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무엇을 슬퍼하지 않았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의 감정이든 타인의 감정이든 감정을 알아듣는 것보다는,
사물의 성취나 귀결을 아는 것이 더 우선적이라고 생각해보리는 것은 왜일까.
우리의 삶을 충실하게 하는 것은 지식이나 의지보다는 감정의 흐름에 있는데도 말이다."
한 번 이런 물음을 던져볼 수 있을 듯 싶다. 우리는 과연 충분히 슬퍼하고 있는가?
자신에 대해, 타인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이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선을
얼마나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이웃의 곤경에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을까.
혹시 우리는 우리의 감정선을 차단하는데 너무나 익숙해 있는 것이 아닐까.
자신이 흘리는 눈물이나 웃음, 곁의 친구가 폭발적으로 터뜨리는 웃음이나 눈물에 눈살을 찌푸리며,
'이렇게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다니'하며 짐짓 의연한 체 속으로 거북함을 삼키고 있지는 않을까?
수도생활을 시작하면서 나는 종종 '나의 감정을 내가 전혀 존중하지 못하는구나'라고 깨달을 때가 있다.
감정을 나약함과 동일시하는 그런 엉터리 같은 생각에 사로잡힌 채.
- 부활 제 3주일 2007.4.22 서강 주보
김민 사도 요한 예수회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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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는 건 때론 쉽지 않은 거 같아.
누군가는 내게 '양가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다고 했었는데
그게 꼭 들어맞는 표현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충 비슷해.
감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여서
한동안은 유령 같다, 가면을 쓰는 거 같다, 사람이 아닌 거 같다 이런 말을 듣다가도
또 한동안은 넘쳐나서 주체하지 못하는 내 감정들이 너무 싫어질 때도 있으니까.
한동안은 이런 게 싫어서 내 감정들을 무시하며 살았어.
감정에 충실하면 곧 무너질 줄 알았지...어리석게도.
둘 다 싫어. 난 그저 내 자신이고 싶어.
그리고 내 '진짜' 감정이 갖고 싶어.
왜곡되지 않은, 살아 있는...
sunsubs
2007/04/23 00:08
2007/04/2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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