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랑 시루랑 나랑, 셋이서. :: 2007/05/20 01:32

성화랑 연시루랑 나랑 셋이 오랜만에 모였다
정원이랑 성연이도 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비.
예과 땐 같이 재밌게 몰려다녔는데 본과 와서 다 흩어졌다
나는 1학년 시루는 2학년 성화는 3학년. 골고루 다 있구나;;

"많이 변했네~" 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셋 다 그대로다
슬프게도 남자친구 없는 것도 그대로다; 그나마 소개팅 잡힌 모모씨는 다행이고.
뭐하고 지냈냐는 질문에 정말 할 말이 없었다. 나 그동안 뭐했지? 나도 잘 모르겠다
겨울은 소리소문 없이 지나가고 정신차려 보니 3월이고 좀 놀다보니 5월이네.

학교 이야기중에 단연 젤 재밌는건 실습 도는 이야기랑 커플들의 변천사 이야기다
성화의 엄청난 내공으로 pulmo와 infection 사이에서 운좋게 방치(?)된 이야기도 듣고
영어로 해야 하는 저널 발표들 때문에 가끔 꽤나 걱정한다는 말도 하고
그동안 말리그들한테 당한 것들 말하면서 마음 좀 달래고
(자신의 숙제를 학생에게 대신 시켰다던 - 그것도 당일치기로 - 예현이의 경험은 듣는 나조차 안돼보였다
 기껏 해갔더니 이렇게 영어가 많이 들어가게 하면 어떡하느냐는 핀잔도 들었다지;;; )

극회 사람들이 내 행방에 대해서 궁금해한다는 소식을 시루가 해줬다
오랜만에 극회 홈피 가봤는데 여전하다. 산만하고 정신없고 관극 공지들과 함께 사조직들이 생기고 사라지고...
권인규선배님 이번에 결혼하시고 같은 날 진영선배랑 경운언니도 결혼한다기에
경운언니 결혼식 가보려 했는데 - 동문회관이라서 - 한번 더 생각해 봐야겠다
내가 여섯달만에 나타나면 엄청난 질문 세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겠지...
안 그래도 내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 온갖 추측들이 난무(?)한다던데.

셋이서 이야기하면서, 학교에서 나온 동안 내가 많이 변했구나 싶었다
의대 밖의 사람들을 그 동안 계속 만나와서 그런지 내 전공을 보는 시각도 꽤 바뀐 거 같다
예전엔 학교 졸업하고 면허 따고 인턴에 레지로 임상을 가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고 전혀 의문도 갖지 않았는데
지금은 꼭 그 길 말고도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게 된다
그리고 임상을 가기 싫다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그렇다고 기초로 갈 것도 아니면서.
내가 좋아했던 건 결과가 아닌 과정이었다. 공부가 좋았던 거지, 임상이 좋았던 건 아니었다
그래서 카이스트에서 의대로 갑자기 진로를 전환했을 때 별로 거부감이 없었나보다
생물학이랑 의학이랑 어느 정도 겹치는 면이 있었으니까. 여전히 랩에 남아있는 건 싫지만.
전공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에서 벗어나 비판적인 면도 생겼다

고민은 하되, 거기서 끝내야지. 어차피 시간이 흘러간 뒤 적절한 시기가 와야 결정을 내릴 수 있을테니.

아까 점심 먹고 커피빈에서 수다떠는데 차이라떼랑 아메리카노중에 고민하다 아메리카노 시켰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뭔가 싱거워서 더블샷으로 했는데 문제는... 좀 지나니 속이 꽤나 아프다는 거
이거 정말 평생 속썩일 거 같다. 거실 어딘가를 뒤져보면 약이 나오긴 할 텐데 귀찮아서 몸으로 때웠다.
병원은 가기 싫고 - 신촌에 피부과 성형외과는 널렸어도 내과 같은 건 거의 없다 - 시간이 해결해주려나.
건강했던 식습관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요즘 다시 맵고 짜고 달고 카페인 섞인 것만 찾는다.
정원이 말처럼. 먹는 건 감정하고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그 연관성을 끊으면 되겠지만. 말이야 쉽지;

2007/05/20 01:32 2007/05/20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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