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도피 :: 2007/04/29 22:50

일어났는데 아침 10시였다
역시 어제처럼 꿈속에서 시달리다 눈을 떴다
어디선가 진동이 들린다
가방에 박아놓은 핸드폰을 꺼내서 본다

오늘 10시에 혜화동에 갔어야 했는데 까맣게 잊어먹고 있었다
주섬주섬 챙겨서 지하철을 탔다
혜화역에 도착했는데 막상 폰을 집에 두고 왔다
동성고까지는 갔는데 거기서부터 길을 모르겠다

어디로 가야 소현언니를 만날수 있나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가방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폰을 가져왔는데 착각한거다
리허설은 이미 끝났고 언니한테 대충 설명을 들었다
그날 와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뭐.

언니는 분기말 때문에 자학실, 나는 중도에 간다.
가기 전에 푸드코트에서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소현언니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고마워요. 흔들리는 날 붙잡아줘서.
당당해지라고, 강해지라고, 모질게 말해줘서.
언니도 이제 그만 아프고 힘내요...

오후 내내 잡념에 시달린다
여권과 배낭 하나만 챙겨들고 훌쩍 떠나고 싶다
이미 여권도 있고 비자금도 있으니 짐만 챙기면 떠나도 된다

피카딜리 서커스에서 빨간 2층버스를 타고 싶고
유리 피라미드 옆 분수대에 기대 누워 햇빛을 쬐고 싶고
야간기차 2층침대에 누워 일기를 쓰고 싶고
젤라떼리아에서 종류별로 골라먹고 싶고
시칠리아의 바다에서 모래사장에 누워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보고 싶다

현실에서 잠시만 벗어나고 싶다
그게 도피일지라도, 도피하는 동안만이라도 행복할 수 있으니까.
도피를 끝내고 나면, 다시 힘을 낼 수 있을 거 같아.

2007/04/29 22:50 2007/04/2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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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놓고 있는 이선생 | 2007/04/30 11:18 | PERMALINK | EDIT/DEL | REPLY

    교과시간이라 여유가 생겼다.
    여유가 생기니 맥놓고 있다.
    4월 마지막 날이라 나름 분위기에 젖어
    5월 달력을 폈는데 6건의 출장과 연구수업, 배구대회, 장학사 수업공개, 2박3일짜리 야영 이런 것들로
    꽉차있다. 이론뷁;;;

    선영야!
    놀러가자~~~~~
    5월 24,25,26,27 황금 연휴란다.
    생각해보삼. ^^

  • 학교를 탈출하고 싶은 이선생 | 2007/04/30 11:2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잘 생각해 봐~~ 꼭꼭!!

    - 맥놓고 있다 점점 놀러가고 싶어 학교를 탈출하고 싶은 이선생이

  • 선영 | 2007/04/30 12:00 | PERMALINK | EDIT/DEL | REPLY

    25일은 금요일인데? 학교 안 가?! 아니면 오빠의 재량으로 쉬는 날로 만들어버린겨? ㅎㅎ
    그나저나 나는 초딩시절에 2박 3일짜리 야영은 안 가본거 같은데 -_-
    운동장에 텐트 펼쳐놓고 버너에 밥지어먹으면 야영이 되는건가 허허;;

    가자 가자 가자! 나도 현실에서 좀 탈출하고프다. 여행가고 싶어.
    우리 여권 들고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일본 이런곳으로 짧게 갔다올까?
    (내 성격 같아서는 한 달을 갔다와도 모자란 듯 하겠지만;;)
    아님 그냥 우리나라도 좋아. 차몰고 동해안 쭉 따라 돌다가 올까나.

    이따 저녁에 전화할게 ^-^

  • 선영 | 2007/04/30 19:4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여권 찾느라(아빠가 유효기간 연장신청해놓으라 하심;) 책상 서랍을 세 개 다 뒤졌는데
    절대! 안나오는 거야 ㅜㅠ 덕분에 이사와서 처음으로 책상 정리만 잘 하고 -_-
    정리 끝낸 다음 뒤늦게 생각났는데, 작년 가을에 항공권 사려고 친구한테 맡겨뒀더라;; 이런 황당한 ...

  • 혜갱 | 2007/04/30 20:2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조아조아~~~
    이번에 푹~ 쉬고 재충전하는 여행으로! 너무 행복하삼 ^o^ 캬아~~

  • 선영 | 2007/04/30 23:2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빠 오셨다! 초콜렛과 내가 부탁한 화장품들을 가지고 오셨다 후후
    (화장품은 필요하나 용돈에 타격이 커서 저렴한 걸로 바꿀까 고민했는데 마침 잘 되었지;)
    먹을거와 선물과 여행과 함께 하는 5월의 시작은 아주 상콤하고나....
    힘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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