎사귀들을 갉아먹고 햇빛을 쬐고 편하게 기어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고보면 삶에 대한 내 기대치는 꽤 낮은데... 그런데 왜 난 요즘 편하지 않은거지?

광화문 스타벅스에서 책을 읽으려 야심차게 들어가
시나몬 스콘을 시키고 딸기스무디를 먹으며 창가에 앉았으나
책을 다섯 장 넘기고 또다시 상태가 불량해져서 그만 집으로 향해야 했다

이건 정말  random attack 수준이다. 

오늘의 마지막 할 일은 내일 내야 하는 심장생리 레포트 두 개.

2007/06/25 18:06 2007/06/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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