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 이름을 찾습니다 :: 2007/05/0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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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 이름을 찾습니다 >
  2007. 5. 1 대학로 소극장 축제, 경진과.

5월 1일은 노동절이라서 병원도 휴무이다. 경진이가 요즘 영동 실습 도는데 시간이 난다고 해서 같이 뭐하고 놀까 궁리하다가 이 연극을 발견했다. 네이버에 새로 가입한 카페에서 이 연극이 앵콜 연장 공연중인데 이벤트로 카페 회원들에게 1+1, 그러니까 한 사람 티켓만 사면 두 사람이 볼 수 있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그게 내가 이 연극을 선택한 유일한 이유였다;

난 처음 들어보는 연극인데 타이틀은 화려했다. 거창국제연극제 대상, 희곡상, 여자연기상 그리고 문예진흥원 신진연출가 지원금 대상작이라고 팜플렛에 적혀 있다. 기대되는 한편 걱정도 됐다. 난 상 받은 작품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영화는 그랬다. 특히 김기덕 감독 같은 사람들의 영화는 분명 좋은 작품이지만 보는 동안, 보고 나서도 개운치 않다.

어느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아늑한 소극장, 반전이 뒷받침한 탄탄한 시나리오, 배우들 셋 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연기력, 연출된 웃음이 아닌 캐릭터 자체에서 배어나오는 슬픔과 기쁨들, 무대와 음향... 배우는 단 세 명 뿐이지만, 극장 안의 공기는 연극 내음새로 꽉 채워진 듯 느껴졌다. 난 영화나 연극을 보면서 잘 울지 않는데 (그래서 한동안은 내 감정이 메마른 게 아닌가 생각했다;) 이번엔 보는 내내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했다. 행복함이 느껴지다가, 한순간 서럽다가, 다시 웃다가... 한시간 반 내내 완전히 몰입했다.

네이버 같은 곳에서 영화평, 연극평 남길 때 사람들이 강추,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제일 좋았어요, 감동적이었어요 이런 말 남기면 정말 상투적이라 생각했고 알바생이 남기는 홍보용 멘트라고 넘겨버렸다. 하지만 이 연극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남겨도 부끄럽지 않을 거 같다. 꼭 한 번 볼만한 연극이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작품이라고. 최소한 나에게는...

연극이 펼쳐지는 동안 무대를 보면서 무대 위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오래된 추억인데, 망각이라는 안개에 가려 좋은 일들만 행복한 기억만 떠오른다... 막상 그 치열했던 여름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는데... 처음으로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도 마셨고 배우 대 배우간의 캐릭터 관계는 사람과 사람사이 연결로 이어지고... 암전이 오고 무대 이곳저곳에 야광스티커들이 달려있는 걸 보면 암전 때 이것저것 소품을 들고 위치를 옮겼던 생각이 나고, 파란색 박스조명이 밝아지며 두칠이가 혼잣말을 할 때면 사다리에 올라 바에 조명을 달고 공연때 조명키에게 큐사인을 줬던 기억들이 떠오르고... 내 원래 계획은 올해 여름에 무대에 서는 거였는데. 하지만 결국 난 올해 2학년이 되지 못했으니 그 계획은 잠시 접어야겠다. 그래. 원래 사는 건 항상 마음먹은 대로만 잘 흘러가는 건 아니잖아. 미련은 남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유난히 이런저런 생각과 여운을 남겨 준 연극이었다.

2007/05/01 23:04 2007/05/0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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