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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at Pancake Story :: 2012/05/23 21:55

한남동과 이태원 쪽에는 브런치 메뉴가 있는 가게들이 많은데,
오늘은 그 중 아영언니네 집 근처 Pancake Story 라는 곳을 공략.
메이플 시럽을 두른 달콤한 팬케이크가 너무 먹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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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긴 곳이다-*
별로 크지 않고, 아담한데 가게 안과 테라스가 시원하게 열려 있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서 밖에서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먹고 싶었지만
이미 가게는 자리가 꽉 차서 북적이고 있었고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_=

먼저 나온 우유 컵을 홀짝이며 거의 절반을 넘게 마셨을 무렵,
드디어 기다렸던 브런치가 나왔다!
오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어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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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에 놓인 큰 접시에는 슈가 파우더가 듬뿍 뿌려진 팬케이크와 프렌치 토스트,
소세지와 베이컨, 감자, boiled-fried 의 중간지점인 특이한 요리법의 달걀-_-이 있었다
사실 난 펜케이크를 기대하고 온 거였는데, 의외로 프렌치토스트와 감자(!)가 맛있었다
아마도 뜨거운 팬에 버터를 넣고 달달 볶았을 거 같은 감자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허브향도 같이 나면서... 여튼 기대 이상이었어-*

어제 저녁을 바나나 하나로 간단히 넘기고,
오늘 아침에 요가 하는데 그거 하기 전에 밥먹으면 안된다 해서 아침도 건너뛰고
정말 너무나 배가 고팠던 나는 절대로 양이 적지는 않았던 저 그릇을 깨끗히 비웠다 ^^;

... 정말 너무 많이 먹었나보다. 지금 글 쓰는 시각 밤 10시인데 아직도 배가 불러 'ㅡ'

먹고 나서 이태원에서 쇼핑. 맨날 중심가만 걷다가 오늘은 골목으로 들어가서
이태원 시장도 가보고, 다른 브런치 가게들도 구경하고.
더 볼 수 있었지만 오늘 신고 나온 샌들이 너무 발이 아파서 많이 걸을 수가 없었다

한남동과 이태원은 내가 사는 이대 앞과는 뭔가 분위기가 많이 다른 곳이다
외국인이 많고, 외국 대사관들도 많다는 그런 기본적인 차이점도 있지만
다양한 문화들이 있고, 그런 게 충돌하지 않고 잘 섞여서 공존하고 있다는 게 좋다
이대 앞은 어디를 가던 다 똑같다. 뭔가 개성이 없다는 느낌이랄까.
비슷한 스타일의 옷, 똑같은 신발들, 그렇고 그런 악세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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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으러 같이 간 아영언니. 히히 언니 담에 또 같이 가자!
담번엔 또 다른 곳을 공략해야지.

2012/05/23 21:55 2012/05/2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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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밤나들이 :: 2012/05/19 19:54

요새 며칠간 서울시가 야간에 경복궁을 관람 가능하도록 열어주고 있다는 9시 뉴스를 보고
어 우리도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으로 다음날 저녁 나와 엄마는 광화문 가는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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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어둑해지는 저녁 무렵, 광화문에서 내려 이순신장군과 세종대왕님을 거쳐 경복궁에 도착.
조명에 빛나는 경복궁의 모습이 꽤나 멋있었다
전통의상을 입은 채 서 있던 문 앞의 수문장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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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갔더니 매표소에서부터 늘어선 긴 줄과 엄청난 사람들...
아마 다들 우리처럼 TV 보고 왔나보다 -_-+
가끔씩 카메라 들고 다니는 외국인들도 보였다
아마 내가 독일에서 노인슈반슈타인성 봤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겠지 그네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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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을 받은 경회루와 물빛 그림자.
주변의 소나무, 정자들과 어우러져 정말 멋진 야경을 만들어냈다
인파가 조금만 줄었다면 바람이 살짝 부는 이른 여름밤 소소한 밤나들이 즐기기에 좋을텐데.

경복궁 밤나들이, 낮보다 더 좋았다 :) 한 번쯤 가볼만한 듯.

2012/05/19 19:54 2012/05/1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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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이슬람 사원 :: 2012/05/17 19:06


오랜만에 아영언니, 예진이와 함께 이태원에 들렀다
항상 가는 wang thai에 들러서 톰양쿵, 팟타이, 카레를 먹고
그 아래층에 있는 서점을 한동안 둘러본 뒤
수다를 마음껏 떨다가 어디 가지? 하던 중 갑자기 생각난 이슬람 사원.
이태원 어딘가에 이슬람 사원에 있다던데... 하면서 시작한 이슬람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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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계단을 올라가고, 이태원 24시 사우나 건물도 지나가고 -_-,
인도 음식점, 터키 음식점, 여러 여행사들을 거쳐 도착한 사원.
특히했고 멀리서도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건물이지만
한편으로는 소박하고 평범하게 느껴지는 그런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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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의 내부는 대략 이렇게 생겼다
카펫이 바닥에 깔려 있고, 신자들은 신발을 벗은 채 사원에 들어가는데
교회나 성당과는 달리 예배 시간이 아니면 편하게 바닥에 앉아서
책을 보거나 조용히 이야기를 하거나 혹은 음식물을 먹을 수도 있다고 한다
마침 거기 계시던 직원분의 열정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슬람에서는 아담과 이브가 추방당한 에덴동산을 인류의 기원으로,
지구의 중심으로 여기는데 그래서 모든 사원들은 그 방향을 중심으로 향해 있고
인간은 죄를 지어도 용서받는 존재가 아닌,
지은 죄를 용서받고 선행을 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슬람 사원 안에는 어딜 봐도 상(像)이 없는데,
하느님은 보편타당한 분으로 어느 한 모습만으로 대표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자 예배당은 1층, 여자 예배당은 3층으로 예배 공간이 다른 곳으로 갈려 있었다
이 점에 대해서 직원분은 이건 절대 남녀차별이 아니다! 라고 강조하셨는데...
이 이유는 단지 남자 신자들이 예배시간에 정신줄놓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예배드리는 동안 수십 번의 절하는 동작들이 이어지는데
(실제로 내가 보는 동안에도 전혀 이해 못하는 절들이 계속 반복되었다 -_-;;;)
그 때 남성들이 보는, 뒤에서 보이는 여성들의 모습이 약간 민망하므로;;; 그래서 흠흠;;

마침 우리가 간 시간이 예배 시간이랑 겹쳐서
그 직원 분 도움으로 예배를 볼 수 있었다. 다행.
직접 보기 전까지는, TV에서 볼 때에는 이슬람 하면 정말 이질적으로 느껴졌는데
이렇게 직접 보고 느끼고 나니 결국 개신교도 가톨릭도 이슬람교도 하나의 신을 믿는 종교라는 생각이 든다

나와서는 이태원 골목길 아이쇼핑.
개인적으로 디저트로 나오는 코코넛밀크를 좋아해서 왕타이에 자주 가는데
골목길의 외국음식물잡화점에서  코코넛밀크캔발견! 득템 -_-V

요새는 서울에도 외국인들이 정말 많아져서
집앞에만 나가도 중국인 일본인 관광객들이 인파의 절반 이상이고
이태원을 가면 내가 마치 외국에 나온 듯한 느낌이 든다
어쨌든, 이태원은 이국적인 음식들도 많고, 자유롭고, 적당히 붐비는
그래서 마음에 드는 서울의 몇 안 되는 장소들 중 하나이다

다음에 또 가야지 :D

2012/05/17 19:06 2012/05/17 19:06
  • 비밀방문자 | 2012/05/19 12:55 | PERMALINK | EDIT/DEL |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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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일암 :: 2008/02/25 00:05

어제 아빠가 오늘 저녁엔 특전미사에 가자! 고 하셔서 왜요? 그랬더니
엄마가 내일은 놀러가자고 그러네~ 하신다. 특전미사도 오랜만이다.
특전미사는 속전속결-_-;로 진행돼서 빨리 끝나는 맛이 있다. 난 안좋아하지만.
난 졸업할 나이가 됐는데도 아직 학생미사가 제일 좋다.
뭐. 적어놓고 나니 미사를 입맛따라 고르는 거 같네. 아닌데 -_-

아마 오늘이 방학 끝나기 전 마지막 나들이지 싶다.
어디 갈까 고민하다가. 내가 바다와 산과 온천이 가고 싶다고 했다...;;
바다와 산 중 하나를 골라야 해서, 바다를 선택했다. 향일암과 낙안온천으로 결정.

지금 사는 곳은 순천이지만, 난 여수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정확히는 여천이다. 여천시가 여수시에 통합되어서 이젠 여수시가 되어버렸지만.
여수는 바닷가이다. 비록 어릴적 우리집이 바닷가 바로 옆은 아니었지만, 난 바다가 익숙하다.
여름이면 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고 개펄에서 게 잡고... 지평선보단 수평선이 익숙해졌다.

가는 길에 운전할까 말까 10초쯤 고민하다가,
다시 집에 들어가서 지갑에서 운전면허증 하나만 달랑 집어들고 나와서 차를 몰았다
순천에서 여수 가는 길은 도로가 좋은데, 여수에서 향일암 들어가는 길은 완전 시골길이다
2차선 도로인데다 구불구불구불... 그리고 나는 초보운전... 제대로 고생했다. 막 중앙선도 넘고 ㅠㅠ
저번에 보니 우리 동네 어떤 차는 뒷유리창에 "초보운전, 직진만 4시간째"라고 붙이고 다니던데 ㅋ
나도 그런거 하나 붙여놓고 다녀야 되는거 아닌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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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일암은 바다 바로 옆에 높이 있는 절이다. 산 위에 있는 절에 올라가면 수평선이 넓게 펼쳐진다.
거기 주차장은 복잡하기도 하고 주차료를 받기 때문에... -_-ㆀ
항상 중간에 멈춰서 도로 옆에 무료 주차 공간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 올라간다.
평소에는 별 생각 없이 걸어 올라갔는데, 오늘은 뭔가 배가 한 척 지나가니 풍경이 멋있길래 폰으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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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디카가 없어서 폰카로 찍었더니 화질이 너무 구리다...ㅠ_ㅠ
내 디카는 결국 순천에서 내 방의 짐들 속에서 찾아냈는데, 오늘은 또 안가져갔다. 내가 그렇지 뭐.
향일암 정상에 서서 이 수평선을 한동안 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파란 너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다가 다시 머리가 맑아진다
억울하고 서러웠던 일들도 생각나고, 그런 일들을 다 흘려보낼 수 있을 것 같다가도,
기분좋고 즐거웠던 추억들도 하나 둘 떠올라 피식 혼자 웃기도 하면서,
그러다가 앞으로 다가올 일들도 생각나면 그래 이젠 이렇게 해봐야지 하는 마음도 생겨나고...

나에게 있어 바다는, 힘들 때 다시 돌아와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낙안에서 온천으로 마무리.
우리집 근처에 별로 유명하지 않아 사람이 붐비지는 않지만
시설이 좋고 수질이 좋은 온천이 있다는 건 정말 편리한 일이다.
예전엔 지리산 온천에 갔었는데 거긴 멀기도 하고 무엇보다 정말 사람이 너무 많아서...

... 저녁에 엄마가 갑자기 "이제 방학이 일주일밖에 안 남았는데" "응?"
"이제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응?!@!!  더 열심히 놀아야지!!!" "그런건가?" "그렇지!!" 이랬다지 -_+ 아아.

2008/02/25 00:05 2008/02/2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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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본 서울대공원. :: 2007/05/30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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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은(여기서 말하는 '남'이란 서울 혹은 경기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을 말한다) 롯데월드나 에버랜드나 63빌딩이나 서울대공원이나 한강유람선 등등을 지겹도록 가봤다고 말하지만, (혹자는 유치원때부터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소풍이나 현장학습 때마다 간다고 했었다) 시골(?)에서 개구리알 건져서 올챙이가 개구리 될 때까지 관찰하며 놀고 방학때마다 잠자리 여치 방아깨비 잡아 곤충표본 만드는 숙제하고 집에서 도로 하나 건너 바로 있는 논밭에 철마다 모내기 벼베기 하는 걸 보며 자란 나한테는 이번이 처음으로 가는 서울대공원이다. 아. 서론이 너무 길다. 문장 하나를 이렇게 길게 쓸 수도 있구나.

  서울랜드는 애초에 갈 생각이 없었고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가보고 싶었다. 영화를 보면 아빠 엄마가 풍선을 한 손에 든 꼬맹이를 데리고 귀엽게 생긴 호랑이 우리 앞에 서서 이것저것 설명해 주는게 가끔 나온다. 그래서인지 동물원에는 그런 가족들이 와야 할 것만 같은 고정관념이 있다. 이 나이 되도록 동물원 한 번 안 가봤다는 거(어쩌면 어릴 때 갔는데 기억 못하는 걸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내가 알기로 전라남도에, 광주에도, 동물원은 없다) 언젠가 에버랜드 사파리를 간 거 같기도 한데... 역시 기억이 가물가물. 여전히 우리 성격대로 느긋하게 집을 나서서 여유롭게 서울대공원에 도착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늦게 도착한 탓에 동물들을 많이 보지는 못했다. 다들 낮잠자는 시간인지 아니면 벌써 퇴근시간인지... 우리는 있는데 동물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기 전에 서울대공원 홈피를 좀 뒤져봤는데 뭐 할인쿠폰 같은 거도 없고 무슨 소린지도 잘 모르겠고 해서 일단 입구에서 패키지부터 끊었다. 코끼리열차+리프트+동물원 티켓. 코끼리열차를 내가 타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도 잠시, 대공원 입구에서 동물원 입구까지 가는 동안 경치도 구경하고 사람들도 구경하느라 재밌었다. 그리고 학교 입구에서 새병원 현관까지 다니는 전동차랑 비슷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나저나 이 거리를 걸어오려면 한참 걸릴 거 같다. 예전처럼 걷는 거 좋아하고 부지런했으면 걸어왔으련만.

  입구에 도착해서 리프트로 갈아타면 동물원 맨 꼭대기까지 데려다준다. 거기서부터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서 동물원을 둘러보게 되어 있다. 스키 리프트랑 똑같다. 밑에 그물망도 있고 타는 데랑 내리는 데서 알바생들이 도와주고. 다른 건 스키나 보드를 안 신었다는 거, 그리고 눈 대신 푸르른 나무들과 풀꽃들이 우거져 있다는 거. 5월이라 그런지 신록이 아름다웠다. 굳이 산림욕장까지 가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졌다. 대공원 리프트라기에 별거 아니겠지 무시했는데 이게 꽤나 길었다. 오히려 왠만한 스키장 리프트보다 더 오래 탄 거 같다. 무주리조트 실크로드 리프트 정도일까.

  캥거루 먹이주기, 물개 먹이주기, 아기동물과 사진찍기 등등의 이런저런 재밌는 행사가 많은데 우린 늦게 도착해서 볼 수 있는게 돌고래+물개쇼 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그거 보려고 리프트에서 내리자마자 마구마구 뛰어갔다. 시작하기 직전에 들어갔는데 마침 좋은 위치에 자리가 남아있어서 냉큼 차지했다. TV에서 자주 본 거라 별로 기대는 안 했고 동물원에 오면 으레 봐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기대 이상! 원채 동물을 안 좋아해서 물개도 징그럽다고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보는 내내 강아지보다 더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다 짜고치는; 프로그램이겠지만. 돌고래쇼 보는 동안은 엉뚱하게 수영 생각이 났다. 저렇게 완벽하게(?) 다이빙해서 접영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사실 프로그램 자체는 특별한 건 별로 없었지만, 모니터에서 보는 것과 실물로 보는 건 많이 달랐다. 다운 받아 보는 영화와 극장에서 스크린 통해 보는 영화가 다르듯이.

  천천히 다른 동물우리들을 돌아봤다. 대체로 두 가지였다. 그 동안 가져온 환상을 깨거나 혹은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았거나. 인공포육장에 가서 귀여운 아기동물들을 볼거라 기대했지만, 이미 어느정도 커버린 호랑이 두 마리가 우릴 반겼다. 그 앞에 설명에 붙어있는 예전의 귀여운 사진이 무색할 정도였다... 퓨마는 옷이나 신발에 그려진 그림과는 좀 다르게 생겼고, 독수리는 녹슨 철망 안에서 부시시한 깃털을 보이며 시들시들한 채 나뭇가지에 힘없이 앉아 있었다. 사슴은 여전히 귀여웠지만, 나라에서 본 것처럼 이미 먹을 걸 기대하며 사람을 반겼고, 예쁜 외모와는 달리 그리운 고향의 냄새가; 확 풍겨왔다. 티비에서 동물농장 볼 때에는 냄새에 대해서는 전혀 말해주지 않았는데... 이번에 새로 생겼다는, 몸값이 무지하게 비싸다는 개미핥기도 보고 싶었는데(요즘 대세인 개미퍼먹어와도 꽤 연관성이 깊다) 분명 우리 앞에 개미핥기라고 적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텅 비어 있었다. 귀하신 몸이라 퇴근 후에는 따로 보살펴 주는걸까?! 무척이나 아쉬웠다.

  리프트에서 오는 길에 산새장 그물을 봤었다. 새들이 하늘로 날아다니는 걸 보고 신기하다 생각했기에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장 밖에서 구경할 줄 알았는데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다. 열려고 했는데 안에서 잠겨 있었다. 5시가 넘어서 관람시간이 끝나버린거다. 안쪽에서 잠겨 있었는데 손을 넣어서 열려고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우리가 아니지... 동굴 보겠다고 관람시간 끝나서 관리인이 잠궈좋은 문 밑으로 기어들어가서 조명 다 꺼진 어두운 동굴도 (공짜로) 구경하고 왔는데;; 좀 기다리니 안에서 보던 다른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면서 문을 열었고, 그 틈을 타서 잽싸게 들어갔다. 내 바로 옆에서 공작새가 꼬리깃털을 쫙 펴고, 정말 옛날옛적 민화에 나올 법한 장닭이 공격적으로 날 노려보고 -_- 참새들 한 무리가 여기저기 날아다니고(좋겠다 여기서 먹을 거 실컷 먹고 편하게 살겠구나...) 새들이야 그림으로 사진으로 티비로 자주 보던 것들이지만, 그게 새장 안에 갇혀서 나랑 분리된 게 아니라 내 바로 옆을 지나가면서 걷고 날아다닌다는 느낌이 신기했다. 이런저런 예쁜 새들 사진도 많이 찍었지만, 올리기가 귀찮다;

  같은 술수로 산새장도 들어가려 했지만 거기는 이미 입구와 출구가 자물쇠로 닫혀 있었다. 아쉬비. 밖에서만 구경했다. 재두루미 학두루미 두루미들은 오백원짜리 동전에서 많이 봐서 그런지 별 감흥이 없었고(괜시리 민지시리즈 괴담이 생각났다) 오히려 백조를 실제로 보니 더 신기했다. 목이 정말 길더라. 그리고 동화책에 나오는 이미지처럼 우아했다. 며칠 뒤 혜갱네 집에 갔을 때 오리고기를 구워먹고 난 뒤 오리탕이 나왔는데, 혜갱이 나한테 목 부분을 줬다. 먹으면서 무심결에 말했다. 오리라 그런지 치킨에 있는 닭 목부분 보다는 길구나. 그리고 나서 생각했다. 아. 이게 백조라면 무지무지하게 길텐데... 백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다니. 다른 사람들도 그런 건지 내가 특이한 건지 정말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열대조류관을 갔었다. 처음에는 색색깔 알록달록한 앵무새들이 너무 귀여웠고 한마리 키울까 싶었다. 말도 가르치면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고 재밌겠지. 하지만 그 아리따운 이미지도 잠시, 자기들끼리 죽자사자 싸워대는 걸 보고 환상이 확 깨졌다. 새장에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면 새장 사이로 부리를 내밀면서 쪼으려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대공원 가이드맵을 가까이 댔는데, 종이 밑부분을 찢어서 가져가버렸다. 부리에 물면서 계속 삼키려고 하길래 그거 말리느라고 진땀 뺐다. 혹시라도 먹고 질식하면 어떡하나. 걔가 염소도 아니고... 부리에 물린 종이 빼내는 동안 쪼일까봐 무서웠다;;;; 설명에 의하면 어떤 앵무새는 철사도 자를 수 있단다(그러니 조심하라고 적혀 있다) 지금 옆에 가이드맵 보면서 글 쓰고 있는데 밑에 찢긴 흔적들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더 보고 싶었는데, 8시에 대학로에 연극을 예매해 뒀고, 우리는 아직 저녁도 안 먹은 상태였다. 열대조류관부터 동물원 입구까지 서둘러서 내려왔다. 아. 중간에 한 군데 들렀구나. 낙타 우리에서 먹이를 줬다. 사실 먹이 주면 안되는데,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나무잎사귀들을 주니까 잘 먹길래 나랑 혜경이도 해봤다. 앵무새들보다 훨씬 덜 무서웠고 더 사랑스러웠다. 사진도 많이 찍었다. 그날 본 동물들 중 제일 예뻤던 거 같다.(돌고래와 물개를 제외하고.)

  단순히 동물들 우리를 돌아보는 것보다는 곰 먹이주기 설명회, 아기동물과 사진찍기, 사자 먹이주기, 홍학쇼 같은 프로그램들이 훨씬 더 재미있을 거 같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이런 걸 해보려면 "일찍 와야 한다"는 거. 게으름 피우면 동물들 다 퇴근한 뒤의 빈 우리만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여기저기 걸으면서 구경하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아쉬움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다음엔 더 일찍 가봐야지. (근데 누구랑 가나 -_+)

다른 일에 치여 계속 미루다 결국 후기를 쓰고 나니 속 시원하다. 잘 시간은 훌쩍 넘겨버렸고, 배가 약간 고프다.
오래 차를 타야 하는 전날은 습관처럼 늦게 잔다. 어차피 내일 차에서 잘 거니까 하는 생각.
오늘은 이상하게 잠도 오지 않는다. 평소같으면 열두시면 침대로 빠져들었을텐데.
그리 나쁘지는 않은 하루였어.

2007/05/30 02:18 2007/05/30 02:18
  • 김정원 | 2007/06/03 14:55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나랑 가자 ㅋ
    난 동물원이 정말 좋아^^

  • 선영 | 2007/06/03 17:4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앗 그렇구나. 좋아 우리 담번에 시간내서 가자. 주말에 오르세도 기대된다 히히

  • Chihoon | 2007/06/06 19:08 | PERMALINK | EDIT/DEL | REPLY

    동물원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호랑이, 코끼리, 원숭이들의 각종 dung 향을 콧속 깊숙이 느끼면서....
    '아 내가 동물원에 왔구나' 하고 자각하게 되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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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호수공원 :: 2007/05/26 21:42

  이거 쓰는데 옆에서 혜갱이 "와 길다" 하고 놀랜다. 길게 쓸 생각 없었는데 쓰다 보니 길어졌네. 게으름이지. 요약해서 쓸 생각 안하고 그냥 머리에서 떠오르는 대로 끄적대는. 대구에 와서 혜갱 컴터 쓰는 것도 오랜만이다. 매스컴은 대구를 '사고 많이 나는 곳'으로 인식하지만 난 막상 자주 와서 그런지 편하고 서울보다 살기 좋은 거 같고 대구 지하철도 아무 생각 없이 잘 타고 다닌다. 울 아빠 말처럼 위성도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인내심이 많은 거 같다. 아빤 여수에서 순천으로 출퇴근하는데도 30분밖에 안 걸리는데 난 학교까지 걸어가면 30분 걸린다. 일산 가려먼 40분 걸리고 분당 가려면 2시간 걸린다. '길바닥에 시간을 버린다'는 표현이 뭔지 서울에 와서 정확히 깨달았다.

  어제 저녁에 오늘은 어딜 갈까 고민했는데 별 생각이 안났다. 사실 피곤해서 생각하기가 귀찮았다... 그냥 일단 자고 내일 생각해보자 이래놓고 아침에 일어나니 열한시다. 여전히 느긋하게 뭐할까? 이러다가 서울숲과 일산호수공원 둘 중에서 후자를 선택했다. 혜갱의 선택이다. 난 서울숲은 별로 안끌리고 호수공원은 가봐서 호기심이 없고 그냥 호수랑 공원이랑 햇빛 보러 가야겠다 이런 단순모드로 이끌렸다.

  결론적으로, 느긋하게 출발한 대가를 톡톡히 치뤘다.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버스는 생각도 안해보고 아무 생각 없이 지하철을 탔다. 금방 갈 줄 알았는데 한시간 넘게 걸렸다. (학교 앞에서 1000번 빨간버스 타면 30분만에 바로 공원 앞에서 내릴 수 있는데 왜 그땐 그 생각이 안났을까.) 정발산역에서 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공원이다. 기분이 묘했다. 저번에 왔을 때는 정원이랑 성연이랑 시루랑 등등 같이 왔었는데 그 때 가면서 탔던 버스가 사고나면서 뭐 버스회사에 보험사에 연락하고 어쩌고 하면서 좀 정신없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하게 난다. 아마 그 날 일단 밥먹고 논 다음에 그 다음날 느지막히 병원 가서 검사를 했었다. 어떻게 오셨냐는 질문에 "교통사고 나서요" 대답했더니 "언제 다치셨어요"라고 묻길래 아무 생각 없이 "어제 아침에요"라고 말했었다.  사람들이 당황해 했다. 그 때는 이상한 줄 몰랐는데 대답해 놓고 나니 내가 생각해도 좀 어이없더라; 여튼 그때 보상금 받아놓고는 좋아라했던 기억도 나네. 그나저나 그 때 버스 타고 갔으면서 왜 오늘 아침엔 기억을 못했지? 이 단순함은 나이가 들어도 사라지지 않는 건가요...

  저번에 왔던 호수공원의 호수는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려는지 꽤 크고 둘레가 길어서 걷느라 지쳤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혜갱에게 '호수는 그냥 호수야' 이런 마인드로 좀 설득을 해보려 했는데 그녀는 호수에 대한 로망이 매우 강했다. 그래서 이번엔 도착하자마자 바로 자전거를 빌렸다. 너무 오랜만에 타서 좀 걱정했는데 자전거나 수영이나 스키나 한 번 몸에 익히면 괜찮나보다. 육교 넘어서 호수 있는 쪽으로 넘어가서 호수 주위를 돌면서 즐겼다. 천천히 도는데 소방훈련(?) 나온 초딩들이 귀여운 형광노랑 소방자켓을 입고 물 뿌리는 것도 보고 한쪽에서 사생대회랑 글짓기대회 하는 걸 보면서 그래 나도 어릴 때 저런 걸 했었어 하면서 추억하고 호숫가에 앉아 맑은 물에 물고기 한 마리가 노니는 걸 보고 맛있겠다며 동의하고 난 민물고기에 있는 기생충에 대해서 잠깐 말해주고( + 기생충실습때 봤던 껍질 벗긴 뱀과 아나고의 내장에 있던 흰색의 꾸물꾸물거리는 귀여운 기생충들에 대해서도 말해줬다)...
 
  그러다 풀밭에서 돗자리 깔고 소풍나온 수많은 가족+연인들을 발견하고 순간적으로 충동이 일었다. 우리도 풀밭에 누워서 노닥거리자! 그러나 우리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돗자리도 없고 먹을것도 없고 있는건 생수 하나.  둘이서 의기투합해서 자전거 끌고 공원 밖 도로로 나갔다(지리도 전혀 모르면서;;). 가다가 마침 라페스타 발견해서 충무김밥 사들고 돗자리 대신 신문지 마련하고 다시 공원으로 돌아가서 나무 밑 그늘에 누워 먹고 놀았다.  김밥은 좀(많이) 매웠지만 맛있었고 자리는 공원 입구 반대쪽이라 사람도 별로 없어서 자전거 한쪽에 세워놓고 편하게 누워서 눈감고 어른거리는 햇빛을 보면서 폰에 담아온 음악 들으면서 바람이 지나가는 걸 느꼈다...

  그렇게 평화롭게 게으름피우며 행복하게 노닥노닥노닥거리는데, 시간이 지나가는 줄 몰랐다. 정신 놓고 수다떨다가 아무 생각 없이 손목에 찬 시계를 쳐다보고 앗 이러면서 아쉬움을 접고 3시 50분쯤 일어났다. 서울역에서 대구 가는 KTX가 5시 15분 출발이라서. 정리하고 다시 공원 입구로 자전거타고 나가야지. 여기서부터 그 평화로움은 다 사라졌다... 호수 둘레는 생각보다 너무 넓었고 설상가상으로 길도 잃어버렸다 ㅜ_ㅠ 정말 있는 힘껏 자전거타고 헤매면서 입구를 찾았는데, 처음 왔던 곳에 도착해서 자전거 반납하고 나니 4시 15분이었다. 1시간 안에 서울역사 3층 개찰구로 가야 했다. 동반석 끊어놨는데 표가 우리한테 있어서 우리가 늦으면 4명 다 기차를 못타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버스타는 곳으로 막 뛰어가서 1000번 버스를 타고 나니 4시 20분. 금방 서울역 가겠지 싶어서 마음 좀 놓는데, 순간 혜갱이 생각해냈다. 우리 아까 올 때 정발산역 물품보관함에 가방 하나 두고 왔는데 안가져왔다;;; 아 이젠 놀랍지도 않다. 우리가 이렇지 뭐. 역무실에 전화해서 보관함 관리하는 사람한테 전화해서 해결봤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내가 월욜에 다시 정발산역까지 가서 백원짜리 동전 24개 넣고 가방을 빼와서 택배로 부쳐줘야 한다는 거지. 그정도야 뭐.

  서울역에 도착한 버스. 역사 바로 앞에서 내려줄 거라 생각했는데, 역사를 지나쳐서 좌회전하더니 숭례문 쪽으로 간다. 맙소사. 남대문 시장 쪽에서 내려줬다. 5시 5분. 남대문시장에서 서울역사 3층까지 10분 안에 돌파하기. 태어나서 그렇게 미친듯이 뛴 적이 또 있을까. 내 생각엔 유럽 갔을 때 베니스에서 기차 놓칠까봐 뛴 적 빼고는 처음이다. 고등학교 때 오래달리기 할 때도 그정도는 안 뛰었다. 서울역 지하철역 지하가 그렇게 긴 줄 몰랐다. 1번 출구가 어찌나 멀던지;;; 개찰구 통과해서 기차 타고 1분도 안 지나서 기차가 출발했다. 아. 다시는 게으름피우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난  또 그럴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이젠 혜갱이나 나나 익숙해졌다. 어떻게든 해결될거야 하는 대책없는 믿음... 너무 뛰어서 처음엔 숨막힐 거 같더니 나중엔 목이 타는 거 같았다. 기차에서 내내 콜록거리니 혜갱이 옆에서 "노인들 기침하는 거 같아" 라고 했다. 너무하다. 그렇게 표현하다니. 정말 나이든 거 같잖아.

  평소같으면 기차 타자마자 습관처럼 잠들었을텐데 너무 뛰고 정신없고 흥분해서 그런지 1시간 40분 내내 눈뜨면서 음악 들으면서 왔다(그리고 가끔 콜록대면서). 동대구 도착해서 혜갱네 집에 가서 혜은이랑 어머니랑 오랜만에 보고 말로만 듣던 아저씨도 첨 만나고 맛있게 저녁먹고. 집에 와서 거실에 누워서 무한도전 보면서 정신없이 웃고. 고민 안하고 단순하게 사는 거 참 좋다. 문제는 단순함에서 깨어나는 순간 그동안 밀려뒀던 고민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한다는 거지만.

  내일은 외도 간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버스 안 놓치는게 관건이다. 나머지는 준비 끝. 일찍 자야지.

2007/05/26 21:42 2007/05/26 21:42
  • 혜갱 | 2007/06/02 18:50 | PERMALINK | EDIT/DEL | REPLY

    단순함에서 깨어나는 순간 그동안 밀려뒀던 고민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한다는 거지만.

    완전동감이야.
    어제 저녁 제정신이 들고나서 제일먼저 한일은
    책상 치우기!
    그동안 농땡이 친 흔적이 역력했어. ㅋ
    부디 순탄히 트레블 메이트를 찾을 수 있기를...

  • 선영 | 2007/06/02 22:20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나 아까 무심코 달력 보다가 깜짝 놀랬다. 벌써 6월 2일이라니 ㅜ_ㅠ
    남은 동안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건지, 아님 열심히 놀아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당
    아마 둘 다 해야 하는 거겠지?! <개강하기 전에 하고싶은거> 리스트 7개를 다 끝내고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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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춘천으로 나들이. :: 2007/05/19 00:35

하나언니랑 성식오빠랑 치훈오빠랑 넷이서 일주일 전부터 계속 고민했다. 이번 금요일에 어딜 갈지.
처음엔 내 의견대로! 성식오빠네 앞마당인 에버랜드를 가기로 했었지만
비가 온다는 기상청의 예보 때문에 오늘 아침 하나언니의 차에 넷이 탄 상태에서 의논을 거듭했다
하필이면 기상청 예보도 참 애매했다. 비는 5-10 mm 올거고 비올 확률이 40% 였던가?
에버랜드에 전화까지 해서 오늘 개장하냐고 물어봤다;
개장하지만 비 많이 오면 문 닫는다는 너무나 교과서적인 대답...

춘천에 가서 닭갈비를 먹고 강촌에서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가는 동안 날씨가 흐리기만 하고 비는 별로 안 왔다
날씨가 이렇게만 가준다면 오히려 놀기에는 더 좋다 너무 덥지도 않고.

하나언니도 운전 잘하는데 성식오빠도 능숙하다.
거기에 길눈도 정말 밝다. 길치인 나로서는 그저 부러울 뿐.
셋이서 네비게이션을 당연하다는 듯 티비로 설정해두고 보면서 갔다
길이 좀 막혀서 두시간 약간 넘게 걸렸다

일단 닭갈비를 먹으러 갔는데... 원래 이런게 다 그렇듯이 한 골목 전체가 '원조' 간판을 달고 있다
재밌어서 좀 살펴봤는데 다들 KBS, MBC, SBS 출연은 기본이고 50년 원조, 55년 원조, 73년 원조까지 보였다
아니 그럼 내년에는 1년씩 더해서 간판을 바꾸는 거야? 게다가 73년 원조면 한국전쟁 이전부터 가게 문 연거야?!
사실 나주에 살 때 나주곰탕 식당들도 비슷한 간판들 달고 있는 걸 많이 봐서 이상하진 않았지만
이 중 어떤 집이 맛있는지 고르는거는 현지인이 아닌 뜨내기들에게는 로또 비슷하다
다행히 우리가 들어간 집은 맛도 괜찮았고 아줌마도 친절하셨다. 다만 거기서 시킨 막국수는 별로였다;

춘천에 왔다는 증거를 남겨야 된다며 조각공원으로 갔다
역시 거기 있는 조각들 앞에 서고 껴안고 매달리고... 이러면서 계속 디카로 찍어댔다
성식오빠 포즈랑 표정이 거의 극회인 수준이었다... 하나언니랑 나랑 너무 웃겨서 계속계속 웃었다
공원 옆에 있는 강(북한강일까? 잘 모르겠다;)에 보트타는 게 있길래 탈까 말까 이러다가 타기로 했다
오리보트 말고 노 젓는 보트가 있길래 둘씩 탔는데...

오빠들 둘이서 노를 젓는데 그게 보기만큼 쉬운 게 아니었다
성식오빠랑 하나언니가 탄 배는 그래도 잘 나가는데 나랑 치훈오빠 배는 속도가 잘 안 났다
그리고 이게 사람이 조금만 움직여도 막 무게중심이 흔들리면서 뒤집어질 거 같은 느낌이다
사실 다들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서 빠져도 별 문제는 아니지만;
넷 중에 수영 못하는 사람이 딱 한명 있었다 그리고 해군 출신이었다 그래서 내가 계속 물어보면서 놀려댔다
오빠 해군이면 처음에 들어가면 수영 가르쳐주지 않아요? 물었더니
 5 m 풀에서 구명조끼 입은채로 집어넣고 물에 뜨는 법만 가르쳐준다고 했다. 그렇구나;;
그럼 오빠 고무보트도 안 타봤어요? 여러 명이서 같이 노저으면서 타는거요. 안타봤어...
흠. 난 걸스카우트 하면서 초등학교 때 타본 거 같은데. 별로 도움도 안 되는 걸 왜 했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강을 돌면서 수다떨고 사진찍고 저녁밥걸고 내기도 하고 한참 노는데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막 쏟아졌다
다리 밑으로 비를 피하려는데 거기까지 가는 동안 비를 꽤나 많이 맞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좀 정상으로 돌아왔구나. 비를 맞는 게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이야 이 기분.
서울이었다면 산성비 생각에 좀 찝찝했겠지만, 여긴 춘천이고, 비도 시원하게 소나기처럼 왔다.
빗방울이 살에 닿는 느낌이 좋았고 수면에서 튕기는 소리와 느낌이 좋았고 비 특유의 향기가 좋았다

치훈오빠랑 나랑 자리를 바꿔서 내가 노를 좀 저어봤는데 보기보다 엄청 어려웠다
결국 좀 하다가 다시 오빠한테 넘겨줬다. 성식오빠가 요령을 가르쳐줬는데 머리랑 몸이 따로 놀아서...
방향조절이 맘대로 안되서 강가에서 낚시하는 아저씨들한테 몇 번 소리들었다;;;
오리보트보다 노보트가 훨씬 더 재밌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다음에 날씨 좋을때 한번 더 타봐야지.

비가 계속 와서 강촌에 자전거타러는 못 가고 춘천 시내로 가서 영화봤다
마침 프리머스가 있어서 스파이더맨3 봤는데 뭐. 그저 그랬다.
이게 어떻게 전국 상영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수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후. 우린 모이면 항상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고 이야기하다 늦게 헤어지지만
그만큼 넷이 같이 있으면 재밌고 좋다는 거니까.
그리고 늦으면 하나언니가 우리집까지 태워주셔서 감사하다. 오늘도 그랬고.
담번 모임에 맛있는 거라도 만들어갈까나.

2007/05/19 00:35 2007/05/19 00:35
  • Chihoon | 2007/06/25 22:3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늘에서야 이글을 발견했군.... -_-

    난 공군을 갔어야 했어...

    그래야 최소한 하늘을 못 나는 거에 대한 질책은 안 받을 거 아냐...ㅋㅋ

    근데, 요즘 댓글이 안 달리던데 여긴 잘 되네... 쩝..

  • 선영 | 2007/06/26 21:06 | PERMALINK | EDIT/DEL | REPLY

    누가 하늘을 날아요 ㅋㅋ 그건 제가 할 일이에요 ㅎ
    요즘 제 글에 댓글 달리는 게 싫어서 제가 안 달리게 설정해 놨거든요. 옛날 글에는 달리지만.
    그냥 제 글을 제가 쓸 때 느끼던 그 감정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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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과 함께 한 택트 나들이 :: 2006/05/28 16:57


내가 처음으로 택트를 탄 건
아마도 예과 1학년 여름방학이었다.
극회 여름공연 캐스트 연습 중 어느 뒤풀이날
알콜을 잔뜩 머금어 기분이 날아갈 듯한 상태에서,
역시 알콜에 취해 계신 당시 극회장님의 택트를 타고
엄청 좋아라 하면서 택트를 타고 서문 하숙집까지 갔다지.

지금 생각하면 좀 위험하기도 한데;
여튼 엄청 기분좋은 경험으로 남아 있어서,
나중에 택트를 탈 때마다 그 생각이 나서 기분이 좋아진다 ^-^

올해의 첫번째 택트 드라이브는,
기억나지 않는 지난 겨울의 어느날,
이대 앞에서 학교까지였던 것 같다.
그때도 정표가 태워다 줬었다.



아. 내가 헬멧을 쓰기만 하면
사람들은 카트라이더 캐릭터를 닮았다고 한다
이름이 뭐더라; 나도 카트 해봤지만 별로 안 닮았던데 뭐!!

저번주 방학에는, 정표랑 오리엔탈 타이에서 점심먹고 드라이브 갔다
정표가 쐈다 후후 정표야 잘먹었어~ -*

다음은 먹은 음식들 시리즈.
아무리 메뉴판을 들여다보면서 음식 이름을 외우려 해봐도
심지어 읽기조차 어려운 태국말들이라; 그냥 맛있게 먹는 걸로 만족할래.
샐러드도, 음식도 맛있고 분위기도 조용하면서 편안하고
게다가 주스나 탄산음료 같은 건 공짜로 무한리필이고 해서
오히려 펨레보다 나은 듯 해서 요즘 애용하기 시작한 곳이다.
결정적으로 우리집 앞에 있어 가까워서 좋다




해산물 샐러드. 새콤달콤하다. 보기에도 너무 예뻐서 먹기가 아까웠던.




메뉴 이름은... 매운 해산물 볶음 정도?!
적당히 매우면서, 새콤달콤해서, 내 입맛에 딱이었다.
태국 음식이 원래 한국 사람들 입맛에 잘 맞는건가 봐.
홍콩 음식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되어버렸다(딱 두번 가봤찌만 ^^;)




정표가 고른 게살볶음밥. 게살을 골라먹는게 좀 번거롭긴 했지만, 맛있었다.
게살 골라먹는 데 쓰는 포크 비슷한 신기한 도구;도 있었다.
탐나서 나도 이거 하나 사서 집에 두고 쓸까 하다가
일년에 게살 먹는 날이 며칠이나 되겠어 하면서 그냥 말았다;;




밥사준 중국인. 고마워 히히 ^^



밥 열심히 먹고, 졸린 눈을 부릅뜨며 드라이브 나섰다
괜시리 택트가 타고 싶어서 맨날 모경이만 졸랐었는데
막상 정표한테 택트를 얻어타게 됐다. 재밌었다. ^^

신촌을 거쳐서 서강대교를 달리고~ (서강대교 맞겠지? 가물가물;)
중국인 녀석이 결국 택트 속도를 90까지 냈으나
나도 저번 겨울에 연수 받으면서 속도공포증을 극복하야 전혀 무섭지 않았다 후후
이래뵈도 나도 국도에서 140까지 밟아밨다고;;

택트랑, 보드는, 같은 속도에서도 속도감이 훨씬 더 커서 좋다
그만큼 더 위험하다는 뜻도 되는건가; 그래도 좋다 ㅎㅎ

여의도 공원에 도착해서 잠시 내려서
15분짜리 속성 택트 교육을 받았다.
아. 생각보다는 쉬웠는데, 역시 실력은 금방 쌓이는 게 아니다
정표 택트가 무지 무거워서 회전할때마다 난 휘청휘청.
그래도 자동차 운전보다는 더 쉽고 재밌었다.




내 모습 나름 그럴싸하지 않은지? 나름대로 택트 잘 탔다.
물론 경력자 중국인을 이기기엔 좀 무리였지만 ㅎㅎ




좋아라 하고 타고 있다; 후후
나도 예전에 무악 살때 주저 말고 택트 하나 장만할 걸 그랬다
정말 편했을 텐데. 괜시리 남학우들 눈이 무서워서 눈치보다가.
아. 지나간 일 후회해봐야 무슨 소용이리 ^^;

난 게임하는 거 옆에서 지켜보는 게 더 재밌고
운전도 남이 하는거 얻어타는게 더 재밌다는 주의여서
택트 연수(?)를 엄청 빨리 끝낸 뒤 다시 태워 달라고 졸랐고
그래서 상암동으로 향했다.

상암동은 백만년만에 온 거 같은데...
막상 상암동 하늘공원도 제대로 온 건 처음이었다.
아. 인라인 타는 사람들도 많고, 아이들도 많고.
다음에 시험 끝나면 인라인이나 타러 와야겠다 싶었다.
아. 그런데 인라인이 없구나. 하나 살까.

4시에 토요미사 간다고 했더니
마지막으로 성당 앞까지 드라이브해 태워다준 정표. Thanx! ^-^

2006/05/28 16:57 2006/05/28 16:57
  • 정표~☆ | 2006/05/29 00:50 | PERMALINK | EDIT/DEL | REPLY

    누나 때 극회장이면 시홍이형?? 혼자타셔도 작을텐데 ㅎㅎ
    아~~ 벌써 1주일 전이군요........ 시간 참 빠르네요....... 저 음식들 정말 다시 먹어보고 싶고......... 진짜 맛있었는데..
    다음엔 어디로 모실까요??

  • ???? | 2006/05/30 21:0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마 그때 시홍오빠 택트도 좀 컸던 거 같아ㅋ
    다음엔 내가 밥사줘줘야 하는거 아닐까나? ^^; 후후
    여튼 재밌었고 무지 고마워! ^^

  • 정표~☆ | 2006/05/31 02: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식당으로 모신다기 보다는 드라이브를 어디로 모실까........ 대략 그 정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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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에서의 세례식 :: 2006/04/27 00:33

2006. 4. 9.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세례성사를 받았다. 부활 대축일 한 주 전.
덕분에 그 다음주에 새병원 예배실에서 있었던 부활특전미사때 영성체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

이날은 본1의 3일+1시간 완성 인체발생학 중간평가 전날이었고,
본2의 분기말이 코앞에 다가와 있던 날이었다

나는 전날 예행식때도 이날에도 카네기 스테이지를 들고 가서
틈만 나면 정신없이 발라대고 머리에 우격다짐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처음에는 많이 아쉬웠다.
일생에 한번 있는 세례식인데 좀 더 성스럽고; 편안한 마음으로 받을 수 없을까 하고.
한 달 뒤에 다른 반이랑 같이 받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더 이상 기다리기엔 내 인내심이 조금 부족했다



앗 이건 언제 찍은거? 원래 미사중에 사진 찍지 말라 그랬는데...
라고 해서 못찍을줄 알고 서운했는데 이렇게 찍어주다니 고마워 ㅎㅎ




같이 세례받은 10월 목요반 토요반 사람들.
맨 아랫줄 가운데 신부님 오른쪽에 앉으신 분이 우리반 담당이셨던 효주아녜스 수녀님이시다
이번이 첫 교리반 수업이라면서 맨날 부끄러움 타시고 ^^
한번은 교리반 담당하시는 신부님이 수업참관 하려고 오셨는데
수녀님이 "저 신부님 계시면 부끄러워서 수업 못해요" 막 이러셔서
결국 신부님은 수업을 못보시고 그냥 가셔야만 했다ㅋ
항상 소녀같은 모습을 보여주셔서 좋았던 수녀님.
내가 성서필사 일등했을때 선물로 팔찌묵주를 직접 만들어 주셨는데
나중에 우연히 내 팔찌묵주가 조금 커서 헐거운 걸 발견하시고는
다시 또 만들어서 주셨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세례식때 선물받은 묵주팔찌 하고 있지만  예전이 수녀님이 주셨던 것도 소중히 간직중...



우리 대모님, 소영 다니엘라!
처음에는 정원이에게 대모를 부탁했었는데,
명동성당에서 대모는 나이가 대녀보다 더 어리면 안된다고 해서
급하게 소영이에게 부탁했는데 선뜻 들어줘서 너무 고마웠다 ^-^
(그리고 정원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ㅜㅠ 견진성사 때는 어떻게든...)
길었던 6개월 예비신자 교리과정 지치지 않게 잘 이끌어줬고
이날 나보다 더 기뻐해줬던 대모님. 고마워요 ♥



엄마도 세례식에 와주셨다
나랑 엄마랑 세례식날 정말 펑펑 울었다
난 이런저런 생각에 북받혀서 그랬는데 울 엄마는 왜그러셨을까나.
사실 엄마는 예전에 종교에 대해 약간 부정적이셔서 좀 걱정했는데
요즘은 나랑 아빠랑 성당 다니는거 많이 이해해주셔서 감사하다
음. 기회를 봐서 엄마도 성당으로 이끌어야지...;;;




세례식날 명동까지 와준 고마운 친구들! 분기말이라 오기도 힘들었을 텐데...
미나상, 정원, 승민이, 우순이, 겜메 그리고 울 대모님 모두 고마워요 ^-^
사실 아무도 안오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했었다는 ㅋㄷ
아. 디카 빌려준 겜메 특별히 더 감사 ^^;
내 동생이 내 디카 빌려가서는 자기 친구 빌려줬다 그래서 정말 황당했다; 나한테 말도 안하고;;
이날 기대치 않았던 꽃도 선물도 너무 많이 받아서 너무 행복했다
하나는 내 가방에, 하나는 손목에, 그리고 나머지는 내 책상에 놓여 있다
와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운데 선물까지... 감동이야 ☆
선물들 사진 찍었는데 아직 카메라에서 안옮겨서...
기회봐서 언젠간 올릴테다 ^^;


세례식이 끝나고 커피숍에 가서 같이 점심먹고.
나랑 소영이랑 점심을 못먹어서 많이 배고팠는데
토스트는 정말 어찌나 늦게 나오던지...
다들 "밀을 키워서 밀가루를 직접 만드는건가봐" 막 이러면서 웃었다ㅋ
사실 더 근사한 걸 사고 싶었는데 나랑 소영이빼고 다들 점심 먹고 왔다고 그랬다;;
하긴, 그때 시간이 몇시였니 -_-
포도모임때라도 맛있는거 사갈게~ 히히


지금부터는 내가 안선영 마리 세라피나가 되기까지의 behind story.

내가 처음 주일미사를 간 건 아무것도 모르던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하긴, 우리때까지는 국민학교였다. 내 졸업앨범은 국민학교라 찍혀 있다)
외가쪽이 모두 카톨릭신자라서 어릴 적 외할머니 손을 잡고 주일미사에 따라가곤 했다
외할머니는 항상 오백원짜리 동전을 쥐어 주셨고,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앞에 나가서 바구니에 그걸 넣고 왔던 기억이 난다

특이하게도 외갓집에서 우리 엄마만 비신자이셨고 (지금도 그러시고;;)
아빠도 종교가 없으셔서. 내가 어릴적에 엄마아빠는 내가 신앙을 갖는 걸 반대하셨다
어릴 때 주위사람들에게 휘둘려(?) 종교를 갖기 보다는
내가 좀 더 큰 다음에 내 스스로 선택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던 거다
그 땐 반대하는 부모님이 미웠지만, 지금 생각하니 정말 맞는 말이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정신없이 바뻐서 주일미사 같은 건 까맣게 잊어먹었고
고등학교에 들어간 뒤 다시 미사에 나가기 시작했다
가톨릭 동아리에 들어갔었다. 사실 동기는 좀 불순했다.
성당이 시내에 있어서 주일에 학교에서 성당까지 태워다주는 봉고를 타면
편하게 시내에 나갈 수 있었고 -__-;;;;;
그리고 주일에 미사나 예배에 가는 사람들은 아침 자습을 빼먹을 수 있었던 거다 하하;

아냐. 난 그래도 나름 열심이었다
비록 중간에 그만두긴 했지만 통신교리도 듣고
성탄절이면 애들이랑 같이 성극도 하고 그랬었다
(그러고보니 난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을 했었구나 ㅎㅎ)
하지만 통신교리는 한 두번인가 남겨두고 그만뒀다
머리에 지식은 늘어가지만 내 스스로 신앙에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기에...

그리고 재수하면서 청담동 성당에 몇 번 갔었는데
대학 들어와서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고딩때는 대학 가서 시간 나면 꼭 세례 받아야지! 이래놓고선
막상 힘들게 대학 들어오니 그저 놀고만 싶었나보다
무엇보다 신앙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내가 정말 믿고 있는 걸까? 하는, 수없이 떠오르는 의문.

먼 길을 걸어왔지만, 그게 결국 주님의 뜻이었다.

첫 영성체때의 기도는 꼭 들어주신다지...
정말 소박하지만, 정말 간절한 기도를 드렸었다
막상 안이뤄진거 같다고 몇 번 실망도 했었지만
항상 주님의 뜻은 한참 지난 뒤에야 깨닫는 거 같다
기도를 안 들어주시는 게 아니라 더 좋은 쪽으로 들어주신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다

주님. 감사해요. 열심히 신앙생활 할게요 지켜봐주세요 ^^
(비록 분기말 시험본다고 벌써 미사를 빼먹기는 했지만요;)

마지막 덧붙임, 내 세례명 seraphina에 대한 의미.
원래 seraphim은 대천사 이름이기도 하지만, 난 이탈리아의 성녀 세라피나를 택했다.
이유는..... 비밀.
해석할까 하다가 괜히 어설프게 번역하면 의미 전달에 제대로 안될까봐 그냥 둔다.

ST. FINA (SERAPHINA) March 12
Born at San Geminiano, Tuscany, Italy
Patronage of disabled people, handicapped people, physically challenged people, spinners

Fina was born in a little Italian town called San Geminiano. Her parents had once been well off, but misfortune had left them poor. Seraphina, or Fina, as her family called her, was their daughter. Fina was pretty and lively. She had a generous nature. Each day she saved half of her dinner for someone in the town poorer than she. During the day she sewed and spun cloth to help pay the family debts. At night, she usually spent a long time praying to Jesus and Mary.
When she was still quite young, her father died. Fina was struck with an illness that deformed and paralyzed her. Movement became almost impossible and Fina lay for six years on wooden planks. Pain rushed through her whole body. The only way she could bear it was to concentrate on Jesus as he was nailed to the cross. "I unite my sufferings to yours, Jesus," she would whisper. Sometimes, when the pain was horrible, she would say, "It is not my wounds but yours, O Christ, that hurt me." Fina was left alone for many hours every day because her mother had to go out to work or beg. The neighbors knew about Fina, but her sores had become so foul-smelling that people made excuses for not going to visit her.

Unexpectedly, Fina's mother passed away. Now the girl was left alone. Only one neighbor, her good friend Beldia, came to care for her. Beldia tried to give Fina as much attention as she could, but Fina was usually left alone. It was obvious that she could not live much longer. She refused to lose heart. Someone mentioned to her about the tremendous sufferings St. Gregory the Great had endured. Fina became devoted to him. It is said that one day, as she groaned in pain, St. Gregory appeared to her. He said kindly, "Child, on my feast day God will grant you rest." His feast day in older calendars had been celebrated on March 12, because he had died on March 12, 604. So on March 12, 1253, St. Gregory came to take Fina home to heaven.

St. Fina helps us appreciate the Christian meaning and value of suffering. We can also realize the value of visiting shut-ins, the elderly, the ill. We can ask St. Fina to give us a sensitive heart for people who are lonely or suffering.

2006/04/27 00:33 2006/04/27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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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9;2005, 거리 곳곳에서 느껴지는 크리스마스 :: 2005/12/04 23:07

드디어 내 집(내 방?)도 생겼고...
올해는 정말로 크리스마스 트리 하나 방에 두고 살래 이런 생각 하다가
역시나 혼자 사는 집에 청승맞게 왠 트리야 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트리 사는 대신에 거리에서 열심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겨줘야지
사실, 그렇다. 우리집은 어릴 적부터 크리스마스를 또다른 빨간날 정도로 별 의미없이 보냈기에 나한텐 참 이질적인 공휴일이다.
집에 있으면 다들 아무 날도 아닌듯 지내는데
밖으로만 나가면 크리스마스 트리에 카드에 캐롤에 선물 등등...
올해는, 적절히 즐겨줘야지.
이브날 친구들하고 돌아다니면서 놀다가 명동에서 전야 미사 참석하고
집에 돌아온 다음 파티하면서 밤새면서 노는 거 정도면 정말 좋겠다
사실 더 좋은건 크리스마스 전에 커플이 되는 거지만 가능성없는 대안은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는다;

요즘 좀 부지런해져서 카메라를 들고 다녔기에
거리 곳곳에 있는 크리스마스를 담을 수 있었다
반짝이는 장식전구들을 보며, 캐롤을 흥얼거리며, 마음은 벌써 크리스마스.


세브란스 병원 입구에 있는 작고 아담하고 단순하게 생긴 트리.



작년에는 의대 로비 안에 있었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밖으로 쫓겨난,
빵과 과일들이 달려있는 의대 특유의 트리.
왜 크리스마스 트리에 먹을 걸 매달아 놓는거지? 난 보면서 좋아하긴 하지만 ^^:



영국문화원 로비에 있는 화려한 트리.
누가 영국 아니랄까봐 11월이 채 지나가기 전부터 자리잡고 있었다
예쁘다. 오며가며 보면서 기분이 살짝 설레는...



영국문화원이 있는 흥국생명 건물 밖에 있는 조형물.
그 유명한 망치맨(the Hammering Man) 조형물과 같이 어우러진다.
낮에 찍어서 지금은 잘 안보이지만 왼쪽 밑에 있는 두 마리 루돌프,
코에 전등이 반짝반짝거린다. 밤이 되면 그 센스가 더욱 돋보여 ^^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본점 건물과 그 옆에 에비뉴엘과 그 옆에 영플라자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오며가며 기분은 좋은데...
저 트리 오른쪽에 조그맣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 문제의 크리스피 간판.
트리보다 열다섯배쯤 유혹적이다;



명동 민들레영토 입구.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사실 사진만 그렇고 실제로는 야외라서 매우매우 추웠다.
사진찍는 그 찰나에도 부들부들부들...
트리와 곰인형이 너무 잘 어울려서 슬쩍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순 없었다.



마지막. 민토 벽에 있는 천사 부조와 반짝거리는 꼬마전구들.
저 건물이 아마 가톨릭회관이던가 YMCA 그런 비슷한 건물이다.
우연찮게 민토의 크리스마스 장식물과 머리를 맞대고 있는데, 잘 어울려서 보기 좋았다 ^^

아직 백양로에 있는 염장트리의 사진을 입수하지 못했다.
어제 밤에 갔을때는 폭설 때문인지 전등이 다 꺼져 있었다...
구하는대로 올려야겠다. 근데 그 염장트리, 맨날 모양이 똑같다.
예쁜지는 모르겠고 그냥 무식하게 거대하기만 한;;
그래도 비싼 등록금으로 만들어냈을테니 열심히 즐겨줘야지!

2005/12/04 23:07 2005/12/04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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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내리는 학교 :: 2005/12/04 02:39


새벽에 나가는 길에 잠깐 들러서 사진을 찍을 생각이었는데
결국 참지 못하고 밤 12시에 나가서 한시간이 넘게 학교를 걸었다
하얀 눈에 포근히 덮인 백양로와 본관 주위의 오래된 건물들...





백양로 입구. 어느새 노란 은행잎도 다 떨어지고 앙상하게 가지만 남아 눈이 쌓였다.
헐벗어 보여서 싫었다가도, 눈에 포근히 쌓인 모습을 보니 또 따스하게 느껴지기도.
이상하게 하늘이 다 발그스름하게 찍혔다. 푸른색이었으면 더 좋았을 걸.
하지만 사진에 대해 아는 바 별로 없으므로 패스-*





공학원 앞에 있는 바위와 소나무.
눈이 겹겹이 쌓여서 자태가 근사했다.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절개를 지키는 소나무...
뭐 교과서에 나올 법한 그런 모범적인 글귀가 생각나는 순간.
찍어놓고 보니 정말 도덕교과서 삽화로 들어가기 딱 좋게 생겼네;





추운 날씨에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는 독수리상.
(하긴 동상이 춥다고 어디 날아가겠어;;)
저렇게 담아 놓으니 꽤나 멋있어 보인다.
저걸 뽑아서 옆에 있는 한글탑 구멍에 꽂으면 중도 건물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숨겨진 무기?가 나온다는,
카이스트의 마징가탑만큼이나 터무니없는 전설과 함께 하는 독수리상.





눈쌓인 언더우드관. 언더우드는 항상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아무리 그럴싸하게 담아 보려 해도 그냥 평범한 모습만 보여준다.
연세대 처음 와서 기념사진 찍는 날부터 맨날 그랬다. 포기;;





본관에서 내려다본 백양로. 하얀 나무에 하얀 눈이 쌓이니 색다른 맛.
학교 정문에서 백양로를 길게 내어다보는 사진을 담고 싶었는데
정문이 본관보다 한참 아래쪽이라서 본관 모습이 잘 보이질 않는다
학교 달력에 있는 그 멋있는-백양로의 끝에 본관이 근사하게 자리잡은-사진은 대체 어떻게 찍은거지??





눈꽃이 너무 예뻤다... 아래쪽 개나리 덤불에 묻힌 눈꽃들.
가지 끝마다 솜털이 보송보송 피어난 것 같아서 만져보고 싶어졌다
만지면... 그냥 허무하게 녹는다..;;





마지막으로 학교에서 본 세브란스.
아마 많은 이들이 월요일 시험을 대비해 남아 있었을 그곳...


옷에는 눈이 그득히 쌓이고,
운동화와 양말이 젖은 줄도 모르고 다니다가 발이 얼고,
카메라도 눈에 맞아 수난을 당했지만,
그래도 눈발이 흩날리는 밤에 보는 학교의 모습은 황홀했다

눈이 내려서 아름다운 건, 추한 것들을 감싸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눈발이 흩날리는 밤에는
노래부르며 휘청대는 중년의 아저씨들도,
길모퉁이에 서서 투닥거리는 연인들도,
술에 취해 걸어가는 청년들도
그저 삶의 한 장면으로 승화되어 추억으로 스쳐 지나갈 뿐...
깊게 뇌리에 새겨보기 전에 눈송이들에 가려 아름답게 미화된다
그래서일까, 눈이 오는 밤은 마법에 걸린 듯 이 거대하고 복잡한 도시도
그렇게 고요하고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인다...

2005/12/04 02:39 2005/12/04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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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과 광화문 신문박물관 :: 2005/11/29 01:28

지난 토요일 혜갱양의 영국문화원 인터뷰가 끝나고
청계천에 놀러갔다. 서울땅 살면서도 청계천 처음 간다.
사람 너무 북적댄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이날은 날씨가 흐렸는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게다가 좀 춥고 사진 찍어도 날씨 때문인지 잘 안나오고 그래서 별로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결론은! 청계천은 밤에 와야 한다는 것. 조명이  천변 곳곳과 강바닥에까지 깔려 있어 밤이면 조명발이 예술일 듯 하다.
가까이 사시는 지인의 말씀으로는 새벽이 가장 좋다 한다.



제일 맘에 드는 건 역시 징검다리이다. 뉴스에서 강조한 대로 꽤 간격이 넓었다.
그렇지만 너무 떨어져 있지는 않아서 건너기에 딱 좋았다. 적당히 스릴도 있고 ^^
다만 사람들이 양쪽에서 동시에 건너려고 하는 통에 위태위태...
아무래도 일방통행으로 만들어야 하지 싶다.



물가에서 물장난 하고 있는 아이들... 귀여웠다.
나도 하고 싶었는데 짧은 스커트를 입은 데다 나이도 먹은지라;
그냥 참았다. 근데 후회된다. 물이라도 한 번 찰랑거려보고 올 걸.
벌써 강바닥에 동전들이 보였다. 이게 무슨 분수냐?? 그리고 째째하게 10원짜리가 뭐야;;
500원짜리는 되야 건질 맛이라도 나지...

확실히 도심 빌딩 숲 한가운데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건 엄청나다.
빌딩숲에서 걸어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물이 흐르고 산책로가 있는 휴식공간이 존재하는 메트로시티...
불도저 추진력을 가진 이명박 시장이 있는 서울에서만 가능하지 않을까?
CSI Miami에 나오는 것처럼 도심 바로 옆에 멋진 해변이 있는 거만큼 매력적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멋이 있으니 좋네. (날씨만 좀 더 좋았다면;;)
그렇다고 100% 완벽하다는 건 아니다. 막상 개울 바닥을 다 돌로 깔아놔서...
뭐랄까, 물고기 한 마리 보이지 않고 그냥 퍼런 물이끼에 물만 졸졸졸 흐르고 있으니 너무나 인공적이다. 생명체가 사는 자연 같지 않다.
환경단체들의 혹평을 듣는 것도 당연지사... 대체 환경영향평가나 생태계조성은 제대로 거친 걸까?



괜시리 노홍철을 한번 따라해봤다
노홍철만큼 과장되진 않지만 나름대로 제대로 망가졌다.
배경으로 빌딩숲 한가운데에 흐르는 청계천이 보인다.
청계천에서의 마지막 이벤트는 청계천에 관한 설문조사였다.
20대 여성의 설문조사가 필요하다길래 응했더니 선물로 핸드크림을 받았다. 오 쏠쏠한데? 이런 설문조사라면 얼마든지;

청계천 좀 다니다가 날씨도 스선하고 피곤해서 다음에 밤에 한번 더 오기로 하고 광화문 신문박물관에 갔다.
역시나 지도에서 청계천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우리나라 신문의 역사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고, 신문의 제작 과정, 각 부분의 명칭, 더불어 보도된 사진과 기사들에 대한 자료도 있다.
www.presseum.org 동아미디어센터 3층에 위치.




미디어센터 건물에 조형물이 멋지길래 괜히 찍어 봤다...
막상 박물관 내부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입구에 세계 각국의 신문들을 모아 놓은 방이 하나 있는데, 거기서만 촬영 가능이다.
우리나라 조중동 신문에서부터 프랑스, 영국, 미국, 네덜란드 등을 거쳐 카자흐스탄, 네팔 등등의 신문도 있다.
프랑스 신문이 눈에 띄었다. 와우... 일간지 첫면 정중앙에 저런 그림이 실릴 수 있는 곳은 프랑스밖에 없을거야;;



박물관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신문역사관, 기획전시관, 미디어영상관.
신문역사관에서는 그 유명한 독립신문을 비롯해 한성순보, 매일신문 등의 근대 신문들부터 시작해
세로쓰기->가로쓰기->컬러신문으로 짜임이 변해가는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다.
노랗게 변색되어 만지면 바스락 부서질 것 같은 오래전 신문들이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었다.
분명히 한글이건만 읽으려 해도 읽히지 않고... -_-;;
가끔씩은 일본어로 쓰인 기사도 있고, 검열의 흔적으로 삭제되어 빈 부분도 많이 보인다.
신문 발간 전 일본의 검열에 걸리면 아예 하얗게 비우거나 활자를 뒤집어서 인쇄했다고 한다.
심한 경우는 한 면 전체에 기사가 딱 두 개 뿐이었다.
나머지는 다 뒤집힌 활자로 채워진...

그때나 지금이나 신문 보면서 젤 관심가는 건 광고.
예전에 그렇게 인기가 많았다던 원기소 광고도 있었고,
"죽은ㅺㅐ"라는 단어가 있어 이게 뭐지 한참 생각하다가... 드디어 알아냈다; 이 단어의 원래 어원이 이런 거였다니 ^^; 좀 그렇다;;
아, '죠다쉬 패션 가방' 광고도 엄청 크게 나 있었다.
"멋쟁이 영이씨에게는 죠다쉬 숙녀 가방, 귀여운 철이에게는 죠다쉬 아동 가방, 순이에게는 입학 선물로 죠다쉬 학생 가방..."
대충 이런 멘트였다. 이름이 다 영이, 철이, 순이 이런 식이라서 기억에 남았다. 그때는 그게 예쁜 이름이었나;;

그리고 신문 발간하기 전 계엄사령부가 검열한 신문 교정지도 있었고...
뭐 예를 들어서 울나라 대통령과 위대하신 지도자 김일성 수령님이 같이 찍으신 사진이 신문에 났는데 울 대통령께서 약간 더 작게 찍히셨다!
이러면 "김일성보다 더 크게 나온 사진으로 바꿀 것"이라고 빨간 펜으로 멘트가 적혀있단 말이지.
여기저기 그런 흔적들이 많았다. 기사 위치를 옮기고 대중들에게 알리기 싫은 기사는 칸수 줄여서 잘라먹고 자랑하고픈 건 억지로 늘리라고 하고...
맨날 언론의 자유가 중요하다 이러는데 지금까지는 별 생각 없다가, 드디어 그게 어떤 건지 피부로 느껴졌다.
아. 미디어가 권력에 휘말리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겠구나...하는 깨달음.

3층을 다 보고 4층으로 올라가면 따로 미디어영상관이 있다.
우리가 갔을 때는 " The Moment - 보도사진으로 보는 한국의 근현대사"라는 기획전 중.
신문 하면 그저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만 떠올렸던 나, 사진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조금 더 느꼈다.
그래, 사람은 영상에 얼마나 쉽게 끌리는 동물이던가.
요즘 들어 사진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다. 잘 찍을 순 없지만, 잘 찍힌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 그 사진에 담고자 했던 느낌이 뭔지 알 것 같다. 사진이 살아 숨쉬는 듯...
왜 사진작가들이 그토록 '작품'을 위해 매달리는지 이제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나도 좀 그렇게 멋진 사진 찍어보고 싶은데, 그저 소망 뿐이지 -_-

사진들 다 둘러보고 마지막에 신문제작실에서 나랑 혜갱이 사진이 들어간 즉석 칼라신문을 만들었다.
컴퓨터로 편집하고 나면 프린트에서 따끈따끈하게 인쇄되어 나온다.
돌돌돌 말아서 그 옆에 있는 비닐에 넣어오면 끝!
사실 신문 만들때 한거라곤 사진 찍고 기사 몇 줄 적은게 다이지만 그래도 뭔가 만들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V

만든 신문과 팜플렛과 입장권...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서 든 생각은,
첫번째 - 어느 정도는 동아일보의 홍보 수단이다
두번째 - 한 층짜리 박물관이라니, 정말 초미니로세
세번째 - 바로 위층의 체험 코너에서 내 사진이 들어간 즉석 신문을 만들면서 이러한 불만이 다 해결되었다

가까운 곳이라서 기분전환 삼아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었다.
있는 동안 초등학교 아이들이 많이 견학 오더라.
아이들을 위해 박물관 곳곳을 돌아보면서 퀴즈 답을 적을 수 있도록 많은 팜플렛도 있었고 신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놓은 코너도 있고...
거기서 예전에 쓰던 신문 활자를 처음 봤다. 조판공이라는 직업이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분들이 저 세밀한 활자들을 하나 하나 손으로 직접 배열해서 글자와 단어와 문장들을 만들어나갔겠지...
그리고 기억에 남았던 설명 하나는 이것이었다.
"숙련된 조판공은 1분에 40자 정도를 배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사의 흘려쓴 글씨를 판독하느라 1분에 20자 정도를 배열했다."
하하. 예나 지금이나 기자들은 악필인가보다 ^^;

2005/11/29 01:28 2005/11/29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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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다이어리 - 드레스 카페 :: 2005/11/29 00:54

이대역 3번출구에서 오른쪽 두번째 골목 레코드가게 건물 3층에 위치.
그냥 여기가 가보고 싶었다. 다음 뉴스에서 발견했다.
서울에 올라온 혜갱양과 의기투합하여 가봤다.

아담하면서도 분위기있게 꾸며져 있다. 카페 한쪽에 드레스룸과 사진촬영을 위한 이런저런 소품들, 조명이 있고 피아노도 있다
(아마 사진촬영을 위한 소품인 듯... 누가 연주하는 걸 보지 못했다;)
음료는 거의 커피와 차 위주였는데 대략 5-6천원대이고,
드레스 입는 데는 삼천원-만원 사이이다. 최근에 나온 것일수록, 화려할수록 비싸다.
전형적인 웨딩드레스 말고도 파티용 드레스나 차이나드레스도 있었다.



음료를 시키고 수다를 떨고 있으면 차례가 돌아오고
드레스룸에서 옷을 골라 갈아입은 다음 30여분 동안 카페 곳곳을 자유스럽게 돌아다니며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다.
카페 여기저기에 사진 촬영을 위한 소파나 의자나 피아노 같은 게 있고
한쪽에 마련된 소품 코너에 여러 스타일의 베일, 부케, 인형 같은 것도 있다.

아... 이날 실수한 거 하나는 혜갱양이랑 둘이서 자다 깬 상태로 갔다는 거다;;
신부 화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평소의 분장은 하고 갔어야 했다!
남들은 다 고데기로 머리 말고 엄청나게 과장된 분장을 하고 왔던데 -_-ㆀ
옆 테이블 사람들에게서 빌려서 마스카라에 아이라이너를 하고
마침 혜갱이 가지고 있던 펄 들어간 아이새도우로 얼굴에 하이라이트를 줬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극회 분장팀 경력이 나름 도움이 됐다.
분장은 조명발을 받으면 많이 죽기 때문에 이럴땐 좀 과장해서 화장해줘도 괜찮다 ㅎㅎ

드레스를 입고 카페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맘껏 사진을 찍었다.
급조한 분장에 잠이 덜 깨고 기분도 별로인 날이었지만...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표정이 영 이상했다 ㅜㅠ 그래도 다행히 몇 장은 건졌다.
그중에서 그나마 젤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 딱 하나만 올릴래.
(혜갱양 사진은 올리고는 싶지만; 나중에 본인 허락 받은 사진으로 올려야지ㅋ)



예쁜 드레스 입고 베일까지 쓰고 있으니 기분이 꽤 좋았다.
찍어댄 사진은 많은데 막상 제대로 나온 게 몇 장 없어서 아쉽긴 했지만...
난 역시 표정관리에 약하다.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단 말이지.
다음번에는 좀 마음 편하고 신경 쓰이는 일 없어서 내 맘대로 웃을 수 있는 날에 가봐야겠다.
여튼 드레스 입어서 신났다. 결혼식 때나 입어볼 줄 알았는데... ^^;

2005/11/29 00:54 2005/11/29 00:54
  • ???? | 2006/06/16 20:32 | PERMALINK | EDIT/DEL | REPLY

    히히 좋아좋아! 방학만 해봐라 바로 운동으로 관리후 가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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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와 영주 부석사 :: 2005/11/15 20:22

2004. 2. 1

#1. 영주도 순천만큼 교통이 불편하다. 처음에 짰던 스케쥴은 다 공중에 날려버리고 모든 걸 버스 시간에 맞춰 새로 계획해야 했다. 보통 버스는 40분에 한 대씩 있어서 시간이 조금만 어긋나면 40분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ㅠㅠ 다음에 올 땐 내 차 끌고 오는 게 제일 속편하겠다 싶었다. 여행 묘미를 느껴보려고 나름대로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인데;; 그치만 길 물어보고 버스 시간 물어보고 가이드 언니랑 이야기하면서 그 동네 사람들과 직접 접할 수 있어서 여행하는 맛이 났다. 어떤 걸 타야 더 빨리 갈수 있다고 열심히도 가르쳐 주시던 동네 사람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우리 둘만을 위해 열심히 설명해 주신 부석사 가이드 언니. 수다떨다가 버스 놓칠 뻔 했을 때 얼른 가서 타라고 챙겨주던 가게 아주머니들. 진짜 고마웠다 ^-^

#2. 부석사. 지금까지 가본 절 중에 제일제일제일! 좋아하게 된 곳. 비록 사과나무는 잎이 다 떨어졌고 은행나무도 가지만 앙상했지만, 부석사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가면 30분만에 나오고, 건축가들이 가면 일주일도 모자라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그리고 난 너무 아는 것이 부족하다는 생각. 넌 너무 무식해. 아마 난 부석사를 적어도 두 번은 더 갈 거다. 일출과 일몰, 월출을 못 봐서 아쉽다. 가이드 언니 말로는 제일 안 좋은 시간-한낮-에 우리가 왔다고 했지만 그래도 차 시간에 맞춰서 하루만에 보려면 그럴 수 밖에.

#3. 소수서원 - 단지 묵밥을 먹기 위한 목적으로 찾아간 곳. 친절한 버스기사 아저씨의 특별한 배려 덕택에 혜갱이와 나는 묵집 바로 앞에서 내렸고, 헤매지 않고 바로 들어갔고, 30분 뒤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무사히 탈 수 있었다. 부석사랑 소수서원 다니면서 계속 만나는 커플이 있었는데, 내심 부럽더라.

#4. 저녁에 나라 미야 카오리 유키언니 만나다. 날 보고 처음엔 파마에 놀라고 다음엔 살쪘다고 놀라더라ㅜㅜ 하긴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니 몸이 불어나는 게 당연한 이치지만 그래도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직접적으로 들으니 정말 충격적이다 -_-

#5. 유키언니와 친해지다. 저번에 만났을 땐 연극 때 잠깐 본 게 전부라 어색했지만 이젠 같이 살았던 사람같이 친근해짐. 역시 사람을 제대로 겪으려면 같이 먹고 자면서 살던지 아니면 여행을 다니면 된다. 언니가 갑자기 내 손을 잡고 나중에 일본에 비행기티켓만 들고 다들 오라고 해서 놀랬다 ㅎㅎ 차 있으니까 같이 다니면 된다고. 옆에서 가오리언니가 유키언니 운전 무섭게 한다고 자기는 안 탈 거라고 했다 ㅋ

#6. 수다떨고 자다가 담날 늦게 출발. 혜갱이와 나는 이게 문제다. 둘이 같이 있으면 서로를 보면서 느긋해서 뭘 해도 지각. 큰일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여름 유럽 여행 때 상당한 문제가 될 듯. 나라 부모님 포함 9명의 대식구가 경주로 출발. 나라 아버지 재밌으시다. 기차 시간이 빠듯해서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녔지만, 초등학교 때 와보고 다시 오니 또 느낌이 달랐다. 석굴암은 유리로 완전 막혀서 제대로 못보고; 어렸을 때 오기 잘했지 뭐. 불국사 탑들도 다시 보니 정말 새로웠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맞다. 전문 가이드 나라 덕분에 정말 많은 걸 배웠다. 그리고 내 자신이 참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안선영. 앞으로 공부 좀 하자. 점점 무식해져가는 내 자신이 정말 불쌍하다.

#7. 그 바쁜 와중에 김밥을 싸오시고 마지막에 경주 황남빵까지 안겨주신 나라 부모님께 정말 감사했다. 나도 나중에 친구들이 놀러오면 이렇게 훌륭한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해외여행 다닐 생각만 하지 말고 내 주위에 있는 것부터 잘 알아야겠다.

#8. 느낀 게 있으면 실천을 잘 하자.  

2005/11/15 20:22 2005/11/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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