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발치했다 :: 2007/05/04 18:44

오후에 세브란스 치과병원에 가서 오른쪽 사랑니를 뺐다
개인적으로 세브란스 치과병원 좋아한다
다녀본 대학병원들 중에서 예약제도가 멀쩡하게 돌아가는 유일한 곳.
진료예약해놓고 그 시간에 가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진료받을 수 있다
게다가 진료비도 로컬에 비해 그닥 비싸지도 않다
(단, 원내생진료는 좀 모험이라 생각된다;)

엄마아빠는 사랑니가 두 개밖에 안 나고 그나마도 잇몸 위로 똑바로 나와서 쉽게 뽑으셨다던데
나는 어찌된 게 사랑니 네 개가 잇몸 속에 옆으로 고이 누워 계신다;
자꾸 앞에 있는 어금니 뿌리를 밀고 들어가서 아프고 치열도 비뚤어지고...
첨에 파노라마 찍기 전에는 사랑니가 하나도 안 나길래 난 남들보다 진화됐나봐 이랬는데
알고 보니 네 개 아주 속 썩일 위치에 누워있다. 로컬에 가니 아무도 안 빼 주고 무조건 대학병원 가란다.
어쩌면 난 남들보다 진화가 덜 된 건지도 몰라 -_+

저번에 2시간에 걸쳐 오른쪽 두 개 빼주던 레지샘이 빼는 내내 간간히 한숨을 쉬며
"정말 다시는 하고 싶지 않네요"라고 몇 번 말한 뒤
다음에 왼쪽은 누가 해 주실지 궁금하다고 말했었다
나도 궁금했다. 그 불운(?)을 누가 당하게 될지... 다행히 같은 분은 아니었다 허허 -0-

왼쪽 마취해놓고 레지샘이 딴 데 간 동안 너무 심심해서 옆에 있던 실습생한테 말을 걸었다
동욱오빠 이야기를 꺼내서 한 30초 말했나?
뒤돌아보니 어느새 레지샘이 도로 와 계셨다. 헉. 순간 움찔했다
나야 뭐 괜찮은데 실습생 얼굴이 완전 굳었다. 너무 미안했다;;;

원래 성격이 그런지 그 일 덕분인지 수술 하는 내내 레지샘이 까칠한 모습을 보이신다
거기다 저번때처럼 턱이 아파서 입을 잘 벌릴 수가 없으니 시야 확보가 안되서 더 힘들어 하신다
결국 바이터블럭을 또 물고 나머지 수술을 끝냈다.
그나마도 첨에 샘이 큰 거 물렸을때 너무 아파서 비명을 지르고 내 손으로 직접 뺄 뻔 했다 ㅜㅠ
다시 작은 걸로 바꿔서 물고 나머지를 겨우 끝냈다
끝나고 나서 샘이 갈고리처럼 구부러진 아래쪽 사랑니 뿌리를 보여주셨다
파노라마에서 본 거보다 두 배쯤 더 굽었더라; 각도 차이 때문일까?
그리고 나서 입 안의 느낌이 이상해서 꺼내서 봤더니 피 묻은 사랑니 조각이었다; 이런 -_-ㆀ

진료 끝나고 그 실습생이 수술하는 내내 잘못한거 지적당한게 마음에 걸렸는지
나한테 "죄송합니다" 이래서 양심에 좀 찔렸다; 내가 오히려 미안하다고 조용히 말해주고 나왔다

며칠 지나면 한쪽 얼굴이 제대로 부어오를 텐데. 난 그래도 예정대로 밖에 나가서 놀 건 다 놀아야지.
사랑니는 이제 영원히 안녕인데 막상 턱관절은 저번에 교통사고 난 뒤 뭔가 이상해진 거 아닌가 좀 불안하다
막상 그때는 보상금 받아놓고 용돈 생겼다고 좋아했었는데 에휴.

그나저나 요즘 병원비 참 많이 나간다; 소현언니가 말한 영국의 의료시스템이 부럽다.

2007/05/04 18:44 2007/05/0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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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2007/05/04 21:12 | PERMALINK | EDIT/DEL | REPLY

    많이 아프셨어요??
    전 치과가 무섭다는..ㅡㅡ;;

  • 선영 | 2007/05/04 22:0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어 난 좀 특이해서 치과는 하나도 안무섭고 대신에 병원 엄청 싫어해.
    특히 주사바늘에 찔리는 거 싫어. 근데 실습 때 남 찔러주는 건 잘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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