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없음 :: 2005/11/15 17:13

 

2004. 8. 20

제목 붙이기 싫어서. 번호 붙이려구.
제목이란 건 내 생각에 경계선을 그어버리거든.

잠이 오는데 그냥 자기가 싫다. 계속 싸이질중.

여행 다니면서 "사람"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정확히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나 어렸을 때 참 순진했던 거 같다. 한편으론 바보같았지만.
국민학교 때 나랑 제일 친했던 친구네 집에서 놀다가
그 친구가 해준 말 한마디에 엄청나게 큰 충격을 먹고
마음의 상처에서 무려 6년간이나 벗어나지 못했었다.
근데 그거, 지금 들으면 "흥 그래?"라고 지나쳐버릴 거 같다.
별 거 아니다, 요즘의 나에겐. 웃어 넘겨버릴걸?
사람의 선함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상처도 받을대로 받아서...
인간이 얼마나 악할 수 있는지, 난 그 극한을 이미 봐버린 거 같다. 그리고 나도 엄청나게 사악해졌다.
뭔가 보복심리 때문인지 아님 방어하려는 건지 난 오히려 상처를 입히는 쪽이 되어버렸어.

근데 말야.
정작 지금 나랑 가장 마음이 가까운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그 순진했던 시절에 처음 만났었다.
오래 만나서 정이 깊어졌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어설프게 자주 못만나면서 시간이 흘러가는 거 만큼
어색한 친구 사이도 또 없지...
그 때 만난 사람들은, 지금도 그 순진무구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다, 전혀 어색하지 않게.

근데 요즘 사람들에게 그렇게 다가가면
왠지 상처받을까봐 두려웠다. 웃기다고, 어리석다고.
혹시라도 다시 그런 걸 겪긴 싫었다. 그래서 안 하고 있었다.
뭐랄까. 기회비용이 너무 컸다. 음. 잘 표현이 안 되는군. 답답해.

하지만 나. 여행 다녀와서, 나도 모르게 다시 그렇게 하고 있다.
결과는? 대부분은 괜찮았고 안 괜찮은 경우도 물론 있었다.
그리고 또 상처를 입었지만 그때보단 더 수월하게 아물 거 같다.

그렇지만 아직도 난 "남"이야기를 듣는 게 참 싫다.
특히 그게 좋은 내용이 아닐 경우는 더더욱.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은 분명 다른 사람한테 가서 나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할 거라는 걸 잘 아니까.
그리고 그런 내용의 대부분은 오해에서 비롯되니까. 말도 안되는 엄청난 오해...
나, 남들이 볼 땐 내 주위 사람들에 대해서 정말 관심 없는 사람 같을지도 모른다.
그치만 내가 사랑하는 아니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에 대한 험담을 듣느니 차라리 그냥 귀를 막아버리겠어.

그냥 주절대고 있다.
오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뭔가 안 좋은 이야기를 들었거든.
문제는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 판단을 못하겠다는 것.
판단이고 뭐고, 아예 못 들은 걸로 쳤으면 좋겠는데,
쓸데없는 거에는 기억력이 좋아서...

이젠 정말 자야지.
일기장에 생각을 쏟아버리고, 마음을 비운 채로.

2005/11/15 17:13 2005/11/1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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