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춘천으로 나들이. :: 2007/05/19 00:35

하나언니랑 성식오빠랑 치훈오빠랑 넷이서 일주일 전부터 계속 고민했다. 이번 금요일에 어딜 갈지.
처음엔 내 의견대로! 성식오빠네 앞마당인 에버랜드를 가기로 했었지만
비가 온다는 기상청의 예보 때문에 오늘 아침 하나언니의 차에 넷이 탄 상태에서 의논을 거듭했다
하필이면 기상청 예보도 참 애매했다. 비는 5-10 mm 올거고 비올 확률이 40% 였던가?
에버랜드에 전화까지 해서 오늘 개장하냐고 물어봤다;
개장하지만 비 많이 오면 문 닫는다는 너무나 교과서적인 대답...

춘천에 가서 닭갈비를 먹고 강촌에서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가는 동안 날씨가 흐리기만 하고 비는 별로 안 왔다
날씨가 이렇게만 가준다면 오히려 놀기에는 더 좋다 너무 덥지도 않고.

하나언니도 운전 잘하는데 성식오빠도 능숙하다.
거기에 길눈도 정말 밝다. 길치인 나로서는 그저 부러울 뿐.
셋이서 네비게이션을 당연하다는 듯 티비로 설정해두고 보면서 갔다
길이 좀 막혀서 두시간 약간 넘게 걸렸다

일단 닭갈비를 먹으러 갔는데... 원래 이런게 다 그렇듯이 한 골목 전체가 '원조' 간판을 달고 있다
재밌어서 좀 살펴봤는데 다들 KBS, MBC, SBS 출연은 기본이고 50년 원조, 55년 원조, 73년 원조까지 보였다
아니 그럼 내년에는 1년씩 더해서 간판을 바꾸는 거야? 게다가 73년 원조면 한국전쟁 이전부터 가게 문 연거야?!
사실 나주에 살 때 나주곰탕 식당들도 비슷한 간판들 달고 있는 걸 많이 봐서 이상하진 않았지만
이 중 어떤 집이 맛있는지 고르는거는 현지인이 아닌 뜨내기들에게는 로또 비슷하다
다행히 우리가 들어간 집은 맛도 괜찮았고 아줌마도 친절하셨다. 다만 거기서 시킨 막국수는 별로였다;

춘천에 왔다는 증거를 남겨야 된다며 조각공원으로 갔다
역시 거기 있는 조각들 앞에 서고 껴안고 매달리고... 이러면서 계속 디카로 찍어댔다
성식오빠 포즈랑 표정이 거의 극회인 수준이었다... 하나언니랑 나랑 너무 웃겨서 계속계속 웃었다
공원 옆에 있는 강(북한강일까? 잘 모르겠다;)에 보트타는 게 있길래 탈까 말까 이러다가 타기로 했다
오리보트 말고 노 젓는 보트가 있길래 둘씩 탔는데...

오빠들 둘이서 노를 젓는데 그게 보기만큼 쉬운 게 아니었다
성식오빠랑 하나언니가 탄 배는 그래도 잘 나가는데 나랑 치훈오빠 배는 속도가 잘 안 났다
그리고 이게 사람이 조금만 움직여도 막 무게중심이 흔들리면서 뒤집어질 거 같은 느낌이다
사실 다들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서 빠져도 별 문제는 아니지만;
넷 중에 수영 못하는 사람이 딱 한명 있었다 그리고 해군 출신이었다 그래서 내가 계속 물어보면서 놀려댔다
오빠 해군이면 처음에 들어가면 수영 가르쳐주지 않아요? 물었더니
 5 m 풀에서 구명조끼 입은채로 집어넣고 물에 뜨는 법만 가르쳐준다고 했다. 그렇구나;;
그럼 오빠 고무보트도 안 타봤어요? 여러 명이서 같이 노저으면서 타는거요. 안타봤어...
흠. 난 걸스카우트 하면서 초등학교 때 타본 거 같은데. 별로 도움도 안 되는 걸 왜 했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강을 돌면서 수다떨고 사진찍고 저녁밥걸고 내기도 하고 한참 노는데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막 쏟아졌다
다리 밑으로 비를 피하려는데 거기까지 가는 동안 비를 꽤나 많이 맞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좀 정상으로 돌아왔구나. 비를 맞는 게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이야 이 기분.
서울이었다면 산성비 생각에 좀 찝찝했겠지만, 여긴 춘천이고, 비도 시원하게 소나기처럼 왔다.
빗방울이 살에 닿는 느낌이 좋았고 수면에서 튕기는 소리와 느낌이 좋았고 비 특유의 향기가 좋았다

치훈오빠랑 나랑 자리를 바꿔서 내가 노를 좀 저어봤는데 보기보다 엄청 어려웠다
결국 좀 하다가 다시 오빠한테 넘겨줬다. 성식오빠가 요령을 가르쳐줬는데 머리랑 몸이 따로 놀아서...
방향조절이 맘대로 안되서 강가에서 낚시하는 아저씨들한테 몇 번 소리들었다;;;
오리보트보다 노보트가 훨씬 더 재밌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다음에 날씨 좋을때 한번 더 타봐야지.

비가 계속 와서 강촌에 자전거타러는 못 가고 춘천 시내로 가서 영화봤다
마침 프리머스가 있어서 스파이더맨3 봤는데 뭐. 그저 그랬다.
이게 어떻게 전국 상영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수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후. 우린 모이면 항상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고 이야기하다 늦게 헤어지지만
그만큼 넷이 같이 있으면 재밌고 좋다는 거니까.
그리고 늦으면 하나언니가 우리집까지 태워주셔서 감사하다. 오늘도 그랬고.
담번 모임에 맛있는 거라도 만들어갈까나.

2007/05/19 00:35 2007/05/19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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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ihoon | 2007/06/25 22:3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늘에서야 이글을 발견했군.... -_-

    난 공군을 갔어야 했어...

    그래야 최소한 하늘을 못 나는 거에 대한 질책은 안 받을 거 아냐...ㅋㅋ

    근데, 요즘 댓글이 안 달리던데 여긴 잘 되네... 쩝..

  • 선영 | 2007/06/26 21:06 | PERMALINK | EDIT/DEL | REPLY

    누가 하늘을 날아요 ㅋㅋ 그건 제가 할 일이에요 ㅎ
    요즘 제 글에 댓글 달리는 게 싫어서 제가 안 달리게 설정해 놨거든요. 옛날 글에는 달리지만.
    그냥 제 글을 제가 쓸 때 느끼던 그 감정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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