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바닥에서 굴러다니기 :: 2005/11/15 22:05

2004. 1. 12.

설날이지만, 올해는 큰집에 못가게 된 덕분에
오히려 여유로운 설날을 가족들과 즐길 수 있었다.
아침에 세배드리고 차례 지내고 나서 오후엔 한가로움을 만끽.

누군가 "방바닥에서 엑스레이 찍기"라고 표현했던
바닥에 붙어서 살기-너무 행복했다 ^-^
저녁 내내 안방과 거실을 오가며 데굴데굴데굴데굴...
누워서 엄마랑 수다떨다가, 아빠랑 장난치다가
좀 심심하다 싶으면 몸을 쭉 펴고 팔을 위로 길게 뻗고
옆으로 몸을 비틀며 돌돌돌 굴러간다. 기분 좋아!

편한 옷-주로 내가 아끼는 잠옷-을 입고 구르고 다니면
몸 여기저기가 바닥에 닿는 느낌도 새롭고
시야가 계속 뒤집히는 거도 신기하고
무엇보다 일어나지 않고도 이동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지
더불어 엄마는 바닥청소해준다고 아주 조금; 좋아하신다.

내 마음의 가식을 뜯어내고 조금 깊이 들어가면.
사실 무엇보다 좋은 건 구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겠지.
마음껏 굴러다닐 수 있을 만큼의 넓은 공간에서 살고 있다는 것.
고시원 좁은 방에선, 기숙사에선 구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좁은 공간에서 살면, 마음도 좁아지는 것 같다. 답답해.
확실히 사람은 1평 반 짜리 좁은 고시원 방에서도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그건 필요조건일 뿐. 적어도 난 싫어. 특히 창문없는 방은 더욱.

사람이나 식물이나 역시 적당한 공간과 햇빛은
사람다운(식물다운) 삶의 필수적 요소이다.

2005/11/15 22:05 2005/11/1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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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틀 짜기 :: 2005/11/15 22:02

2004. 1. 5.

... 글을 거의 다 써가는 도중
실수로 컴터를 재부팅시키는 바람에 날.렸.다.

캠프 다녀와서 다시 써야지.

낼 일찍 일어나려면 자야 하는데, 언니랑 노는게 좋아서 자기 싫다.
잠도 안온다. 와라. 와라. 와라...

언니가 밤 새고 가는게 어떠냐고 하신다. 솔깃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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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올해 계획은 어떻게 세웠느냐고 물었다. 그 순간 뜨끔했다.
새해 계획을 안 세우고 산 게 벌써 몇 년 째지?
어느 순간부터 "새해"라는게 나한테는 별 의미 없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과연 12월 31일과 1월 1일은 많이 다른 날일까? 난 둘 다 그냥 똑같은 날들 중 하나일 뿐인데. 사실 하루하루가 다 소중하잖아.

그렇지만 내가 이렇게 무계획적으로 살아왔다니 하는 생각이 들어 나도 계획이란 걸 세워보기로 했다.
막상 생각해 보니 난 나름대로 계획을 대충 짜 놓은 상태였다 - 하고 싶은 거 다 나열하면 그게 계획이지 머! ^-^
다만 난 일년치 장기적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운 건 아니고 항상 수첩에 하고 싶은 걸 적어놓고 시간날 때 하니까.
방법과 이름이 좀 다를 뿐이였던 거야 ㅋ

<2004년 무엇보다 가장 크고 중요한 목표>
- 2005년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본과생이 된다!
전공과목 잘 들어서 F 안뜨도록 해야지.
나이먹어 머리 나빠지기 전에 빨리 공부 끝내야 한다.. ㅠㅠ
의사되는 길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좁아지는 거 같으니 -_-
<2004년 조금 중요한 할 일>
- 여름배낭여행을 간다. 해외자원봉사를 해본다. 뭔가를 배운다.
<2004년 하면 좋겠지 싶은 일>
- 겨울방학때 일어와 플룻을 배운다. 테니스 레슨 듣는다.
2학기때 좀 한가해지면 재즈댄스 다니고 싶다.
<2004년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지만 하고 싶은 일>
-컴터 공부 좀 더해야지. 경주랑 대구랑 부산이랑 여행가고 싶음.
과외 많이 해서 은행 잔고 채워야 이 모든 일들이 가능해질 테지만, 과연 과외 잡을 수 있을까 의심스러움.
테디베어 만들어보고 싶다. 수영도 좀 더 다녀서 고급반하고 교정반 들어가야지.

써놓고 보니 참 많구나. 저거 중 절반만 해내도 성공이겠다.
거창한 계획. 원대한 소망. 과연 그 실천은 가능할까?

내 귀차니즘의 극복 여부가 성공의 관건이지 머...
어느 순간부터 애들이 날 보면 "동선고려"를 떠올린다. 이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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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는 계획이라도 짰는데 2005년에는 짤 이유가 없었다.
『광혜 새 교육과정 - 2005학년도 1학년 학사편람』이라는 책자까지 친절히 제공하시는데
굳이 내가 짠다고 해서 시간표가 달라지겠느냐구 emoticon_00
결과적으로는 그 시간표를 제대로 바꿔버린 셈이 됬지만;

2005/11/15 22:02 2005/11/1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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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있는 내 집 :: 2005/11/15 22:00

2003. 12. 7.

요즘 현정이 홈피를 들락거린다.
현정이네 집은 참 좋다.
예쁘다는 말보다는 좋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내가 만들고 싶은 내 방이랑 많이 닮았다.

방학때 게으름 피우지 말고 노력 좀 해서
나도 집 하나 장만하고프다.
싸이월드 미니홈은 내 맘대로 디자인을 바꿀 수 없어서 싫다.
비슷비슷한 건 싫어 -*
뭐 스킨을 바꿀 순 있겠지만, 돈이 들잖아;;
스킨을 바꿔서 디자인을 바꾸는 것 조차도
결국 비스무레한 일이지 않던가.

ps - 결국 이 글 쓴지 2년여만에 현실로 이루다!
아... 인터넷 말고 현실에서 정말로 집 하나 만들어냈으면 더 좋았으련만 +_+

많이 들어와서 힛이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가까운 지인들이 찾아오는 게 좋다.
사람들하고 교류의 장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난, 남을 의식하면서 일기를 써야 할 것이기에
그러면 진솔된 이야기를 못할 거 같아서.

미니홈피를 특별히 홍보하지 않는 이유이다.

빨리 방학했으면!  

2005/11/15 22:00 2005/11/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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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의 이사 : 싸이월드에서 새로운 집으로... :: 2005/11/15 21:56

싸이월드 미니홈을 전세내어 산 지 벌써 3년이 다 되어간다
벼르고 벼르다가 드디어 따로 내 홈피를 완성했다. 정말 감개무량할 따름.....
예전에 첫번째 홈피는 만들어놓고 그리 뿌듯하지도 않았는데.... 그땐 고생 안하고 뚝딱 만들어내서;;
만들어 놓고 나니 그리 화려하지도 멋지지도 않아보이는데 이번 건 하느라 무려 5일이나 걸렸다
( CSI 다운받아 보는 걸 제외하고 가장 오래 컴퓨터에 매달려야 했다 )
무엇보다 제로보드가 이렇게 날 애먹일 줄은 몰랐다. 이건 일단 설치하면 관리하기는 편한데 문제는 설치가! 매우 까다롭다
계속 해독불능인 프로그래밍 언어로 에러뜨고 ㅜㅠ 나보고 어쩌라고;

싸이미니홈에 있는 글들을 프로그램을 다 긁어서 한꺼번에 옮길까 하다가
읽어보면서 간직하고픈 것만 하나하나 옮기기로 했다
다시 읽어보니까 재밌는 글, 유치한 글, 가슴이 아련해지는 글, 정말 다양하다.
지금 이렇게 쓰는 글도 몇 년 지나서 보면 유치뽕짝일지도;;
그만큼 내가 성장했다는 걸 보여주나보다.

옮기다 보니 싸이월드에 쓸데없는 걸 참 많이 올렸다는 생각도 든다.
스크랩 기능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조금만 신기하면 막 퍼왔었다. 막상 자세히 느끼지도 못하면서.
이제는 그럴 일이 별로 없겠지...

난 현실에서나 사이버상에서나 이사를 참 많이 다닌다.
집주소는 당연하고 홈페이지도 그렇고 메일주소까지도;
뉘 말처럼 여행복을 타고났나

2005/11/15 21:56 2005/11/1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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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2005/11/15 20:56

2004. 12. 5

시루와 성화가 강추했던 영화.

난 영화는 영화관보다 방에서 노트북으로 편하게 보는게 좋다.
헤드폰 끼고 볼륨 무지 키워놓고 무아지경으로 보는 거.
거기다 어두운 밤에 불을 끄고 노트북만 켜놓고 있음 더 좋구ㅎㅎ
LCD 액정이라 그런지 화질도 깨끗하고 ...
뭐. 그래서. 이거도 역시 다운받아서 봤다는 말.

처음엔 제목이 왜 저럴까 많이 궁금해했었는데
정말 순서대로 조제하고 호랑이하고 물고기들이 등장했다ㅋ
그 수족관. 여행갔을 때 나도 너무 가고 싶었는데.
유니버셜 스튜디오 가느라고 포기했었지 ^^;;
조제가... 호랑이 보면서 했던 말.
순간 찔렸다;

둘이서 잘 어울려 지내다가 결국 결혼에 성공해서 끝까지 잘 사는,
그런 말도 안되는 뻔한 러브스토리였다면 분명 실망했을테다.
너무나 현실적이라서, 한편으론 가슴 한구석이 아릴지라도
소설 속 뜬구름 이야기가 아닌 내 주변의 일로 느껴지는 게 나아
그런 점에서 조제의 결말은 참 마음에 든다

사실 그런 게 정말 현실적인 모습이잖아?
내가 살아가는, 내가 존재하는 이 사회의 모습 말야.

2005/11/15 20:56 2005/11/1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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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 삼류배우 :: 2005/11/15 20:53

2004. 11. 4

극회인들과 함께 간 관극.
오랜만에 극회 나가서 낯설기까지 했던ㅋ
대학로도 오랜만. 연극도 정말 오랜만. 무대가 낯설 정도로.

글쎄, 극회인들 아닌 사람이 보면 별로였을지 모르지만
난 보는 내내 대리만족이랄까-카타르시스까지 느꼈다.
으아... 뭔가 싸이코드라마 같아---*
그 지난 지난 여름의 느낌도 생생히 생각나고...
정말 똑같다. 츄리닝 입고 바닥에서 뒹굴며 연습하는 캐스트들.
절대적인 지존의 위치에 있는 연출.
"연극이 애들 장난인 줄 알아! 요즘 애들은 도대체 심각할 줄을 몰라... 때가 어느땐데 연습이 이 모양이야! "
...사실 대사가 정확히 기억 안난다. 대충 이 정도 내용임.
끝나고 술마시는 것- 뒷풀이. 막상 뒷풀이가 그렇게 나쁜건 아닌데;
극중에선 완전 가정에 신경 안쓰는 삼류배우로 만들어버렸어...

극 중에서 또다시 연극을 한다는 것, 쉬운 일이 아닌 듯.
특히나 캐릭터가 완성되고 연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건
그리고 그걸 또다시 '연극'으로 보여주는 일은
간단하게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야.

사실 마지막에 햄릿 열연하는 부분에서는 대충 봤다.
대사가 너무 빠르고 발음도 잘 못알아먹겠어서...
그 대사들이 하나하나 곱씹어야 겨우 알아먹는 의미들인데 -.-
그만큼, 열정이 넘쳐난다는 걸 캐릭터에 빠져들었다는 걸
평생의 배우인생 동안 열망했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였겠지.

좋았다. 정말로.
하지만, 보는 동안 마음 편치 않은 연극,
한 번 더 보고 싶진 않다 ^^;

2005/11/15 20:53 2005/11/1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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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와 영주 부석사 :: 2005/11/15 20:22

2004. 2. 1

#1. 영주도 순천만큼 교통이 불편하다. 처음에 짰던 스케쥴은 다 공중에 날려버리고 모든 걸 버스 시간에 맞춰 새로 계획해야 했다. 보통 버스는 40분에 한 대씩 있어서 시간이 조금만 어긋나면 40분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ㅠㅠ 다음에 올 땐 내 차 끌고 오는 게 제일 속편하겠다 싶었다. 여행 묘미를 느껴보려고 나름대로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인데;; 그치만 길 물어보고 버스 시간 물어보고 가이드 언니랑 이야기하면서 그 동네 사람들과 직접 접할 수 있어서 여행하는 맛이 났다. 어떤 걸 타야 더 빨리 갈수 있다고 열심히도 가르쳐 주시던 동네 사람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우리 둘만을 위해 열심히 설명해 주신 부석사 가이드 언니. 수다떨다가 버스 놓칠 뻔 했을 때 얼른 가서 타라고 챙겨주던 가게 아주머니들. 진짜 고마웠다 ^-^

#2. 부석사. 지금까지 가본 절 중에 제일제일제일! 좋아하게 된 곳. 비록 사과나무는 잎이 다 떨어졌고 은행나무도 가지만 앙상했지만, 부석사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가면 30분만에 나오고, 건축가들이 가면 일주일도 모자라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그리고 난 너무 아는 것이 부족하다는 생각. 넌 너무 무식해. 아마 난 부석사를 적어도 두 번은 더 갈 거다. 일출과 일몰, 월출을 못 봐서 아쉽다. 가이드 언니 말로는 제일 안 좋은 시간-한낮-에 우리가 왔다고 했지만 그래도 차 시간에 맞춰서 하루만에 보려면 그럴 수 밖에.

#3. 소수서원 - 단지 묵밥을 먹기 위한 목적으로 찾아간 곳. 친절한 버스기사 아저씨의 특별한 배려 덕택에 혜갱이와 나는 묵집 바로 앞에서 내렸고, 헤매지 않고 바로 들어갔고, 30분 뒤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무사히 탈 수 있었다. 부석사랑 소수서원 다니면서 계속 만나는 커플이 있었는데, 내심 부럽더라.

#4. 저녁에 나라 미야 카오리 유키언니 만나다. 날 보고 처음엔 파마에 놀라고 다음엔 살쪘다고 놀라더라ㅜㅜ 하긴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니 몸이 불어나는 게 당연한 이치지만 그래도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직접적으로 들으니 정말 충격적이다 -_-

#5. 유키언니와 친해지다. 저번에 만났을 땐 연극 때 잠깐 본 게 전부라 어색했지만 이젠 같이 살았던 사람같이 친근해짐. 역시 사람을 제대로 겪으려면 같이 먹고 자면서 살던지 아니면 여행을 다니면 된다. 언니가 갑자기 내 손을 잡고 나중에 일본에 비행기티켓만 들고 다들 오라고 해서 놀랬다 ㅎㅎ 차 있으니까 같이 다니면 된다고. 옆에서 가오리언니가 유키언니 운전 무섭게 한다고 자기는 안 탈 거라고 했다 ㅋ

#6. 수다떨고 자다가 담날 늦게 출발. 혜갱이와 나는 이게 문제다. 둘이 같이 있으면 서로를 보면서 느긋해서 뭘 해도 지각. 큰일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여름 유럽 여행 때 상당한 문제가 될 듯. 나라 부모님 포함 9명의 대식구가 경주로 출발. 나라 아버지 재밌으시다. 기차 시간이 빠듯해서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녔지만, 초등학교 때 와보고 다시 오니 또 느낌이 달랐다. 석굴암은 유리로 완전 막혀서 제대로 못보고; 어렸을 때 오기 잘했지 뭐. 불국사 탑들도 다시 보니 정말 새로웠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맞다. 전문 가이드 나라 덕분에 정말 많은 걸 배웠다. 그리고 내 자신이 참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안선영. 앞으로 공부 좀 하자. 점점 무식해져가는 내 자신이 정말 불쌍하다.

#7. 그 바쁜 와중에 김밥을 싸오시고 마지막에 경주 황남빵까지 안겨주신 나라 부모님께 정말 감사했다. 나도 나중에 친구들이 놀러오면 이렇게 훌륭한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해외여행 다닐 생각만 하지 말고 내 주위에 있는 것부터 잘 알아야겠다.

#8. 느낀 게 있으면 실천을 잘 하자.  

2005/11/15 20:22 2005/11/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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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 있는 학생증 :: 2005/11/15 18:53

사용자 삽입 이미지


NGO 대출 맡긴 학생증들이 쌓인 모습.
어쩌다가 내 학생증이 맨 위에서 찍힌 이 사진이
한동안 주변이들에게 내가 폐인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심어줬다.

그때는 아니었지만 이젠 진짜 폐인이 되어버렸다.
예과 2학년 2학기 땐 아침 수업에 나간 기억이 별로 없다.
기억나는 건 내 대출 은인 연시루와 - 특히 동문사
성화와 화학실험 대출을 서로 해줬던 일,
그리고 금요일 오전 첫 수업인 생물을 빼먹고
느지막이 의대로 전계 들으러 걸어가던 때 지나친 청송대.

기숙사생에게 아침 수업은 쥐약이다 -_-

2005/11/15 18:53 2005/11/15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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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란극회 제 34회 정기공연『윈더미어 부인의 부채』 :: 2005/11/15 18:05

< 8월 18일 수요일, 첫째날 공연 >

윈더미어 부인 분장 고치는 거 관찰하려고 맨 앞줄에서 봤다.
나는 아무리 말로 설명을 들어도 한 번 직접 봐줘야 이해가 간단 말야... 희진언니가 열심히 이야기해주셨는데 짐작이 안 가서...;; 하여간 결론은, 다음부턴 뒷자리에서 봐야겠다! 맨 앞줄에서 연극을 보니 정말 계속 긴장 초조해서 마치 유기 기말시험을 보는 것 같은 스릴-_-이 느껴진다. 옷자락에 커피잔이 쓸려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 부채살이 또 부러진 걸 발견했을 때, 벽난로하고 책상 그림이 반쪽만 그려진 걸 봤을 때, 얼린 부인 옷자락이 탁자에서 빠져나오는 순간까지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ㅠ_ㅠ (이런거 대외비라서 말하면 안되는 건지도 모르지만... ㅋㄷ)

연습하는 걸 방학 내내-는 아니고 4일 동안-봐서 대사들이 익숙하기에 별로 안 웃기고 지루할 줄 알았다. (실제로 그저께 포켓 속에 있었을 땐 정말 좀 졸렸다...) 근데 이상하게 오늘은 너무너무 재밌었다. 긴장한 가운데서도 계속 웃고, 즐거워했다. 이상하게 사람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신기하게 웃는단 말야... (같이 웃은 난 뭐지?) 캐스트들이 하나하나 다들 너무 잘하는 거 같아서 안심되기도 하고, 마지막에 어린 마가렛이 울먹일 때 눈물 찡하고... 게다가 관객들 사이에 무언의 공감대가 형성된 걸까. 얼린부인이 옷자락 걸린 거 무사히 빠져나왔을 때 모두들 이제 안심했다는 듯 긴 숨을 내쉬는 게 사방에서 들렸다ㅋ

연극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대충이나마 알게 된 다음부터, 연극을 볼 때 맘 편히 본 적이 별로 없는 거 같다. 혹시나 배우들이 실수하지 않을까, 소품이 망가지진 않을까, 괜시리 걱정된다. 게다가 내 눈에 익숙한 것만 보인다 ;; 오늘은 얼린 부인 옷자락이, 각종 악세사리들이, 캐스트들 분장이, 부채 두 개 남자 캐스트들 나비리본 머리장식들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뭐야뭐야...

내일은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서 맘 편하게 봐야지.

< 8월 19일 목요일, 둘째날 공연 >

... 지금 너무 졸려서, 머리가 띵하다. 오늘은 중간쯤에서 봤다. 뭔가 소극장하고 느낌이 다르다. 무대가 한눈에 확 들어오면서 무대 좌우 잡동사니들하고 앞에 관객들이 다 한눈에 들어오는 게 연극이 아니라 무슨 영화 스크린 같다. 배우들과 같이 호흡하는 게 아니라 제 3자가 되어 관찰하는 느낌이랄까. 집중하기가 꽤 힘들다. 배우들 표정도 거의 안 보인다. 어젠 그렇게 잘 보이더니. 이래서 무악극장이 더 좋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그런가? 오늘은 꽤나 지루했다. 관객들 분위기도 좀 이상했고. 자리가 바뀌어서 그런건지 극 자체가 별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제하고는 많이 달랐다.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건, 처음에 조명이 너무 일찍 꺼지고 음악이 안나오는... 잘 기억 안나지만 하여튼 뭔가 암전 중에 이상했던 때가 한 번 있었는데, 극 초반에 그런 일이 생기니까 분위기가 영 암울해졌다는 사실.

그러나 저러나 소품이 떨어지거나 깨지거나 드레스 옷자락이 밟히거나 부채가 망가지거나 컵이 깨지거나 배우들이 미끄러지거나 하는 일들이 하나도 안 일어나서 다행이다. 음음...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 대사를 버벅대서 감이 확 깨진 적은 있었구나. 그정도야 뭐 (난 그보다 훨씬 더 연기를 못할테니 -_-)

좋은 일만 생각해야지. 마지막에 그 숨막히는 분위기는 잊겠어. 분장 처음엔 정말 힘들더니 요즘은 드디어 조금 감이 잡힌다. 난 차라리 턱 깎고 코 높이고 주름 그리는 게 더 쉽다. 아이라인하고 눈썹 그리는 거 만큼 세상에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ㅠ_ㅠ 평소에 화장을 하고 다녔더라면 잘 할 텐데, 아직 화장을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는 아니고, 게을러서 안하고 다니니 정말 낯설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리는 거지?

마지막날 내가 포켓에 들어가서 분장 고친다. 잘해야지.

< 8월 20일 금요일, 셋째날 공연 >

민경이랑 같이 분장 고침.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많이 긴장했는데, 막상 마지막에 얼린 부인 머리 올린거 풀고 모자 씌워줄 때 빼곤 할만했음... 이게 탈 때는 쫄쫄 타다가 (시간 내에 못끝낼까봐;;) 막상 할 일 없을 때는 무지무지하게 지루하다. 희진언니가 심심할 때 먹으라고 음료수 사주셔서 고마웠다. ^-^ 런스루 비슷한 리허설부터 어제 그제 공연까지 계속 봐 와서 이젠 대사를 다 외울 지경이다. 지금쯤 어떤 배우가 무대의 어느 부분에서 어떤 동작을 하고 있겠구나... 어 이 대사에선 사람들이 웃어야 하는데 왜 안 웃지? 등등 . 계속 배우들 대사를 바꿔서 웅얼거리면서 지루함을 달래본다. "이 세상에는 오직 두가지 종류의 사람만이 존재하네. 첫째는 포켓 밖에서 연극을 관람하는 사람들이지. 둘째는 첫째보다 더 큰 비극인데, 포켓 안에서 분장을 고치는 사람들이야. 이게 진짜 비극이라구." --:

대사 가지고 장난치면 안 되는데... 말해놓고 보니 분장이 꽤나 안 좋은 일 같이 들리는군... 아냐아냐. 얼마나 재밌는데 *^^* 다만 똑같은 걸 계속 보는 게 지루하다는 거다... 그거야 내 사정이고, 공연 자체는 정말 재밌었다. 관객들도 계속 웃으면서 재밌게 즐겼고, 배우들도 행복해 보여서 좋았고...

공연 끝나고 꾸물대다가 대현오빠에게 디렉션 받을 타이밍을 놓쳐서 배우들 디렉션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하여튼 게을러가지구 -0- 그치만 덕분에 스텝들 뒷풀이에 말려서 재밌게 놀았다 ^0^ 좋은 병맥집을 동률오빠 덕분에 발굴해냈고, 처음 시도해봤던 바카디 오렌지도 맛있었고, 노래방에서 인수의 노래를 듣는 것도 역시 오랜만이었다. 하하. 사진 올려야 하는데 벌써 일 가야 할 시간이네...

< 8월 21일 토요일, 넷째날 공연 >

나라하고 나라 남친이 공연 보러 왔다. 예상치 못한 방문이어서 더 안타까웠다. 같이 볼 수 있었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반가웠다. 근데 공연 시작 전엔 내가 포켓 들어가느라 5분도 못 만나고, 공연 끝나서는 나라가 바빠서 얼굴도 못 봤다. 이게 머야 -_-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얼린 부인 머리 올리려고 보니 머리핀이 하나 없는거다!!! 왕 당황했다;; 급한대로 실핀으로 고정을 시켰으나 고정력이 약해 계속 빠져버린다는... 아주 쫄쫄 타면서 세번째만에 성공시켰다. 후아아. 그 머리 올릴 때 쓰는 곱슬머리 가발, 처음에는 예뻤지만 공연을 거듭하면서 점점 부시시해졌다. 그거 진주핀으로 다듬는거도 어제보다 어렵고... 아주 활활 타서 재만 남는 거 같은 느낌이었다. 얼린부인 나가서 연기하는 동안 난 그 머리가 풀리지나 않을까 머리에 꽃은 꽃이 떨어지진 않을까 아주 노심초사해서 죽는 줄 알았다. 보이지도 않고 목소리만 들리니 원; 포켓 안에서도 하나도 안 지루하더라 -0- 정작 포켓 나와서 물어보니 이 날 머리가 공연 중에 젤 괜찮았다고 했다. 다행다행다행. 아아. 이렇게 쫄쫄 탈 바엔 실시간 스텝과 다를 게 뭐냔 말이다.

나중에 머리 내리고 모자 씌우면서도 시간이 빠듯해서 가발 고정시킨 실핀 하나하나 뺄 사이도 없이 그냥 막 가발 잡아당겨서 빼서 바닥에 내팽개치고- 난 아플까봐 차마 못하고 있었는데 민정언니가 해주셨다. 언니 고맙습니다 ^-^ - 급하게 모자를 씌우고 얼굴을 조금 고치고 나서 얼린부인 무대에 등장. 역시 난 포켓에서 쫄쫄 탐. "미안하다 얘야,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라고 하면서 고개 숙이는데 모자가 탁 떨어지면 어쩌겠어. 누구 말처럼 어린 마가렛이 "어 아줌마 이것도 선물로 주시는 거에요?" 하면서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수 밖에 -_-;;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항상 마지막 공연이 젤 좋은 거 같다. 아쉬움도 크고. 끝나고 나서 캐스트들 울면서 서로 껴안는 거 보는 거도 좋고... 비록 배우는 아니었지만, 포켓 안에 있으니 작년 여름 이 곳에서 느꼈던 기분을 약간은 떠올릴 수 있었다. 다들 죄수복 입고, 한 줄로 서서 음악에 맞춰 걸어나가면서 군무를 추고... 짐보퉁이를 껴안고... 끝날 때 내가 울기 시작해서 포켓 안에서 다들 울고, 여름언니도 울고. ^^; 실시간 스텝들은 그런 걸 더 많이 느꼈나보다. 키 큐들이랑 이야기하는데 다들 담에 캐스트를 할까 말까 고민중이라고. 나도 고민중.

뒷풀이. 스텝 선물을 두 개나 받아서 기분 좋아짐 ^0^ 첨에 하나 받았었는데 익현선배가 하나 더 주셨다. 게다가 누군가가-주환이던가 창익이던가-자기 선물을 나에게 주는 바람에 핸드폰 인형이 무려 세 개! 난 인형같은거 좋아해서 절대 사양 안하지 ^-^

아아. 이번 공연이 벌써 세란극회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져버리다니. 도저히 실감할 수 없어.

2005/11/15 18:05 2005/11/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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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ost In the Shell - Innocence :: 2005/11/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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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2. 7

인형이 기분 나쁜 이유가 뭐냐고 한다면

그건 인형이 인간의 닮은꼴이며

결국 인간 자신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간단한 물질과 장치로

환원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

결국 인간이라는 형상은 본래

허무에 속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



생명이라는 현상을 밝혀내려 했던 과학도

결국 이 공포에 한몫을 더하게 되었다

자연이 계산 가능하다는 신념은

인간 역시 단순한 기관부품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내지...


‘인체는 스스로 태엽을 감는 기계이며

영구운동의 살아 있는 견본이다‘



하지만... 하지만...

나는 인형이 되고 싶지 않았는걸!



..‘새의 피에는 슬퍼하지만 물고기의 피에는 슬퍼하지 않는다’

인형들에게도 목소리가 있다면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았다’고 외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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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답게 빠른 속도로 스토리가 전개되고

엄청난 배경지식을 요구해서

처음엔 계속 헤매게 만들지만...

사실 처음에 봤을 땐 보다가 졸기도 했다 ㅋㄷ

그치만 두번째 볼 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음.

갠적으로 공각기동대보다 훨 더 났다. 스토리도 영상도.

그리고 애니 보는 동안 계속  흐르는 그 멜로디,

뭔가 아스라한 저 기억 너머로 날 데려갈 것만 같은 느낌.

여러 번 볼수록 점점 더 빠져드는 애니.

한 번 두 번 볼 때마다 느낌과 생각들이 달라진다.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2005/11/15 18:00 2005/11/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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