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과 광화문 신문박물관 :: 2005/11/29 01:28

지난 토요일 혜갱양의 영국문화원 인터뷰가 끝나고
청계천에 놀러갔다. 서울땅 살면서도 청계천 처음 간다.
사람 너무 북적댄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이날은 날씨가 흐렸는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게다가 좀 춥고 사진 찍어도 날씨 때문인지 잘 안나오고 그래서 별로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결론은! 청계천은 밤에 와야 한다는 것. 조명이  천변 곳곳과 강바닥에까지 깔려 있어 밤이면 조명발이 예술일 듯 하다.
가까이 사시는 지인의 말씀으로는 새벽이 가장 좋다 한다.



제일 맘에 드는 건 역시 징검다리이다. 뉴스에서 강조한 대로 꽤 간격이 넓었다.
그렇지만 너무 떨어져 있지는 않아서 건너기에 딱 좋았다. 적당히 스릴도 있고 ^^
다만 사람들이 양쪽에서 동시에 건너려고 하는 통에 위태위태...
아무래도 일방통행으로 만들어야 하지 싶다.



물가에서 물장난 하고 있는 아이들... 귀여웠다.
나도 하고 싶었는데 짧은 스커트를 입은 데다 나이도 먹은지라;
그냥 참았다. 근데 후회된다. 물이라도 한 번 찰랑거려보고 올 걸.
벌써 강바닥에 동전들이 보였다. 이게 무슨 분수냐?? 그리고 째째하게 10원짜리가 뭐야;;
500원짜리는 되야 건질 맛이라도 나지...

확실히 도심 빌딩 숲 한가운데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건 엄청나다.
빌딩숲에서 걸어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물이 흐르고 산책로가 있는 휴식공간이 존재하는 메트로시티...
불도저 추진력을 가진 이명박 시장이 있는 서울에서만 가능하지 않을까?
CSI Miami에 나오는 것처럼 도심 바로 옆에 멋진 해변이 있는 거만큼 매력적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멋이 있으니 좋네. (날씨만 좀 더 좋았다면;;)
그렇다고 100% 완벽하다는 건 아니다. 막상 개울 바닥을 다 돌로 깔아놔서...
뭐랄까, 물고기 한 마리 보이지 않고 그냥 퍼런 물이끼에 물만 졸졸졸 흐르고 있으니 너무나 인공적이다. 생명체가 사는 자연 같지 않다.
환경단체들의 혹평을 듣는 것도 당연지사... 대체 환경영향평가나 생태계조성은 제대로 거친 걸까?



괜시리 노홍철을 한번 따라해봤다
노홍철만큼 과장되진 않지만 나름대로 제대로 망가졌다.
배경으로 빌딩숲 한가운데에 흐르는 청계천이 보인다.
청계천에서의 마지막 이벤트는 청계천에 관한 설문조사였다.
20대 여성의 설문조사가 필요하다길래 응했더니 선물로 핸드크림을 받았다. 오 쏠쏠한데? 이런 설문조사라면 얼마든지;

청계천 좀 다니다가 날씨도 스선하고 피곤해서 다음에 밤에 한번 더 오기로 하고 광화문 신문박물관에 갔다.
역시나 지도에서 청계천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우리나라 신문의 역사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고, 신문의 제작 과정, 각 부분의 명칭, 더불어 보도된 사진과 기사들에 대한 자료도 있다.
www.presseum.org 동아미디어센터 3층에 위치.




미디어센터 건물에 조형물이 멋지길래 괜히 찍어 봤다...
막상 박물관 내부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입구에 세계 각국의 신문들을 모아 놓은 방이 하나 있는데, 거기서만 촬영 가능이다.
우리나라 조중동 신문에서부터 프랑스, 영국, 미국, 네덜란드 등을 거쳐 카자흐스탄, 네팔 등등의 신문도 있다.
프랑스 신문이 눈에 띄었다. 와우... 일간지 첫면 정중앙에 저런 그림이 실릴 수 있는 곳은 프랑스밖에 없을거야;;



박물관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신문역사관, 기획전시관, 미디어영상관.
신문역사관에서는 그 유명한 독립신문을 비롯해 한성순보, 매일신문 등의 근대 신문들부터 시작해
세로쓰기->가로쓰기->컬러신문으로 짜임이 변해가는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다.
노랗게 변색되어 만지면 바스락 부서질 것 같은 오래전 신문들이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었다.
분명히 한글이건만 읽으려 해도 읽히지 않고... -_-;;
가끔씩은 일본어로 쓰인 기사도 있고, 검열의 흔적으로 삭제되어 빈 부분도 많이 보인다.
신문 발간 전 일본의 검열에 걸리면 아예 하얗게 비우거나 활자를 뒤집어서 인쇄했다고 한다.
심한 경우는 한 면 전체에 기사가 딱 두 개 뿐이었다.
나머지는 다 뒤집힌 활자로 채워진...

그때나 지금이나 신문 보면서 젤 관심가는 건 광고.
예전에 그렇게 인기가 많았다던 원기소 광고도 있었고,
"죽은ㅺㅐ"라는 단어가 있어 이게 뭐지 한참 생각하다가... 드디어 알아냈다; 이 단어의 원래 어원이 이런 거였다니 ^^; 좀 그렇다;;
아, '죠다쉬 패션 가방' 광고도 엄청 크게 나 있었다.
"멋쟁이 영이씨에게는 죠다쉬 숙녀 가방, 귀여운 철이에게는 죠다쉬 아동 가방, 순이에게는 입학 선물로 죠다쉬 학생 가방..."
대충 이런 멘트였다. 이름이 다 영이, 철이, 순이 이런 식이라서 기억에 남았다. 그때는 그게 예쁜 이름이었나;;

그리고 신문 발간하기 전 계엄사령부가 검열한 신문 교정지도 있었고...
뭐 예를 들어서 울나라 대통령과 위대하신 지도자 김일성 수령님이 같이 찍으신 사진이 신문에 났는데 울 대통령께서 약간 더 작게 찍히셨다!
이러면 "김일성보다 더 크게 나온 사진으로 바꿀 것"이라고 빨간 펜으로 멘트가 적혀있단 말이지.
여기저기 그런 흔적들이 많았다. 기사 위치를 옮기고 대중들에게 알리기 싫은 기사는 칸수 줄여서 잘라먹고 자랑하고픈 건 억지로 늘리라고 하고...
맨날 언론의 자유가 중요하다 이러는데 지금까지는 별 생각 없다가, 드디어 그게 어떤 건지 피부로 느껴졌다.
아. 미디어가 권력에 휘말리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겠구나...하는 깨달음.

3층을 다 보고 4층으로 올라가면 따로 미디어영상관이 있다.
우리가 갔을 때는 " The Moment - 보도사진으로 보는 한국의 근현대사"라는 기획전 중.
신문 하면 그저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만 떠올렸던 나, 사진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조금 더 느꼈다.
그래, 사람은 영상에 얼마나 쉽게 끌리는 동물이던가.
요즘 들어 사진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다. 잘 찍을 순 없지만, 잘 찍힌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 그 사진에 담고자 했던 느낌이 뭔지 알 것 같다. 사진이 살아 숨쉬는 듯...
왜 사진작가들이 그토록 '작품'을 위해 매달리는지 이제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나도 좀 그렇게 멋진 사진 찍어보고 싶은데, 그저 소망 뿐이지 -_-

사진들 다 둘러보고 마지막에 신문제작실에서 나랑 혜갱이 사진이 들어간 즉석 칼라신문을 만들었다.
컴퓨터로 편집하고 나면 프린트에서 따끈따끈하게 인쇄되어 나온다.
돌돌돌 말아서 그 옆에 있는 비닐에 넣어오면 끝!
사실 신문 만들때 한거라곤 사진 찍고 기사 몇 줄 적은게 다이지만 그래도 뭔가 만들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V

만든 신문과 팜플렛과 입장권...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서 든 생각은,
첫번째 - 어느 정도는 동아일보의 홍보 수단이다
두번째 - 한 층짜리 박물관이라니, 정말 초미니로세
세번째 - 바로 위층의 체험 코너에서 내 사진이 들어간 즉석 신문을 만들면서 이러한 불만이 다 해결되었다

가까운 곳이라서 기분전환 삼아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었다.
있는 동안 초등학교 아이들이 많이 견학 오더라.
아이들을 위해 박물관 곳곳을 돌아보면서 퀴즈 답을 적을 수 있도록 많은 팜플렛도 있었고 신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놓은 코너도 있고...
거기서 예전에 쓰던 신문 활자를 처음 봤다. 조판공이라는 직업이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분들이 저 세밀한 활자들을 하나 하나 손으로 직접 배열해서 글자와 단어와 문장들을 만들어나갔겠지...
그리고 기억에 남았던 설명 하나는 이것이었다.
"숙련된 조판공은 1분에 40자 정도를 배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사의 흘려쓴 글씨를 판독하느라 1분에 20자 정도를 배열했다."
하하. 예나 지금이나 기자들은 악필인가보다 ^^;

2005/11/29 01:28 2005/11/29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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