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이 영화 별로라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봐서 그닥 기대도 안 했다. 오히려 영화 시작하기 전에 광고로 나오는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Pirates Of The Caribbean : At World's End)가 더 기대됐다. CSI 시리즈와 저번 겨울에 영화 데자뷰를 만들었던 제리 브룩하이머 사단이 만들었고 조니 뎁과 올랜도 블룸이 나온다는 그 영화. 이미 그거에 마음을 뺏겨버렸는데 아무리 거미가 빨갛고 파란 화려한 껍질을 쓰고 있어도 눈길이 가겠어...
나한테는, 이 영화가 Supernatural과 Superman과 Prison Break와 HIT를 섞어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다. '더 보기' 클릭하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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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은 수퍼맨처럼 영화 내내 영웅으로 등장하고, 감옥에서 탈출한 죄수는 Prison Break에서처럼 경찰들에게 계속 쫓긴다. 여기서 웃겼던 건 이 죄수가 모래괴물로 변한다는 설정이었다. Supernatural과 너무 비슷한 이미지였다. 괴물도 그렇고, 하수구로 다닌다는 거도 그렇고.
일단 헷갈렸던 건, 현실과 영화의 경계가 애매모호하다는 거였다. 분명히 좀 전에는 거미줄이 칼로 댕강 힘없이 잘려나갔는데 다음 순간에는 엄청 튼튼하게-무슨 밧줄처럼-매달려 있고, 스파이더맨은 칼에 찔려도 안죽다가 그냥 손으로 바닥에 내팽겨쳐지니 정신을 못차리고... 그랬다. 하지만 이런 영화 보면서 이런걸 다 따져가며 보는 것도 참 웃기다. 그냥 즐겨야지 뭐.
좀 지루했다. 악당 한 명이 처치되고 나면 아 끝났구나 생각하는데, 또 다시 다른 악당이 등장하고 그럼 스파이더맨이 또 해결해주고 영웅이 되고 그리고 나면 역시나 나쁜놈;;이 등장하고... 마지막엔 둘이서 힘을 합쳐 대적하는데 이게 뭐 권선징악 장려하는 교육용 비디오도 아니고.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 너무 한꺼번에 많은 걸 담아내려고 하다가 결국 이도저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멜로물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니고 액션...이라고 하기엔 거미줄이 가진 한계 때문에 액션도 그리 화려하지 않고 마지막에 끝날 때쯤 이런저런 의미심장한 말들이 나오는데 그닥 영화 내용이랑 잘 맞아 떨어지지도 않고. 그래서 결론은 이 영화에서 볼만한 거라곤 고도의 CG로 무장한 화려한 액션 정도?!
스파이더맨1은 봤는데 내용이 하나도 기억 안나고 스파이더맨2는 아예 안봐서 내용이 좀 헷갈렸다. 그냥 대충 내 맘대로 짐작하면서 봤다. 보면서 쓸데없는 궁금증들이 많이 들었다. 저 거미옷은 옷 위에 겹쳐 입는걸까 그냥 입는걸까? 지퍼 같은 게 없던데 어떻게 입을 수 있지? 저 옷 재질이 뭘까나. 고어텍스? 아... 난 너무 쓸데없는 거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스파이더맨인 토비 맥과이어(Tobey Maguire)가 나한테는 Grey's Anatomy의 George와 너무도 비슷하게 보였다. 키 작고 통통하고 목소리 비슷하고 무엇보다 그 인상적인 쌍꺼풀!! 영화 보는 내내 그 생각 하다가 결국 집에 와서 인터넷 뒤져봤는데 토비가 그레이에 출연하지는 않았다. 내가 착각했나보다. 그래도 조지 생각이 계속 나서 별로 Hero 분위기를 느끼기가 힘들었다. 조지가 막 영웅 노릇을 하면서 사람도 구한다는 거. 조지의 캐릭터와 전혀 안어울린다... 그래도 마지막에 옷 제대로 걸치고 나니 토비도 나름 멋있게 보였다. 역시 사람은 옷이 날개야. 어떤 사람들은 화장도 날개라고 말한다...
뉴욕이 배경인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진다. 유럽의 도시들처럼 그곳도 과거와 현재의 문화가 잘 어우러져 있고 미래의 문화들이 태어나고 있는 게 느껴진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섞여 있는 곳. 모마(The Museum Of Modern Art)도 가보고 싶다. 현정이 홈피에서 보고 알았다. 게르니카와 수련 시리즈가 거기에 있었구나. 제은언니가 저번 여름에 갔다와서 좋았다고 하던데.
그나저나. 피터가 살던 그 방, 체코 프라하에 있을 때 잤던 유스호스텔 방이랑 비슷한 이미지였다. 거기 예약할 때는 그렇게 심한 곳인줄 전혀 몰랐는데... 막상 도착해서 그 가방 끌고 헤매다 헤매다 도착했을 땐 너무 지쳐서 불평할 기운도 없었다. 우리보다 먼저 온 두 남녀는 낮이었는데 아주 기본적인 옷차림;으로 자고 있었고. 건물도 방도 창문들도 오래되고 낡았던 곳.
스파이더맨4도 나올까? 확실한 건, 이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스토리는 탄탄해지기 힘들다는 거. 이번 편도 결국 스파이더맨이 계속계속 등장하는 다양한 특징들을 가진 악역들을 물리치는 걸로 이야기를 채워나갔는데( + 매리제인과의 관계도 좀 나오긴 하지만) 결국 다음 편도 좀 더 색다른 악역들을 등장시키는 거 말고는 다른 게 없을 거 같다. 아님 반대로 스파이더맨을 죽이고 새로 다른 거미를 만들어버려?!
sunsubs
2007/05/19 00:57
2007/05/19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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