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조범구 선생님댁 - 담임반 여행 :: 2008/08/24 20:42

다녀오자마자 홈피 스킨에 대고 화풀이하는 나는. 뭐지...
깔고 바꾸고 깔고 바꾸고, 마음에 안 들어서 css, html 파일 뜯어고치고
요즘 급기야 social phobia 증세까지 보이고 있는데, 이런 나에게 담임반의 loading은 너무 컸다
이틀 내내 선생님들 네 명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눈치를 보면서 괴로워하고
아 뭐야 내가 뭐 잘못한 거 있는건가 조마조마. 혼자서 말실수한 거 아닌지 곱씹고.
거기에 side effect 시작, nausea 다시 나타남. 그 상황에서 조범구선생님 먹을 거 계속 무한대 제공하심.
안 먹겠다고 할 수도 없고...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 어어어어어 -_-;;;;;

외래 예약을 앞당겨서 다음주에 가기 이전에 약을 쓰레기통에 집어던지고 싶지만,
그러기에 앞서 일단 일기장에 사진이나 올리고 보자.
귀차니즘 발동으로 디카 안 가지고 갔지만, 역시 폰카의 화질은 구리다
그러나 게으른 자에게 변명은 무엇하리. 다 좋은 결과에는 수고로움이 따르는 법.
사진이 별로 좋지 않은 관계로 사이즈는 줄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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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언니. 마취과 레지던트 4년차. 사진이 좀 압박스럽게 나왔군 -_+
앞으로 cardiologist가 되겠다고 말해서 울 담임반 교수님들을 기쁘게 해드렸던 언니.
(참고로 우리 담임반 교수님들은 심장혈관병원장, 심장외과, 심장내과 이렇게 세 분이시다)
졸업할때 1등이었다나... 후덜덜;; 몰랐다. 공부 잘 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나 들어오기 전에 담임반의 홍일점! 나 왔다고 정말 반겨줬지만 곧 내가 useless;; 임이 밝혀졌지 ㅎㅎ
서울대 이비인후과 레지던트 분과 결혼하셔서 아이가 15개월. 사진 속의 아기가 너무 귀여웠다 >_<

참고로 센트럴시티 메리어트 호텔 결혼식에 갔을 때 감동받은 나머지
아 나도 저렇게 결혼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것도 잠시.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나 과연 결혼할 수 있을까? 결혼할 자격이나 있는거냐?' 하는 고민 -_-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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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과 3학년 정은이, 본과 1학년 민지.
막내 예과 2학년 승빈이도 있는데 얘는 미국으로 여행가서 날랐다 ㅋㅋ
정은이는 원래 내 밑이었는데 내가 2년동안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내 선배가 되었다
덕분에 내 대신 담임반 일들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일정 잡는 일이라던지 연락이라던지
내심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 중. 어차피 교수님들도 정은이를 더 좋아하니 하하하;;;
더군다나 내년까지 학교에 있어줄테니 난 본과 4학년 때 일 년만 대충 때우고 졸업하면 될 테지-*
교수님들이 매우매우 좋아할 타입이다. 능력도 있고 착하고 공부 잘하고 싹싹하고 잘 웃고 대답도 잘 하고 등등
더군다나 박영환 교수님이 극회 매니아인데 정은이는 극회 캐스트에 연출 경력까지 있는지라 +_+
뭔가 교수님 접대(?)를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슬그머니 정은이를 내보내곤 한다;

민지는 2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여기로 왔다
처음에 왔을 때는 한국말도 서툴고 술 마시는 것도 서툴고 그래서
"술=흉부외과" 담임반에서 살아남기 힘겨워 했었는데
오케스트라에서 몇 년 살더니 완전히 적응해서 나보다 더 잘마시는거 같기도 하고~
(라고 말해놓고 나니 생각하는데 이문형 선생님이 내가 술을 정말 잘 마신다고 착각하고 계신다 아놔 ㅠㅠ)
확실히 외국에서 살다 와서 그런지 감정도 풍부하고 표현도 풍부하고 그래서 같이 있으면 좋다
예전엔 막내로 예쁨도 많이 받고 그랬는데 요즘은 아무래도 승빈이가 좀 더 그렇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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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얼마전에 계속 기르던 머리를 파마했는데,
이게 사람들 반응이 너무 특이하다. 좋다 나쁘다 잘 어울린다 아니다가 아니라,
만나는 사람들 절반이 "그거 어떻게 한 거야?" 라고 물어본다 음;
엄마는 양머리같댄다. 그래. 그냥 아무생각없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차피 난 머리 해도 미용실에서 만들어준 그대로 나오는 법이 없다.
내가 손질을 잘 못해서 그런가...

밤에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노래방에 갔는데,
난 친구들하고 가면 정말 미친듯이 노래를 불러대지만
어려운 사람들하고 가면 구석에 박혀서 존재감없이 있는 걸 좋아한다
혼자서 셀카질...
그러다 결국 불려나가서 노래를 부르게 됐는데
별 생각없이 만인의 열창곡인 '아파트'를 선곡해서
연장자이신 조범구 선생님을 비롯한 관중들의 열렬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여자가 부르기엔 키가 좀 높다는 사실을 깜박해서 부르는 내내 민망했다;;)
100점이 나와서 선생님께서 만원짜리 한 장을 주셨다는 ㅎㅎ 나중에 도로 드리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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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구 선생님. 담임반의 왕 선생님(?)
나머지 두 분 교수님이 학생이셨을 때 담임반 선생님이셨다
지금은 은퇴하셔서 경주에서 머무르시는 중.
담임반 학생들이 온다고 하자 일정 다 짜두시고 손수 마중까지 나와주셨다
내가 학생일 때는 두 번 밖에 못 뵙고 바로 은퇴하셨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시다

사진에서는 너무 근엄하게만 나왔는데, 여유롭고 편하시고. 넓으시고. 그렇다.
물론 술도 좋아하시고 후후후 역시 흉부외과는 알콜!!!
가끔 이문형선생님(심장내과)는 못따라가실 정도로 나머지 두 분은 달리신다니까
여전히 미스테리다. 그렇게 마구 달리시면서 다음날 수술은 어떻게 가능한거지?!

사실 저렇게 조용히 노래를 부르신 게 아니라
막 선생님 학생 안가리고 다들 앞에서 탬버린 들고 춤추고 뛰고 난리났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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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환 선생님. 심장외과. (옆은 사모님이 아니라 그날 저녁 같이 놀러오신 예전 환자분이시다)
조범구 선생님과 라인을 같이하여 알콜 짱!! 노래 짱짱!! 학생과도 스스럼 없으시다
예를 들자면 스승의 날 선물을 드리러 갔을 때
"야 우리 본교에 소풍가지 않을래?" 이러시면서 우리를 본교로 데리고 가셔서
떡볶이며 닭꼬치며 군것질도 안겨주시고 손수 디카로 잔디밭에서 사진도 같이 찍으시고. 그렇다.
그러나 난 저번 심장학 시험을 이번학기 최악의 학점으로 말아먹은 뒤로 뵙기가 두렵다 ㅡ_-;;
그리고 한동안 날 마주칠때마다 "근데 넌 대체 왜 학교에 안 나온거냐?" 라는 질문을 반복하셔서
날 참 난처하게 만들어주셨던 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은 하지 말아 주십사 하는...
아무래도 이문형 교수님은 뭔갈 알고 계신데 본인만 모르시는 거 같으니 서운하신 듯 한데,
그건 제가 알려드린 게 아니라 누군가가 배신(?)해서 정보가 새어나간 거에요. 제 탓이 아닙니다 ㅡㅜ

이상으로 인물 사진은 끝. 이문형 교수님 사진은 못 찍음.
심장내과는 뭐 환자를 병원에 깔아놓고 다니는 건지 맨날 바쁘셔서...
아. 이번에 심혈관병원 기획실장(?)으로 계셔서 더욱 바쁘시다는 소문도 있고...
늦게 오셨다가 일찍 가셨다. 수업 때 질문 무척 많이 하심. 더군다나 EKG 질문 때리시면 머리 순간 하얘짐.
그나마 알콜 공격이 좀 덜하셔서 좋지만 내가 술을 잘 마신다는 편견이 있으셔서 초난감.



동대구역 도착 후 렌터카로 경주로 출발!
...하기 전에 영천에 들르기로 했다. 왜인지는 모르고 그냥 가자는 대로 가는거지-*
KTX 패밀리칸에서 교수님들과 마주앉을뻔한 위기에 처했으나 순간 정은이를 슬쩍 밀었다. 아싸.
(사실 그 때 교수님도 정은이를 오라고 했던 거 같아. 내가 그렇게 합리화시키는 건가? ㅋㄷ)
나는 반대편 패밀리칸에 학생들과~ 앉아서 수다를 떨면서 편하게 왔다

마중나오신 조범구 선생님이 데리고 가신 영천에서 점심은 '고디탕'
고디가 뭔가? 했더니 (처음엔 고등어? 고딩?) 다슬기의 사투리.
삶아서 깐 다슬기를 한 주먹 넣고 시래기를 넣고 끓인 탕이다.
아아아!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내 위장이 멀쩡했다. 그저께 약을 바꿨거든.
그리고 난 다슬기를 매우매우 좋아한다!!
조범구 선생님이 좋아하실 만한 멘트를 마구마구 날리며 한 그릇 다 비우고 일어났다

그리고 다음은, 경주의 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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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대로 된 이름이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조선의 전통 방식을 명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계속 이어서
선조들이 하던 그대로 계속 도자기를 만들어 오고 계시는 분.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가치를 알아보지도 못하지만,
다도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굉장히 귀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네.
컬렉션을 가지는 사람들끼리 정기적으로 이 도원에 방문해서 작품을 구입해갈 정도라고 한다

우리가 뭘 제대로 알고 작품을 감상하고 그렇다기보다는
보고 듣고 재량껏 느끼고 이해하는 정도. 이지 않았을까...
단 우리를 이곳에 데리고 오신 조범구 선생님의 안목만은 범상치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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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주로 마신다는 전통 차인 "말차"를 마셨다
녹차 잎을 덖어서 말려서 우려 먹는 한국과는 달리,
말차는 잎을 말린 뒤 전체를 갈아서 물에 넣어서 마신다
이런 말차는 재배 과정부터 일반 녹차와는 달리 좀 더 까다롭다
너무 뜨거운 볕에 쬐이지 않도록 가림막도 쳐 줘야 하고, 너무 그늘져서도 안 되고,
어린 잎은 녹차잎으로 내 주고 큰 잎은 버리고 적당한 크기의 찻잎만을 골라낸다

각종 다기들과 다구들의 이름과 용도들도 배웠는데... 역시 머리에 남을리가 ㅠㅠ
가끔 내 머리가 USB 메모리나 스캐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기억나는 건 다기 하나 하나를 만드는 집안들이 전통적으로 몇 백년씩 내려오는 곳도 있다는 것.
예를 들면 말차를 가는 맷돌 하나만 계속 만드는 가문이 있단다... 헐...
그리고 다도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그러한 곳들을 후원하고 구입해주는 귀족 가문들이 있고.
다도는 일본 정신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는데. 잘 가꾸고 지켜나가고 있지만,
막상 일본보다 먼저 중국에서 다도를 받아들인 한국은 역사, 문화, 아직은 미흡.
...하다는데 역시 아련하고 아득하다. 아 그렇구나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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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식과 말차.
사진이 좀 안 예쁘게 찍혔지만, 말차의 빛은 4월의 신록같다. 향은 약간 진하고 쓴 맛이 난다.
하지만 다 마신 뒤 남은 잔에 따뜻한 물을 부어 두 번째 마실 때는,
정말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맑고 상쾌한 향이 입 안에 감돈다
옆의 다식은 맨날 TV에서만 보다가 처음 먹어 봐서 완전 기대했었는데,
막상 난 실제로 먹어보니 약간 실망이었다. 말 그대로  '꽃가루' 맛이 입안에서 느껴진다고나 할까.
(참고로 다식은 소나무 꽃가루+꿀 = 다식판에 찍어냄)
그리고 한 입 베어먹는 순간 내가 pollen allergy 라는 걸 떠올렸다. 물론 소나무 꽃가루는 아니지만;;
그렇지만 보기에는 정말 예쁘고, 더군다나 그걸 만들어낸 마음과 정성을 생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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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던 방에 걸려 있던 액자.
읽어보면?!
무식한 우리들의 입에선 갖가지 말들이 쏟아져나왔지만,
정답은 "기입신" - 신의 경지에 이르다
일본의 다도의 영향력있는 귀족가문(?)... 의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가 써 주었다는.
사진을 찍어도 괜찮겠느냐고 여쭤봤더니 매우 쑥스러워 하셨다 :-)

그리고 다음의 구경은 가마터. 집 마당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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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오래된 한옥. 300여년이 넘은 집이라 그런지, 돌담이 인상적이었다.
뭐라 표현할 수는 없고 그저 갖고 싶었다고나 할까-* 우리 집 앞뜰이 저랬으면 하는 욕심.
가마터는 이런 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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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터 입구. 사실 안을 들여다보고 싶었는데 입구가 봉해져 있었다. 이제 곧 불을 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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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가마와 마구 쌓여져 있는 장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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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구워졌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들은 저렇게 사정없이 깨뜨려버린다
저런 장면을 소설이나 이야기로 수없이 듣긴 했지만 눈앞에서 실제로 보고 있으니 어찌나 맘아프던지
그리고 여기서 몰래몰래 그릇들을 주워오셔서 집에서 쓰고 계신다는 조범구선생님이 이해가 가기도 후훗
하지만 이렇게 해야 정말 마음에 드는, 자신감있고 어디에든지 내놓을 수 있는 뿌듯한 작품이 나오지 않겠어.
말 그대로 '영혼이 담겨있는 작품'이 탄생하겠지.
아... 그래도 열심히 만들어낸 그릇을 내 손으로 직접 깬다는 거, 정작 하려면 쉽지 않을 듯.


가마터를 둘러보고 인사를 드리고 난 뒤, 조범구 선생님 댁으로!
선생님 댁은 경주 첨성대 옆, 반월성 옆 한옥마을에 있다
무려 400년이나 나이먹은 한옥을 수리해서 살고 계신다는데...
물론 항상 계시는 건 아니고, 다른 곳에 사시면서 여기는 가끔씩 들르신다고 한다. 손님들과 함께.
400년이라 해서 단단히 마음먹고 갔지만, 막상 가 보니 우리집보다 훨씬 깔끔하고 잘 되어 있었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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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는 이렇게 생겼다. 입구의 왼쪽문을 잘 쳐다보면 SECOM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선생님이 안 계실 때가 많아 빈 집에 좀도둑이 들고 난 뒤로
빨간색 세콤 스티커만 구해다 붙이셨다고 한다. 효과 만점이라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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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이 있는 본가. 옆에는 겨울을 나기 위한 장작들이 쌓여 있다.
막상 은퇴하시던 때 담임반 학생분들이 보일러 놔드렸다던데...
그래도 한번씩 군불을 때 주면 아무래도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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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길게 생긴 집 한 채. 부엌과 방 세 개가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잤다.
선생님이 원래 사시는 집이 아니라 가끔 들르시는 곳이라서 뭐가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정말 선생님 말씀 그대로 '없는 게 없다' 예를 들자면,
냉장고 그릇 등의 각종 식기부터 시작해서 소주 맥주 와인 정종 등의 각종 주류를 비롯해
소주잔 맥주잔 와인잔과 각종 국적과 종류의 치즈 등 다양한 안주도 있고,
샤워실에 가니 샴푸린스치약은 기본이고 핸드워시스프레이무스쉐이빙젤 등등
심지어 오늘 아침에는 볶은 원두로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나온 아메리카노 커피를 주셨다 헐...
우리집엔 에스프레소머신같은거 없는데;;;

이날 저녁도 계속 먹자먹자먹자.
점심때 먹은 고디탕과 그 뒤 먹은 말차가 아직 뱃속에 남아 있을 무렵,
예전 선생님의 환자분이 기장에서 각종 생선회를 도시락들 한가득히 싸가지고 경주로 배달오셨다
곧바로 대청마루에 두 상 가득 펼쳐놓고 각종 주류와 함께 저녁상 시작-*

이런저런 회들이 도시락에 담겨있었고, 뭐가 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먹었다
난 라식수술했다는 핑계로 끝까지 술을 안 마실 생각이었지만
환자분께서 직접 담가셔 주셨다는 술을 거절할 수 없어서 일단 잔을 받았는데
이게 빛깔이 너무 고운거다! 맑은 노란 빛... 달빛이라고나 할까.
살짝 마셨는데 달달했다 오오!! 맛있다!!!
찹쌀과 꿀을 섞어서 전통 방식으로 내린 술이라고 하네.
내 눈이 걸린 문제라;; 약 5분간 수없이 갈등했지만 결국 마시고 말았다 ㅠ_ㅠ
(그리고 그 날 밤부터 열심히 항생제와 소염제 안약을 넣어대기 시작했다;;)
다음은 매운탕. 고추가루가 없어서 선생님이 집 옆 고추밭에서 매운고추 슬쩍 서리해오심 크크

밤 열두시 반 노래방!

착한 학생들은 약 오전 두시 정도에 잠자리로.
나쁜 선생님들은 알 수 없는 시간까지 2차 술자리로...

다음날 아침 7시. 정은이와 첨성대 옆 계림 산책.
조범구선생님은 전날 밤 노래방에서 "나 내일 아침에 못일어나면 알아서 집에 가라~" 이러시더니
아침에 제일 먼저 일어나셔서 마당을 쓸고 계신다. 역시. 울 선생님 대단하심.

단체로 우르르 몰려오는 수학여행이 아닌, 이른 아침 녹빛 사이를 거니는 계림은 싱그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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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다 똑같이 보일 나무 사진들은 몇 개만 올리자.
이런 건 눈으로 직접 보는 게 제일 멋지더라. 난 사진을 잘 못 찍어서 그런지 찍어놓으면 이상해;;

조범구 선생님이 역시 손수 준비하신 아침 메뉴는 빵과 치즈와 쨈과 커피!
우리들이 좋아할 거 같아서 인천 영종도의 어떤 호텔(?)의 eight(8) 이라는 베이커리에서 직접 공수해오셨단다
거기 빵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아... 그 말을 든는 순간 감동의 물결이 ㅠ_ㅠ
사실 오늘 아침부터 드디어 혈중농도가 누적되기 시작했는지 구역질이 막막 나기 시작했었지만
선생님 마음이 너무 감사해서 억지로 빵을 열심히 먹었다 커피도 다 마시고

오는 길에는 어느새 사오셨는지 경주 기념품 찰보리빵을 하나씩 챙겨주시는 센스까지.





오는 기차에서는 다들 잠들었고,
나는 어쩌다가 KTX 역방향까지 걸려서 메스꺼움에 죽도록 시달리며 두 시간을 견뎌냈다
아침 내내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인다는 말에 "어제 너무 열심히 놀아서 그런가봐요~" 이러며 애써 웃으면서.

여름에 이렇게 빡시게 담임반 했으니 이번 학기에는 안 하고 넘어갔으면 하는 작은 소망 하나...?!

낼 개강이군. 일기 쓰느라 한참 걸렸으니 한동안 안 썼으면 싶으나 낼 개강이라고 툴툴대면 쓸 것이 뻔하다;;

2008/08/24 20:42 2008/08/2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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