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일암 :: 2008/02/25 00:05

어제 아빠가 오늘 저녁엔 특전미사에 가자! 고 하셔서 왜요? 그랬더니
엄마가 내일은 놀러가자고 그러네~ 하신다. 특전미사도 오랜만이다.
특전미사는 속전속결-_-;로 진행돼서 빨리 끝나는 맛이 있다. 난 안좋아하지만.
난 졸업할 나이가 됐는데도 아직 학생미사가 제일 좋다.
뭐. 적어놓고 나니 미사를 입맛따라 고르는 거 같네. 아닌데 -_-

아마 오늘이 방학 끝나기 전 마지막 나들이지 싶다.
어디 갈까 고민하다가. 내가 바다와 산과 온천이 가고 싶다고 했다...;;
바다와 산 중 하나를 골라야 해서, 바다를 선택했다. 향일암과 낙안온천으로 결정.

지금 사는 곳은 순천이지만, 난 여수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정확히는 여천이다. 여천시가 여수시에 통합되어서 이젠 여수시가 되어버렸지만.
여수는 바닷가이다. 비록 어릴적 우리집이 바닷가 바로 옆은 아니었지만, 난 바다가 익숙하다.
여름이면 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고 개펄에서 게 잡고... 지평선보단 수평선이 익숙해졌다.

가는 길에 운전할까 말까 10초쯤 고민하다가,
다시 집에 들어가서 지갑에서 운전면허증 하나만 달랑 집어들고 나와서 차를 몰았다
순천에서 여수 가는 길은 도로가 좋은데, 여수에서 향일암 들어가는 길은 완전 시골길이다
2차선 도로인데다 구불구불구불... 그리고 나는 초보운전... 제대로 고생했다. 막 중앙선도 넘고 ㅠㅠ
저번에 보니 우리 동네 어떤 차는 뒷유리창에 "초보운전, 직진만 4시간째"라고 붙이고 다니던데 ㅋ
나도 그런거 하나 붙여놓고 다녀야 되는거 아닌지 몰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향일암은 바다 바로 옆에 높이 있는 절이다. 산 위에 있는 절에 올라가면 수평선이 넓게 펼쳐진다.
거기 주차장은 복잡하기도 하고 주차료를 받기 때문에... -_-ㆀ
항상 중간에 멈춰서 도로 옆에 무료 주차 공간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 올라간다.
평소에는 별 생각 없이 걸어 올라갔는데, 오늘은 뭔가 배가 한 척 지나가니 풍경이 멋있길래 폰으로 사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아. 디카가 없어서 폰카로 찍었더니 화질이 너무 구리다...ㅠ_ㅠ
내 디카는 결국 순천에서 내 방의 짐들 속에서 찾아냈는데, 오늘은 또 안가져갔다. 내가 그렇지 뭐.
향일암 정상에 서서 이 수평선을 한동안 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파란 너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다가 다시 머리가 맑아진다
억울하고 서러웠던 일들도 생각나고, 그런 일들을 다 흘려보낼 수 있을 것 같다가도,
기분좋고 즐거웠던 추억들도 하나 둘 떠올라 피식 혼자 웃기도 하면서,
그러다가 앞으로 다가올 일들도 생각나면 그래 이젠 이렇게 해봐야지 하는 마음도 생겨나고...

나에게 있어 바다는, 힘들 때 다시 돌아와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낙안에서 온천으로 마무리.
우리집 근처에 별로 유명하지 않아 사람이 붐비지는 않지만
시설이 좋고 수질이 좋은 온천이 있다는 건 정말 편리한 일이다.
예전엔 지리산 온천에 갔었는데 거긴 멀기도 하고 무엇보다 정말 사람이 너무 많아서...

... 저녁에 엄마가 갑자기 "이제 방학이 일주일밖에 안 남았는데" "응?"
"이제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응?!@!!  더 열심히 놀아야지!!!" "그런건가?" "그렇지!!" 이랬다지 -_+ 아아.

2008/02/25 00:05 2008/02/2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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