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했다 :: 2007/06/13 19:13

복학해봐야 2년 동안 있었던 본1 강의실이 달라진 것도 아니고
아침에 못 일어나서 자다 깨다 반복하면서 겨우 학교에 간 것도 작년이랑 똑같다
일단 학교에는 왔지만 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두 시간짜리 발생학 수업 내내 졸았던 것도 비슷하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졸음은 쏟아지고 자기 싫어서 버텼더니 머리아프다

어제 누가 나한테 그랬다 나도 본1 때 제일 힘들었어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힘들었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나도 공부 좀 실컷 해보고 맘에 안 드는 성적 때문에 고민도 해보고
남자친구랑 싸웠다고 속상하다고 누구한테 하소연해보고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러면 안 되는데 사는 게 팍팍하니까 자꾸 시니컬해진다
내일은 해부 실습이 있으니 아마 실습대 옆에 칼 들고 서서 졸겠군...
작년엔 그러다가 손바닥을 메스로 그어버렸는데 ㅜ_ㅠ 아픈거보다 기분이 영 찝찝해서.

갑자기 그 말이 생각났다 "이렇게 버티면서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의미... 의미는. 만들어가야지. 말이 안되는 거라도, 억지로라도.
지금 내가 만들어낸 의미는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돈을 생각해서 일단 면허는 따고 말테야 정도?!
그 다음 일은 그 때 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겠지.
다른 학교를 다시 갈 건지, 대학원을 가게 될지, 아니면 병원에서 일하게 될 건지,
아니면 이런 것들이 조합된 과정을 걷게 될지도...

아까 이 일기 쓸 때는 계속 자고 일어나서도 잠투정하느라 짜증 왕창 났었는데
이제 잠이 좀 깨고 나니 기분이 나아졌다. 이젠 책을 봐도 집중할 수 있을 거 같아.

하지만 지금은 밤 10시 30분이라는 거.
결국 학교에 간 첫날부터 낮밤을 바꾼 생활을 시작하는구나.
그래. 난 피를 속일 수 없는 올빼미야.

그래도 다시 책을 볼 수 있으니까 기분 좋다. 계속 지속되지 않을 줄 알지만, 그래도 잠깐이라도 행복하다.

2007/06/13 19:13 2007/06/1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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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ihoon | 2007/06/14 00:1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예전엔 시작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시기를 떠올리면서...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음에 의미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말도 안 되는 의미라고 무시하진 말아줘....... 제발...... ㅋㅋ

  • 선영 | 2007/06/14 19:5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녜요 ㅎㅎ 오빠말이 맞아요~ 한때는 '내가 과연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는 있는걸까?' 하는 생각도...
    하하 오늘 학교 이틀째 갔는데 아직도 놀러가는거 같아요~ 벌써 애들이랑 수다떨고 있고 -_+
    아 글구 요즘 치훈오빠가 제 홈피 댓글 일등이에요!
    언제 댓글순위매기기라도 해서 선물을 걸까요 후후

  • Chihoon | 2007/06/16 03:03 | PERMALINK | EDIT/DEL | REPLY

    간만에 일등해 보는구나....ㅋㅋ
    무슨 선물 줄 거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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