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 유쾌한 유령 :: 2007/05/2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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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 유쾌한 유령 >
2007. 5. 25 대학로 블랙박스 씨어터, 혜갱이랑.

  서울대공원에서 동물들이랑 천진난만한 시간을 보내다가;; 지하철 타고 혜화역으로 가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다. 저녁 8시 공연인데 대학로에 도착했더니 7시 45분이었고 소극장 찾느라 헤매다가 시간 좀 날리고 간신히 찾았더니 입장 5분전이었다. 그런데 배가 고팠다... 짧은 시간 동안 머리속으로 수많은 고민을 하다가 근처에 KFC로 뛰어가서 징거버거세트 시켜서 둘이서 5분만에 다 먹어치우고 다시 소극장으로 갔다. 그나마 다행히 소극장답지 않게 좌석이 지정석이었고 난 미리 예매해놔서 맨 첫줄 가운데에 앉을 수 있었다. (왜 이럴 때 괜시리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 확실히 난 사악한 면이 좀 있다...) 이상하게 대학로에 연극보러 올 때면 극장에 제 시간에 가는 법이 없다. 맨날 헐레벌떡 뛰면서 급하게 저녁먹고 극장 못찾아서 헤매고... 길치인가 -_-ㆀ

 희극 치고는 그렇게 많이 재밌는지는 모르겠는데, 계속 웃음을 자아내는 연극이었다. 순간순간 적절한 타이밍과 행동과 말대답으로 웃기게 만드는 면에서는 연극 라이어와 약간 닮았다. 특히 소설가 루스의 전 아내인 엘비라의 유령과 두번째 부인인 루스와 이렇게 셋이서 같이 있을 때 더욱 그랬다.

  그나저나 엘비라가 등장했을 때 놀랬다. 일단은 베란다의 커텐을 열면서 스르륵 등장하는데 순간적으로 "와 너무 예쁘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얼굴이 온통 하얘서 무섭긴 했지만... 사실 얼굴이 인형처럼 예쁘다기보단 분위기가 그랬다.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다. 동작 하나하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또렷하고 명확하게 들리면서 관객들에게 화살처럼 전달되는, 한마디로 '꽂히는' 기분. 울 극회에서 이런 사람은 내 기억에 딱 한명 있었는데 그 사람이랑도 이미지가 비슷했다. 반면에 이 연극에 등장하는 또다른 한 명은 비중이 꽤나 컸는데도 발음이 입 안에서 안나와서 내가 맨 앞줄에 앉아 있었는데도 말이 조금만 빨라지면 알아먹기가 힘들었다. 슬픈 일이야. 예전같으면 아무 생각없이 연습부족이라고 했을 텐데, 요즘은 이런 게 결국 타고난 거지 싶다. 그런 거지 뭐.

  강신술을 하던 아줌마(?)인 아르카티는 정말 특이한 캐릭터라서 그런 캐릭터를 지켜본다는 자체가 즐거웠다. 마치 영화배우들이 "이런 배역을 한번쯤 해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할 듯한 그런 느낌. 어떻게 강신술을 그런 식으로 해석해서 만들 생각을 했을까. 역시 연극이 가진 매력 중 하나는 상식을 깨는 즐거움이다.

  요즘은 영화보다 연극이 더 재밌다. 영화가 너무 볼 게 없어서인지도 모르지만. 캐리비안의 해적은 맨날 매진이고 슈렉은 아직 개봉을 안해서 아무래도 당분간은 연극에 매진해야 할 듯. 학교에 다시 끌려가기 전까지 미친듯이 제대로 놀거야... 연극 나무물고기도 재밌다던데. 요즘 마침 연극공동체 소극장 네트워크 페스티벌도 한다. (페스티벌이라는데 입장료가 그닥 싼 거 같지는 않다;;) 학교 안 가니 시간이 남고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해서 좋다. 먹고 살 길만 생기면 이대로 계속 학교 안 가도 좋을 거 같아.

2007/05/26 00:03 2007/05/2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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