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 세 자매 :: 2005/11/16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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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매 - 잃어버린 시간. 극단 서울공장
대학로 게릴라 극장 2005. 1. 7.

오랜만에 관극엘 갔다.
그동안 뭐 하는것도 없이 계속 이런저런 일에 치어서
2학기 내내 관극 한번 못가다가... 오랜만에 연극 보니 좋았다 ^^

이 연극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무대.
무대가 너무 예뻐서 한 컷 찍었다 (찍어도 되는거지?ㅋ)
전체적으로 은은하게 비치는 파란색 조명,
시대적 배경에 꽤나 잘 어울리는 이런저런 소품들,
포켓은 무대 양 옆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중앙의 포켓,
옷+커튼을 합친듯한 걸로 포켓과 무대를 구분지어서
배우들이 무대를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만들었다.
처음엔 신기하다고 생각했지만, 단점도 있는 듯.
배우들이 막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니까 좀 산만했다;

포켓 뒤 조명탑 아래로 보이는 커다란 옷.
공연 내내 딱 한 번 등장하지만,
심지어 암전 중에도 맨 마지막으로 라이트가 꺼질 정도로
꽤나 큰 상징적인 의미를 지녔던.
극의 마지막에서 하진의 부인이 저 옷을 내릴 때,
연극의 흐름은 극에 달한다.

그닥 눈에 띄는 배우는 없었지만,
두 남자 배우들의 일인 다역이 인상적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의상이랑 분장이랑 바꾼거지? ㅋ
각각의 캐릭터도 꽤 또렷하게 잘 구분됐고...

솔직히 연기는 그저 그랬다. 프로 배우들이니 발성은 잘 되지만
발음은 좀;; 특히 미순하고 하진은 발음이 계속 뭉게져서 -0-;
게다가 이 연극은 안톤 체홉의 대본이라는 태생적 약점을...ㅎㅎ
아직까지 체홉 대본이 재밌다는 사람 한 명도 못봤다.
가볍게 즐기기에는 넘 우울하고 심오한 내용이지 ^^;
나도, 내 주변 사람들도, 후배들도 반 이상이 지루했다고;;;

배우들의 연기보다도, 무대랑 소품이랑 조명이랑 음향이랑
그런게 더 눈에 많이 들어왔다.
처음 느낀 건 배우들의 의상. 자세히 눈여겨 본 사람 있는지?
미순 미영 미란 세 자매들은 회색 톤의 고전적 양장 드레스.
하진은 개화기 혹은 1950, 60년대에 입었을 듯한 의상.
갈색 누빔조끼. 세 자매들과는 달리 약간의 색깔이 들어가 있다.
반면 하진의 아내인 귀덕의 옷과 소품들은 온통 빨간색이다.

세 자매들은 행복했다고 생각하는 과거에 젖어 있으며,
귀덕은 변화하는 시대조류에 빠르게 적응하는, 현대를 뜻한다.
그 사이를 잇는 동시에 그 자신조차 갈등에 빠져버린 하진.

그리고 옛 러시아풍 제복에 현대식 초록색 수술모를 쓰고
누렇게 바랜 신문조각의 엉터리 의료지식을 읽는 군의관.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조명과 음향과 배우들의 척척 들어맞는 타이밍.
특히 사진찍을 때가 압권이었다.
사진 찍는 그 짧은 순간의 찰나,
카메라의 음향효과, 조명의 변화, 배우의 움직임과 무대 위치가
정말 정확하게 일치했다. 우와 대단해 +.+
극의 뒷부분에서는 미란이 독사진을 찍는 장면도 나오는데
조명이 미란의 약간 뒷부분에 있던 배우에게는 전혀 안가고
딱 미란만 정확하게 비췄다. 정말 아주 약간의 거리 차이였는데...

참, 이 사진에 있는 무대 앞쪽의
ㄴ____」이 부분 - 누런 신문지로 막 싸여 있는 곳- 은
바닥에 깔린 레일과 연결되서 앞뒤로 움직일 수 있다.
꽤 신기했다. 무대 양 옆 벽이 움직이거나 회전하는 건 많이 봤는데
이렇게 무대 앞 경계를 움직이는 건, 꽤 신선한 발상이다 ^^

2005/11/16 21:19 2005/11/16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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