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환자와 그의 가족을 만날 때 :: 2009/01/10 00:31

우리 그이는 자신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그게 불편하게 느껴지는 분도 계실 거에요. 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렇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이에게 평안한 마음을 주려는 것 외에 다른 뜻은 없습니다.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우리 그이를 위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암과 싸우느라 남편은 많이 약해졌습니다. 그런 모습에 놀라지 마세요.
가슴속에는 예전의 근사한 모습이 그대로 있답니다.
손을 잡아주거나 팔을 쓰다듬어주세요. 그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남편과 병에 대한 얘기 말고 다른 주제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어주세요.
남편과 함께 나누었던 즐거운 추억, 흥미진진한 소문 같은 거요. 유쾌한 농담은 항상 좋아한답니다.
남편이 선생님께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말해주세요.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웃음이 나면 웃고 눈물이 나면 우는 건 자연스런 일이니까요.

남편은 진통제 때문에 가끔 정신이 가물가물해요.
멍한 사람처럼 보일 때도 그이는 당신이 거기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기뻐하고 있습니다.
그럴 때는 가만히 그이 손을 잡아주세요.
남편이 잠들어 있다면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깨고 난 후 남편이 읽고 기뻐할 거에요.

전화로 죽어가는 환자의 상태를 묻는 것은 때로 환자 가족을 더욱 지치게 하는 일입니다.
안 그래도 지쳐 있는데 의무감 때문에 전화 거는 사람들에게 안 좋은 상태를 말하는 것도 고역입니다.
죽어가는 이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의 말을 들어주는 거에요.
그가 죽기 전에 바로잡고 싶은 것이 있다고 말하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의 두려움을 들어주세요. 많이 그리워하게 될 거라고 말해주세요. 그리고 함께 우세요.
죽음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이고,
그를 사랑하는 당신의 마음은 영원히 계속되리라는 믿음을 주세요.

- [ 뭐라 말할 수 없을 때 마음을 전하는 말 ]. 낸스 길마틴.


마침내 블로그에 돌아온 첫 글이 죽음에 대한 스크랩이라니, 좀 그렇기도 하지만
드디어 이번 2월에 실습을 나가기 이전에 한동안 환자로 병실 침대에 지겹도록 지냈던 나는
그리고 지겹기 이전에 그토록 아프고,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먹는 약들로 인해 또 아파지는 일상에 지쳤던 나는
이 글이 너무나도 마음에 와닿았다. 이번 방학은 잘 지내고 있어 다행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실습을 돌면서, 내가 환자였던 때의 느낌과 생각을 잊어버리지 말아야지 하고 말해본다.

블로그 돌아와서 첫 글인데 난 내일 일주일동안 '마음수련'을 떠난다.
이상하게 이번 방학은 시간이 휙휙 날아간다. 친구들은 거의 못 만났는데.
국시들은 잘 봤을까나? 보고싶어 다들 : )

2009/01/10 00:31 2009/01/1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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