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아다니는 생활

from Experience 2005/11/15 17:27
2004. 3. 10

고등학교때부터 항상 기숙사의 내 방에는 짐이 많다.
나보다 짐 많은 사람을 본 적이 별로 없다.
(성화가 나만큼이나 짐이 많아서 깜짝 놀랬다ㅋ)

어디에서 어디로 옮겨가든, 항상 맨 처음 이사했을때 드는 생각은
사람이 얼마나 쓸데없는 걸 많이 가지고 사는가 하는 것.
이부자리와 옷 몇개와 세면도구만 있어도 되는데 말야.
특히 어디로 며칠 여행을 떠날라치면
물론 깔끔을 떨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잘 때 입을 편한옷 하나-아예 첨부터 편한옷을 입고가도 되지 뭐
작은 세면도구세트 하나. 핸드폰과 충전기. 끝.
아 렌즈 끼면서부터는 렌즈케이스와 세척액도 챙겼다.
뭐 이정도면 작은 가방 하나에 충분히 들어간다.

그렇지만 새로 발붙인 곳에서 한참 살아가다 보면
이런저런 걸로 내 방같이 꾸며보고 싶어진다.
낯선곳에 정붙이기 과정이랄까. 이것저것 포스터를 붙이거나,
예쁜 식기류나 인형이나 기타 잡다한 것들을 산다.
내 방 같다는 아늑함이 늘어남과 동시에 짐도 늘어난다.

그래서 들어올 때 딱 세 박스이던 집이 나갈 땐 두 배로 느는거다.

늘어난 짐들은 대부분 있으면 편하지만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은 것들이다.
청소기라던가, 토스터기, 커피포트, 겨울에 컴터할때 편한 무릎담요, 전기장판 등등...
(역시 대부분은 전열기구이다. 우리방 검열 들어오면 나랑 성화랑 벌점 나눠 가져도 둘 다 퇴사일거다 -_-)
내가 조금만 부지런하거나 덜 편하게 살면
없어도 되는 이런 "사치스런" 물건들.
내가 게으르다는 증거일까...

그래도 있으니까 좋긴 하다ㅋ 
2005/11/15 17:27 2005/11/15 17:27
울 학교 선배가 쓰신 글.
사회과학인가 전공하시다 이쪽 관련 논문쓰려고 의대 들어오셨는데
그 과정중에 아예 의사로 진로를 바꾸신;;

『 쓰러질 때까지 일하는 의사들 』  이수현 (세브란스병원 인턴), 청년의사 2004.12.06

  어렸을 때부터 allergic asthma, rhinitis, conjunctivitis, dermatitis, 심지어 exercise-induced bronchospasm까지 종종 경험했던 나, 요즘처럼 공기가 차가울 때면 어김없이 allergic attack이 찾아온다. Antihistamine을 몇 알씩 한꺼번에 먹어도 소용이 없다. 수술방에서는 마스크 속으로 흐르는 콧물과 재채기를 참기 위해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병실에 들어가면 갑자기 재채기를 하며 코를 훌쩍거리는 나 때문에 이식 환자들이나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은 꺼림칙한 눈치다. 인턴숙소의 공기가 탁하고 건조한 탓인지 항상 목이 잠겨 있다. 코도 킁킁, 목도 킁킁.

  둘러보니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한 달째 dry cough, hoarseness가 심한 한 내과 인턴은 chest X-ray,CBC 괜찮다는 말 하나를 믿고 그냥 버틴다. Crohn’s disease가 있는 동료인턴은 며칠째 watery diarrhea로 보기만 해도 dehydration 상태임을 드러내는 초췌한 얼굴로 유령처럼 병동을 달린다. 며칠 전 oncology 파트에서 일하는 한 인턴은 때늦은 나이에 chicken pox로 입원까지 했다. 자신이 일하던 내과 병동에 입원한 그는 갑자기 찾아온 여유에 몸은 편하지만 자신의 일을 대신하고 당직을 서는 인턴들에게 너무 미안하여 좌불안석이다.

  인턴 뿐 아니라 레지던트도 마찬가지인 듯. 긴장도가 높은 파트로 배정된 여선생님의 menstrual cycle이 불규칙해지는 사건은 꽤 흔하다. 심지어 abnormal vaginal bleeding이 있기도 하다. 힘쓰는 일을 하는 외과계 전공의는 lumbar disc herniation 악화로 인한 요통을 참으며 버티다가 결국 2주간 입원하기도 했다. Migraine으로 β-blocker와 NSAIDs를 수시로 복용하는 동료, 복용량이 늘어나는 것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의대를 다니기 전, 누군가로부터 “레지던트는 아파도 쓰러질 때까지 병원에서 일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그 말이 참 멋있어 보였다. 투철한 직업정신,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 그래, 바로 그것이 전문가주의(professionalism)의 근간을 이루는 정신 아니겠는가, 라며 말이다.

  그런데 막상 그 자리로 내가 들어와 일해보니 내 자신의 ‘모든 것’이 소모될 때까지 일하는 것은 매우 sustainable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시스템 하에서는 내가 아파서 일을 못한 만큼 다른 누군가가 잠을 못 자고 일하며 그걸 메워야 한다. 내가 몸이 좀 안 좋다는 소문이 돌면 나의 이미지도 유약한 사람으로 굳어질 것 같고 윗사람 눈에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냥 참고 지내는 것이 차라리 편하다. 상태가 악화되어 응급실로 내려가는 사건이 발생해야 그나마 면죄부가 부여되는 셈이다.

  ‘인턴 주제에’, 골골거리면 어떤 과에서 나를 받아들이려 하겠는가 싶은 고민도 있다. 레지던트도 마찬가지, 일이 좀 많아지기만 하면 앓아눕는다는 낙인은 평생 지속될 수도 있다.

  Fordism의 핵심은 노동자들의 업무동작과 과정을 초 단위로 분할하여 평가함으로써 효율적인 노동과정을 재구성한 것에 있다. 주어진 시간에 높은 노동강도로 일할 수 있는 conveyer belt를 만들어 노동을 표준화하였고, 그것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불만을 여가시간을 늘리거나 임금 상승으로 대체하며 노조설립을 막았다. 나는 포디즘을 선호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인턴의 업무과정도 제대로 분석하고 효율화하여―쓸데없는 일에 동원되거나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잉여시간을 나를 위해 투자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질 높은 의사를 양성하는 지름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2005/11/15 17:24 2005/11/15 17:24

멀티태스킹

from Experience 2005/11/15 17:22

2004. 2. 27

...이 불가능한 사람, 나.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없다. never!
남들 다 하는 티비보면서 전화받기도 나한테는 무리.
티비를 보면 상대방이 하는 말이 하나도 안들어오고
통화에 신경쓰면 티비드라마 스토리는 저만치 앞서나간다.
엠에센도 동시에 두 개 이상은 뛸 수 없다. 헷갈려 -_-;;
아빠는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신다. 그게 뭐 그리 어렵냐고.
나도 이해할 수 없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평소 생활에서도 여러가지 일에 동시에 신경쓰지 못하는 편.
하루에 해야 할 일이 서너개 이상이면 정말 머리아프다
완벽주의자의 폐해일까...
바쁘게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난 하루에 신경쓸 일이 두 개 이하인 여유있는 날이 좋다
기숙사에서 뒹굴거리는 건 폐인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지만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수록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난 내 방내 침대에서 책보면서 십자수하면서 음악들으면서
여유를 즐기는 게 정말정말 좋다
수업이 끝날 때 쯤이면 기숙사 내 방이 그리워진다

난 아날로그 인간인가 보다
그렇지만 그래도, 좋다.

2005/11/15 17:22 2005/11/15 17:22

2005. 1. 12

그게, 어른이 되어가는 첫걸음이래.
어디선가 이 말을 듣고 그처럼 동감할 수가 없었어.
노력하면 된다는 그런 순진무구한 말에 점점 지쳐갈 때였거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처럼
내가 할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것,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 그게 어른이 되는 거래.
응. 맞아. 이젠 조금은 알 거 같아,
세상엔 아무리 땀흘리며 노력해도 내가 얻을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처음엔 슬펐지. 억울했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조금만 더 멀리 바라보면...
결국 똑같잖아?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얻을 수 없는 게 있을 테니.
내가 힘들여서 이뤄낸 걸 다른이들이 쉽게쉽게 해내는 걸 보면서
그동안 그저 속으로 마음 아파하기만 했다면,
지금은 이런 생각도 들어.
나도 때론 남들보단 쉽게 얻는 게 있잖아?

그리고 말이지,
진실된 노력은, 다른 건 몰라도, 사람의 마음만큼은 바꿀 수 있어.
응. 난 그냥 그렇게 믿고 싶어.
뭐 해도해도 학점 안나오고, 일도 뜻대로 잘 안풀리고,
정말 노력과 결과가 털끝만큼도 상관 없다는 생각에
내 자신이 너무 무력하게 느껴져도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만큼은 간절히 바라면 이을 수 있다고 믿을래.

풋. 알을 깨고 나온다지만, 가끔은 그러고 싶지 않을 때도 있어.

2005/11/15 17:21 2005/11/15 17:21

제목없음

from Experience 2005/11/15 17:13
 

2004. 8. 20

제목 붙이기 싫어서. 번호 붙이려구.
제목이란 건 내 생각에 경계선을 그어버리거든.

잠이 오는데 그냥 자기가 싫다. 계속 싸이질중.

여행 다니면서 "사람"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정확히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나 어렸을 때 참 순진했던 거 같다. 한편으론 바보같았지만.
국민학교 때 나랑 제일 친했던 친구네 집에서 놀다가
그 친구가 해준 말 한마디에 엄청나게 큰 충격을 먹고
마음의 상처에서 무려 6년간이나 벗어나지 못했었다.
근데 그거, 지금 들으면 "흥 그래?"라고 지나쳐버릴 거 같다.
별 거 아니다, 요즘의 나에겐. 웃어 넘겨버릴걸?
사람의 선함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상처도 받을대로 받아서...
인간이 얼마나 악할 수 있는지, 난 그 극한을 이미 봐버린 거 같다. 그리고 나도 엄청나게 사악해졌다.
뭔가 보복심리 때문인지 아님 방어하려는 건지 난 오히려 상처를 입히는 쪽이 되어버렸어.

근데 말야.
정작 지금 나랑 가장 마음이 가까운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그 순진했던 시절에 처음 만났었다.
오래 만나서 정이 깊어졌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어설프게 자주 못만나면서 시간이 흘러가는 거 만큼
어색한 친구 사이도 또 없지...
그 때 만난 사람들은, 지금도 그 순진무구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다, 전혀 어색하지 않게.

근데 요즘 사람들에게 그렇게 다가가면
왠지 상처받을까봐 두려웠다. 웃기다고, 어리석다고.
혹시라도 다시 그런 걸 겪긴 싫었다. 그래서 안 하고 있었다.
뭐랄까. 기회비용이 너무 컸다. 음. 잘 표현이 안 되는군. 답답해.

하지만 나. 여행 다녀와서, 나도 모르게 다시 그렇게 하고 있다.
결과는? 대부분은 괜찮았고 안 괜찮은 경우도 물론 있었다.
그리고 또 상처를 입었지만 그때보단 더 수월하게 아물 거 같다.

그렇지만 아직도 난 "남"이야기를 듣는 게 참 싫다.
특히 그게 좋은 내용이 아닐 경우는 더더욱.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은 분명 다른 사람한테 가서 나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할 거라는 걸 잘 아니까.
그리고 그런 내용의 대부분은 오해에서 비롯되니까. 말도 안되는 엄청난 오해...
나, 남들이 볼 땐 내 주위 사람들에 대해서 정말 관심 없는 사람 같을지도 모른다.
그치만 내가 사랑하는 아니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에 대한 험담을 듣느니 차라리 그냥 귀를 막아버리겠어.

그냥 주절대고 있다.
오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뭔가 안 좋은 이야기를 들었거든.
문제는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 판단을 못하겠다는 것.
판단이고 뭐고, 아예 못 들은 걸로 쳤으면 좋겠는데,
쓸데없는 거에는 기억력이 좋아서...

이젠 정말 자야지.
일기장에 생각을 쏟아버리고, 마음을 비운 채로.

2005/11/15 17:13 2005/11/15 17:13

패치 아담스

from Experience 2005/11/15 17:08
2004. 11. 4.

요즘. 정확히 말하면 대학교 들어온 다음부터.
점점 바보가 되어가고 있다.
억지로라도 읽었던 신문 사설들하고도 이젠 안녕.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에 대한 관심은 일체 상실.
정치에 대한 극도의 혐오를 가장한 무관심.
언제부턴가 멀어진 문학작품들 그리고 가까이하는 실용서적들.
기껏 하는 '공부'라야 시험 때 무조건 '암기'하는 지식들 뿐.
열심히 발라서 시험지에 토해내고 나면 증발!
일반생물, 심리학, 비교해부학, 유기화학, 일반물리학,
이들 중 그 어떤 지식이 내 머리속에 남아있나. 없다 ㅠ_ㅠ

이젠, 머리속에 있는 생각들을 말로 표현하는 것 조차 힘겹다.
생각이 말로 잘 매끄럽게 표현되어 나오지 않는다.
'머리를 쓰는' 공부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 오늘 의학영어 시간에 본 패치 아담스에서 절실히 공감하는 몇 가지 ◀

- 의대공부는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 환자는 의사를 '신'으로 본다. 마치 어린아이가 어른에 대해 생각하듯이. 뭐, 의사가 해 줄 수 있는 능력에 비해 기대치가 현저히 높다는 말이겠지.... 하지만 의사는 '인간'이다. 그래서 짜증낼 수도 있고, 피곤해할 수도 있으며, 실수할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을 '의사'-즉 완벽한 인간-으로 만드는 게 의대다.... 근데 과연 현실에서도 완벽해??? 얼마전에 하버드대 협력병원에서 실험한 거 보니까 인턴들 잠 덜 재웠더니 의료과실이 현저히 늘어났다던데;;;
- 의사는 질병을 보기 이전에 사람을 마주보는 직업이므로 사람 대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
- 질병 이름이 아닌, 사람으로서 환자를 대하라는 것.
패치 아담스가 학장에게 왜 환자를 이름이 아닌 병명으로 부르냐는 질문에서, 정말 뜨끔했다;;
- 무엇보다, 마지막 엔딩 자막의 패치 아담스가 그 후 16년동안 의료사고에 한 번도 제소당하지 않았다는 걸 알려줄때 이 사람 정말 능력있는 인간이로구나 싶었다... 지금 세브란스에서 진행중인 의료소송이 20개가 넘는다는데! 소송 한 번 잘못 걸리면 장난 아니던데 말이지 -_-^ 놀랍다
- 성적 좋으면 만사가 OK.
ex 1 : 패치 아담스 시험성적 탑인거 확인한 즉시 작업 성공하다.
ex 2 : 퇴학 여부 결정하는 교수들, 계속 부정적으로 말하다가  그러나... 성적은 좋으므로;; 라는 말로 분위기 전환시키면서 '이런 성적을 가진 학생을 퇴학시킬 이유가 없다' 라는 판결 내림. 그치만, 그렇게 놀면서 공부를 잘한다는 건 지능지수 150 이상의 천재가 아니고서야-사실 넘어도 뭐 다를 바 없지 -평범한 사람들에겐 말도 안되는 꿈이야기이다;; 원리를 이해해가는 수학 물리도 아니고 그저 전화번호부 암기식, 양으로 승부하는 우리 시험에서는 암기력하고 시간이 승부수인데 말야 -0- core element야 ? gg 갑자기 튀어나오는 이 단어란;;; b&b subunit쯤에 해당되는 건가;;; 뭐야뭐야 ㅠ_ㅠ

...내일 맘 편하게 놀고 싶어서 미리 세포 레포트 쓰는중인데 몸이 또 날 거부한다 뭔가 잘해보려고 했더니만;;
이제 discussion만 쓰면 끝나는데 손에 잡히질 않아 ㅠ_ㅠ handwriting 극도로 싫음. 왜 편한 컴퓨터를 두고 고집하는지,
깐깐한 조교님 성격 하고는 ㅡ_-+ 괜히 레포트 쓰기 싫으니까 오랜만에 싸이에서 끄적끄적
2005/11/15 17:08 2005/11/15 17:08


잘 올라가겠지?
밤하늘이 이렇게 화려할 수 있음을 처음 알았다. 깊이가 느껴지는 하늘.
시칠리아의 해변에서 보냈던 그 별이 쏟아지는 밤이 그리워진다.
2005/11/15 00:35 2005/11/15 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