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난관; 룸메이트 :: 2018/09/09 13:58

지금 룸메이트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기 입으로 그런 말을 했었다.
자기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면 오지랍을 떤다고 할 정도로;잘해주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면 아예 아는 척도 하지 않고 산다고...
뭐...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냥 나랑 같이 사는 데 문제만 없으면 되지 뭐. 하면서.

처음 한 달 정도는 꽤나 가깝게 지냈던 거 같다
사실 난 약간의 일반적은 호감이 있었고; 룸메가 계속 다가왔다
갑자기 봄 꽃사진을 같이 찍으러 가자고 하더니
화장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면서 자기한테 화장법을 전수 받으라는 둥
화장품은 이런 걸 쓰면 안되고 어디 브랜드 이런 걸 사라고 하고
옷은 이렇게 입고 다니면 남자들이 안 좋아한다고 저런 스타일의 옷을 입어야 하고
심지어 클렌징폼도 자기가 쓰는 게 좋다고 막 쓰라고 하길래 걍 내가 쓰던 거 쓴다고 했다;
자기 입장에서는 관심 표명일지 몰라도 상대편에서는 딱 간섭이다.

그러다가 서로 바빠서 얼굴 보기 힘들어진 게 한동안...
나는 일찍 나가고 일찍 들어와서 자는 스타일이고
룸메는 늦게 출근하고 내가 자고 있으면 늦게 들어온다
그리고 나는 주말에는 이대 앞 집으로 가는 편이다
그래서 별로 마주칠 일이 없었는데

저번에 한 번 토요일 점심 1시 정도였나?
룸메가 자고 있는 동안 점심을 못 먹어 배가 고파서
초코쿠키를 몇 개 먹고 있었다. 한 3개 먹었나?
갑자기 룸메가 이불을 벌떡 걷어차더니
“선생님, 무슨 당뇨병 환자에요? 무슨 과자를 그렇게 맨날 처 먹어요?
방에 과자냄새 나서 짜증나요. 쓰레기통도 안 비우고. 그만 좀 먹어대요.
그러니까 살이 그렇게 돼지같이 찌죠. 아 짜증나.” 이러는거다.
그래서 첨엔 살짝 당황해서 “아 그 먹는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리는 줄 몰랐어요 미안해요.
근데 저 쓰레기통 매일 저녁에 비우고 방청소 화장실 청소도 이삼 일에 한 번은 제가 해요.”
이러고 말았다.
사실이다. 룸메는 청소 전혀 안 한다. 내가 한다. 어차피 룸메가 할 거라 기대도 안 했고.

그리고 나서 우리 둘은 남남처럼 지냈다.
내가 말을 몇 번 붙여봤지만 씹더라고. 그래서 나도 관뒀다.

그리고 오늘, 일요일, 오전 열한시 반.
자느라고 아침을 못 먹은 나는 냉장고에서 무화과와 토마토를 꺼내와 먹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황당하고 엄청난 소리를 들었다.
“야 이 미친년야! 뭘 그렇게 처먹어? 시끄럽고 냄새 나 죽겠어. 아 씨발.”

와... 순간 머리를 쿵 맞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아니 주말 점심 열한시 반에 과자 부스럭거리는 것도 아니고 과일 먹는 것도 잘못된 거에요?”
이랬더니 한다는 말이 “너는 맨날 그렇게 뭘 처먹냐? 그러니까 돼지같이 살이 찌지.
그리고 너 또라이지? 정신병자지? 간질병 환자지? 내가 다 알아. 내가 너네과에 다 퍼뜨릴거야.” 이러는거다.

순간 너무 어이가 없어...
“선생님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에요? 선생님이 절 봤어요? 정신과 의사에요?” 이랬더니
“나는 너네같은 과랑 다르게 환자보는 과라서 척보면 다 알아 이 미친년아” 이러는거다.
넘 황당해서.... “퍼뜨리시던지 말던지 맘대로 하세요 전 무고죄로 고소할 테니” 하고 말았다.

그리고 나서 혼자서 욕지거리를 한동안 막 하더니 쿵쾅대면서 옷장 문이며 화장실 문이며 여닫더니
짜증이 났는지 현관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아 황당해라.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예과 본과 때까지 기숙사 생활을 해서
왠만한 룸메이트는 다 같이 지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좀; 아닌 거 같다.
그동안 룸메가 방 정리 안해서 방을 온통 엉망으로 만들어 놓든,
청소 할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살든,
샤워하고 나서 내 화장실 슬리퍼까지 몽땅 젖게 만들어 놓든,
샤워한 뒤에는 문을 닫고 환기구를 켜야 한다며 나한테 짜증을 내는
다 그런가보다 하고 룸메 습관대로 맞춰 주면서 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이건 좀 아닌 거 같아.

나는 나름대로 룸메 배려한다고 룸메 잘 때 들어오면 제대로 머리 감고 씻지도 못하고 세수만 대충 하고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머리 감고 씻고 나서 옷 갈아입고 화장 다 하고 마지막에 화장실에 들어가서 머리를 말리는데
그때까지 (무려 오전 8시였다. 그때까지 펠로가 출근 안하는 과는 뭐지?) 자고 있던 룸메는
자기 자는 데 시끄럽게 했다면서 갑자기 짜증이 났는지
막 욕을 하며 성질을 내면서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아.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너무 황당해서 녹음 할 생각을 못했다. 다음번에 당하면 녹음이라도 해 놔야겠다.

서로 불편을 줄 수 있다는 건 알겠는데,
같이 한 공간에서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하잖아.
그게 싫으면 원룸에서 살던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일단 월요일에 교육수련부를 만나야겠다.

카톡으로 펠로방 선생님들께 물어봤더니 당장 옮기라고.
고민중이다. 어떡하나. 일단 급한 학회 갔다오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2018/09/09 13:58 2018/09/0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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