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 :: 2008/08/03 22:11

과식. 폭식. overeating. bulimia.
드디어 벗어났다 생각했던 내 나쁜 습관. 결국 다시 시작.
처음 시작은 '스트레스를 받아서 소화가 잘 되지 않아 토하기 시작했다' 였다
그래도 처음엔 밥, 과일 위주로 건전한 식사를 했었는데.
분명 많이 먹지 않았고, 오히려 하루 세 끼 제대로 챙겨 먹지도 못했는데, 먹는 것마다 vomit.

개강은 다가오고, 난 학교에 다닐 엄두가 나지 않고, 가기 싫은 병원 예약은 월요일마다 꼬박꼬박 돌아오고...
스트레스가 지속되니 결국 예전 버릇으로 돌아오게 되어버렸다
이것저것 기호식품들 다 챙겨먹고 한동안 줄었던 식사량도 늘어나고. 한도끝도 없이 먹어대고. 아.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들을 보내며 항상 생각한다. 이건 내 의지일까 아니면 내 잘못이 아닐까.
그 누가 위로해줘도, 아무리 고해성사를 봐도, 혼자서 합리화를 시켜봐도 완전히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래도 어떻게든 학교는 다닐 수 있지 않았을까, 숙제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 누군가를 만나러 가면 듣는 건 격려가 아니라 냉정한 판단과 때로는 질책.
글쎄. 좋은 말을 듣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난 이미 충분히 힘드니까 거기서까지 혼나고 싶진 않다고.

하지 말아야 할 곳에서 연극을 하고 있다.
사람을 싫어하면 그게 끝이라 생각하지만, 사람을 정말 싫어한다면 싫어하지 않고 무관심하게 된다.
나는 일말의 감정도 가지지 않고, 표정도 짓지 않고, 가면을 쓴 얼굴로 괜찮은 척 연기를 한다.
하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연극은 내가 YB로써 설 수 있었던 마지막 공연인 이번 여름 극회 정기공연이었고,
그렇게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은 하나씩 하나씩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사라진다. 그런 식으로.

내가 꿈꿨던 일들이 점점 사라져가는걸 지켜보는 일도 힘들지만
그보다 다시는 꿈꾸지 못하게 될까봐, 그게 더 두렵다

대책을 제시하지 못할 거라면 힘겹게 헤쳐나갈 내 앞길을 막지라도 말아줘
현실을 왜곡하고 강요하는 그 모습이 어린 나의 눈에는 그저 욕심과 자만심으로 보일 뿐
뒤틀린 차이만큼 받게 된 상처는 고스란히 내 몫이란 걸 알고는 있는지.

성적과 성격은 별개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갔다. 평생 그렇구나.
교수님들이 강조하는 것처럼 성적은 평생 따라다니지만
지나보면 사람 인생은 모를 일이다. 한 십년 지나보면 달라져 있을지도.
그러니 너무 자만하지도, 너무 절망하지도 않아야 하는건가.

날 행복하게 해주는 소중한 사람들. 고마워요.

2008/08/03 22:11 2008/08/0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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