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예술연구회 제 91회 정기공연 『시련』 :: 2005/11/15 17:36
2004. 3. 12
극연에 대한 환상을 가져와서...
공연을 한번쯤 보고 싶었다. 저번 워크샵은 어쩌다 놓치고.
하얀샘에서 간식먹다가 창문 밖 게시판에 붙여진 포스터 발견.
처음엔 "시련"이길래 어느 극회가 하는지도 모르면서
일단 봐야겠다 생각했다. 본2 본3 선배들이 시련이야기 하는거 많이 들어서 너무너무 궁금했으므로. 극연의 작품이란 걸 알고 나서 더 많이 보고싶어졌다. 고로 시루와 성화와 정원이와 같이 나섬.
무악극장 리모델링하고 처음 들어가봤다.
지난 여름의 그 낡고 지저분함은 다 사라지고 깨끗한 무대.
무대 바로 앞에 관객의 의자가 있고...
정말 소극장 같았다. 의대강당과는 또 다른 느낌이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연 내내 하품했다.
성화랑 지루하다고 속닥거리면서 -0-
아아 첫 막은 뭔가 좋았는데...
잘 하는 사람들이 무대 위에서 흐름을 만들어낼 때는 시간 지나는 줄 모르고 극에 빨려들어갔었다. 무대라는 그 텅 빈 공간은 배우가 만들어내는 색깔있는 공기로 채워지면서 관객이 그 색깔에 공감하도록 이끌어내나보다. 공연 내내 한번도 흐트러짐 없던 에비게일이나 이성적이고 강직해 보이는 존 프록터, 마치 실재하는 인물처럼 입체적인 캐릭터를 잘 만들어낸 엘리자베스, 이름 기억 안나는 감옥의 할머니...
그렇지만 두 목사분들 으으 보는 내내 답답하고. 치버라는 사람은 마치 책을 읽는 것 같고. 극은 처음엔 갈등이 시작되나 하다가 재판과정이 반복되면서 점점 집중력을 잃어 마지막에 끝 같지 않게 끝나니까 참 허무하던데. 속도감 있게 전개했다면 훨씬 재밌었을 대본이라 생각했다. 다들 한마디 하고 한참 있다가 한마디 하고... 게다가 대사를 자꾸 틀려서 불안했다. 또 틀리면 어떡하지 당황해서 더 실수하지는 않아야 할텐데 하면서. 대사를 버벅대면 흐름이 확 깨져버린다. 나만 그런가.
소품이 너무 예뻤다. 그 벽난로는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정말 멋있어서 내 방에 놓고싶을 정도였다. 벽난로 옆에 걸려있는 빗자루도 마치 마법배달부 키키가 타고다니던 마법빗자루 같고, 메리가 만든 인형도 귀여웠다. 다들 소품이 예쁘다고 했다. 나도 동감.
연극이 끝나니 열 시가 다 된 시각이다.
아아 마치 강의를 들은 것처럼 피곤했다. 졸려.
노트에 쓰고 싶었는데, 졸리니까 일단 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