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 2007/05/17 05:36

12시에 집을 나섰는데 분당 갔다가 다시 신촌에 도착하니 저녁 7시반이다 지쳐버렸다

검사 때문에 좀 일찍 출발하긴 했지만 7시간과 교통비 5200원과 병원비 57040원을 길바닥에 버릴 만큼

이 일이 가치가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검사를 아침에 했어야 한다는 사실을 진료받으면서 알았다

내가 식전 검사 아니냐고 물었을 때 열라 거만한 태도로 "아무때나 해도 되요"라고 했던 외래 스테이션의 간호사

절대 잊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누군지 기억이 안난다. 냅두자. 검사비 5만원만 날렸군

차라리 아침 9시에 왔다면 오후 외래 때까지 친구 불러서 밥먹고 영화나 하나 때렸을 거 아냐

시끌벅적한 자바커피에서 책 붙들고 시간 때우는데 정말 미치겠더라

이틀 전에 12시간동안 밤새 대화하면서 겨우 끌어올렸던 기분, 오늘 다시 다 망가졌다

데드라인은 얼마 안 남았고 할일은 쌓였고 시간은 부족하고 몸은 계속 피곤하고

중요한 일부터 하고 나머지는 버려야 한다는 걸 알지만 문제는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다는 거

막상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일에 시간을 다 빼앗기고 있다 맙소사

가치관의 문제다 요즘 가치관이 완전히 망가지다 보니 중요한 게 뭔지 헷갈린다

스트레스 받으면 카페인이 당길 수도 있다는 걸 오늘 느꼈다

자바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 다음 세븐일레븐에서 캔커피를 마신 다음

외래 끝나고 또 캔커피를 사서 서울 오는 버스에서 내내 물고 있다가

신촌에 와서 렌떼에서 관형이 만나면서 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마지막 걸 마시고 나니 피곤이 가시면서 기분이 좀 나아졌다

하지만 자바에서 시켰던 치즈케익은 반도 못 먹고 남겼다 신기했다

그닥 하는 일도 없는데 요즘 계속 살이 빠지고 있다

운동보다 편두통이 다이어트에 274.39280배 더 효과있다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

관형이와 이야기하면서 하루빨리 이 나라를 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학연수를 가려고 했지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여행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여행을 한다고 하면 아무도 찬성하지 않겠지. 어학연수를 핑계로 한 여행을 가야겠다

정인혁선생님이 요즘 파란가운을 입고 다크템플러처럼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 병리학 땡시를 테러내놔서 병리 레지던트가 교수한테 엄청 깨졌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본1의 시험이 좀 줄어들었다는 게 맘에 들었지만 해부 엑스트라는 더 늘어났다더라

고대 애들은 영어만 외우고 엑스트라 따위는 없다던데 아 고대로 갈 걸 그랬다

피비엘 숙제하면서 정형외과학책에서 팔신경얼기를 찾는데 그런 단어가 아예 없어서 초난감했다

대체 상완신경총을 팔신경얼기로 바꿔놓으면 어쩌란 말이냐 딴딴눈알은 또 뭐고

서울 오는 5500-1 버스에서 창가에 부딪히는 빗방울을 보며 mp3p로 재즈를 듣는 게 꽤 기분이 좋았다

예전에 지현언니가 재즈를 좋아하던 게 이제 이해가 간다 언니가 보고 싶다

그동안 계속 고민하던거 오늘 집에 걸어오면서 결심했다

개강하면 바로 신촌 로컬로 병원 옮겨야지 학교 다니면서 그쪽으로 가는 건 절대 불가능이야

요즘 계속 바쁘고 고단하고 스트레스받고 제멋대로 자고 제멋대로 일어나니

마치 본1 생활하는거 같아서 가끔씩 섬뜩하다

집에 와서 미드를 틀어놓고 저녁을 먹었다 오늘 처음 먹는 밥인데 별로 배고프지도 않다

뭔가 밥을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먹는 건지도 모르겠다

효진이가 새로 밥을 해놨다 아무래도 밥은 나보다 효진이가 더 맛있게 잘하는 거 같다

미드가 없다면 아마 알콜 없이 사는게 불가능했을지도 몰라 그나마도 요즘은 하루 하나 보기도 힘들지만

고등학교때부터 내가 꿈꿨던 건 돈 잘벌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좋은 대학 가거나 이런게 아니라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거였다 수능봐서 대학가서 4년뒤에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평범하고는 거리가 먼 생활인거 같다

재수한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친구들은 다들 졸업해서 취직하거나 고시준비하는데

나는 아직 학생이고 그것도 졸업하려면 4년이나 남았다 아님 5년?

남들은 학생일때가 좋다 하지만 어차피 고생인거 돈 쓰면서 고생하는 거보단 돈을 버는 쪽이 낫겠지 싶다

사람 앞일은 아무도 모른다는 걸 알긴 하지만 가끔씩 절실하게 와닿는다

내가 처음 본1이 됐을때 얼굴도 이름도 낯선 두 학번 위 선배 몇 명이 같은 교실에 있는 걸 보고

한 학번도 아니고 두 학번 아래 애들이랑 적응해서 같이 살려면 참 힘들겠다 생각했는데

내가 그런 처지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나 참

MOAS, mother of all secrets,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숨겨야 하고 그렇지만 말하고 싶고

말하고 나면 마음이 편할지도 모르지만 가족이나 친구나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거

그나저나 일 좀 끝내놓고 노트북 켜서 홈피 관리페이지 들어가니 카운터가 엄청 높다

내 홈피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난 이올린에 퍼블리시도 거의 안하고 방명록에 남겨진 글도 없는데

게다가 일부러 카운터도 안보이게 설정해놨는데 눈팅하고 가는 사람들이 꽤 있나보다

이렇게 그닥 한 일도 없이 오늘 하루가 훌쩍 지나가버렸다

2007/05/17 05:36 2007/05/17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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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밀방문자 | 2007/05/17 16:11 | PERMALINK | EDIT/DEL |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선영 | 2007/05/18 00:0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응. 지쳐도 할 일들이 있으니 정신차리고 해야지.
    하지만 투자한 시간에 비해 소득이 없으면 뭔가 아쉽고 허전해.

  • 기묜종 | 2007/05/18 09:10 | PERMALINK | EDIT/DEL | REPLY

    다크템플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딴딴눈알은 녹내장이야?? 그럼 백내장은 흐릿눈알인가.;;;;;

  • 선영 | 2007/05/19 01:34 | PERMALINK | EDIT/DEL | REPLY

    녹내장 맞아; 안그래도 백내장은 뭘까 우리도 이야기했었는데 모르겠어;
    얼마전에 헬스장 갔다가 '광배근'을 보고 이게 뭘까 30초동안 고민하다가 깨달았어. 넓은등근이더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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