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동 왕순대 :: 2008/01/05 18:32

어느날 저녁, KBS 의 VJ club(특공대?) 를 보다가 어떤 순대국밥집이 나온 걸 발견했다.
정~~말로 맛있게 보였다. 보통 포장마차에서 파는 비닐 속에 담긴 검은 순대가 아니라
예전 방식 그대로 돼지의 창에 내용물과 양념들을 넣고 육수에 푹 삶아서 송송 썰어 나오는 순대.
거기에 곁들어진 깍두기 국물과 순대국밥 혹은 모듬고기. 으아아.

예전에 이런 전통 방식 '진짜' 순대를 딱 한 번 먹어 본 적 있다.
고3때 수능 끝난 다음날, 학교에서 집에 오던 길에 - 나주에서 순천까지 - 중간에 그 집을 발견했다
난 그 때는 처음 먹어봐서 이게 맛있는 건지 어떤지 잘 모르겠던데 부모님은 정말 맛있게 드셨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니 어느새 그 맛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나도 늙어가나...)
하지만 서울에 있는 순대들은 다 까만 비닐 순대일 뿐, 그거 먹으려면 시골로 가야 할거야 생각하던 중에
이 프로그램에서 그 순대가게를 발견하고 나니 얼마나 기뻤던지.

...그렇게 얼마나 기뻤던지 티비 보던 와중에 귀차니즘을 씩씩하게 극복하고
노트북을 켜고 방송국 홈페이지로 들어가서 어디 있는지 검색해서 알아냈다!
(참고로 방송에 'ㅁ 순대집' 이렇게 익명으로 나와도 방송국 홈피 게시판 들어가면 실명이 다 나온다)
그 때가 병리학 시험 기간이었는데, 순식간에 그걸 찾고서 지도까지 찾아 프린트해서 고이 모셔뒀었지.

그리고 분기말고사가 끝난 방학 첫 날, 엄마와 함께 그걸 먹으러 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순대모둠에는 순대와 부속들이 와장창 섞여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단정하고 간소 깔끔해서 좀 놀랬다;; 아니 TV에서 볼 때는 김도 모락모락 나고 찜통에서 방금 뛰쳐나온 것처럼 보이더니... 뭐 그렇다고 이상하다는 건 아니고, 맛있었다 :-) 이런 게 진정한 순대 맛이지. 신촌 골목 포장마차 순대볶음과는 달라;;

사진은 안 찍었지만 순대국밥도 같이 시켰다. (사진을 찍었더니 뭐 별다를게 없더라. 그냥 검은 뚝배기에 국물 있다 정도로만 보였음;;;) 그렇지만 난 오히려 순대보다 국밥이 훨씬 맛있었다! 강추!! 평범한 순대국밥이 그렇게 맛있게 변신할수도 있다니... 겉으로 보기엔 한 20년쯤 되어보이는 꽤 허름한 가게였지만(문 열고 들어가도 자리도 비좁고 그렇다) 순대국밥은 정말 즐기면서 먹었다. 음식맛에 관해서는 절대 표정을 숨기지 못하시는 울 엄마도 맛있게 열심히 드셨다. 다음엔 국밥 먹으러 또 들러야지.

위치 - 왕십리역 2번출구 마장동 방면으로 400m 도선사거리

2008/01/05 18:32 2008/01/0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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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k | 2008/01/12 14:1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오오오오오오오 맛있겠다... 오오오오오오오오
    이건 스크랩 기능 이런거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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