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나들이 :: 2013/07/29 14:09

세브란스의 레지던트 지원 공동설명회에 가려고
24시간 응급실 근무를 마치자마자 서울 가는 KTX 기차에 몸을 실었다
평소에는 근무 끝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죽은 듯 자곤 했는데
그날은 마음이 싱숭생숭해서인지 잠도 별로 오지 않았다

거의 반 년만에 처음 방문하는 세브란스는 여전히 비슷했지만 한편으론 낯설었다
그동안 부산에서 일하면서 별 생각 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갔고
가끔 해운대 백병원이나 양산 부산대학병원 같은 대학병원에 트랜스퍼를 가면서도
아 병원 크고 시설 깨끗한데?! 라는 생각 정도밖에 안 들었지만
오랜만에 방문한 모교는 나에겐 너무나 크고 멋져 보였다 -_-
학생 때 실습 돌면서는 그런 생각 안 해 봤는데, 서울이 부산보다 크고 좋긴 하구나... 하는 생각;;

부산에서 온 사람이 아마도 나 혼자일 거라는 사실만 빼면 설명회는 나름 재밌었다
더군다나 우리 병원은 규모가 작고, 그나마 있던 인턴들이 절반 정도 도망가서;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나머지 수련의 질 따위는 저 바닥에 떨어져 있기에
수련을 받을 수 있는 과가 내과, 외과, 정형외과 정도에 그치는 바람에
다른 과들에서는 뭘 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는데,
설명회 들으면서 궁금증도 좀 해소하는 기회가 됐던 듯.

일단은 진단검사의학으로 결정을 내리고 싶지만
진검이 작년에 꽤 경쟁률이 높았기에 꿈을 바꿔야 하나 생각도 들고 -_-
핵의학과나 방사선종양학과도 관심이 있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예과 때부터 꿈꾸던 정신과는 그냥 미련없이 마음을 접었다. 나에겐 넘사벽.

내 인생의 암흑기였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던 시기가 하필 의과대학 시절과 겹쳤기에
결국 바닥에서 허우적대는 의대 내신 성적을 받았고,
인턴 끝나면 별 문제 없겠지 했던 그 내신은 레지던트 지원때까지 내 발목을 잡고 있다
아... 진짜 내 인생 왜 이렇게 계속 꼬이는거야 -_-;;;

오랜만에 아는 얼굴들 만나니 한편으로 민망하면서도 솔직히 반가웠다
그리고, 정말 어떻게든 세브란스로 돌아와야겠다는 동기부여 충만.
반년이 훌쩍 지나갔듯이, 인턴시험 볼 날도 훌쩍 다가오겠지.
이미 결정난 건 내가 바꿀 수 없기에, 남은 동안 바꿀 수 있는 나머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지.

아아. 마주치는 스텝샘들이 무슨 과 할거냐 물어보는 게 요즘은 제일 스트레스이다
차라리 어레인지가 되어서 픽턴이라도 되면 당당하게 다른 데 갈거라고 말이라도 하겠지만
아무것도 결정난 게 없는 지금은 배시시 웃으면서 아직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게 전부 ㅠ

하루빨리 픽턴이 되고싶어요 :)

2013/07/29 14:09 2013/07/2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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