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화가 - 모네전 :: 2007/06/1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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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6. 10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정원이랑.

  시립미술관에서는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처럼 크진 않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기획전시가 많다. 저번에는 르네 마그리트전을 했었고 이번엔 모네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피카소 or 고흐가 온다(기억이 잘 안난다;; 작년에 피카소가 왔으니 고흐인거 같기도 하고... 이번엔 꼭 가겠다 +_+)

  모네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화가였다. 난 원색의 강렬한 느낌이 좋은데 (그래서 고흐나 프리다 칼로의 그림이 좋다) 모네는 색채들이 대부분 부드럽다. 파스텔로 그린 듯한 느낌을 주는 그림도 있고, 대부분의 색채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그라데이션으로 점점 이어져간다. 신기하게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색깔들이 점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런게 화가의 능력인가... 색을 다루는 능숙함. 자신이 받은 순간적인 느낌을 마치 사진을 찍듯 포착해 캔버스에 옮겨담는 일. 그 느낌이 보는 사람들에게도 전달될 정도로 잘 표현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모네가 연꽃 그림만 계속 그렸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모네가 수련(waterlilies) 연작을 그리기 시작한 건 삶의 후반부였다. 처음에는 여느 사람들처럼 풍경과 건물과 초상화들을 그렸다. 자신의 두 아들과 아내의 초상화도 그렸다(지금 전시중인 그림들이다). 같은 사물이라도 빛에 따라 순간적으로 변하는 그 이미지들을 포착해 그리기 시작한 건 수련 연작이 아닌 그 전의 루앙 대성당 연작이다. 모네는 아예 대성당이 바라다보이는 곳에 방을 얻었고 시간에 따라 각각 달라지는 성당들을 그렸다. 새벽에. 아침 햇살에, 밝은 햇살 아래, 흐린 날... 풀밭 위의 점심이나 카미유를 그린 녹색 옷의 여인 그림을 보고 싶었는데 이번엔 안 왔다. 약간 실망했다. 계속 연꽃 그림들만 나오니 힘들었다~ 후반기에 그린 그림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었으니까. 계속 "이게 뭐야? 잘 모르겠어" 이런 말만 되풀이. 자세히 쳐다보면 대충 윤곽이 들어온다. 아. 모네의 그림을 볼 때의 팁 하나. 멀리서 모면 더 잘 보인다! 가까이에서는 별 특징이 없지만 조명이 비춰진 그림을 멀리서 바라보면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마치 영화관에서 스크린 바로 앞에서 보면 별 감흥 없지만 뒤쪽에서 시야 안에 잘 들어오는 스크린을 봤을 때 훨씬 더 좋은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너무 조악한 비유이긴 하다)

인생의 후반부에 모네는 지베르니의 정원에서 자신만의 수목들을 가꾸며 그림을 즐겼다. 외국의 식물을 포함한 여러가지 꽃과 나무들을 심었고, 무엇보다 아주 큰 연못?계곡?을 만들어 거기에 수련들을 옮겨놓았다. 계곡에는 다리가 놓여져 있고 나가서 관찰하며 다양한 이미지를 그릴 수 있었고, 때로는 배를 타고 가까이에서 보기도 했다. 초기의 수련 그림은 형태가 비교적 자세하게 나타나고 색감도 부드럽다. 하지만 뒤로 갈 수록 수련의 형태는 점점 알아보기 힘들어지고, 원색에 가까운 거친 붓터치만이 남아있다. 인상주의적 표현이 더 심오해져서 그런건지, 아니면 도슨트의 설명처럼 백내장으로 녹색을 보지 못해 상대적으로 빨간색의 표현이 더 강해져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여튼 그렇게 집 정원을 꾸미면서 여유롭게 살면 좋을 듯 싶다(물론 모네는 가난에 허덕이며 살았지만...)

그림들이 다양하지 않고 거의 후반부에 그린 수련들이 대부분이라서 좀 아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처음에 개인관람때에는 별로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도슨트가 출동(?)하자 사람들이 산더미처럼 몰려왔다. 그림도 잘 안 보이고 도슨트 설명도 듣기 힘들었다. 이럴 땐 그림 바로 앞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제대로 들기 위한 대충의 요령이 있다. 자리를 이동할 때 도슨트 옆에 바짝 붙어서 같이 가던지, 아니면 그 다음번 설명이 어떤 그림일지 대충 짐작해서 그 근처에서 기다리던지, 설명을 들을 때 진행방향 쪽으로 서서 들으면 진행방향 반대쪽에서 듣는 사람들보다 더 빨리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이런 방법들을 쓴다 해도, 역시 모네전은 아직 갈 때가 아니다. 좀 더 기다렸다가 가야 한다. 나는 방학 끝나기 전에 가려고 그 날 갔지만... 아쉽다.
 
마지막으로, 전시장에 이런 말이 있었다. '모네에게 물은 항상 움직이는 것이고 변환하는 것이며 세상의 만물을 비추는 창이고 세상의 모든 색깔을 끊임없이 창출하는 세상으로 열린 새로운 창이었다" 수많은 것들이 물 위에 비춰지고, 비춰지는 영상들은 원래의 색 대신 다양한 색감으로 다가오고, 이런 색깔을 계속 그려내고...

그나저나 후기 쓸거리는 엄청 많은데 쓰기가 싫다. 비보이를사랑한발레리나, 외도, 슈렉3 등등.
시험 끝나고 몰아서 쓸까.

2007/06/16 23:03 2007/06/1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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