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 2008/01/0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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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7. 21 교보문고에서.

 괜시리 놀러 가고 싶거나 기분이 우울하거나 하면 난 광화문 교보문고에 간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면 15분이면 도착하니까 편하기도 하고, 이거저거 책도 구경하고 옆에 핫트랙스에서 문구용품들도 기웃거리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문제는 이 때마다 '책지름신'이 내려오신다는 거.

 이 날은 여행책들이 있는 부분을 구경하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표지 사진이 맘에 들었다. 내용은 뭐... 카오산 로드가 어디에 있는 건지도 잘 모르는데, 제목 가지고 어떤 내용인지 짐작하기는 좀 힘들지 않겠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이 책을 살 때 내가 이 곳에 직접 가게 될 줄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태국 여행 계획을 짜면서 방콕 부분을 놓고 쳐다보는데, 이게 일명 방콕의 여행자들의 천국이라는 그 거리였다!

 모든 여행책의 공통점은, 읽는 동안 그 곳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가 보고 싶은 설레임이 일어난다는 거다. 그리고 또 하나 공통점은, 직접 가 보면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지만-그래서 실망할 수도 있고 오히려 생각보다 더 좋아서 행복할 수도 있겠지만- 책으로만 읽으면서 피상적으로 떠돌다 사라지던 감정들이, 뇌리에 쏙 박혀서 언제나 새록새록 떠오르게 된다는 점.

 결국 이 책은 세 번 읽었다. 처음 사서 그냥 호기심으로 한 번 읽고, 여행 가기 전 준비 차원에서 또 보고, 여행 다녀와서 어느 날 침대 머리맡에 있던 책이 보여서 그냥 노닥노닥 한 번 더 읽어줬다. 세 번 다 느낌이 꽤 달랐다. 물론, 다녀 온 다음에 읽으니 사진 하나하나가 낯익고 나오는 단어들 먹거리들 볼거리들이 다 피부에 와 닿게 친근하게 느껴지면서 여행의 즐거움이 다시 한 번 묻어났다. 나, 아무래도 이 책 여행 기념품처럼 고이 간직하게 될 것만 같다. 게으른 자를 위한, 다른 사람이 대신 써 준 여행 일기가 되려나.

 이 책은 전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태국의 방콕에 있을 때 주로 머물고 생활하는 카오산이라는 거리에서 만난 여행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여행자들이라 말하면 특별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읽고 있자면 다들 한국에 있을 때는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사업을 정리하고 부부가 함께 여행을 다니는 분, 부모님과 자신의 뜻한 바가 있어 남매와 사촌까지 같이 뭉쳐 다니는 아이들, 대학교를 나온 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여행 다니는 사람, 심지어 두 비구니 스님들까지...
 
 그래서, 여행이란 그런 거다. 특별한 게 아니라, '조금만' 더 특별하게 맘 먹으면 휙 떠날 수 있는 그런 거. 언제 어디서 출발해서 뭘 타고 어디에 도착해서 이거 저거 보고 잠은 어디서 자고... 이렇게 세세하게 계획 짜다 보면 한도 끝도 없다. 적당한 선에서 준비해서, 마음 가는 대로 휙 떠나버리는 거, 이게 여행이지. 이게 여행의 즐거움이야.

 시험 끝나고 나서 바로 쓴 글이라 뭔가 두서없는 거 같기도 한데, 독후감이 뭐 얼마나 잘 써야 하는 건가요? 그냥 저냥 괜찮을거야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 그리고 나니 생각나네. 이번 겨울에 또 태국에 여행 갈 예정이다! 이번에는 끄라비라는 섬으로-*  그곳은 방콕이라는 도시와는 또 다른 태국의 매력이 있을거라 기대하면서.

2008/01/05 12:48 2008/01/0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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