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그린 화가, 르누아르전 :: 2009/07/1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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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중. 정말 벼르고 있었다. 갈 때마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두 번이나 포기하고 돌아왔을 정도였다. 미술관 입장하는 줄이 길게 늘어선 것은 물론이요, 티켓 구매 줄까지 세 줄로 길게 있는 통에 퇴원하면 8월 말 쯤에 아침 일찍 와야지 하고 그냥 포기하고 있었던 참이였다.
 
 그래도 미련을 못 버렸던 나는 덕수궁미술관에 가려던 날, 비가 한두 방울씩 내리던 저녁 한번 더 시립미술관에 들러 보기로 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_-) 사람이 적은 것을 발견하고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참고하시길. 거기에 좀 한가하게 들어가려면 날씨 궂은 날 저녁 6시 이후로 가는게 좋다. (마감은 오후 9시이다.)

 아영언니와 나는 내가 가져온 서울주보로 입장료를 천원씩 할인받았다! 어차피 들어가면 뮤지엄샵에서 이거저거 지를거지만 어쨌든 천 원이라도 기분은 좋다 >_< 그리고 들어가서 오디오가이드를 두 개 빌린다음 의외로 많지 않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그림들을 보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오디오가이드가 있는 그림이 많아서 좋았다. 게다가 나는 사실 평소에 르누아르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어서... 내가 알고 있는 배경지식이라곤 예과때 배낭여행 다니면서 유명한 박물관에서 봤던 그의 그림들과, 홈페이지에서 읽었던 개인사들이 전부였으니.

  "행복을 그린 화가" 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절실히 다가왔으며, 첫 작품을 폐기해버렸던 느낌을 왠지 알 수 있었고(나도 얼마전에 병실에서 끄적거린 그림 고민하다가 그냥 버려버렸다 =_=)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 살아남은 그의 이런저런 습작들과 스케치들과 특히 붉은 색연필로 그린 스케치들! 아 난 주홍빛에 가까운 붉은색과 고흐의 그림에 나오는 푸른빛이 너무나도 좋다 :) 그림 하나하나에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는 이 스케치들. 본과 2학년때 잠시 화실을 다녔던 나는 그냥... 역시 대가야. 하는 압도되는 느낌뿐. 난 그때 뎃생을 좋아하긴 했지만 수채를 그리면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유화는 개성있는 도구이다. 목탄이나 파스텔 같은 도구는 자체 특성이 그림에 많이 살아나지만 유화는 그리는 사람에 따라 고딕 양식으로도, 인상파적인 개성으로도, 추상적인 그림으로도, 부드러운 경계가 없는 느낌, 원색적인 대비, 부드러운 색들의 연속적인 모임, 거칠게도, 세밀하게도,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픽서를 쓰지 않아도 오래 가기도 하고. 그래서 다들 그렇게 유화를 좋아하나. (혹은 덧칠할 수 있어서?!) 몰라. 난 유화를 한 번도 안 그려봐서. 그려보면 재밌을 거 같긴 하다. 색을 입히는 일은, 생명을 입히는 듯한 느낌.

  여행을 다니며 이런 저런 박물관, 미술관을 다니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르누아르의 개성적인 그림 세계를 이제라도 느껴봐서 다행이다. "그림 그리는 것이 즐겁지 않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다"고 햇던 르누아르. 말년에 심한 류마티즘으로 손관절이 변형되고 걷는 것을 포기하면서까지도 붓을 놓지 않았던 열정. 나도 직업을 갖게 된다면 이렇게 평생 즐거울 수 있는 걸 갖고싶어! 하는 건 유치한 욕심인지.

  나의 기념품은 항상 작은 도록. 고흐 전에서도, 르네 마그리트 전에서도 그냥 나는 끌리는 대로 작은 도록을 샀다. 그림들을 넘겨보고 있으면 마음이 좋다. 퍼즐은 자꾸 잃어버리고 ㅠ 그리고 엽서 하나 정도?! 다음번엔 페르난도 보테로 전이다! 다음 번 외박이 기대되는 즐거움. (퇴원이면 더 좋겠지 키키)


 전시회랑 별개로, 전시회 오기 전에 미용실에 들러서 결국 파마를 했더랬다. 난 매직을 하려 했지만 미용실 언니가 파마를 권해서 귀가 얇은 나는 또 파마를 했다. 뭐 잘 나온 거 같긴 한데 오늘 정신 못차리고 침대에서 헤롱헤롱한 결과 머리가 부풀어 올랐다 ㅠ 미샤에서 50% 세일을 하길래 필요한 걸 몇 개 사고 전시회에 갔다가 오는 저녁 '스패뉴'라는 음식점에서 피자를 시켰다. 분위기 괜찮더군. 입구에서 와인 이벤트를 보았다. 레드 와인 한 병과 피자 하나 세트가 얼마라는... 완전 끌렸지만 착한 마음으로 알콜을 참기로 했다. 난 안초비가 들어간 걸 먹고 싶었는데 직원이 비추해서 -_- 뭐 이런 음식점이 있어. 난 이탈리아에서 맛있게 먹었던 추억을 되살리고 싶었는데 말이지. 그냥 트리플치즈피자를 시킴. 맛있었다! 그리고 집에 왔는데 냉장고에 내가 먹다 반쯤 남은 화이트와인이 있는 게 아닌가! 완전 당겼지만 엄마 눈이 무서워서 참았다 ㅠㅠ

결론 :  와인이 마시고 싶다 >_< 누가 같이 마셔주세요. 혼자 마시면 꼭 주당 같아서.

2009/07/12 14:24 2009/07/1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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