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와 영주 부석사 :: 2005/11/15 20:22

2004. 2. 1

#1. 영주도 순천만큼 교통이 불편하다. 처음에 짰던 스케쥴은 다 공중에 날려버리고 모든 걸 버스 시간에 맞춰 새로 계획해야 했다. 보통 버스는 40분에 한 대씩 있어서 시간이 조금만 어긋나면 40분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ㅠㅠ 다음에 올 땐 내 차 끌고 오는 게 제일 속편하겠다 싶었다. 여행 묘미를 느껴보려고 나름대로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인데;; 그치만 길 물어보고 버스 시간 물어보고 가이드 언니랑 이야기하면서 그 동네 사람들과 직접 접할 수 있어서 여행하는 맛이 났다. 어떤 걸 타야 더 빨리 갈수 있다고 열심히도 가르쳐 주시던 동네 사람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우리 둘만을 위해 열심히 설명해 주신 부석사 가이드 언니. 수다떨다가 버스 놓칠 뻔 했을 때 얼른 가서 타라고 챙겨주던 가게 아주머니들. 진짜 고마웠다 ^-^

#2. 부석사. 지금까지 가본 절 중에 제일제일제일! 좋아하게 된 곳. 비록 사과나무는 잎이 다 떨어졌고 은행나무도 가지만 앙상했지만, 부석사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가면 30분만에 나오고, 건축가들이 가면 일주일도 모자라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그리고 난 너무 아는 것이 부족하다는 생각. 넌 너무 무식해. 아마 난 부석사를 적어도 두 번은 더 갈 거다. 일출과 일몰, 월출을 못 봐서 아쉽다. 가이드 언니 말로는 제일 안 좋은 시간-한낮-에 우리가 왔다고 했지만 그래도 차 시간에 맞춰서 하루만에 보려면 그럴 수 밖에.

#3. 소수서원 - 단지 묵밥을 먹기 위한 목적으로 찾아간 곳. 친절한 버스기사 아저씨의 특별한 배려 덕택에 혜갱이와 나는 묵집 바로 앞에서 내렸고, 헤매지 않고 바로 들어갔고, 30분 뒤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무사히 탈 수 있었다. 부석사랑 소수서원 다니면서 계속 만나는 커플이 있었는데, 내심 부럽더라.

#4. 저녁에 나라 미야 카오리 유키언니 만나다. 날 보고 처음엔 파마에 놀라고 다음엔 살쪘다고 놀라더라ㅜㅜ 하긴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니 몸이 불어나는 게 당연한 이치지만 그래도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직접적으로 들으니 정말 충격적이다 -_-

#5. 유키언니와 친해지다. 저번에 만났을 땐 연극 때 잠깐 본 게 전부라 어색했지만 이젠 같이 살았던 사람같이 친근해짐. 역시 사람을 제대로 겪으려면 같이 먹고 자면서 살던지 아니면 여행을 다니면 된다. 언니가 갑자기 내 손을 잡고 나중에 일본에 비행기티켓만 들고 다들 오라고 해서 놀랬다 ㅎㅎ 차 있으니까 같이 다니면 된다고. 옆에서 가오리언니가 유키언니 운전 무섭게 한다고 자기는 안 탈 거라고 했다 ㅋ

#6. 수다떨고 자다가 담날 늦게 출발. 혜갱이와 나는 이게 문제다. 둘이 같이 있으면 서로를 보면서 느긋해서 뭘 해도 지각. 큰일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여름 유럽 여행 때 상당한 문제가 될 듯. 나라 부모님 포함 9명의 대식구가 경주로 출발. 나라 아버지 재밌으시다. 기차 시간이 빠듯해서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녔지만, 초등학교 때 와보고 다시 오니 또 느낌이 달랐다. 석굴암은 유리로 완전 막혀서 제대로 못보고; 어렸을 때 오기 잘했지 뭐. 불국사 탑들도 다시 보니 정말 새로웠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맞다. 전문 가이드 나라 덕분에 정말 많은 걸 배웠다. 그리고 내 자신이 참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안선영. 앞으로 공부 좀 하자. 점점 무식해져가는 내 자신이 정말 불쌍하다.

#7. 그 바쁜 와중에 김밥을 싸오시고 마지막에 경주 황남빵까지 안겨주신 나라 부모님께 정말 감사했다. 나도 나중에 친구들이 놀러오면 이렇게 훌륭한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해외여행 다닐 생각만 하지 말고 내 주위에 있는 것부터 잘 알아야겠다.

#8. 느낀 게 있으면 실천을 잘 하자.  

2005/11/15 20:22 2005/11/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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