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골에서. :: 2005/11/19 18:14

2004. 12. 16

세불안수인가
(世不安秀人哥)

- 세상에 편안히 안주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

往鏃骨裸 왕족골라 : 가끔은 날카로움과 강함을 버리고
嫩愛髮拿 눈에발나(라) : 여리 사랑 한 조각을 잡아본다
罹煩猜險 이번시험 : 근심과 번뇌, 두려움과 위태로움은
汐洗粹來 석세수내 : 조수에 씻겨 사라지고 순수함이 오는구나

* 작품해설

본 작품은 우수한 재능을 타고났으되 재능의 연마에만 집착한 나머지 사랑과 순수함을 잃어 세상 속에 편안히 안주하지 못하는 ‘세불안수인’을 위해 지어진 노래이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날카로운 지성이나 성공이 아니라, 순수하고 여린 사랑임을 강조하고 있는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그저 소리내어 읽는 것만으로도 읽는 이에게 무언가 모를 안도감과 자신감을 심어준다는 데에 있다.

특히 후반부의 두 구절 ‘이번시험 석세수내’는 비단 ‘세불안수인’ 뿐 아니라 당시 큰 뜻을 품고 살아가던 의대생(醫大生 : 뜻이 큰 사람) 모두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명구로 알려져 있다. ‘세불안수인가’의 작자는 아쉽게도 알려져 있지 않으나 다행스럽게도 그의 호는 알려져 있는데 이는 마굴이(嗎倔悝 : 입신양명을 꾸짖고 비웃다)이다. 훗날 그의 뜻을 따르는 이들을 마구리라 칭한 것은 위와 같은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불안수인가’가 사회에 던진 문제 의식은 후에 이 작품의 작자와 뜻을 같이 하는 마구리와, 사랑의 불필요함을 주장하는 애이수(愛泥秀 : 사랑이 재능을 흐린다) 집단간의 첨예한 대립을 유발하기도 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에도, 당시 마구리의 뜻을 따르는 이들은 삶이 힘들어질 때 소리내어 ‘세불안수인가’를 흥얼거린다고 한다...... “왕족골라...... 눈애발라..... 이번시험..... 석세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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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 SBS를 보다 말고 혼자 아랫골에 아침을 먹으러 갔는데, 식당 입구에 있는 조그마한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캐롤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침이라 한산하고 조용한 식당. 그리고 조그마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깜박이는 꼬마전구... 갑자기 서글퍼졌다.

크리스마스도 얼마 안 남았는데 아직 전혀 그런 설레임이나 들뜬 기분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그렇고, 나름대로 성탄절인데 가족들은 아스라히 멀리 떨어져 있고, 이 아침부터 혼자 무슨 청승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냥, 뭔가 쓸쓸하고 처량했던 아침.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요즘은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새삼스레 왜 이런거야. 떨어져서 산 지 벌써 6년이 넘어 가는데. 정이 부족한가??

2005/11/19 18:14 2005/11/1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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