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잭에 교통카드 넣기 :: 2008/08/30 13:40

사실 난 지금 후불제 교통카드를 쓴다-*
원래 학생증에 심어진 충전식 교통카드를 쓰다가 아빠가 주신 교통카드 겸용 신용카드를 애용하는 중...
(그렇다고 그 카드를 마구 남용하는 건 아님. 물론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 구천리지만,
카드 긁는 즉시 문자로 아빠에게 날아가기 때문에, 교통카드와 병원비로밖에 쓸 수 없다 ㅠㅠ)

블랙잭에 교통카드를 넣을 생각을 한 건 순전히 '그냥 심심해서'이다
어느날 책상에서 예전에 만들었던 교통카드 넣은 핸드폰고리 냥이인형을 발견했고,
그걸 냥이매니아 방양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아 블랙잭에도 넣어보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
네이버 블랙잭 까페에서 사람들이 튜닝하는 걸 본 기억도 있고.

다음날 바로 저질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하면 글 안쓰려고 했는데 결국 성공했고,
성공은 했는데 책상에 물 엎질러서 책상 유리 밑에 물 스며들어가서 엄마한테 한 소리 들었고
책상 위에 물건 다 들어내고 유리 밑에 물 닦아내야 했다 -_-ㆀ 어쨌든 성공했다는게 중요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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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 핸드폰고리용 교통카드, 아세톤, 그릇.  교통카드 5천원, 아세톤 6백원.
아세톤보다 신나 같은게 더 빠르고 잘 녹는데 사러 가기가 귀찮아서 약국에서 아세톤 샀다
신나 사려면 철물점까지 가야 한다. 저번에 할 때는 썼었는데 냄새도 그렇고 머리도 아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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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톤을 그릇에 넣고 교통카드를 퐁당! 빠뜨린다
여기서부터는 인내심이 한없이 요구된다
더군다나 아세톤을 선택한 이상...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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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두 시간 정도 지나면 이렇게 가장자리부터 녹아들어가기 시작한다
흐물흐물. 보글보글. 원래 악세사리 말고 카드식 교통카드로 하면 훨씬 더 드라마틱하게 녹는데,
이게 겉부분이 투명한 아크릴로 단단하게 싸여있다 보니 영 속도가 나질 않았다
난 사이즈가 작아서 핸드폰에 잘 들어갈거라 생각하고 이걸 택한 건데...

이때부터 고생길이 열릴거라는 걸 직감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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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네 시간 경과. 담궈놓고 책읽으면서 놀았다.
연을 쫓는 아이 두 번 독파! 읽을수록 마음에 드는 책.
음음. 엄마는 공부 안하냐고 옆에서 그러시는데... 벌써 공부해야 해?!
가장자리 너덜너덜해졌다
원래 이 정도 되면 가장자리부터 벌려보면 쫘악 벗겨져야 하는데
이게 투명한 아크릴 때문에 꿈쩍도 안한다 ㅜ_ㅜ 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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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칼로 아크릴을 벗겨내는 작업에 돌입...
다행히 아세톤때문에 물컹해져서 잘 벗겨진다
아세톤에 담궜다가 칼로 아크릴을 벗겨내는 일을 몇 번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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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겨낸 결과물. 처참하네... 내가 섬세함하곤 거리가 멀지.
이러니 외과엔 가지 말아야 할까? -_- 어쨌든 결과는 좋으니까 된 거 아닌가 하고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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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게으름에 굴복해 이 상태 그대로 배터리 케이스에 붙여놓고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통통해서 뚜껑이 잘 안 닫히는거다!
결국 처절하게 이걸 분해해서 구리선을 빼내서 써야 하는건가... 생각.

이 때 시각 열두시. 잠이 쏟아지고...
안쪽의 종이와 플라스틱판만 남겨진 카드를 다시 아세톤에 퐁당. 나도 침대로 뛰어든다
아. 아세톤에 담궈둘 땐 뚜껑을 덮어야 한다. 증발하면서 엄청난 향기를 풍기고 양도 줄어든다
물이 아니라 아세톤을 엎었더라면 유리를 들어 닦아내는 수고로움은 없었을 텐데 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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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카드가 이런식으로 속살을 드러냈다
카드칩과 주위에 빙빙 둘러진 구리선.
플라스틱 판 한쪽은 남겨두었다. 더 관리하기 편할 것 같아서.
구리선의 지름이 넓을수록 인식이 잘 되는데 (역시 귀찮아서 -_-) 예쁜 원형 그대로 남겨두려고
그대로 고이 배터리 케이스에 재접착 테이프로 붙였다

그리고 학교에서 집에 오는 길에 버스를 타고 핸드폰을 찍었다

안.된.다... ㅠㅠ
카드 그대로 붙였으니 구리선이 끊어졌을 리는 없고.
배터리 케이스 빼서 케이스만 대고 찍었더니 멀쩡히 잘 찍히면서
"카드 잔액이 부족합니다" 라는 안내멘트가 나온다
이게 이상하게 배터리가 옆에 있으면 작동을 안 하는거다!

집에와서 카드를 마지막까지 해체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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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고리용 교통카드를 선택한 내 결정으로 인해
구리선은 초미세마이크로극세사였다 -_+
이걸 최대한 케이스 바깥 부분으로 빙빙 돌려 감아야 한다
손재주 없는 나에게 있어 최고난이도 스킬을 요하는 부분
한참 삽질을 거듭해야 했다

요령은 - 일단 교통카드칩 부분을 가운데에 테이프로 고정한 다음
대충 비슷한 지름을 가진 도구에 빙빙 구리선을 감은 뒤
풀리기 전에 재빨리! 테이프로 가장자리를 덕지덕지 고정할 것
이 때 구리선이 한 부분이라도 끊어지면
그동안 고생한 거 말짱 도루묵이니 지극히 조심 정성 기울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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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품!

다음날 집에오는 길에 마을버스에서 찍어보니 잘 된다
구리선이 끊어질까봐 테이프로 완전 무장시켜 놨더니 보기엔 좀 안좋다;;
교통비 아까워서 자주는 안 쓰겠지만 심심할때 한번씩 찍어보긴 하겠지~

손장난 끝-*

2008/08/30 13:40 2008/08/3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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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아 | 2008/08/31 00:2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앗 언니 이렇게 하면 교통카드 충전할 때도 그냥 핸드폰 주면 되는건가요?ㅎ
    하고 싶은데 생각보다 어렵네용 >_<ㅎ

  • 선영 | 2008/08/31 01:43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규아~ 히히 :) 안어려워 내가 삽질해서 그런거야 ㅋㅋ

    1. 카드식!(악세사리X) 교통카드를 아세톤에 퐁당 빠뜨린담에 하룻밤 자면
    2. 교통카드칩이랑 구리선이 속살을 드러낼것이야
    3. 그걸 배터리케이스에 잘 정리해서 붙여주면 끝~ 한 방향으로 감으면.

    교통카드칩에서 구리선이 떨어지지 않게만 조심하면 되요 ^^
    참 지하철역에서 핸드폰을 건네주면 직원아저씨가 뜨악한 표정으로 쳐다보지 -_-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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