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al - Face off :: 2007/03/0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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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2. 28   8:00 PM
대학로 예술마당 3관

뮤지컬 루나틱을 만든 루나틱 컴퍼니의 두 번째 작품.
그리스랑 이거 중에 고민하다가 이걸로 택했다
작품성 배우들 이런 걸 따진 건 아니고
단지 뮤지컬 그리스의 스토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리고 우리의 창작 뮤지컬을 보고 싶다는 소망도 약간은 있었다

맘마미아, 아이다, 라이온킹 같은 지금까지 내가 봤던 대형 뮤지컬들은
워낙 거대 자본이 받쳐주고 기획력도 탄탄해서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작품성은 보장되지만
소극장 뮤지컬이 가지는 그 매력은 절대 가질 수 없다
대형 공연장에서 수많은 관객들이 멀리서 무대를 바라보는 그 구조에선
관객이 배우와 하나되는 느낌을 가지기는 어렵다
단지 맘마미아 혹은 올슉업 같이 뮤지컬 노래 자체가 이미 관객에게 익숙해져 있지 않은 이상...
그마저도, 관객과의 일치라기보다는
익숙한 대상에 대한 편안함이라 말해야 더 정확할 것 같다

이 미약한 문화 기반에서 연극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이런 관객과의 하나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거다
그리고 그건 또한 배우가 배우로서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대 위에서 내가 하는 몸짓, 대사 하나하에 관객들이 빠져들어 반응할 때
그 때의 느낌이란 정말 누군가의 표현대로 마약 같아서 절대 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편의 연극을 올리기 위해 겪어야 하는
수없이 많은 연습과 고뇌와 힘겨움도 다 잊어버릴 수 있나보다
무대에 서서 연기하는 그 순간만큼은, 아픈 과정은 다 잊혀지고 화려한 황홀함만이 남겨진다

뭐야. 어쩌다가 글이 이상한 곳으로 빠져버렸다

사실 나는 이게 루나틱 2라고만 알고 갔었다
그리고 루나틱은 정신병원이 배경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결국 공연장에 들어서기 전까지 Face off는 루나틱의 뒷이야기,
그러니까 정신병원이 또 배경인 줄로만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러일 줄이야.
원작은 'Double jeu', 그러니까 이중 오락?장난? 이라는데,
우리나라에서 '뛰는 놈 위의 나는 놈'으로도 공연됐었다고 한다
아. 나 그 연극 봤는데. 왜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거지?
그때의 연극은 '라이어'처럼 정신없이 진행되고 반전이 거듭됬다면
이번엔 수많은 복선이 깔리면서 손에 땀을 쥐며 긴장하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소극장에 들어서니 아늑함이 참 좋았다
관객석이 정원이라는 신선한 설정.
거기에 더해진 물뿌리개 이벤트는 관객을 순식간에 능동적인 존재로 만들어줬다
아. 그 자리에 배우가 물뿌리면서 말 걸줄 알았으면 거기 예매할걸
(이라고 말은 하지만 하루 전날 급하게 예매해서 선택의 여지도 별로 없었다;)
일단 눈에 확 들어오는 건 의상과 소품들... 누가 전직 의상분장팀 아니랄까봐;
의상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각 캐릭터들의 성격을 잘 나타내주는.
넘치는 재산에 마음 씀씀이도 좋지만 좋은 남편이라는 복은 없었던 윤서에게는
우아하고 고상한 드레스, 하지만 그 하얀색 드레스는 약간은 슬퍼보였다.
폭력과 협박까지 일삼으며 아내의 돈에 기생해 사는 남편 태준에게는
약간은 거만한 듯한, 스티치가 뚜렷한 양복과 화려한 와이셔츠, 그리고 넥타이를.
기회주의적 이미지의 변호사 다니 홍에게는
선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주황색 톤의 의상을.
그리고 순식간에 캐릭터가 돌변하는 가정부 소영에게는
검은색 바탕에 하얀색 레이스의 메이드복을...
그 검은색조차 결국은 복선이었음을 뒤늦게야 알았다

일단 스토리가 탄탄해서 보는 내내 푹 빠져들었고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1인 2역이었던 장동일씨는 개인적으론 지킬앤하이드의 조승우보다도 나았다
뚜렷하게 살아있는, 두 명의 캐릭터.

연기력... 예전엔 연극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 생각했는데,
요즘은 또 잘 모르겠다.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걸까.
이젠 음향이나 무대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위치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런 부수적은 요소들이 아무리 좋아도
연기가 부족하면 극이 살아나지 않는 건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이번에 반장역을 맡았던 배우는 중간에 들어왔다는데
확실히 연습시간이 부족해서인지 자신의 캐릭터가 극중에서 살아나지 않았다
마치 어정쩡하게 피우다 만 꽃처럼, 단지 대사만이 의미없이 흘러갈 뿐이었다
극을 살아나게 만들 수 있는 소중한 대사들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본 연기 중 가장 인상깊었던 건 뮤지컬 렌트이다
그때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이 내한해서 공연했었는데
공연 내내 자막을 봐야 해서 막상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얼굴표정과 팔짓, 손동작이 표현의 거의 절반 이상인 이전의 뮤지컬들과 달리
그 수많은 배우들의 연기들이 하나같이 엄청난 실력이라서 놀랐었다
마치 말하는 것 만큼이나 몸의 표현이 자연스럽고 자유로워서
원래 저들은 몸으로도 말할 수 있는 사람들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태어날 때부터 말이 아닌 몸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대학로에서도 그런 공연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지.

2007/03/01 22:01 2007/03/0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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