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 Mess :: 2007/05/22 23:09

생활 자체가 엉망이다 마음도 엉망이다
둘 중에 어느 게 먼저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둘 다 엉망이다

밤낮으로 열두시간 넘게 자는데 자는 내내 악몽에 시달린다
안 자려고 버텨도 결국 어느샌가 잠들고 만다
힘들다 못해 이젠 짜증까지 난다. 대체 언제쯤 이 악몽들이 끝날지...
아침에 도저히 일어날수가 없어서 계속 운동하러 안갔다 
수영강사랑 요가강사한테 전화까지 왔다 왜 안오냐고;
오늘은 화요일이라 서강대 성서모임에 갔어야 하는데 아예 잊어먹고 있다가
저녁에 도서관에서 돌아오면서 생각해 냈다
막상 도서관에 갔지만 심란한 마음에 아무것도 들어오질 않아서
감염학책이랑 족보 펼쳐놓고 삼십분 동안 앉아서 한 페이지를 계속 쳐다보다가
짜증나서 책 사물함에 박아놓고 집으로 와버렸다

고비 하나를 넘겨서 적응할만 하면 다른 게 또 찾아온다. 어쩌면 원래 사는 게 그런 건지도 모르지...
그래도 맘에 안 드는 건, 남들처럼 평범하고 일상적인 걸로 좀 고민해봤으면 하는 거.
누가 나한테 했던 말처럼, 나도 성적이나 동아리나 남자친구 문제 같은 걸로 좀 힘들어해봤으면 좋겠다 싶은데
막상 그런 건 내가 남들 상담 다 해주고 내 자신은 그런 거랑 상관없는 이상한 것들 때문에 속썩여야 하다니.
남들처럼 일상적인 고민들이 날 괴롭히면 선배나 친구들이 날 도와줄 수도 있을 거 아냐.
이런 건 어디가서 말할 수도 없고 참;;

원래 사는 건 그런 거라는, 영원히 죽을 때까지 그럴 거라는, 누군가의 대답.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미리 겁먹고 울고 걱정하지 말기.

본과 1학년을 세 번째 하는 건 별로 겁나지 않지만,
낯선 사람들과 함께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새로운 생활
그 동안 쌓아뒀던 인간관계가 모조리 사라지고 그래서 다시 새로 다 시작해야 하는 것도 이젠 지겹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 시험 전날 자판기 커피를 계속계속 마시면서 자학실에서 밤새 외우는 것도 무덤덤하지만
이혜연 선생님께 깨지면서 해부실습대 한켠 구석에 티슈를 쌓아 가며 하루 다섯시간 해부실습도 모자라
저녁까지 밤까지 이어지는 엑스트라에 그 다음날 아침 해부실습 쪽지시험 준비도 그러려니 하지만

그렇지만 제일 걱정되는 건, 나도 이젠 지쳐버렸다는 사실...
더 이상 생활이 열정적이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고, 그러기엔 너무나 지쳐버렸어.
'의무감'이 이끄는 생활은, '재미'만큼 큰 원동력을 주진 않는다

어쩌면 모든 생활을 '재미'로만 생각해 온 나에게 있어 원론적인 문제인지도 모르지.

2007/05/22 23:09 2007/05/2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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