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 :: 2007/07/12 00:17

창가에 비친 짙은 파랑 밤빛을 가끔 넘겨다보며 자학실에서 밤을 새우다가
아침에, 혹은 오후에 마지막 시험을 치고 건물 밖에 나와서 햇살을 보면 기분이 좋다.
예전엔 뭔가 허전했지만, 지나고 보면 별 것도 아닌데 점수에 그리 집착했을까 생각했는데
이젠 그렇지 않고 마음의 여유가 생겨나는 걸 느낀다. 내 자신을 다시 생각하고 나랑 가까워질 수 있어서 좋아.

오늘은 추적추적 하루종일 비가 내렸지만 난 요즘 드디어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다시 사랑하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에, 만나고 오는 길에 읽고팠던 책 한권을 다 읽고 행복해졌다
책을 읽는 여유도 좋았고, 읽는 동안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더 좋았고.
처음엔 예전부터 봐뒀던 제목이라서 샀고, 바쁜 마음에 대충 읽을때는 상업적 베스트셀러란 느낌이었는데,
찬찬히 공감하면서 다시 보니 또 다르다. 여행하는 동안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책.

사람이 좋아. 내가 가진 장점이자 동시에 단점.
사람이 어떤 건지 잘 알지도 못하던 어린 때에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고
한동안, 어쩌면 어른이 되어서도 극복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난 한편으론 그걸 충분히 이겨냈다는 걸 요즘 알아냈다

상처를 주던 사람이 있었기에 상처주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고
상처를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상처를 받는 거라는 걸 알게 되면서
내가 받지 않으면 난 상처입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무의식중에 알았나보다

그래서 난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난 사람들에세 사심 없이 그렇게 다가가나보다
때론 어리석게, 어리숙하게, 혹은 날 어렵게 볼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어.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던지,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지 않고 받아줄 수 있어.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리운 날.

고민하다 댓글 달기를 다시 설정하기로 했다. 결국 같은 맥락이더라구.

2007/07/12 00:17 2007/07/12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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