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쓰는 글. :: 2022/12/05 21:33

거의 일년만에 여기에 글을 남긴다.

게을렀던 게 사실이지만 핑계를 댄다면
더이상 이 게시판에 사진이 올라가지 않고
요즘은 인스타그램에서 내 근황을 올리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오랜 시간 동안 bipolar 와 지내면서 겪었던
모든 산전수전이 이 블로그에 남아 있어서,
블로그를 백업하지 전까지는 글들을 남겨놓을 생각이다

사실 블로그를 백업한 뒤 책을 만들어볼까 생각도 했었다.
내가 많이 아팠던 대학생 시절, 본과 시절, 그리고 레지던트 시절에도
나처럼 양극성장애를 가졌지만 본인의 자리에서 잘 견디고 있는 그런 멘토가 간절이 필요했었다.
날 도와줄 수 있는, 조언 한 마디라도 알려줄 수 있는 멘토가 절실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무작정 달려가면서 이리저리 부딫히는 건 너무나도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누군가의 말로는 발병 후 치료 시작하고 10년에서 20년이 지나면 관해가 된다던데,
나는 예과 2학년인 2004년에 치료를 시작했으니 지금은 18년째이다.
하지만 전혀 컨디션이 좋아지지 않고, ECT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고, 간신히 겨우겨우 직장생활을 하는 중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한다면, 병원에서 만나 오랜 동안 같이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
나와는 너무 다르게 증상이 좋아지고 일상 생활로 돌아오고 가정을 이루는 것을 보면 너무 부럽다.
이젠 나는 할 수 없는 그런 일들. 혼자서 생활하니 편하다는 논리로 내 자신을 위로하지만,
또 한편으론 나 같은 사람이 누군가와 결혼한다는 것은 사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 한 몸도 제대로 건사 못 하는 사람이 누군가와 삶을 책임지고 공유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정말로 블로그를 백업해야겠네.
검색해서 방법을 알아내야겠다.
정말 책 한권이라도 쓰면 뭔가 마음이 좀 풀릴까?!

2022/12/05 21:33 2022/12/0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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